요즈음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아파트 단지의 명성은 조경에 좌우된다. 특히 명품 소나무나 어떤 나무를 잘 심느냐에 따라 품격이 달라진다. 대형 건설사의 광고를 보면 아예 아파트는 보이지 않고 숲과 자연으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자연을 강조하고 친환경을 강조해야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교장으로 처음 부임한 학교는 건물이 오래되고 메
촛불은 흔히 연꽃에 비유되곤 하는 명상적 대상이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은 더럽고 추하게 보이는 진흙탕에 살지만 그 더러움을 자신의 꽃이나 잎에 조금도 묻히지 않는(處染常淨)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온화해지고 즐거워지는(面相喜怡) 심리적 안정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촛불 역시 그러한 기능을 지닌 특이한 불이라 할 수 있다. 촛불, 하
1. 머리말 젠더 문제, 직접적으로는 ‘젠더 불평등 문제’는 ‘집단, 연합체나 일반 사회 수준에서 양성이 차지하는 지위, 권력, 위세 등에서 보이는 차이’로 정의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배경으로 한다. 양성은 식품, 재력, 권력이나 시간 같은 가치에 접근하는 것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여자와 남자는 취사선택
1. 깨달음 지상주의의 현주소 1,600년 역사의 한국불교에서 신라 말 고려 초, 선종의 유입으로 이 땅에서 구산선문이 세워진 지도 1,000여 년이 넘게 지났다. 활발발지(活潑潑地)한 선기(禪機)를 드날리던 중국 당송 시대의 뛰어난 선사들의 목소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이나 유일하게 한국 선종이 법맥을 이어 그 진가를 발휘해 왔다. 임제종의 맥을
1. 선종의 교단과 청규 계율 사상이 중국의 불교에서 소승계 중심으로부터 대승보살계 중심으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많은 승제류(僧制類)가 출가자 혹은 재가자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일례가 선종의 교단에서 출현한 청규이다. 곧 보살계와 승제(僧制)를 통하여 부처님의 제계(制戒)가 중국의 문화 및 사회에 적응하는
한국사회에서 종교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세계적인 종교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서 비교적 종교적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것은 잠복해 있던 종교문제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아니면 무의식적 또는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은 바람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최근 수년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종교 파
종교헌법이란 무엇인가? 종교헌법이라는 단일의 헌법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국의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법률·명령·자치법규 등 무수히 많은 하위규범으로 단계를 이루고 있다. 각 단계의 규범들은 그 효력과 관할 사항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규율 대상도 헌법사항·법률사항·명
1. 천년의 대장경, 비판 또는 반성2011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고려대장경 조성을 시작한 지 천년이 되는 해, 이른바 고려대장경 천년의 해이다. 오래전부터 꿈꾸며 준비해 오던 시간이어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 새해 벽두, 중앙 일간지에 천년의 해에 대한 칼럼이 실렸다. 그럴 법한 일이긴 하지만, 썩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초조대장경 조성 첫
1. 들어가는 말‘역사관과 불교’라는 주제의 원고를 청탁받고 다소 망설였다. 역사학의 고유한 연구 영역으로 알려진 ‘역사관’이란 개념을 사회학 전공자인 필자가 다루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청탁을 수락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 글이 속한 특집의 대주제가 ‘불교와 사회적 가치&rsqu
1. 공동체의 역사공동체를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은 가장 먼저 석가모니 부처님의 승가공동체를 먼저 접하게 된다. 이어 예수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에세네파 쿰란 공동체와 이후 예수의 정신을 유지하며 살았던 초대 기독교 공동체, 그리고 가톨릭의 수많은 수도회도 바로 이러한 신앙적 결사를 위해 만들어진 공동체들을 접하게 된다. 19세기는 가히 공동체의 시대라고
1. 문제 제기오늘날 한국은 인터넷 미디어와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어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슬로건 아래 199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정보통신산업과 잘 갖춰진 초고속 통신망으로 인해 한국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상업화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탐·진·치로 유지되는 사회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1. 들어가는 말현대사회는 급격한 변동 사회이다. 이 변동은 역사 발전 과정에서 늘 있어 온 전 단계의 연장선 위에서 일어나는 추가적인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문명으로 진입하는 차원의 변화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 변화는 지구와 문명의 충돌이
1. 우리 사회에서 왜 새삼 정의가 문제 되는가? 작년과 올해(2011)에 걸쳐 우리 사회에서 정의(正義, justice) 열풍이 뜨겁다. 정의에 관한 한 권의 책이 판매고에서 모든 책을 앞지르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촉발된 이 열풍은 새해의 매서운 추위에도 기세가 쉽게 꺾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에 관한 언급을 하기도 했고, 어느 자리
1. 불교는 일단정지(一旦停止)를 먼저 가르친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대중이 모여 사는 세속 사회 한국-이곳이 바로 우리가 ‘불교와 사회’라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장소이다. 이 글쓰기는 출세간적 성향이 강한 불교를 세간과 연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시민이라는 대중은 중생일 것이니 ‘시민 중생&rs
[권두언] - 반쪽짜리 불교 공부는 이제 그만 / 허우성 [특집] 불교적 가치의 사회적 구현- 정의(正義) 문제를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 / 박병기-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불교 / 윤세원- 인터넷 문화의 폭력성과 불교윤리 / 박수호- 새로운 사회의 대안 운동으로서 불교 공동체 / 유정길- 탈발전의 시대, 불교적 역사관과 그 사회적 가치 / 유승무[기념논단] &
Ⅰ.여는 글; 무분별한 육식문화 되돌아보기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구제역과 살처분의 여파가 해를 넘기고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전국의 축산농가를 사실상 패닉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단 매몰지 주변에는 침출수의 하천유입 및 2차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어 관계당국과 일반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살처분과
미국 신경심리학자이자 명상지도자인 릭 핸슨 박사와 신경과 의사이며 명상지도자인 리처드 멘디우스 박사가 불교와 뇌과학에 관한 연구들을 고찰하여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 《붓다 브레인(Buddha,s Brain)》이라는 책이 2009년에 발간되어 서구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현재까지도 베스트셀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책은 마음 훈련 특히 불교 수
한국에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테라와다 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이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 전후해서 초기불교 및 테라와다 불교를 포함한 인도불교의 원전을 배우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인도, 스리랑카, 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 유학을 떠
필자가 대학에서 불교를 철학으로서 공부할 때, 그 대상으로서 불교는 지역적으로 인도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이거나, 시기적으로는 대개 초기불교부터 고려시대 불교였다. 여기서 불교는 문자로 전해진 경전 속의 불교로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보편적 진리였지만 필자에게는 그만큼 추상적인 진리이기도 했다. 학위를 마친 뒤 우연히 다른 전공 분야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주관으로 2010년 8월 12일, 13일 양일간에 걸쳐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Ganhwaseon, Illuminating the World)’라는 주제로 ‘국제 간화선 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Ganhwa Seon)’가 열렸다. 필자는 이 대회 제3부 사회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