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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꽃이 핀다.한사람만을 생각하며/ 비가 나린다.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낙엽이 진다.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눈이 온다.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생각하며오늘도/ 하루가 간다 — 시집 《작은 모래내 일기》(문예원, 2022) 김익두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 《숲에서 사람을 보다》 《녹양방초》 《지상에 남은 술잔》 《사랑혀유, 걍》 등. 전북대 명예교수.
내 마음의 시
김익두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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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는 뒤늦게 도착한 제자에게 관을 뚫고 맨발을 보여주었다.열반에 오른 그가 다비 직전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맨발이었다. 평생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는 그의 유언은 맨발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제자들아 맨발로 가라, 맨발 그 이상 나에게 다른 가르침을 찾지 말라. 영산회상의 꽃이 아니라 관을 뚫고 나온 맨발은 망망대해의 쪽배 같아서,육신을 불태우기 직전 석가가 보여주었던 맨발의 길, 구도자는 그 맨발로 어떤 스승도 없이 화탕지옥의 불길을 헤치고 생의 마지막까지 가야 하리.—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 최동호
내 마음의 시
최동호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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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꿈속에서망상의 늪 허우댔고 낮에는 환상 좇아헛발질 퍼부었네 명상에들어앉으니낙엽 지는 번뇌여 — 시집 《운수의 노래》(부산문학인아카데미, 2021) 심종선1969년 《실험》 창간동인.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그동안 9권의 시조집을 상재했다. 부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불교평론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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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능선에 달빛 환하고하늘 청청하고 아득하게 맑다 빈산에 까마귀 울고우지끈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저쪽 세상은 코로나 블루라는데흩어져 지내니 쓸쓸하고 허전하다는데 나는, 여기, 홀로 있어 행복하구나아득해지고, 아슴아슴해지고, 깊어지는구나 — 시집 《나비와 은하》(도훈, 2022) 조창환1973년 《현대시학》 등단.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피보다 붉은 오후》 《허공으로의 도약》 등. 박인환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조창환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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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저물녘,여름내 허공을 맴돌던 한 마리 고추잠자리가바지랑대 하나를 골라 정좌하더니날개를 편 채자는 듯 생애를 마감하였다. 순간,//-반짝- 투명한 그의 모시장삼을 물들인서천서역(西天西域)의 황홀한 노을빛 하늘도 벽이었나,//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화두 하나 쥐고 입적한 그노스님. — 시집 《갈필의 서》(서정시학, 2022) 오세영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내 마음의 시
오세영불교평론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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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불교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 가게 된 것은 내가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1976년, 종로 5가에 있었던 동대부고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건물도 매우 낡았고 중학교와 운동장을 같이 사용하는 등 시설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위 노는 아이들이 많다고 소문이 난 학교였다. 사춘기의 예민한 감수성이 한창이던 고등학생 시절은 삶의 진로를 찾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였다. 마치 사문유관을 통해 생로병사를 고민하던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뭔가를 찾고
사색과 성찰
허태곤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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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음 이름으로 출판 일을 한 지 20년이 되었다. 그 전에 출판사에 근무했고, 불교복지법인 신문기자 등 출판에 몸담은 지 그러저러 30년은 된 것 같다. 그것도 불교전문 출판이다. 인생의 반은 부처님 말씀 안(?)에서 살았는데 아직도 출판에 관해 개운치 않은 일이 있으니 바로 저작권 관련이다. 특히 세상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아름다운 계절, 부처님오신날 즈음이면 괜스레 부처님께 투정도 부리고 싶고, 언론에 오르락거리는 불교학자들에게 부아가 난다.지금은 자고로 디지털 혁명 시대인데 디지털 서비스 산업에 우리 불교는 어디쯤 있는지 가슴
사색과 성찰
이주현
2022.07.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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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창밖으로 새잎이 돋은 봄나무들이 보인다. 일 년 중 며칠 동안 세상은 온통 연두로 물든다. 빛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저 나뭇잎들이야말로 생명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어제 서둘러 병원에 오려고 택시를 탔을 때, 도로변에 환하게 핀 벚꽃들을 보면서 기사 아저씨가 말했다. “나무는 봄이 오면 저렇게 다시 꽃을 피우는데, 사람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잖아요?” 목적지가 병원인 손님을 태워서 굳이 그런 말씀을 하시나 싶었다. 병실 안을 둘러본다. 신경외과 병동에서도 꽤 위중한 상태의 환자들을 모아 놓은 병실이라, 네 명의 환자 가운데 의
사색과 성찰
부희령
2022.07.08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