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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시골 부뚜막 위 사랑놀이처럼 다가오고 진달래 개나리꽃 피고 지듯 환하게 스쳐 간다. 병아리 떼 쫑쫑거리는 한나절 지나가면 장다리꽃 찾아다니는 벌, 나비도 염화시중을 펼쳐낸다.5년 전 교직 정년퇴직을 하고 농촌에 귀촌하여 살고 있는 나의 일상은 다양하고 바쁘다. 약간 넓은 정원을 관리하고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며 20여 종류 100여 그루의 과수와 약용, 식용 수목을 기르고 있다. 제법 전문적 소양까지 갖추어 전정과 병충해 방제까지 해야 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또 이런 와중에 틈틈이 문학회 운영 활동과 창작의
사색과 성찰
이동배
2021.06.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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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茶亭) 스님이 백양사 주지로 계실 때의 일이다. 아마 이십 년 전쯤 된 것 같다. 십여 명의 문성암 신도들이 스님을 뵈러 백양사를 찾았다. 난 아내와 함께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갔다. 천방지축 개구쟁이 아들한테 출발하기 전부터 스님 앞에서는 얌전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하였다. 스님께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부처님 이야기, 경전 이야기, 서옹 스님의 참사람 운동 이야기 등을 재미있게 해 주셨다. 그때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손을 들었다.“스님! 질문 하나 해도 돼요?”“만영이구나. 당연히 해도 되지.”스님은 웃으면서 대답했
사색과 성찰
이정석
2021.06.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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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코로나 전염병이 크게 창궐하자 템플스테이를 찾는 수련생 수가 뚝 떨어졌다. 비례해서 내 할 일이 쑥 줄었다. 종루 뒤 잡초 터가 보였다.‘그렇다면 저곳을 꽃밭으로 바꾸는 일을 해야겠군.’가을쯤 되면 전염병은 쇠락할 것이고, 템플스테이를 찾는 수련생들은 꽃밭을 보면서 환해질 것이다. 스님은 만류하셨다.“팀장님,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유일하게 아내만 응원해 주었다. 둘은 삽과 괭이로 밭을 일구고, 멀리까지 외발 수레를 끌고 가서 구절초 모종을 수십 차례 캐 왔다. 4월 하순쯤에는 약 300평 잡초 밭이 그럴 듯하
사색과 성찰
김일환
2021.06.27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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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 19’로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날마다 펼쳐지고 있다. 매일 아침 10시가 되면 지역별 발생 인원수를 검색하고 안전 안내 문자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학교 현장에서는 친구들과 서로 눈을 맞추며 토의 · 토론하고 협력하는 대면수업에서, 줌(Zoom),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 등을 이용한 온라인 원격수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에 경제활동을 비롯한 사회생활의 혼란과
사색과 성찰
설상수
2021.03.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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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나라에서 빼어난 자연경관이 갖춰진 곳곳에는 고색창연한 절이 하나쯤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인구의 약 44%인 2,155만 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불교 신도들은 791만 명(15.5%)에 달한다.어린 시절 소풍을 갈 때면 으레 가까운 절이 목적지가 되게 마련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사색과 성찰
강인순
2021.03.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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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꼭 선생님이 될 거야!”“앞으로나란히! 열중쉬어!”“내가 하나! 둘! 하면 너희들은 셋! 넷! 하고 따라와.”여섯 살 나이부터 매일 선생님이 될 거라고 장소 불문하고 골목에서 툇마루에서 안방에서 헛간에서 너른 장소만 있으면 자리 잡고 선생님 놀이를 했었다. 친구들이 없을 때는 혼자 막대기
사색과 성찰
이진숙
2021.03.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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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대학교 아래에 있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양정 황룡산 기슭에 있는 가톨릭 재단의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중학교로 진학하였다. 그래서 하루 세 번, 삼종기도를 하는 학교생활을 했다.아카시아 숲으로 둘러싸인 교정, 꽃꽂이가 되어 있는 정갈한 복도에 화장실은 휴지와 수건이 비치된 깨끗한 수세식이었다. 화장실이나 복도, 유리창의 청소는 학생 몫이 아니었다. 외국
사색과 성찰
김경옥
2021.03.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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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 흐름을 느낍니다. 마치 지금껏 살아온 인생이 아침에 해가 떠서 눈 깜짝하는 사이에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 아래 넘어가는 그 시간인 듯, 우리 인생도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그만큼 바쁘게 살아온 탓일까요?누구나 그렇듯이 학창 시절에는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리다가 제대로 된 꿈 한번 꾸지 못하고 훌쩍 보내버리고 맙니다. 철이 들 무렵, 말로는 자아실현을 위해 직장을 다닌다고들 하지만, 일단 조직이란 틀 속에 갇혀버리면 나라는 개인의 존재를 잊고 지낼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
사색과 성찰
강희자
2021.03.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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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나와 ‘백담사’와의 인연은 참 깊은 것 같다. 그것은 내가 불교 신자라서가 아니라, 1999년 백담사에서 열린 제1회 ‘만해축전’ 때문이었다. 정식 초청을 받았는지 어떠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그러나 해마다 8월이면 축전에 참가하여 그 언저리에서 빙빙 돌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 해는 강원문인협회 회원들
사색과 성찰
이영춘
2021.03.0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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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이 처음 부르고 아이유가 다시 불러서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가 있다. 바로 〈너의 의미〉란 노래이다. 그 노래 가사 중에서도 “너의 그 작은 눈빛도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라는 노랫말이 자꾸만 가슴에 꽂힌다. 이제 70을 3년 앞둔 나이에 무슨 말 못 할 사랑이
사색과 성찰
유서영
2021.03.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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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겨울나무를 본다. 차가운 바람 앞에서 그저 맥없이 고개를 수그리며 떨고 있는 침묵의 소리를 듣는다. 푸르고 씩씩했고 거침없었던 벌판에서 이제는 얼어붙지 않으려고 맨몸으로 끊임없이 가지를 흔들어야 하는 저 서늘한 풍경 속에서 나는 미욱했던 내 삶의 길들을 되돌아본다.흰머리와 잔주름이 날로 깊어간다. 어느 때부터였을까,
사색과 성찰
조기호
2021.03.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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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폰이 딸꾹질 소리를 연거푸 낸다. 제 몸에 손을 대라는 이야기다. 다그치는 소리에 어쩔 수 없이 폰을 연다. 노란색 카톡방에 들어가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절집 아이다. 절집 아이가 틀림없다.절집 아이는 그동안 여러 개의 카톡방을 만들었었다. 매번 이상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아니다. 오히려 물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되돌아오는
사색과 성찰
최선화
2021.03.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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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이 되면 비빔밥을 먹던 시절이 있었다. 차례 음식을 준비한 후,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고 커다란 양푼 가로 모여 앉는다. 가마솥과 찬장에 남겨두었던 밥과 반찬을 모두 털어 넣고 숟가락을 들고 비비기 시작한다. 요즘 비빔밥엔 고명으로 다진 고기를 얹고 달걀부침까지 올리지만, 반찬이라야 푸성귀 나물에 생채, 집에서 기른 콩나물에 고추장이
사색과 성찰
남택수
2021.03.0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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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동네 산책길에서 쉽사리 잊히지 않는 풍경을 만났다. 길 따라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알록달록 털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것도 손뜨개로 정성껏 뜬 것이었다. 세수수건만 한 것부터 전신수건만 한 것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형형색색 빛깔 또한 다채로웠다. 꽃이나 나비나 새를 돋을새김 손뜨개로 꾸며 놓은 것들도 여럿이었다. 한겨울 무채색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
사색과 성찰
윤효
2021.03.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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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학교는 중등부에서 고등부를 넘어 22세까지 수용하는 교정시설이다. 그곳 아이들은 일반 청소년들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다. 작년 여름 불교수련회 마지막 날은 춤을 가르쳐주기 위해 젊은 남자 선생님이 오기로 되어 있었다. 무용가이자 연예인들을 키우기도 하고, 국제 비보이 대회에서 사회를 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분이었다. 그날, 그분은 검은색 모자에
사색과 성찰
재마
2020.12.0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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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세안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몸을 청결히 하고, 새로운 기분과 마음으로 일상을 여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하루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비단 몸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 및 활동 공간도 끊임없이 정리정돈하고, 때로는 자신의 취향과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정성 들여 환경을 장식하기도 한다.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0여 개월이
사색과 성찰
오인
2020.12.0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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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일상에서 벗어난 길을 나섰다. 뜻이 맞는 도반들과의 여정이라 떠나기 전부터 가슴이 설렌다. 기억에 남을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한껏 기대가 부푼다.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린다. 새벽부터 설친 터라 자동차의 흔들림이 자장가가 되어 이내 꿈나라를 헤맸다.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뜨니 휴게소였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렸지만 우산을 마다하고 화장
사색과 성찰
법념
2020.12.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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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는 것.그래서 기다리는 타이밍을 길게 가져가는 것. 새옹지마의 그 아비처럼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미지의 것에 신뢰를 두고서 행하는 그것. 지금의 순간에 집중하지만 때를 기다려서 스스로나 상대를 다그치지 않는 것.다그쳐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너그러운 그것. 더 나아가 체념할 줄 아는 용기를 내는 그것. 모든 일에 무심해서 시시콜콜 반응하지
사색과 성찰
선우
2020.12.0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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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물질의 특성을 통찰하는 수행을 하는 수행자가 있었다. 이 수행자는 순간순간 생멸하는 몸과 마음을 보면서 정말로 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내가 없다’는 이 사실이 너무도 두려워 사람들에게 “나는 있지요? 내가 있다고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돌아다녔다고 한다. 우리 역시 일상에서 ‘나
사색과 성찰
혜정
2020.12.03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