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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원청규》의 내용과 편찬 의의 / 김호귀
[46호] 2011년 03월 01일 (화) 김호귀 kimhogui@hanmail.net

1. 선종의 교단과 청규

   
계율 사상이 중국의 불교에서 소승계 중심으로부터 대승보살계 중심으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서 많은 승제류(僧制類)가 출가자 혹은 재가자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일례가 선종의 교단에서 출현한 청규이다. 곧 보살계와 승제(僧制)를 통하여 부처님의 제계(制戒)가 중국의 문화 및 사회에 적응하는데, 중국인을 위한 중국불교로서 계율을 수용하면서 시대와 사회의 환경에 의해서 굴절되고 변형되며 발전하여 중국적 계율로서 지양된 것이 선문의 청규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청규는 계율의 중국적인 전개 내지는 선문의 중국적 토착화의 일환이었다. 나아가서 청규는 선문의 수행과 관련하여 가장 현실적인 규범일 뿐만 아니라 선문화의 표출이었다. 때문에 계율이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불교의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기능을 지녔다면 청규는 선문 내지 어떤 문파에 한정된 특수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고 방편적인 성격이 강하다. 청규가 이와 같은 모습으로 출현하게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선종의 출현으로부터 말미암는다.

6세기 초반에 인도 내지 페르시아에서 해로 또는 육로를 통하여 중국에 도래한 보리달마로부터 시작된 선종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청규가 성문화되어 제정된 것은 조사선법이 크게 발전했던 당나라 시대의 백장회해(百丈懷海, 749~814)였다고 한다. 백장회해 이전에는 소위 중국 선종의 제4조로 간주되고 있는 대의도신(大醫道信, 580~651)의 저술에 《보살계법》 1권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가 없지만 도신으로부터 시작된 선종의 교단에서 실제로 어느 부분까지는 의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선종의 경우에 도신의 시대부터 한곳에 정착하여 수백 명의 대중이 집단생활을 하면서도 아직은 독립적인 규범을 지니지 못하고 기존 계율에 바탕한 생활을 했는데,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신의 선문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청규의 형태는 아니었을지라도 일정한 부분 《보살계법》에 의거하여 집단생활이 영위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에 필요한 내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규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모습은 그 이전에 이미 천태대사 지의(智顗, 538~597)의 경우 《범망경》 하권의 〈보살계본〉을 주석한 《보살계의소》에서 무작(無作)의 가색(假色)이라 하여 계체를 〈불성〉에 결부시키고 있음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곧 지의는 불성에 기초한 계체가 《범망경》의 〈십중사십팔경계〉를 수계함으로써 자기의 신체에 구비된다고 간주하였다. 실제로 《국청백록》에는 집단의 규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파에 적용되는 법규를 수립해야 하는 이유를 비롯하여, 일상의 생활에서 적용되는 열 가지 사항과 제불보살에게 예배하는 보례법(普禮法)을 비롯하여 공경법(恭敬法)과 주원법(咒願法) 및 지사(知事)가 행해야 할 임무 등이 구체적으로 엿보인다.

게다가 도신의 선문생활에서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은 기존 계율의 내용과는 매우 달랐던 보청(普請)을 대단히 강조하였다는 점에서도 내규는 반드시 필요하였을 것이다. 보청을 내세움으로써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작무를 수행의 일환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집단을 유지하기 위하여 생활에 필요한 의식주의 공급을 걸식보다는 지급자족 형태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에 상응하는 성문의 내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도신 시대의 이와 같은 선문의 생활은 《단경》에도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작무의 모습으로서 혜능이 8개월 동안 방아를 찧었다는 비롯하여 동산법문에서 엿보이는 조실 등의 직위 및 기존의 율장에서 보이는 내용과는 다른 청익(請益)을 하는 의식과 수계 방법 그리고 그 내용 등이 드러나 있다.

어찌 보면 선종 교단의 보편적인 규범으로서 굳이 성문의 청규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령, 상명하복 및 상경하애의 정신으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유교의 보편적인 가르침에 근거한 중국의 문화는 출가 집단이라고 해서 크게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당대(唐代) 중기부터 선문에서 선사 개개인의 어록이 크게 유행함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선사 개인의 어록은 개인의 어록에 그치지 않고 문중의 홍보 및 세력의 과시, 나아가서 제자를 접화하는 수단과 고존숙에 대한 존경의 뜻에서 특별한 스승의 가르침은 특별한 기록으로 길이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저술과는 다른 선문의 보편적인 요구이기도 하였다. 이런 점에서 직접적인 청규는 아닐지라도 청규의 성격을 지니는 잠(箴)·명(銘)·가(歌)·훈(訓)·경책(警策) 등이 등장하였고, 때로는 결사조직에서 지향하는 결사이념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문의 생활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백장회해 이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회해가 제정했다는 《백장청규》는 이미 산일되어 그 원형은 알 수가 없는 데다가 《백장청규》의 경우조차도 그가 직접 지은 청규가 과연 존재했었는지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이 남아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남송시대, 운옥자한·회기원희·일산요만 등에 의하여 백장의 고청규를 재간하려는 노력이 있었는데 미완으로 끝나 버린 경우가 있었던 것을 보면 송대까지는 어떤 형태로든지 전승되고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현존하는 《백장청규》는 원나라 시대에 성립한 《칙수백장청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 《칙수백장청규》는 원나라 원통지원 연간에 백장사의 주지였던 동양덕휘 선사가 순제의 칙명을 받아 편찬한 것을 다시 집경사의 소은대소 선사 등이 칙명을 받아 교정하여 펴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나라 시대의 《백장청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현존하는 자료를 통하여 이미 산일되었던 《백장청규》의 대체적인 모습을 미루어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종류의 경전을 들 수가 있다.

《송고승전》 권 10 수록 〈百丈懷海傳〉(대정장 50, p.770下-771上)
《경덕전등록》 권 6 〈禪門規式〉(대정장 51, p.250下)
《선원청규》 권 10 〈百丈規繩頌〉(속장경, 16-5)
《칙수백장청규》 권 8 〈古淸規序〉(대정장 48, pp.1157下-1158中)
《당홍주백장산고회해선사탑명》(대정장 48, pp.1156中-1157上)

위의 《탑명》은 당 헌종 원화 13년(818) 10월 3일에 건립된 탑명이므로 백장 시대의 면모를 비교적 생생한 모습으로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직접적으로 청규의 존재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백장청규》의 정신에 근거하여 제정된 《칙수백장청규》를 비롯하여 이후 여러 가지 청규는 그에 해당하는 선문의 수행가풍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대로 선문의 독자적인 삶의 역사였다. 때문에 청규의 제정과 더불어 명실상부하게 선종이 율종의 사원으로부터 독립되었다는 평가도 가능하였다.

최근에 시대가 내려오면서 다양한 형태 및 내용의 청규가 등장하고 실제로 활용되었던 역사를 계승하여 《조계종 선원청규》가 출현한 것은 그와 같은 선문의 전통을 계승하고 현대에 알맞는 선문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조건이었다.

2. 《조계종 선원청규》의 구성과 주요 내용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이와 같은 청규의 전통과 그 가치를 깊이 인식하여 청규의 정신을 현대에 구현하고 미래 한국불교를 위한 수행풍토의 쇄신과 전통적인 수행문화의 전승을 위하여 ‘선원청규’를 제정하였다. 대한불교 조계종으로서는 선종을 종지로 내세우는 종파로서 그 정체성을 구현함은 물론 새로운 수행문화의 창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때문에 《조계종 선원청규》에서는 기존의 청규에서 표방하는 내용은 물론 오늘날에 걸맞은 사항을 보충하여 미래를 향한 초석을 놓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가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교육원에서 전국선원수좌회의 명의로 2010년 11월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청규》라는 제명으로 발간한 이 책자는 총 414쪽에 달한다. 조계종출판사에서 출간했으며 가격은 20,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가격을 책정해 놓은 것은 선원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을 지니고 있는 불자 및 기타 모든 사람에게 보급하려는 측면도 엿보인다. 먼저 편찬 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고래의 청규정신을 계승하여 한국적인 선수행의 전범을 수립한다. 둘째는 종헌 및 종법에 근거하여 선수행에 대한 의례와 규범을 발굴하여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킨다. 셋째는 계학·정학·혜학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바탕에서 현대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넷째는 이사원명의 교설에 입각하여 이판과 사판의 원융화합을 토대로 수행과 교화를 일치시키는 정신을 지향한다.

이와 같은 네 가지 편찬 방향에 입각하여 기존의 여러 가지 청규에서 내세우는 중요한 특징을 필요한 항목에서 인용하면서 그에 근거한 발전적인 방향으로 편찬했음이 드러난다.

《조계종 선원청규》의 구성은 먼저 서두에 종정의 법어, 편찬위원장의 편찬사, 총무원장의 격려사, 그리고 서론으로서 조계종 선원청규의 찬술 의의, 조계종 선원청규의 찬술 방향 등이 수록되어 있다. 본문은 다음과 같이 크게 총론과 각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론에 해당하는 제1부는 조계종에 대한 간략한 역사 및 계율 수지의 역사와 수계 및 법계 등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각론에 해당하는 제2부는 선원청규에 대한 본격적인 부분으로 대략적인 얼개는 선원의 구성과 체제, 선원의 안거와 수행 체계, 보청과 대중생활, 예경과 복지, 장례의식 및 생명윤리 등 7장으로 나뉘어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장 [선원의 구성과 체제]에서는 우선 선원에 대하여 기본선원과 전문선원으로 구분하고, 그 다음으로 선원의 조직과 소임 및 취임식의 의례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이 가운데 기본선원의 경우 선원에 입원하는 자의 기본적인 자격 및 의무사항 등에 대하여 언급하고, 그 직제에 대한 명칭과 소임에 대한 설명 및 선원의 운영 등에 대한 방법을 설명한다.

전문선원의 경우 비구 및 비구니를 위한 동안거와 하안거를 행하는 일반선원, 전국 5대 총림에 갖추어져 있는 선원인 총림선원, 필요와 특별한 목적을 위하여 개설되어 있는 특별선원으로 구분한다.

특별선원의 경우에는 다시 그 성격에 따라서 초참선원, 종립선원, 무문관, 결사선원, 국제선원, 시민선원 등으로 구분한다.

선원의 조직과 소임으로는 방장을 비롯하여 주지에 이르기까지 46항목을 설정하여 전통적인 방식에 따른 용어 및 그 역할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그 가운데 호법, 포교, 사회, 재무, 교무, 기획, 총무에 이르기까지 일곱 가지 명칭은 현대적인 감각에 맞는 용어를 내세워 그 임무를 설정하고 있다. 기타 방장, 주지, 선원장의 취임 의식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2장 [선원의 안거와 수행체계]에서는 우선 방부의 자격과 용상방의 구성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수행의 체계에 대해서는 선원에서의 습의 및 간화선의 수행, 조석예불과 수행의 조도법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그 가운데 탁발에 대해서는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하고 있다. 기타 선원에서 일용 행위와 그 일상 행동거지의 작법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3장 [보청법]에서는 오늘날에 걸맞은 보청의 다양한 행위와 제반 수칙, 홍법 활동 및 복지 활동, 나아가서 미래를 지향한 환경교육과 선원의 경제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제4장 [대중생활과 법구]에서는 선원의 일과 부분에서 언급한 내용과 무관하지 않지만 대중생활에서 여법하게 지켜야 할 개인적인 생활규범 및 개인 물품의 취급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기타 의생활의 습의 및 식생활의 태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나아가서 공동생활에서 활용하는 불전의 사물과 예경의 법구에 대하여 그 의미와 활용법을 설명한다.

제5장 [예경행례와 선다례]에서는 상단 및 각단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례법과 안거·불교 기념일·명절 등 연중행사의 의의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선다례에 대해서는 음다법 및 다례제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6장 [수행생활과 복지]에서는 수행자 개인이 수지해야 하는 경제 문제 및 각종 문화생활과 복지 문제 등에 대하여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현대문화에서 접하게 되는 의식주의 생활 및 그에 부합하는 적절한 문화생활과 수행자의 자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7장 [장례의와 생명 나눔]에서는 다비와 천도를 비롯한 장례 문제에 따른 의식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나아가서 수행자의 이타정신으로써 생명나눔에 동참하는 몇 가지 윤리에 대하여 설명한다.

3. 《조계종 선원청규》의 특징

1) 전통 청규와 차별되는 점

청규의 덕목이 제대로 실현되어야 하는 곳은 많은 대중이 함께 기거하면서 변도하는 총림이다. 청규 이전의 계율과 청규의 관계에 대하여 《선원청규》에서 자각종색은 율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납자의 가풍에는 별도의 규범이 있다고 말하였고, 《비용청규》에서 일함은 바라제목차를 수명으로 삼아 왔는데 백장청규도 그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곧 청규는 계율로부터 분립된 것도 아니고 계율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아닌 계율의 적용에 있어서 운용의 묘를 세운 것임을 보여준다. 때문에 청규는 승가에서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서 지역과 시대에 적응하는 모습으로 발전, 변용된 것으로 계율이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 청규는 전체의 승가에 적용되는 규범이 아닌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

이로써 본 《조계종 선원청규》에 수록된 주요한 내용은 중국과 일본의 청규 및 대만 불광사의 규범을 비롯하여 천주교 베네딕트 수도원의 규약 등을 참고하여 23차에 걸친 회의 및 연찬회 등을 거쳐 편찬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담고 있는 내용은 기존의 청규와 비교하여 전통의 계승이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시대의 조류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곧 다음과 같이 항목별로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한국 고유의 대승무생계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이다. 해인사 비로자나불 복장품 가운데서 발견된 〈무생계첩〉의 내용은 그 하나이다. 그 무생계는 모든 부처님과 모든 선법(善法)을 발생시키는 터전이다. 또한 고해를 건너서 법신의 불도를 성취하는 계법으로서 유형무형의 모든 중생이 수지해야 하는 계법이다. 유심과 무심의 일체 분별을 초월해야 할 것이라 말하면서 무형불·무생법·무형승·최상무생계의 사귀의, 삼업의 참회, 여섯 가지 서원 등에 의지해야 할 것을 말한다.

둘째는 승가의 교육과 법계에 대한 인식이다. 법계는 《종단법령집》에 의거하고, 교육의 입장은 선은 부처님 마음이고 교는 부처님 말씀이라는 선과 교가 부즉불리의 중도에 입각하고 있다. 곧 선교의 종합은 기존의 청규에서도 주장해 온 바이지만 한국선의 전통에서 그동안 선주교종의 입장으로 치우쳤던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셋째는 선원의 체제와 수선하는 자세에 대한 수선납자의 반성이다. 오늘날 한국 선원의 중요한 문제는 간화 방법론 자체가 아니라 선자들의 수선 양태와 선원의 체제로부터 비롯된 것을 자각하고 있다. 곧 성성적적한 간화선의 역동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사안일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모습에 대한 반성이다. 이로써 선원 대중은 철저한 역사인식과 사회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의 요구와 시대의 사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역동적 선풍을 진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조계종 선원의 과제는 선원 안거에 내포된 개인과 대중의 역사성과 사회성을 철저히 인식하고 안거문화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천명함은 물론 안으로 선의 본래정신에 입각하여 간화방법론을 통한 수행과 깨침을 실현하고 밖으로 일체생명을 섬기는 중생회향을 실천하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것이 곧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한 선원의 존재 이유이고 수행의 방향임을 내세우고 있다.

넷째는 직제상의 편제이다. 전문선원 가운데 총림선원, 특별선원, 종립선원, 시민선원으로 구분하여 각각에 대한 규범을 표방하고 있다. 특별선원 가운데는 다시 초참선원과 종립선원을 분류한다. 종립선원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세우고 있다. “외부 인연을 차단하고 오직 안으로 자심보물을 발현하는 도량으로서 모범 가운데 모범이고 선사 가운데 으뜸이다. 또한 종단이 지정한 선원으로 안거중 산문을 폐쇄하고 전문적이고 모범적인 수행을 하는 특별선원을 말한다.” 그리고 국제선원 및 시민선원을 시설하여 외국인 출가자 및 재가자를 접인하고, 나아가서 한국 간화선의 국제화를 위한 준비로 세계일화의 정신을 겨냥하였다. 기타 기본선원에서 교선사의 지위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 선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는 점도 특별하다.

다섯째는 선원의 조직과 소임에서 대부분 전통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면서 소임자의 구성 및 그 명칭을 선원의 유형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여섯째는 선원의 수행 체계와 관련하여 간화선 수행을 위한 화두수행법에 대하여 그 과정에 해당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규범으로 내세우고 있다. 곧 발심―출가―정견―참문―결택―참구―탁마―행각삼매―거량―인가―화도 등 11개 항목에 걸쳐 그 순서를 지정하고 있다.

일곱째, 보청법에서는 오늘날의 상황에 걸맞은 몇 가지를 규범화하고 있다. 가령 과수, 화훼를 비롯한 임산물 가꾸기를 비롯하여 홍법 및 복지활동에 대한 보청을 강조하고 있다. 홍법에 대해서는 법문, 참선지도, 강의, 저술, 포교, 상담, 선심리 치료, 수련대회, 사찰체험, 단기출가, 자연체험학습, 문화재 해설, 독거노인 돌보기, 어린이 법회, 장애우 돕기, 농촌봉사활동, 생태 및 환경교육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재가인의 교화에 대한 규범으로서 특히 현대적인 의의를 잘 담아내고 있다.

여덟째 수행생활과 복지에서는 금융 문제와 재산 문제에 대한 규범을 담고 있다. 기존 고청규가 현물 위주의 덕목만을 다루었음에 비하여, 금융기관을 통한 개인계좌 개설 금지, 주식 및 펀드 등 투자를 위한 행위 금지 등, 유가증권에 관한 규범도 두고 있다. 더 나아가 차량과 전자용품에 대한 기준과 한도를 설정한 것도 주목된다.

아홉째는 출가자의 복지대책에 관하여 종단, 본말사, 개인, 선원수좌회 등을 통한 다양한 방안을 규범하고 있다.

열째는 기타 생명윤리와 장기기증 등에 관한 수행자로서 사회에 봉헌하는 덕목을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범의 설정은 선원의 생활에 근거하면서도 사회와 일반대중을 위한 보살행에 근거한 대승의 청규라는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지금까지 시행해 온 방식에 근거하여 진행할 수 있는 것과, 새로운 시도인 만큼 앞으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2) 보완되어야 할 점

《조계종 선원청규》는 그 내용에서 전통의 청규와 차별화되는 몇 가지 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단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새로운 항목의 설정과 더불어 좀 더 보완해야 할 점도 엿보인다.

먼저 《칙수백장청규》의 제일 축리장 및 제이 보은장에서 보이는 국가 및 사회에 대한 축원 및 보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승가의 역할 등은 너무 답보적이다. 불교의 명절 및 행사와 관련된 규범은 설정되어 있는 반면 국가적인 명절과 행사 등에 대해서는 현대의 시대 조류와 부응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해 줄 필요가 있다. 가령 최근에 우리나라를 휩쓸고 있는 구제역으로 인하여 살처분되는 가축에 대한 위령제라든가, 호국 영령들에 대한 불자들의 역할, 국은에 보답하기 위한 불교의 건설적인 제안 등이 그것이다.

다음으로 선원의 근본적인 정체성은 선수행 및 깨침을 통한 기사구명 및 세간에 대한 보은과 중생교화이다. 본 청규가 출현한 이유는 곧 총림 수행납자가 의준해야 할 규구준승의 역할로 삼기 위함이다. 그리고 청규는 총림의 수행납자들을 보호하고 선종교단의 유지 및 존속을 위한 항구적인 규범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불법의 생명은 지혜의 터득과 자비의 실천에 달려 있다. 수행을 통한 지혜가 깨침이라면 깨침의 보편화인 중생의 제도는 자비이다. 특히 선원에서 목표로 하는 지혜의 터득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일종의 행위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곧 수행이다. 본 청규가 《조계종 선원청규》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와 같은 불법을 터득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통한 수행과 궁극에 인가라는 깨침의 점검과 면수사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소임이 방장이다. 따라서 방장의 소임 가운데 면수와 전법은 그만큼 중요하다. 중요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방식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이것이 곧 불조의 혜명을 계승하고 불법을 세상에 주지시키는 임무이다. 가령 주지 및 선원장의 진산식 및 다례 기타 등에 대한 구체적인 행의범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장의 소임에서 면수와 전법에 대해서는 너무 소략하다.

면수와 전법은 반드시 선지식으로부터 인가받은 면수사법이어야 한다. 때문에 깨침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내세우는 선법에서는 필연적으로 눈밝은 스승으로부터 인가가 있어야 하고, 그 인가는 또한 전법상승이 필요하였다. 그 전법상승이야말로 깨침의 법이었고, 인가의 법이었으며, 전법의 법이었고 교화의 법이었다. 이것은 결국 납자들의 수행과 깨침과 인가와 전법과 교화에서 일관되게 강조되어야 하는 덕목이다. 그래서 기존부터 전승되어 온 가풍이 남아 있다면 주도면밀하고 용의주도하며 행지면밀한 조사선풍 계승이 성취되고 전승되기 위해서는 면수 및 전법의 행위의례를 반드시 청규의 규범에 구체적으로 정해 두어야 한다. 그것이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길이다. 오직 불조정전의 선원만이 과거칠불과 28대 조사 및 동토의 조사 및 해동의 조사들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전승되었기 때문이다.

4. 《조계종 선원청규》 제정의 의의

《조계종 선원청규》의 제정은 조계종만이 아니라 선법이 수용된 지 1,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의 불교에서 종단적인 차원으로 제정한 청규의 성격으로는 최초이다. 그런 만큼 종단을 비롯한 불교계에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조계종 선원청규》에서는 찬술의 의의에 대하여 “《조계종 선원청규》는 율장정신을 근거로 한 조계종문의 규범으로서 청정수행 가풍을 정립하고 불조혜명을 계승·유지해 견성성불 요익중생에 그 제정 의의가 있다.”라고 말한다. 나아가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불조의 심지법문을 계승하여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한국선 고유의 직지심체·섬교융회·간화경절 ·농선병중의 선풍을 재정립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의 수행 풍토에 입각하여 미래지향적인 청정규범을 세워 능동적이며 역동적인 선정신으로 수행과 교화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새로운 청규의 제정은 선원 나아가서 조계종단의 궁극적인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청규의 제정만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청규의 정신을 제대로 살려서 그에 부합하는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자각이 필요하다. 그것은 수행납자의 본분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 방식이 결국은 선으로서 수행이며 깨침이고 교화이다. 그래서 선이 추구하는 바는 명백하다. 깨침이다. 깨침은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다. 지혜를 터득한다는 것은 자기를 바로 아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 자신이 직접 그것을 맛보는 체험이 필요하다.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행위가 좌선이고 교화로서 평상심이다.

이와 같이 보고 느끼며 맛보는 일상에서 이루어지고 창조되는 행위로서 선의 풍모는 삶의 행위 그대로이기 때문에 삶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행위 규범이나 행위 가치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 규범 내지 가치를 선원의 도덕 내지 윤리라는 말로 바꾸어 볼 수가 있다. 선원의 이미지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머리에는 우선 호쾌하고 시원스럽게 진속을 벗어난 선사들의 활달한 행위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딴은 그렇다. 그리고 그것이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오히려 은근히 고압적이고 아만이 가득하며 기분이 내키는 대로 홀연히 머물다 떠나가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 억설에 가까운 언변 등을 부여해 주고 있는 것도 무시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모습은 중국 당대부터 선이 지니고 있는 몇 가지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선은 삼계를 초월하고 일체의 인연의 굴레를 벗어나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자재한 ‘본래 자기’를 추구한다. 선의 이와 같은 특성은 자칫 온갖 고뇌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선은 이와 같은 모순적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능력도 아울러 구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찬가지로 선정신의 왜곡과 변질이 등장하던 당시에 아울러 출현하였다. 일상의 생활 하나하나를 그대로 수행 내지 깨침으로 간주하는 평상심이 강조되고, 이에 근거하여 나아가서 생활 그대로가 부처의 행위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었다. 그것이 곧 삶에 대한 대긍정의 기치를 내세운 즉심즉불(卽心卽佛)의 정신이었다. 일상의 생활 그대로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그대로라는 것은 본래의 모습대로 이루어지는 낱낱의 일체 행위를 가리킨다.

본래의 모습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치와 윤리와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을 아우른 말이다. 일찍부터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정확한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영위하고 제 모습을 잃지 않는 당당한 헌헌대장부의 삶이다. 이 본래 모습은 곧 평상심의 존재 모습이다. 평상심의 존재가 작용으로 드러난 것이 즉심즉불의 행위이다. 평상심이란 본래적인 인간의 숭고한 마음으로서 아무런 조작이 없고 비의도적이며 천연적이고 자연스러운 원인(原人) 곧 본래인의 모습이다.

이와 같은 본래성의 강조는 필연적으로 진지하고 치밀하며 지속적이고 구도적인 삶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곧 주도면밀하고 용의주도하며 행지면밀하고 위의구족한 자연인의 삶이다. 이것은 수행과 깨침의 실천을 함께 내세운 조사선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였다.

특히 중국 당나라 시대 조사선의 선자(禪者)들은 좌선을 기조로 하면서 그 정신을 삶 전체로 확대시켜 나아갔다. 곧 공양하는 법, 어른과 아랫사람을 대하는 법, 유행(遊行)하는 법, 좌선 공부하는 법, 농사짓는 법, 밥 짓고 빨래하는 법, 화장실 가고 청소하는 일상의 행위인 일거수일투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자각과 그 위의를 강조하였다. 하나의 빈틈도 없이 한 찰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삶이 그대로 수행이고 그대로 깨침이며 삶이 그대로 평상심의 실천이고 자신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선자들의 행위는 일종의 규범이라면 규범이고 도덕이라면 도덕이며 종교라면 종교이기도 하였다. 이 점이 인도로부터 중국에 전승된 계율 정신의 계승발전이었다. 그리하여 달리 특별하게 성문화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이 곧 청규의 등장이었다. 청규는 붓다의 정신을 새롭게 당시의 선의 생활에 맞게끔 재정비한 일종의 현전승가의 규범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애당초 청규는 선계(禪戒)와 똑같지는 않다. 선계는 선의 근본정신을 명시하고 계율에 근거한 자리이타를 강조한 것이다. 이에 비하여 청규 출현의 본래 정신은 총림 자체에 국한해서 규정한 규범적인 성격으로서 개별적인 소임을 정하고 그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명시한 것이다. 따라서 선의 행위는 모두 규범으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넓은 의미에서 선원의 규범이 지니고 있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체중생에 대하여 대자대비심을 일으킨다. 지혜를 추구하고 깨침을 실천하는 선자는 지구촌의 모든 인류에 대한 분별없는 평등심을 일으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은 보살정신의 구현이기도 하다. 보살도는 바로 대자대비심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깨침을 추구하고 실현한다. 선자는 반드시 깨쳐야 하고 그 깨침을 실현해야 한다. 깨침이 없는 선자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자일 뿐이다. 깨침은 자기 마음으로부터 일어나야 하고 그것이 자기 몸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주변에 확대되어 가야 한다. 깨침의 사회화이기도 하고, 달리 세제 및 출세제 선법의 실현이기도 하다.

셋째는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에 위의를 정제한다. 세상에 한 점 인연으로 나온 사람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의의를 지키며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손으로 발로 머리로 마음으로 동작으로 타인과 자연을 대하는 심신의 행위에 부끄러움이 없고 어그러짐이 없는 자연행위를 드러내야 한다.

넷째는 가치를 창출한다. 천진스러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세간에서 거짓 없이 행동하며 자타(自他)를 각만(覺滿)하게 하는 화주(化主)를 실천하고 스스로가 안심을 구족하는 것이다. 아미타불이 가피력 내지 자신의 능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안심(安心)을 바탕으로 입명(立命)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세간과 출세간을 분별하지 않는다. 주머니에 담겨 있는 보배는 그저 보배 자체일 뿐이다. 그것은 반드시 사용하는 사람의 몫으로 드러나야 한다. 입이 있어도 말할 수 없고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는 깨침이라면 환각에 불과하다. 깨침은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규정된 범위를 깨고 밖으로 드러나 작용한다는 것이 깨침의 속성이다. 정녕 깨침을 얻은 자라면 환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각으로 그 가치를 인정하고 드러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깨침의 본래 작용이다.

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어느 한 가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초월성에 있다. 규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규범이라는 최소한도 범주의 틀에 걸리지 않고 규범이라는 언어의 정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선의 규범이라 해도 규범적인 굴레를 초월해 있어 규범적인 선이 아니고 선적인 규범일 뿐이다. 달리 선의 본래성 내지는 선의 규범성이다. 단순한 선의 규범은 선의 규범적인 성격에서 규정되어야 하겠지만 본격적인 선의 규범은 규범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있는 선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이것은 규범에만 제한된 선이 아니고 선에만 제한된 규범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보편적인 선의 규범이다. 보편적인 선의 규범은 선의 본래 정신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 자체의 깨침이다. 선의 본래성이란 자체의 깨침에서 타인을 향한 교화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적인 규범성이란 수처작주하고 입처개진하는 것이다. 곧 이르는 곳마다 선적으로 성숙하고 완성되는 것이며, 서 있는 곳마다 선적으로 자연을 대하고 사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 도리가 곧 선의 규범이다. 이를테면 선의 작용이 현성하는 것이다. 선의 작용은 지혜의 터득과 그로 인한 깨침이다. 나아가서 자각과 타각뿐만 아니라 각행궁만에까지 이른다. 나와 남에게 선으로 충만한 붓다의 정신을 드러내고 그에 의하여 다시 붓다에게로 자신을 되돌리는 것이다.

이것은 규범이라는 것을 굴레 또는 억제라는 표면적인 의미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규범의 본래적인 의미가 보다 많은 사람이 질서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궁극적인 인류사회의 목표를 선양하는 데 있다는 것으로 본다면 선이 지향하는 보편적인 규범의 목표와 부합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선의 규범은 특별히 한 가지를 규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를 지불하는 형식이 아니다. 곧 무엇을 위한다기보다는 스스로가 자기의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본래심의 발로에 기초하고 그것을 자신의 행위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내지 대자연적인 관계로 승화시켜 나아가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선의 정신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배게 될 때 비로소 그것은 선의 규범이라는 옷을 걸치게 된다. 그리하여 선은 필연적으로 지혜를 통하여 마음의 자유를 구가하는 특수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이고 공동적이고 보편적인 규범을 통하여 타인에 대한 대자대비의 실현을 이끌어내게 된다. 《조계종 선원청규》의 제정은 바로 이와 같은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

 

김호귀 /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동 대학원 선학과(석사, 박사) 졸업.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 강사 역임. 저서로 《묵조선 연구》 《선과 수행》 《금강경 찬술》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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