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는 뒤늦게 도착한 제자에게 관을 뚫고 맨발을 보여주었다.

열반에 오른 그가 다비 직전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맨발이었다.

 

평생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는 그의 유언은 맨발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제자들아 맨발로 가라, 맨발 그 이상 나에게 다른 가르침을 찾지 말라.

 

영산회상의 꽃이 아니라 관을 뚫고 나온 맨발은 망망대해의 쪽배 같아서,

육신을 불태우기 직전 석가가 보여주었던 맨발의 길, 구도자는 그 맨발로

 

어떤 스승도 없이 화탕지옥의 불길을 헤치고 생의 마지막까지 가야 하리.

—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

 

최동호
시집 《황사바람》(1976) 외 《아침산책》 《공놀이하는 달마》 《불꽃 비단벌레》 등. 대산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현재 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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