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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마라 일찍 핀 꽃은다른 꽃이 피기도 전에 진다.불꽃은 활활 타오를수록더 빨리 사그라진다.올라간 만큼박살 나는 능금을 보아라.가을 들판에고만고만하게키를 맞춘 벼들은태풍 앞에서도 의연하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 — 계간 《다시올 문학》 2020년 겨울호 한경옥충남 공주 출생. 2013년 월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내 마음의 시
한경옥
2021.06.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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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여름 강가에서 보았다 마른 땅 가까운 낮은 물결 속치어들 송송,조금 깊은 물결 속중치들 숭숭,물길 따르고 있었다 먼 길 나서야 하는 길의 때,맨발로 저들에게서 배웠다 — 시집 《푸른 징조》(애지, 2013) 김길녀강원도 삼척 출생. 부산예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990년 《시와 비평》으로 등단. 시집 《키 작은 나무의 변명》 《바다에게 의탁하다》 등.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내 마음의 시
김길녀
2021.06.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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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제가 무엇인지 그것이 궁금해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비우고 해일의 밑바닥을 들여다봅니다 바닥이 온통 뻘밭인 것을 보고 뻘밭이 온통 모든 잡것의 움막인 것을 보고 그냥 이대로 덮어두기로 합니다 — 시집 《야생》(현대시학사. 2021) 이경경남 산청 촐생. 1993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소와 뻐꾹새소리와 엄지발가락》 《흰소, 고삐를 놓아라》 《푸른 독》 《오늘이라는 시간의 꽃 한송이》 등. 시와시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이경
2021.06.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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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우리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라고 하면서 ‘미국산 앵무새’라고 했다. 북한이 이렇게 거친 말로 우리를 비난하는 일은 수없이 있어 왔지만, 들을수록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다.부처님께서는 나를 비난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고 하셨지만 말에는 감정을 조정하고 행위를 유도하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격적 살인을 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오계에도
사색과 성찰
김종상
2021.06.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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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나직나직한 산들이 키재기하고 논과 밭들이 다정하게 얼굴 부비는 농촌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리 마을에서 4㎞ 정도 떨어진 곳에 제법 높은 연화산이 있는데, 그 산 8푼 능선쯤 일제강점기에 조그마한 절을 지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 젊을 때 총무를 맡아 앞장서서 지으셨다는데, 우리 절이 아니고 절 주인은 따로 있었다.내가 어렸을 때, 연로한 조부모님은 그 절에 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께서는 바쁜 농사일 가운데도 초하루 보름은 꼭 다녀오셨다.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보시할 공양미도 챙겨서 구불구불 산길을
사색과 성찰
박정우
2021.06.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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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인간의 상상에서 이루어진 세계요, 초자연, 초논리의 세계다.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오는 옛이야기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며, 고대소설이 지니고 있던 문학의 표현 형식이었다. 세계의 문학이 모두 그러했다.우리나라 고대소설은 연대가 확실한 《홍길동전》 등을 비롯해서, 500여 편에 이른다. 이 중에서 춘향전 등 몇 편을 제외하면 거의 판타지 형식이다.이러한 판타지 기법은 리얼리즘(寫實主義)이 등장하면서부터 소설에서 물러앉아 동화문학 전체를 이루게 되었다. 어린이들의 동심이 바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그러다가 동시문학이 판타지를 수용
사색과 성찰
신현득
2021.06.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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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책을 쓰는 일을 하며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러 소재의 글을 썼는데 그중에 불교와 연관된 책이 두 권 있다. 불교 공부를 따로 깊게 한 적도 없고 다만 불교는 생명 존중 사상을 크게 강조한다고 생각되어 친근감을 갖고 있다. 또 절밥 먹기를 좋아하여 템플스테이를 가끔 가는 정도이니 불교 관련 소재가 들어간 책이라도 불교를 깊이 공부한 분이 보기에는 너무 함량 미달일 수 있는 책들이다.하나는 동화책으로 《땅끝마을 구름이버스》라는 제목으로 해남 미황사와 그 인근의 분교 이야기를 실제로 보고 쓴 이야기이다. 폐교될 뻔한 분
사색과 성찰
임정진
2021.06.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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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오는 동녘의 햇살을 받으며 매일 아침에 절을 드린다. 그리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소리 내어 읽는다.나의 전생은 어떠했는지 모르나, 이생에서는 여태껏 고통 없이 건강하게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합장한다. 그리고 이제 남은 생애는 세심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삶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흘러가고 있으므로, 깊은 인연의 부모님 은덕을 새기지 않을 수 없다.“무명도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
사색과 성찰
고광자
2021.06.2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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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설핏 든 잠 속에 그분이 출현했다. 소식이야 인터넷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보지만 꿈에 오신 건 처음이었다.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잔잔히 미소 띤 모습과 ‘윙윙’ 울림이 큰 음성도 그대로……. 꿈에서도 어찌나 반갑던지 연신 합장 반 배를 올렸다. 내가 처음 인도에 간 건 10년 전이었다. 처음엔 부탄 여행을 계획했다. 경제적으로는 그토록 가난한 나라가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1위라는 부탄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상품 중에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부탄으로 가는 일정이 용케 눈에 띄었다. 매
사색과 성찰
백승자
2021.06.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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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시골 부뚜막 위 사랑놀이처럼 다가오고 진달래 개나리꽃 피고 지듯 환하게 스쳐 간다. 병아리 떼 쫑쫑거리는 한나절 지나가면 장다리꽃 찾아다니는 벌, 나비도 염화시중을 펼쳐낸다.5년 전 교직 정년퇴직을 하고 농촌에 귀촌하여 살고 있는 나의 일상은 다양하고 바쁘다. 약간 넓은 정원을 관리하고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20여 종류 100여 그루의 과수와 약용, 식용 수목을 기르고 있다. 제법 전문적 소양까지 갖추어 전정과 병충해 방제까지 해야 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또 이런 와중에 틈틈이 문학회 운영 활동과 창작의
사색과 성찰
이동배
2021.06.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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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茶亭) 스님이 백양사 주지로 계실 때의 일이다. 아마 이십 년 전쯤 된 것 같다. 십여 명의 문성암 신도들이 스님을 뵈러 백양사를 찾았다. 난 아내와 함께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갔다. 천방지축 개구쟁이 아들한테 출발하기 전부터 스님 앞에서는 얌전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스님께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부처님 이야기, 경전 이야기, 서옹 스님의 참사람 운동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해 주셨다. 그때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손을 들었다.“스님! 질문 하나 해도 돼요?”“만영이구나. 당연히 해도 되지.”스님은 웃으면서 대답했
사색과 성찰
이정석
2021.06.27 2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