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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개교기념 축제 때 두 분의 특별 강연자가 오셨다. 이 두 분은 내 미래를 바꿔놓았다. 한 분은 미당 서정주 선생님이었고, 또 한 분은 무진장 혜명 스님이었다. 무진장이라는 법명부터가 특이해서 당시 학교신문 기자였던 나는 강연 내용을 속기하러 강당에 들어갔다가 첫 말씀에 눈과 귀가 커지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소크라테스는 &lsqu
사색과 성찰
김금용
2016.12.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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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는 무작정 좋아했던 조각가의 한 사람이다. 제임스 로드(James Lord)가 그와 보낸 18일간의 기록을 읽어보며 그를 생각한다.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들은 적이 가끔 있었다. 자기 앞에 놓인 것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기 위해서 당장 하고 있는 일뿐만 아니라 과거
사색과 성찰
고재석
2016.12.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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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수학을 잘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 나는 숫자에 몹시 약하다. 물건값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간단한 덧셈이나 뺄셈이 서툴러 실수를 반복한다. 직원 월급을 제날짜에 못 주는 건 예사이고 산모들의 분만 예정일도 틀리게 적어 진땀을 빼곤 한다. 시어머니와 고스톱을 칠 때도 암산이 되지 않아 종이에 끼적이며 셈을 할 수밖에 없는
사색과 성찰
김애양
2016.12.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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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쯤이었던 것 같다. 종교를 담당하는 후배가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계신 인도 다람살라에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위원회가 일간지 종교기자단과 함께 다람살라를 방문한다는 거였다. 내심 부러웠다. 꽤 오래 종교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도 다람살라와는 인연이 없었던 탓이다. 종교기자단은 1990년대 후반에 한 차
사색과 성찰
서화동
2016.12.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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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만큼 살아온 것은 불은(佛恩) 때문이야. 베트남 참전 전우였던 박 형의 죽음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박 형은 나와 동갑, 중년에 들어 참전 트라우마에 걸려 공포증을 앓았다. 무서워서 시내버스도 못 타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20년을 살다가 죽었다. 그런데 나는 작가가 되고 교수도 했고, 건강한 몸으로 테니스를 하고 먹고살 걱정 안
사색과 성찰
이원규
2016.12.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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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국 저장성(浙江省) 관음성지 보타낙가산에서 열린 제19차 한중일 불교대회(10월 11일~15일)에 다녀왔다. 한중일 불교대회는 동북아 삼국의 불교인들이 격년으로 만나 공동관심사는 토론하는 자리다. 이번 모임 역시 그런 관심사를 논의하는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이 많이 교환되었다. 나뭇가지 위에 사는 새는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울지만 만릿길 먼
사색과 성찰
원철
2016.12.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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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급변하는 전환점에 서 있는 오늘이다. 인류역사에서 19세기 이전은 농업사회였다. 부의 원천은 땅이요 토지였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부의 원천은 땅과 토지에서 돈, 자본으로 이동하였다. 이러한 세상에서는 한국인으로서는 세계적인 인물이 나오기 힘든 일이었다. 땅도 작고, 자본의 크기도 적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내가 왜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대국이 아닌
사색과 성찰
전보삼
2016.09.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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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남도는 가히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솥이라 할 만하다. 중복에 앞서 남도 땅끝 소록도를 다녀왔다. 광주 무각사 신도회가 소록도 한센병 환우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에게 여름나기 보양식을 전하는 자리였다무각사 신도들이 소록도를 찾는 것은 올해로 6년째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삼계탕, 연말에는 김장과 동지죽을 가지고 소록도를 찾고 있다. 변화가 있다면 여름
사색과 성찰
이준엽
2016.09.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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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군에서 의가사제대하고 공주 마곡사 은적암으로 아버지를 찾아간 것은 여름날 해 질 녘이었다. 가파른 산언덕을 걸어올라 암자에 도착하니 바깥마당을 비질하던 여승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었다. 그때 무거운 나뭇단을 지게에 지신 아버지가 산모롱이를 돌아오고 있었다. 얼른 달려가 지게를 대신 지려 했지만, 아버지는 막무가내였다. “너는 평생 지게를 져
사색과 성찰
김용만
2016.09.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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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체류 중에 말로만 듣던 ‘런던 책 전시회(London Book Fair)’가 사흘간만 열린다기에 만사 제쳐 두고 가 보았다. 올림피아 역에 자리한 ‘올림피아전시장’은 우리나라 코엑스 전시장보다 훨씬 컸는데 그 넓은 곳을 개별 부스들이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강의실에서는 저자와의 만남, 편집인과
사색과 성찰
황건
2016.09.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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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초, 나는 충주 대원사에 갔다. 대중선방 및 요사채 신축 불사 회향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원사는 충주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절인데 1960년대 이래 충주 지역의 불교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도 줄어들고 살림 형편도 예전만 못하였다. 대중들을 위한 적절한 수행공간도 갖추지 못한 데다 기존의 요사채 건물은 낡을
사색과 성찰
임동주
2016.09.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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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년 전, 조국은 있었으나 조국은 빈껍데기였다. 오죽하면 율곡 이이가 나라가 왜적의 조총과 말발굽에 짓밟히기 직전 선조에게 두 번 올린 상소에서 “나라가 있어도 나라가 아닙니다(其國非其國)”라고 피를 토하듯 절규했겠는가. 당시 조정은 파당(派黨)으로 갈려 싸움질만 했다. 게다가 나라를 지킬 병사와 무기는커녕 백성과 병사의 양식조차
사색과 성찰
최영훈
2016.09.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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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가 동물복제의 최종 목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경연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각별해졌다. AI가 인간이 제조한 도구이듯 아잔타와 엘로라 역시 고통과 연민, 경탄과 욕망으로 흐느꼈던 호모 파베르들에 의해 만들어진 현양의 흔적이다. 그들이 마지막까지 쪼았던 것은 단순한 돌덩이들이 아니라 영원한 상이 이룩되기를 염원한 드높은
사색과 성찰
윤향기
2016.09.1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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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가 절에 찾아왔다. 영구위패를 하려고 왔다고 한다. 내게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더니 영구위패가 모셔진 걸 한번 보자고 하였다. 법당에 데리고 가서 이것저것 설명해줬다. 법당을 나오면서 처사님이 보살님에게 말했다. “여긴 거기보다 깨끗하네. 거기는 지저분하더만.”노부부를 모시고 법당에 들어가면서부터 물건을 파는 장사치가 된 기분이
사색과 성찰
중현
2016.09.1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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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면(白雲面) 애련리(愛蓮里)의 맨 남쪽 끝, 내가 사는 동네 이름은 한치[大峙]이다. 한치는 큰 고개를 뜻하는 말로 시랑산 줄기를 넘어 봉양면 공전리로 가는 자구니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는 한치 마을 아이들이 재를 넘어서 공전초등학교를 다녔다니까 그리 높은 고개는 아니다. 한치를 지나 자구니재 방향으로 담배 한 대 피울 참 동안 걸어가면 열
사색과 성찰
오탁번
2016.09.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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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하면 동백꽃이 유명하지만 나에게는 10여 년 전에 있었던 작은 조롱박 사건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내가 본 꽃은 주먹만 한 꽃이 아니었다. 검푸른 잎사귀만 더욱 무성해진 선운사 동백나무는 형편없이 초라한 꽃을 피워놓고 있었다. 주위에 새로 심은 가냘픈 나무에 꽃이 듬성듬성 피어 있었지만, 그것 또한 보잘것없었다. 오래된 나무는 늙어서, 어린나무는
사색과 성찰
조규남
2016.06.04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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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봄 목사님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충북의 한 교회 수련원에서 위빠사나 3박 4일 집중 수행을 이끌어달라는 것이었다. 기쁨 반 설렘 반으로 수용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그중 원로 목사님 한 분께서 ‘지금 교회도 금식기도나 방언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영적 상태가 있어 명상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로 필자를 초청했다고 했다.
사색과 성찰
김열권
2016.06.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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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다. 계속 내리막이다. 오래된 일이다. 올해는 그 깊이가 더 깊다. 출판계에서 온갖 지혜를 내놓지만 요지부동이다. 정부의 각종 출판 진흥 기구와 정책, 지원이 있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불교계는 더하다. 10여 년 동안의 통계는 불자들이 책 읽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불자들의 책을 외면하는 오랜 습(習)
사색과 성찰
김성동
2016.06.0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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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 있는 절집은 아름답다. 고즈넉한 절 마당 한쪽에 가만히 서서, 꽃잎들의 가느다란 떨림을 그윽한 향기로 만나보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어쩌다 나서는 여행길에 나는 일부러 개화 시기에 맞춰 사찰을 찾는 여정을 잡고는 한다. 선암사 홍매를 보러 갈 때가 그러하고, 개심사의 청벚꽃, 선운사 꽃무릇과 미황사 동백, 부석사 가는 길의 사과꽃이 그러하
사색과 성찰
문리보
2016.06.04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