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마라

 

일찍 핀 꽃은

다른 꽃이 피기도 전에 진다.

불꽃은 활활 타오를수록

더 빨리 사그라진다.

올라간 만큼

박살 나는 능금을 보아라.

가을 들판에

고만고만하게

키를 맞춘 벼들은

태풍 앞에서도 의연하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마라.

 

— 계간 《다시올 문학》 2020년 겨울호

 

한경옥
충남 공주 출생. 2013년 월간 《유심》으로 등단. 시집 《말에도 꽃이 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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