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불완전하기에 세상이 풍요하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나를 잘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는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시가 없는 세상은 어머니가 없는 세상과 같다는 말이

나를 살게 한다

그중에서도 나를 살게 하는 건

사람을 쬐는 것도 필요하다는 말

날마다 나를 살게 하는 말의 힘으로

나는 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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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지독히 다행한》(창비, 2021)

 

천양희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하루치의 희망》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새벽애 생각하다》 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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