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팔리지 않는다. 계속 내리막이다. 오래된 일이다. 올해는 그 깊이가 더 깊다. 출판계에서 온갖 지혜를 내놓지만 요지부동이다. 정부의 각종 출판 진흥 기구와 정책, 지원이 있지만, 흐름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불교계는 더하다. 10여 년 동안의 통계는 불자들이 책 읽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 불자들의 책을 외면하는 오랜 습(習)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교단이나 출가한 스님들에게 책 읽기는 오랫동안 불편한 일이었다. 몸에 익숙하지 않기에 교단과 사찰에 책이 모아져 있는 것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신도들에게도 책 권하는 일은 낯설다. 이제 불교 책은 오직 불교출판사의 숙제가 됐다. 그런데 그 숙제가 갈수록 쌓이고 어려워진다.

올해 불광출판사에서 낸 책이 각 중앙일간지에 크게 기사화됐다. 2~3년 전에 이 정도 기사화됐다면 꽤 책이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절반? 아니다. 3분의 1? 아니다. 5분의 1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불자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10년 전 진단이다. 진단과 해결책이 반복된다. 나아진 바 없다.

다른 진단과 다른 해결점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도서 발견(Discovery) 채널 비중’(2015. 12.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을 보자. 1위는 무엇일까? ‘지인 추천’(20.9%)이다. 그 뒤를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해 우연히(19.6%), 포털에서 우연히(19%), 온라인 서점에서 우연히(14.7%), SNS(8.6%), 도서관 방문해서(6.5%), 매체 소개 및 광고(5.9%) 등이다. 이는 더 이상 일반 매체를 통해 책이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스스로 읽을거리를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뜻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시대에 책의 발견성(Book Discovery)이 독서 시장을 크게 바꾸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교 책도 마찬가지다. 불교 책은 불자들에게 어떻게 발견되고 있을까.

월간 《불광》에서 500호 발간 기념으로 마련한 세미나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또렷하게 드러내고자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에게 교보문고와 예스24, 운주사에서 지난 10년간 판매된 불교도서의 조사 분석을 의뢰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대략 다섯 가지 우울한 모습과 몇 가지 시사점을 확인했다.

첫째, 독서의 주 소비층에 해당하는 2030의 불교인구 비율(21%)이 일반 독서인구(47.5%)에 비해 무척 낮다는 점이다. 독서가 오랜 습관인 것은 확인된 사실이기에 향후 오랫동안 불자의 책 소비량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둘째, 불교 서적 점유율이 2013년 이후 계속 큰 폭으로 하향세이며 법정, 혜민, 법륜 스님 등 베스트셀러 저자에 대한 의존이 아주 크다. 이는 불교 서적의 기초 체력과 불교 독자에 대한 맞춤 콘텐츠 개발 그리고 종 다양성이 부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책 평균가격 상승과 책 판매량 감소로 장기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불교출판사에서 시장 축소를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시장 자체를 넓히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넷째, 불교 독서 시장에서 2030 인구비율이 축소되고, 5060 점유율이 확대되어 불교 서적 시장의 장기적 전망이 어둡다는 것이다. 도서 구매력이 가장 높은 청장년층에 대한 별도의 독자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섯째, 불교 서적의 최상위권 판매에 불교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가 강세라는 점이다. 이는 온전히 불교출판사가 고민해야 할 몫이다. 도서 콘텐츠와 편집, 디자인 등 독자 친화성을 강화해야 한다.

장은수 대표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교계에 세 가지 제언을 했다.

첫째, 붓다 북클럽 등 신도들과 연계한 공동 오프라인 플랫폼 운영으로 불자 독자를 적극 개발하라는 주문이다. 현재 불교 출판의 위기가 인구 구조와 미디어환경 변화 등 장기적이며, 구조적이기에 종단과 불교 제 단체와 연계한 독자 창출로 책과 인간을 연결하는 모델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불교 서적 전문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사이트 개설로 발견성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다. 독자 눈높이에 맞추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적절한 도서를 선별해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전문 사이트를 개설, 웹진, 팟캐스트, 스트리밍 방송으로 불교 서적을 큐레이션(curation)해, 책의 발견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라는 이야기다.

셋째, 출판의 본질은 책이 아니라 읽기를 판매하는 일이므로 종이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디지털 출판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츠의 최종 형태가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읽는 콘텐츠’를 개발해 불자들과 소통하라는 것이다.

다시, 불교 책을 본다. 그리고 불교계 출판 상황을 본다. 다시 불교계 콘텐츠 시장을 본다. 그 위에 교단과 불자를 겹쳐 보자. 상황과 전망이 흐리고 우울하다. 세미나의 또 다른 발제자인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대표는 ‘출판은 단순히 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콘텍스트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크게 공감하며, 우리 교단과 불교 출판계가 한국불교의 콘텐츠를 어떻게 가공해서 많은 불자에게 제공하며, 그들의 신해행증이 깨달음의 플랫폼에서 함께 떠들며 놀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김성동 / 월간 《불광》 편집장   ,  bulkp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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