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저물녘,
여름내 허공을 맴돌던 한 마리 고추잠자리가
바지랑대 하나를 골라 정좌하더니
날개를 편 채
자는 듯 생애를 마감하였다.
순간,//-반짝-
투명한 그의 모시장삼을 물들인
서천서역(西天西域)의 황홀한 노을빛
하늘도 벽이었나,//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화두 하나 쥐고 입적한 그
노스님.
— 시집 《갈필의 서》(서정시학, 2022)
오세영
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오세영불교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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