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종교헌법 사례 분석

1. 서론

1) 종교헌법이란?

종교헌법이란 무엇인가? 종교헌법이라는 단일의 헌법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국의 법체계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법률·명령·자치법규 등 무수히 많은 하위규범으로 단계를 이루고 있다. 각 단계의 규범들은 그 효력과 관할 사항을 달리하기 때문에, 그 규율 대상도 헌법사항·법률사항·명령사항 등으로 구별된다. 여기서 헌법사항(憲法事項)이라 함은 당위론 차원에서 헌법이 규정하여야 할 사항, 마땅히 헌법에 규정되어야 할 사항을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헌법은 이러한 의미의 헌법사항만으로 구성된 헌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현실에 있어 이러한 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백히 헌법에 담겨야 할 사항이 법률 등 하위규범에 들어가 있거나, 그 반대일 경우에는 헌법의 최고 규범성이 크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헌법에 포함되어야 할 사항과 포함되어도 무방한 사항 그리고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사항에 대한 판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각국 헌법전에 담긴 종교와 관련 있는 규정을 총칭하여 종교헌법(宗敎憲法)이라 부르기로 한다.

무릇 헌법은 그 시대의 주류적 정치이념과 사회·경제·문화적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역사적 산물이기 때문에, 헌법의 내용은 각 국가가 처한 장소적 그리고 시대적 조건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세계 헌법은 각기 나름의 다른 고유성과 독자성을 가지고 있고, 동일한 나라에서도 헌법은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그렇다고 헌법이 고유성과 독자성만 띠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은 그 자체가 자기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서 기본적인 가치적 결단을 체계화한 것이라는 점에서는 일반성·보편성도 띠고 있다. 다시 말해 헌법에 담긴 내용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지만, 헌법이 추구하는 궁극의 가치는 모든 국가가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헌법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개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현대의 세계 헌법은 일반적으로 첫째, 국가적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 내지 원칙, 둘째, 개인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셋째, 정치적 통치기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위의 3가지 필수적 헌법사항 사이의 관계는 둘째인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목적이고, 첫째와 셋째는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종교도 필수적인 헌법사항인가? 인류의 역사는 곧 종교의 역사라 할 수 있다. 특히 서구에서는 헌법 자체가 종교혁명이나 종교전쟁과 같은 종교적 대변혁의 결과물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장구한 기본권의 역사는 종교의 자유에서 기원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원초적 기본권이며,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고전적 기본권이다. 실제 각국의 헌법전을 비교 고찰하여 보더라도, 현대국가의 헌법이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보장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또한 당연한 현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어느 국가의 헌법에 종교에 관한 규정이 없으면, 그 국가는 헌법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종교는 헌법의 필수적인 규율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2) 종교헌법에서 ‘헌법’과 ‘종교’

세계의 종교헌법에서 ‘헌법’은 형식적 의미의 헌법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불문헌법의 국가나 성문헌법의 국가 중에서도 헌법체계를 달리하는 소수의 국가에서는 헌법적 법률에서 종교에 관하여 규정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헌법에 기본권에 관한 별도의 장을 두지 아니하고,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1789년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과 1905년의 정교분리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또한 개별 국가의 헌법만이 아니다. 유럽의 경우 종교의 자유는 개별 국가의 헌법뿐만 아니라 27개국의 연합체인 유럽연합의 인권협약(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과 유럽연합 기본권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에서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종교헌법에서 ‘종교’에 관한 표현도 시대에 따라, 국가에 따라 다르다. 헌법에 따라서는 종교의 자유를 신교의 자유, 신앙의 자유 등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넓은 의미의 기본권, 자유와 권리 등에 포함시켜 명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예도 있다. 헌법의 종교 관련 규정들은 초기에는 비교적 간략하였으나, 점차 그 내용이 추가되고 풍부해지면서, 분화되고 개별조항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여 오고 있다. 세계 헌법상의 다종다양한 종교 관련 조항들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면, 크게 보아 ‘정치와 종교의 관계’와 ‘종교의 자유’에 관한 규정으로 정리된다.

이하에서는 세계 50여 개 국가의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종교 관련 조항에 관하여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개인 차원에서 다수 국가의 현행 헌법전을 확보한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 7월 국회도서관은 OECD 국가와 동아시아 주변 국가 등 35개국 헌법전을 번역하여 《세계의 헌법》(Ⅰ, Ⅱ)으로 발간하였는데, 이 책을 참고하였음을 밝혀 둔다.

2. 종교와 정치

1) 정교(政敎) 관계의 유형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국교제도를 채택하여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지 않고, 국교 이외의 종교를 억압하는 유형이다. 패전 이전 대일본제국 헌법하의 일본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고 본다. 메이지헌법도 신교의 자유를 보장하였으나(제28조), 실질적으로는 국가신도(國家神道)가 국교적 지위을 누리면서 다른 종교를 탄압하였던 것이다.

둘째는 국교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정치가 국교 이외의 종교에 대해서 관용을 보이는 유형으로, 대표적인 국가로 영국을 들 수 있다. 영국은 엘리자베스 왕조의 통일령에 의하여 국교인 영국교회(Church of England)가 생겼고, 그에 따라 영국의 국왕(여왕)은 국가의 원수인 동시에 영국 국교의 수장인 지위에 있다. 이와 같이 영국은 사실적으로는 여전히 국교를 유지하고 있으나, 명예혁명 후의 관용령(寬容令)에 의하여 비국교도 집단도 용인하고 있다.

현대 헌법 중 국교 내지 국가공인 종교 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는 타 종교에 대한 관용, 허용의 정도에 있어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이라크,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말레이시아 등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인정하는 국가들이지만, 이라크와 이집트가 샤리아법을 국법으로 하는 국가인 데 반해, 말레이시아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다르다.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은 복음주의 루터교를, 아시아의 태국, 스리랑카, 네팔 등은 불교를 국교 내지 공식인정 종교로 정하고 있으나, 이들 국가의 헌법도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타 종교에 대하여 자유를 허용하고 있다.

셋째는 정치와 종교단체를 분리하여 각각 고유 영역의 독립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경합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정교조약(concordat)을 체결하여 상호관계를 처리하는 유형인데, 그 예로 이탈리아와 폴란드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 헌법은 “국가와 카톨릭 교회는 각각 자기 영역 내에서 독립적이며 주권을 가진다. 국가와 교회의 관계는 라테란 협정(Lateran Concordat)으로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제7조). 폴란드 헌법도 “폴란드공화국과 로마가톨릭교회 간의 관계는 교황청과 체결된 국제조약과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5조 제4항). 독일도 국가와 프로테스탄트 교회에 관계되는 정치 혼합 문제들을 국가대교회조약(Staatskirchenvertrag)을 체결하여 해결하고 있다.

넷째는 정치와 종교를 엄격하게 분리하여 상호 간섭하지 않는 유형으로서, 미국을 선두로 하여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신생 독립국가 다수가 이 유형에 속한다. 세계 최초의 성문헌법이라 할 수 있는 미 연방헌법은 “연방회의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수정 헌법 제1조)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와 교회가 결합하면 국가의 파멸과 종교의 타락을 초래하기 때문에, 미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자의 엄격한 분리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헌법 제정의 아버지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2) 정교분리 원칙의 구현

헌법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원칙으로 채택하는 경우에도, 이 원칙이 갖는 헌법적 성격, 그 내용과 효력 등은 국가에 따라 상이하다.

첫째, 정교분리의 원칙을 민주주의의 원리, 사회국가의 원리와 같은 헌법의 기본원리(基本原理) 차원으로 레벨업하여 규정하고 있는 헌법이 있다. 인도 헌법은 인도를 “주권을 갖는 사회적, 정교분리적, 민주적 공화국”이라 하고(전문), 프랑스 헌법은 프랑스를 “비종교적, 민주적, 사회적, 불가분적 공화국”이라고 한다(제1조). 그리고 터키 헌법은 터키공화국을 “법률에 따라 통치되고, 공공의 평화와 국민통합 및 정의를 유념하며. 인권을 존중하고 ……전문에 규정된 근본정신에 기반을 둔, 민주적이며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사회국가”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헌법의 기본원리는 헌법의 이념적 기초인 동시에 헌법을 지배하는 지도원리로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따라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채택되었다는 것은 곧 정교분리의 원칙이 국가에 있어 입법이나 정책 결정의 방향을 제시하고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국민·국가기관이 이를 존중하고 수호하도록 하는 지침이 되며, 기본권을 해석하거나 기본권 제한 입법의 합헌성을 심사함에 있어 해석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의 기본원리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은 대체로 그 위치도 헌법전의 편별로 보아 전문이나 총강과 같은 전반부에서 규정하고 있다.

둘째, 정당과 종교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는 헌법도 있다. 현대 정당제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정당을 배제하고는 민주주의나 정치를 논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정당과 종교의 분리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터키 헌법은 “정당의 정강, 정책 그리고 그 활동은 민주적이며 정교분리의 공화정 원칙과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고 있고(제68조), 포르투갈 헌법은 “정당은 특정 종교 또는 교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표현 또는 국가나 종교의 상징과 혼돈될 수 있는 표상물을 포함한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제51조). 그리고 멕시코 헌법은 “성직자는 정치적 목적으로 단결하거나 정무직 후보, 정당, 정치단체에 대한 지지나 반대 의견을 설교할 수 없다. 어떤 종파와 관련된 단어나 기타 표시가 명칭에 포함된 정치단체의 설립은 엄격히 금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30조).

셋째, 정교분리의 원칙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객관적 질서 내지 제도로 보고, 종교의 자유와 함께 그 전후에 규정하는 헌법도 있다. 이 경우에도 그 내용은 다양하다. 오스트레일리아(제116조)나 필리핀(제5조), 멕시코 헌법(제24조)은 미 연방헌법 수정 제1조를 거의 그대로 모방하여 국교를 설립하거나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금지하는 법률의 제정을 금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헌법은 먼저 “신교의 자유는 누구에 대해서도 이를 보장한다.”라고 하여(제20조 제1항, 제1문)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어 정교분리 원칙의 내용을 세분하여 국가로부터 종교단체에의 특권 부여의 금지(제20조 제1항 후단, 제89조), 종교단체의 정치권력 행사 금지(제20조 제1항 후단), 국가의 종교활동 금지(제20조 제3항)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3) 국가의 종교적 다양성 존중

오늘날 지구촌 시대에 있어, 어떠한 국가도 단일문화, 단일민족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성립 시부터 다민족, 다종교, 다언어 국가로 출발한 국가도 없지 않지만, 현대에 이르러 세계화 내지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다문화 국가로의 전환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많은 국가들이 종교적, 언어적, 인종적 다양성을 보호하는 규정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 기본권헌장은 “유럽연합은 문화, 종교 그리고 언어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22조), 스웨덴 헌법도 “공공기관은 민족, 언어, 종교적 소수집단이 고유의 문화와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개발할 기회를 확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조). 그리고 남아프리카 헌법은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문화, 종교 또는 언어 공동체에 속하는 자들은, 해당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a.각자의 문화를 향유하고 각자의 종교를 실천하며, 각자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와 b.문화, 종교 및 언어 단체와 기타 시민사회 조직을 결성, 가입 및 유지할 권리를 거부당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31조).

3. 종교와 평등

① 헌법상 평등 규정은 대체로 일반적 평등원칙과 특별한 차별금지 원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 평등원칙’은 기본권 보장을 위한 최고의 헌법원리로서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제1조)에서 최초로 규정되었던 원칙으로, 대부분의 현대 헌법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보장하고 있다. 현대 헌법은 위의 일반적 평등원칙을 보장하는 선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여러 가지 사유를 열거하면서 차별을 금하고 있다.

차별금지 사유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대 헌법에서 종교는 가장 대표적인 차별금지 사유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많은 차별금지 사유를 열거하고 있는 것은 유럽연합 기본권헌장이 아닌가 한다. 유럽연합 기본권헌장은 먼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제20조) 일반적 평등의 원칙을 규정하고, 이어 “특히 성별, 인종, 피부색, 민족적 혹은 사회적 출신, 유전적 특징들, 언어, 종교, 세계관적 확신, 정치적 견해 혹은 그 이외의 다른 견해, 어떤 소수민족에의 소속, 재산, 출생, 장애, 연령 혹은 성적인 지향으로 인한 차별은 금지된다.”라고 하여(제21조) 무려 17개의 차별금지 사유를 예시하고 있다.

② 헌법 중에는 차별금지라는 소극적 평등 실현에 그치지 않고, 처우 개선 프로그램을 활용한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예도 있다. 캐나다 헌법은 대부분의 헌법의 예에 따라 일반적 평등원칙과 특별한 차별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의 동등한 보호와 혜택을 누릴 권리까지 보장하고 있다. 캐나다 헌법은 “인종, 국적 내지 민족 출신, 피부색, 종교, 성별, 연령 또는 정신적 장애 내지 신체적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자들을 포함하여 불이익을 받은 개인 내지 집단의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 여하한 법률, 프로그램 내지 활동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하여(제15조 제1항), 일종의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Affirmative Action)를 예상하고 있다.

③ 일반적 평등원칙과 특별한 차별금지 원칙에 따라, 종교를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특정 기본권의 경우, 이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예도 있다.

먼저 종교를 이유로 정치적 영역에 속하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헌법이 있다. 중국 헌법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으로서 18세에 달한 자는 민족, 인종, 성별, 직업, 가정, 출신, 종교, 신앙, 교육 정도, 재산 상황, 거주 기간에 관계없이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한다(제34조). 이와 유사한 규정은 베트남 헌법(제54조)과 북한 헌법(제66조)에서도 발견된다. 인도 헌법은 “종교, 인종, 카스트, 성별을 이유로 선거인명부로부터 제외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제325조).
다음으로 종교를 이유로 사회적 영역에 속하는 고용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도 있다. 인도 헌법은 “종교를 이유로 국가 공직에의 고용 또는 임명에 부적격으로 되거나 차별받지 않는다.”고 하고(제16조), 포르투갈 헌법은 “종교 및 정치적·이념적 신념을 이유로 적정한 보수를 받을 권리 등 근로자의 권리를 제한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59조 제1항).

4. 종교의 자유

1) 입법례

인류의 역사는 기본권 확장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기본권은 근대 시민혁명 사상인 자유와 평등 등을 이념으로 하는 개인 차원의 제1세대 기본권에서 출발하여, 제1차 세계대전 후에는 인간다운 생존권과 사회적 기본권 등 국가적 차원의 제2세대 기본권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제2차 대전 이후에는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평화권, 환경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부터 이익을 받을 권리 등 국제적 차원의 제3세대 기본권이 등장하여 기본권의 목록은 더욱 풍부하게 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는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 정보 프라이버시권, 정보문화 향유권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정보인권을 제4세대 기본권으로 부르기도 한다.

종교의 자유는 제1세대 기본권의 시발점으로서, 가장 고전적인 기본권에 속한다. 그 후 종교의 자유는 양심, 사상,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 영역으로 그 외연을 확장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그 자체 내용을 심화하여 오고 있다. 그 결과 종교의 자유의 입법례는 지극히 다양하다. 종교·신앙의 자유라 하여 종교와 신앙이란 표현을 중복하여 겸용하고 있는 예도 있다. 그리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신조의 자유 등 인접한 정신적 기본권과의 관계에서는, 독자적으로 규정하기도 하고, 동일 조항에서 병렬적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2) 주체

대부분의 헌법이 종교 자유의 주체에 관하여 󰡐누구나󰡑 혹은 󰡐모든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국, 베트남, 북한 등의 헌법에서는 󰡐공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헌법은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제68조), 중국 헌법은 “종교를 믿는 공민과 종교를 믿지 않는 공민을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36조). 북한 등 사회주의국가의 헌법상 기본 권리의 주체로서의 ‘공민’은 집단주의 원칙에 기초하여 사회주의에 의해 규제된 권리를 누리는 국가 구성원으로서, 자유로운 윤리적 주체로서의 개인을 의미하는 일반 자유민주국가의 헌법상의 기본권 주체와 다르다.

외국인에게 종교의 자유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헌법도 있다. 스웨덴 헌법은 국내에 있는 외국인도 종교단체 등에 가입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 예배의 자유 등에 있어서는 스웨덴 국민과 동일한 권리를 누린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2조). 더 나아가 외국인에게 종교적 망명권(亡命權)까지 인정하고 있는 헌법도 있다. 헝가리 헌법은 “헝가리공화국은 고국이나 거주 국가에서 인종이나, 국적, 특정 사회단체에의 협조, 종교적 또는 정치적 신념을 근거로 기소당하거나 기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외국인으로서 고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자에게 망명권을 확대 적용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65조 제1항). 또한 독일은 1933년 1월 30일과 1945년 5월 8일 사이 히틀러 체제하에서 정치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이유로 국적을 박탈당한 구독일 국민과 그 자손의 국적 회복을 허용하고 있다(제116조 제2항).

3) 본질적 내용

세계의 종교헌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각 헌법마다 그 형식과 내용이 크게 다르다. 종교의 자유 내용은 주체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종교단체의 자유로, 그 성격에 따라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 등 여러 갈래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신앙의 자유는 초자연적이거나 초인간적인 존재나 본질에 대한 내면적 확신을 말한다. 이러한 신앙의 자유는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적 작용으로서,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그 때문에 헌법 중에는 신앙을 종교와 혼용하는 예가 많다. 이 신앙의 자유에는 적극적으로 신앙을 선택하는 자유, 변경하는 자유, 고백하는 자유 등이 있다. 그리고 신앙의 자유는 소극적으로 본인의 뜻에 반하여 신앙의 선택을, 신앙의 변경을, 신앙의 고백을 강제 받지 않을 자유 등이 있다. 또한 종교적 신념을 선서하도록 강제 당하지 않고, 종교적 신조, 세계관, 신앙을 이유로 시민권과 국민으로서의 권리, 공직에 취임할 권리 등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이 신앙의 자유에는 무신앙의 자유도 포함된다. 슬로바키아 헌법은 “국민은 종교를 가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제1항).

② 종교적 행사의 자유는 기도, 예배, 예불 등 신앙을 외부에 표명하는 모든 의식 또는 축전을 말한다. 종교적 행사는 개인적으로도 행해지지만 신도들과 더불어 집단적으로 행하여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종교적 행사의 자유에는 이를 적극적으로 주관하거나 참여하는 자유뿐만 아니라. 이에 참여를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 참여하였다가 탈퇴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다. 남아프리카 헌법은 일정한 조건하에서 “종교적 의식을 국가시설 또는 국가가 지원하는 시설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5조), 룩셈부르크 헌법은 “휴일에 종교행사에 참석하거나 참관하도록 강요받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0조).

③ 종교적 표현의 자유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그 형태를 기준으로 개인적 표현의 자유와 집단적 표현의 자유로 대별할 때, 전자에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후자에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각각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종교적 표현에서도 타당하다. 종교적 신조를 언론·출판을 통하여 표현하는 종교적 언론의 자유와 종교적 출판의 자유가 있고, 신자들이 종교적 목적으로 회합하는 종교적 집회의 자유와 단체를 결성하는 종교적 결사의 자유가 있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이 종교적 결사체로서의 󰡐종교단체의 자유󰡑이다. 슬로바키아 헌법은 “교회와 종교단체는 자체 업무를 관장한다. 특히 이들은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자체 기관을 설립하고, 성직자를 임명하며 종교 조직 기타 교호기관을 설립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제3항).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는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를 선전하거나 신도를 규합하기 위하여 선교하는 자유가 포함된다. 선교의 자유에는 타 신도에 대하여 개종을 권고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④ 종교교육의 자유를 들 수 있다. 종교와 교육은 한 나라의 문화를 구축하는 양대 요소로서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상보적 개념이다. 이에 헌법은 종교와 교육에 관하여 각기 독립조항에서 규정하면서 동시에 종교교육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실현시켜 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에는 국가로부터 종교교육을 받을 권리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종교교육은 종교 일반을 국민 일반에게 교육하는 보편적 공교육, 특정 종교단체에서 해당 신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적 사교육 그리고 국가적 재정지원을 받는 공공적 사교육 등으로 나누어 실시된다.

먼저 모든 국민은 보편적 공교육으로서 종교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벨기에 헌법은 “학령에 달한 모든 학생들은 공동체의 비용으로 도덕 또는 종교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제3항). 여기서 종교는 인류 공통의 정신적 유산으로서의 종교 일반이어야지 특정 종교여서는 안 된다. 일본 헌법은 “국가 및 그 기관은 종교교육과 기타 어떠한 종교적 활동도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교육과 종교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제20조 제3항). 또한 종교의 자유 자체에 대한 교육도 포함된다. 벨기에 헌법은 “모든 사람은 기본적 권리와 자유에 대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4조 제3항).

다음으로 종교단체의 종교교육 자유도 인정된다. 국가에 따라서는 사적 종교단체가 교육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예도 있다. 폴란드 헌법은 “교회 기타 합법적으로 인정된 종교단체는 학교에서 종교교육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53조 제4항). 그러나 종립 교육기관의 종교교육은 참가자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국가는 사적 종교단체가 종교적 교육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대상 종교단체를 종교나 종파에 따라 차별하여서는 안 된다.

4) 부수적 내용

① 헌법 중에는 가정이 갖는 종교적 가치를 특별히 중히 여겨, 부모의 자녀에 대한 종교교육권을 보장하는 예도 있다. 이라크 헌법은 “가정은 사회의 기초이므로 국가는 그 실체와 종교적, 도덕적, 애국적 가치를 보호한다.”라고 규정하고(제29조 제1항), 이집트 헌법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가족제도의 헌법적 보장의 바탕 위에 부모의 자녀에 대한 종교적 교육권과 교육의 의무가 나온다. 아일랜드 헌법은 “국가는 아동의 제1차적인 자연적 교육자는 가정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부모가 자신의 방식에 따라 자녀에게 종교적, 도덕적, 지적, 사회적 교육을 제공할 권리를 갖는 것을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2조 제1항). 그러나 부모의 자녀에 대한 종교교육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이에 관하여 폴란드 헌법은 “부모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그들의 자녀를 양육할 권리를 가진다. 그러한 양육은 자녀의 성숙 정도와 자녀의 양심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자녀의 신념을 존중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8조 제1항).

② 구금자가 종교 상담자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예도 있다. 일반인에 비해 특히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상태에 있는 자는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에 각국의 헌법과 형사법은 체포 또는 구속 상태에 있는 자를 위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체포구속 적부심사 청구권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남아프리카 헌법은 “법정 선고를 받은 수감자를 포함해 모든 구금자에게 본인이 선택한 종교 상담자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제35조).

③ 행정 조사 시 종교적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도 있다. 현대 국가에서 인구나 주택 등에 대한 통계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거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예방과 대책을 강구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기본 자료이다. 따라서 인구주택조사 등 행정 조사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문제는 컴퓨터 등 최첨단 전산기기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적 비밀과 자유의 침해이다. 이와 관련하여 포르투갈 헌법은 선구적이다. 포르투갈 헌법은 “컴퓨터를 철학적 또는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신조, 사생활 또는 인종 등에 관한 자료를 처리할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제35조),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통계적 자료를 수집하는 경우가 아닌 한, 어떤 기관도 개인의 신념 또는 종교적 행사와 관련하여 질문해서는 안 되며, 그 누구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41조 제3항).

④ 종교적 병역거부권이 있다. 다수 국가의 헌법은 종교적 신념과 병역의 의무가 상충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책으로 대체복무(代替服務)를 인정하고 있다. 폴란드 헌법은 “모든 폴란드 국민은 조국을 수호할 의무를 진다. 자신의 종교적 확신 또는 도덕적 원칙 때문에 군 복무를 수행할 수 없는 국민은 법률로 정해진 원칙에 따라 대체복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대체복무에 관해서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85조). 독일, 스위스, 스페인,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핀란드, 헝가리, 러시아 등이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5) 한계와 제한

① 신앙의 자유는 인간 내심의 내면적 확신으로 절대적 기본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수 없으나, 종교적 행사의 자유, 선교의 자유 등 그 밖의 종교의 자유는 무한계,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도 일정한 내재적 한계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중도덕을 무시할 수 없으며, 법률 준수를 거부할 수도 없다. 또한 남용해서도 안 된다. 터키 헌법은 “헌법에 규정된 어떠한 권리와 자유도 영토와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의 분할불가한 보존을 침해하고 인권에 기반한 터키공화국의 민주적이며 정교분리의 질서존속을 위태롭게 할 목적으로 행사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4조).

일반적으로 헌법은 종교의 자유 보장과 그 제한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 헌법이 들고 있는 제한 목적으로는 국가안전보장, 공공질서와 공중도덕, 올바른 관습, 위생과 건강 등 다양하다. 중국 헌법은 “누구든지 종교를 이용하여 사회질서를 파괴하거나 공민의 신체, 건강에 해를 끼치고 국가의 교육제도를 방해하는 활동을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36조). 러시아 헌법은 “사회적, 인종적, 종교적 반목을 야기하는 선전 또는 선동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9조 제2항). 터키 헌법은 “기본권과 자유는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직 법률에 의해 그리고 헌법의 관련 조항에 언급된 근거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제한은 헌법의 문언 및 정신, 민주적 사회질서와 정교분리, 공화정의 규정 그리고 비례 원칙과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하여(제13조), 종교의 자유를 포함하여 모든 기본권 제한의 형식과 한계 등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으로 외세에 의존하는 매국종교(賣國宗敎)의 불허 규정을 들 수 있다. 북한 헌법은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질서를 해치는 데 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제68조), 중국 헌법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36조). 통상 사회주의·전체주의적 국가는 체제 수호를 위하여 외국 종교 세력의 침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데, 이는 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②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의 원칙은 ‘평상시’ 내지 평화 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일단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원칙이 일시적으로 배제되고, 명령이나 처분 등 특별조치에 의해 제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상사태하에서도 종교의 자유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이 있다. 포르투갈 헌법은 “계엄 상태나 비상사태의 선포는 그 어떤 경우에도 생명권, 인간 존엄성, 개인의 정체성, 시민의 자격 및 시민권, 형법의 불소급, 피고의 항변권,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9조). 폴란드 헌법(제233조)과 스페인 헌법(제55조)도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헌법 중에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개정의 한계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있다.

포르투갈 헌법은 헌법개정에서도 정교분리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288조), 그리스 헌법(제110조)과 러시아 헌법(제135조)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헌법개정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5. 종교와 통치구조

헌법상 국가 통치 구조 부분과 관련 있는 종교 규정으로 다음의 사항이 있다.
① 먼저 국가원수의 신앙 문제이다. 특히 군주국가에서는 국왕의 종교를 헌법에서 명시하는 예가 많다. 예컨대 노르웨이(제3조), 덴마크(제6조), 스웨덴(왕위계승법 제4조) 등 복음주의 루터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국가의 헌법에서는 국왕이 복음주의 루터교를 신봉하고, 이를 지지하며, 왕위를 계승할 자녀들에게 교육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태국 헌법도 “국왕은 불교도이고 불교의 지지자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9조).

② 국왕, 대통령, 의회의원 등 최고위 공직자들의 취임선서 문제이다. 취임선서의 내용과 형식은 국가 형태나 정부 형태 여하에 따라 다양하다. 국교제도를 두고 있는 국가에서는 취임선서의 모두나 말미 부분에서 종교와 관련한 표현을 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리스공화국 대통령은 “나는 거룩하고 나눌 수 없는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그리스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봉사할 것을 선서합니다.”라고 하고(제33조 제2항), 이라크 대통령은 “나는 ……전능하신 신께 맹세하며……. 신이 제 증인입니다.”라고 선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8조).

국교를 부인하고 정교분리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도 선서 말미에 “신이여 저를 도우소서” 등의 종교적 서약을 붙이는 국가, 그렇지 않은 국가 그리고 선서자의 선택에 맡기는 국가 등으로 나누어진다. 미연방 헌법은 “나는 합중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나의 능력의 최선을 다하여 합중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또는 확약)한다.”라고 하여(제2조 8) 종교적 서약이 붙어 있지 않다. 그러나 독일 헌법은 “나는 나의 능력을 ……양심적으로 나의 의무를 완수하며, 누구에 대해서도 정의를 행사할 것을 서약합니다. 신이여, 저를 도우소서.”라고 하여(제56조) 조문에는 종교적 서약이 붙어 있지만, 이를 생략할 수도 있다.

③ 각종 종교 정책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은 행정부이다. 행정부의 구성원과 정부조직과 관련하여 종교 조항을 두고 있는 국가도 있다. 노르웨이 헌법은 “국무위원 중 과반수는 국가의 공식 종교를 신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종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로 터키 헌법은 행정부 내에 ‘종교업무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고(제136조), 이라크 헌법은 국무회의 소속으로 ‘순교자재단’이라는 독립위원회를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1조). 그리고 남아프리카 헌법은 문화, 종교 및 언어 공동체 간의 평화, 우호, 인간애, 관용 및 국민통합의 증진 및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종교언어공동체 권익증진보호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제181조).

④ 각종 종교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국가기관은 입법부이다. 의회 의원의 자격과 관련하여 멕시코 헌법은 “하원의원이 되려면 종교 집단의 성직자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56조). 대부분의 헌법은 종교에 관련된 제반 사항, 예컨대 종교의 자유 제한, 종교단체, 대체복무 등에 관하여 법률로 정한다는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⑤ 국가 재정과 관련하여서는 성직자의 급여를 국가 재정에서 충당하는 국가가 있다. 벨기에 헌법은 “성직자의 봉급 및 연금은 국가가 이를 부담하고, 그 비용을 지급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매년 이를 예산에 계상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181조 제1항). 룩셈부르크 헌법도 이와 유사한 규정(제106조)을 두고 있다. 또한 종교 목적의 토지, 건물 등에 대한 면세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도 있다. 필리핀 헌법은 “실질적으로 직접적으로 그리고 배타적으로 종교, 자선 또는 교육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든 토지, 건물 및 건조물은 세금이 면제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제28조). 그러나 일본 헌법은 “공금 및 그 밖의 공적 재산은 종교상의 조직 및 단체의 사용, 편익이나 유지를 위하여 또는 공적 지배하에 있지 아니한 자선, 교육 혹은 박애사업을 위하여 지출하거나 이용을 위하여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제89조), ‘공공재산의 종교상 용도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6. 대한민국의 종교헌법

우리 헌법은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관하여 국교의 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상의 정교 관계는 엄격분리형(넷째 유형)에 비교적 가깝고, 정교분리의 원칙은 헌법의 기본원리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헌법에 있어 정교분리의 원칙은 제20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객관적 질서 내지 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종교적 다양성의 존중, 종교적 소수자의 보호에 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우리 헌법도 일반적 평등원칙과 특별한 차별금지 원칙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제1문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일반적 평등의 원칙을, 제2문에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종교를 차별금지 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에 규정된 것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이었다. 임시헌장에서는 종교 대신에 (일본의 예에 따라) 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한민국의 인민은 신교, 언론, 저작, 출판, 결사, 집회, 신서, 주소, 이전, 신체 및 소유의 자유를 향유함”이라고 하여(제4조), 여러 기본권을 망라하여 한 조항으로 보장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건국헌법에서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동일 조항에 규정되었다가, 1962년 헌법부터 각기 독립된 조항으로 분리되어 현행 헌법에 이르고 있다. 헌법은 제20조 제1항에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간략히 규정하고 있고, 종교의 자유 전후에는 일련의 정신적 기본권이 자리 잡고 있다. 제19조에는 양심의 자유를, 제21조에는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국가의 종교의 자유 보장 의무를 명시적으로는 보장하고 있지 않지만, 헌법 해석을 통하여 이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헌법 제10조 제2문은“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에는 종교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의 자유 제한과 그 한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한의 대상이 되는 ‘모든 자유와 권리’에도 종교의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헌법상의 종교 조항, 즉 종교헌법은 제20조 제1항의 종교의 자유, 동조 제2항의 국교의 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 제11조 제1항의 일반적 평등 원칙과 특별한 차별금지 원칙, 제10조 제2문의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의 제한과 그 한계 등이라고 할 수 있겠다.

7. 결론

위에서 세계 50여 개국의 종교헌법과 우리나라의 종교헌법에 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우리가 외국의 종교헌법을 연구하는 것은 오늘날과 같이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요청되는 시대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큰 의의는 그를 통해 종교헌법의 보편적 이념과 내용 및 형식 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우리 종교헌법을 이해하고 개선해 나가는 데 지침을 얻고자 함에 있다고 본다.

위의 연구를 통하여 필자는 첫째, 종교는 이미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국가의 문제라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종교는 필수적 헌법사항으로서 모든 국가는 헌법 내지 헌법적 법률에 종교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둘째, 각국의 종교헌법은 세계사적 큰 흐름과 그 나라 특유의 역사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오랜 헌정사를 가진 국가나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의 헌법일수록 종교 관련 조항이 간단하고 명료한 데 반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독립 신생국가의 헌법 중에는 종교적으로 비본질적인 것들을 여러 조항에 걸쳐 열거하고 있는 것이 많다. 셋째, 종교적 규범과 종교적 현실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특히 다양한 내용을 장황하게 열거하고 있는 헌법일수록, 종교 현실에서는 장식에 불과한 국가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각국의 종교헌법은 그 나라의 품격, 즉 국격(國格)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종교헌법을 세계 종교헌법에 비추어 비교한다면, 어떠한 평가가 가능할까? 물론 평자의 관점에 따라 그 결과도 다르게 나타나겠지만, 필자는 대체로 무난한 헌법으로 평가하고 싶다. 우리 헌법상 종교 관련 조항을 분량 면으로 평가하면 비교적 간략한 편이라 할 수 있지만, 이는 헌법조항이 갖는 특성을 감안하면 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 헌법은 일국의 최상급 규범으로서, 그 규범 구조가 간결하고, 그 규범 내용이 추상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헌법에서는 원칙, 골격만 규정하고 구체적인 것은 법률 이하 하위법령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헌법의 구조적 특성상 불가피하게 생기는 빈틈은 학설과 판례를 통하여 보완하게 된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 보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헌법은 정교분리의 원칙, 종교적 평등, 종교의 자유 등 핵심적인 내용은 규정하고 있다. 현행 헌법이 1987년에 개정된 헌법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별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회·종교적 현실은 23년 전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백의민족의 단일국가라고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최근에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급속히 변해 가고 있다. 그리고 언론이 오늘날의 우리 종교 현실을 ‘종교전쟁’이라 표현할 정도로, 정부의 특정종교 편향 정책, 종교와 종교 간의 대립 갈등, 공직자들의 정교분리 위배 행위 등 종교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적 갈등을 극복하고 소통과 화합 그리고 공존을 위한 방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헌법상 종교 관련 조항의 정비이다. 필자도 이 주장에 동의한다. 헌법은 공동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 종교 현실이 모든 국민이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헌법은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을 결속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여야 한다.

헌법이 새로운 원칙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헌법개정을 거쳐야 한다.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헌법개정의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개헌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제10차 개헌은 이루어질 것이라 보고, 그때 종교와 관련하여 두 조항을 신설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첫째는 국가는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종교 간의 화합과 공존 그리고 소통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선언적 규정이고, 둘째는 종교단체를 포함하여 종교문제에 대해서는 법률로 정한다는 취지의 법률주의 규정이다. ■

 

민경식 /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석사, 법학박사). 독일 프라이부르그대학 공법학연구소 연구. 중앙대학교 법과대학장, 기획조정실장, 평의원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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