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묵 《초기불교 이해》(초기불전연구원, 2010)원음과 육성이 담긴 체계적 교리 해설서 /

초기불교 이해
각묵 지음 | 초기불전연구원
한국에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한 테라와다 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이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무렵 전후해서 초기불교 및 테라와다 불교를 포함한 인도불교의 원전을 배우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인도, 스리랑카, 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 유학을 떠났다. 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승려와 학자들은 인도불교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해 왔다. 외국 유학에서 빠알리어와 산스끄리뜨어 원전을 익힌 학승과 학자들 가운데 초기경전의 번역에 몰두하고 있는 대표적인 두 그룹이 있다. 초기불전연구원과 한국빠알리성전협회이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인도에서 유학한 대림 스님과 각묵 스님이 《아비담마길라잡이》 《청정도론》를 먼저 번역하였고, 빠알리 주석서의 초기경전 해석에 근거해서 《디가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 《상윳따 니까야》를 번역했으며, 4부 니까야 가운데 《맛지마 니까야》를 가까운 시일에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전재성 박사가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면서 《쌍윳따 니까야》 《맛지마 니까야》 《앙굿따라 니까야》와 《숫타니파타》 《법구경 -담마파다》 《우다나―감흥 어린 시구》를 번역하였고 《디가 니까야》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곧 우리는 이 두 그룹에 의한 4 니까야 완역 2 종류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초기불교 및 테라와다 불전을 빠알리 원전에서 직접 번역한 글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된 점에서 초기불교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이제 지금까지의 초기불전 번역의 성과에 대한 종합적이며 학술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시일에 초기불전 번역에 대한 학술적 검토를 하는 자리를 기대해 본다.

이번에 소개하는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 이해》(2010년 8월)는 그동안 테라와다 아비담마와 주석서에 근거해서 초기불전을 번역해 온 스님의 역작이다. 이 책은 초기불교 교학 체계와 수행론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초기불교를 심도 있게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책이다.

제1장 들어가는 말에서 본서의 특징을 저자 각묵 스님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29-30쪽)

첫째, 본서는 빠알리 삼장을 토대로 한 초기불교 개론서라고 강조하고 싶다. 본서를 만들면서 한역되었거나 중국에서 저술한 한문 자료는 일차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 범어 원전과 대조하지 않고 인용하는 한문 자료는 오해나 곡해의 소지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더 구체적으로는 빠알리 경장, 그 가운데서도 4부 니까야를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자료들이야말로 부처님의 원음과 직계제자들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셋째, 특히 본서는 《상윳따 니까야》를 중심에 두고 있다.《상윳따 니까야》는 5온·12처·18계·22근·4제·12연기와 37보리분법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 체계를 심도 깊게 다룬 경들을 56개의 주제로 잘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본서는 초기불교에 대한 단순한 입문서가 아니라 초기불교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든 본격적인 초기불교 교리서 혹은 초기불교 해설서라고 말하고 싶다.

다섯째, 전통적인 권위를 외면하면 자칫 저자의 잘못된 이해와 독선에 빠질 위험이 많기 때문에 본서는 철저하게 《청정도론》과 《아비담마 길라잡이》와 주석서 문헌들을 의지하고 있음을 밝힌다.

여섯 째, 본서에서는 빠알리 술어들과 한문 술어들이 많이 나타나서 전체적으로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본서에서는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본서를 정독하면 초기불교의 교학 체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 째, 본서에 첨부하려던 경전의 내용은 ‘가려뽑은 초기불전’의 제목으로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러한 특징이 있는 이 책은 4편 3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큰 틀은 제1편 초기불교의 기본 주제, 제2편 초기불교의 교학, 제3편 초기불교의 수행, 제4편 초기불교의 주요 술어의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본서는 상윳따 니까야의 법의 분류 체계를 기본으로 하여 구성되었다. 1편에서는 초기불교의 기본주제는 세 가지 행복의 추구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법에 대한 통찰을 통한 열반의 실현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2편에서는 초기불교의 교학을 사성제, 5온, 22근, 12처, 18계, 해탈·열반의 실현방법, 12연기를 중심으로 정리한 후, 3편에서는 초기불교의 수행을 37보리분법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 4편에서는 초기불교의 주요 술어로 사마타와 위빠사나, 해탈, 삼학, 5법온, 7청정, 윤회, 성자를 선별하여 부가 설명을 하고 있다. 초기불교 이해를 위한 핵심적인 내용은 대부분 망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보는 본서의 특징 및 보완할 점 몇 가지에 대해서 정리해 보면서 본서에 대한 서평을 가름하고자 한다. 먼저 본서는 기존의 유럽과 일본 등지의 초기불교 연구를 이끌어온 세계 학계의 초기불교 연구 성과에 의존하지 않고, 저자의 초기불전 및 테라와다 원전 번역 성과에 근거한 해설서라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본서는 저자의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의 틀을 보여주고 있는 의미 있는 저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본서는 불교 입문서라기보다는 초기불교를 교학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한 전체적인 틀을 보여주고 있어 전문가를 위한 초기불교 해설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초기경전과 테라와다 불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며, 이 책을 통해서 초기불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본격적인 초기불교 이해를 위해서는 초기경전과 주석서 등에 더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는 점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이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듯이, 빠알리어 삼장 가운데 경장을 주요 자료로 사용한 본서는 초기경전을 해석하는 시각이 테라와다의 주석서와 아비담마에 충실하게 입각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초기불전연구원의 기본적인 번역 태도이기도 하다.이러한 태도에 입각해서 빠알리 불전을 해석하는 것은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는 없었기 때문에 가치 있고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앞으로 산스끄리뜨 원전이나 다른 언어로 남아 있는 초기불교의 원전과의 비교를 통한 심도 있는 연구가 기대된다. 특히 산스끄리뜨로 남아 있는 설일체유부의 《아비달마구사론》과 그곳에 인용된 초기불전의 내용의 검토, 그리고 한역된 《아비달마대비바사론》과 그곳에 인용된 아함과 빠알리 니까야와의 비교연구는 초기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고, 현재의 테라와다 불교의 특징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서는 초기불교의 기본 주제가 주석서에서 정리한 것과 같이 행복의 추구에 있다고 보고, 궁극적인 메시지를 열반으로 보면서 열반에 이르기 위한 초기불교의 교학의 체계와 37보리분법을 중심으로 한 수행론을 정리하고 있다.

본서의 핵심을 이루는 2편의 교학 부분에서 핵심적인 교학을 잘 정리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3편의 수행 부분에서 37보리분법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는 《청정도론》과 《아비담마길라잡이》를 참조해 보라고 하고 있을 뿐이어서, 37보리분법의 유기적인 관계에 대한 설명이 제시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7보리분법은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왜 이렇게 분류되어 있는지 좀더 분석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5온, 12처, 18계, 22근, 4제, 12연기, 37보리분법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초기불교의 교학 체계와 수행 체계는 과학적인 접근 방법이다(24쪽)라고 하고 있는데, 과학적이라는 표현은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저자가  ‘과학적’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초기불교의 가르침이 합리성, 체계성에 바탕하고 있고, 분석적이며, 수학을 토대로 하여 전개되는 과학이라는 현대의 방법론과 일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과학적’이라는 말이 반드시 ‘객관성을 담보하는 진리’를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적 진리’는 ‘과학자 집단에 의해 인정된 한정적이며 일시적인 진리’라고 한다. 즉 기존의 과학적 진리에 위배되는 새로운 사실이 발결될 때마다 과학적 진리는 변해 왔다. 즉 세계를 보는 틀인 패러다임이 바뀌어 왔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을 본다면,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 체계를 과학적이라고 보는 것은 일부 전문가 집단에 의해 인정된 ‘가변적’이며 ‘한정된’ 진리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서양의 과학이 3인칭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경험적, 분석적, 가치중립적으로 탐구한다면, 불교는 1인칭적인 입장에서 사실을 경험적, 분석적, 열반지향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탐구한다고 볼 수 있다. 서양 과학과 불교의 경험주의적 태도는 공통점도 있지만 분명히 차이점도 있기 때문에 ‘과학’이라는 용어로 불교를 수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4편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본서에서는 위빳사나로 표기)는 부처님의 직설이며, 사마타는 삼매이며, 위빠사나는 통찰지와 연결되어 있음을 밝힌 것, 사마타는 개념을 대상으로 하고, 위빠사나는 법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초기불전에 등장하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바로 현재 테라와다 불교권에서 대중화된 수행법의 뿌리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 가지 《청정도론》에서 40가지 주제로 정리된 사마타의 대상에 대한 소개와 그 경전적인 근거가 제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초기불교와 아비담마는 아공법유(我空法有)를 주장하는가’라는 소제목(156쪽)에서 반야·중관을 추앙하는 자들은 아비담마의 입장을 아공(我空)은 설하지만 법공(法空)은 말하지 못하고, 법유(法有)를 주장한다고 비난하며, 아비담마를 소승이라고 폄하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비담마가 유위법의 무상, 고, 무아라는 보편적 성질[共相]을 주장하기 때문에 법공(法空)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분석적이고 논리적으로 제법을 명쾌하게 설명한다고 실유(實有)라고 해 버리는 반야 중관이야말로 법의 법 자도 모르는 악취공(惡臭空)에 빠진 자들이라고 저자는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과연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입장이라고 비판한 부파불교가 테라와다였는가 하는 점이다.

기원 전후에 인도 대륙에서 생겨난 대승운동가들이 비판한 부파불교의 주된 흐름은 설일체유부 계통의 상좌부였지, 스리랑카에 전해진 테라와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실유설(實有設)은 테라와다의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설일체유부가 주장한 법실유설이 과연 반야, 중관사상에서 비판한 법유설(法有設)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승운동가들이 비판한 부파불교는 남방 테라와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저자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악취공의 한자는 惡取空(durgṛhītā śūnyatā)으로, 잘못 파악한 공(空) 즉, 공(空)을 허무주의적으로 잘못 이해한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또한 본서가 보여주는 열반 지향적인 입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좀 더 상세하게 인천교(人天敎)의 입장에서 차제설법의 의미를 밝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즉 33쪽 이하에 간단하게 설명된 금생의 행복과 내생의 행복에 대한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다루어 주었다면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열반에 이르는 노정이 분명하게 이해되었을 것이다.

초기불교의 세계관을 일체(一切)의 의미로 제시된 12처와 연관해서 설명하는 것은 좋지만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라는 삼계(三界)를 중심으로 윤회와 함께 설명해 준다면, 존재세계에서 인간의 위치와 인간의 삶이 열반을 지향하는 데 왜 중요한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각묵 스님의 《초기불교이해》는 불교를 체계적이며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서이자 초기경전을 이해하기 위해서 《청정도론》 《아비담마 길라잡이》 등과 함께 늘 곁에 두고 참고하면서 보아야 하는 불교 이해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 교수. 서울대 철학과 졸업, 동경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불교학연구》 편집위원장, 한국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 대한불교조계종 한국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선임연구원 등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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