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중 하나로 출간되었다. 뇌를 이해하는 것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의 뇌는 심장이나 허파와 같은 세포로 이루어진 몸의 장기의 하나이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심장이나 허파와 같은 생명 유지를 위한 장기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뇌는 우리가 생명 유지를 위해 숨을 쉬고 호흡하며 조절해야 하는 수많은 생리학적 현상을 통제하는 기능을 하므로, 뇌가 정지하면 우리의 생명은 정지한다는 점에서 필수 장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책은 필자의 2021년 동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에 관한 통시적 연구〉를 보완해 출판된 책이다. 붓다의 마지막 공양 · 수명 · 입멸과 사후존속 · 교단 유훈에 관한 초기불교 · 부파불교 · 대승불교의 견해를 고찰한 것이다. 이러한 통시적인 관점에서 불타관 · 열반관 · 불멸 후 교단 유지에 관한 견해가 어떻게 전승 또는 변화하는지를 조망한 연구서이다. 붓다의 입멸은 정각과 함께 불교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다. 정각을 이룬 붓다는 불사(不死)의 열반을 성취했다. 열반은 인간이 꿈꾸는 죽음이 없고 고통이 없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재유행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삶. 당연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만해의 삶과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환희의 선정(禪定)과 망국의 통한(痛恨) 사이에서 운명의 형식을 완성했던 만해. 그러나 우리는 그를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면서도 안다. 정년 퇴임 후 평전 집필 계약서를 놓고 이런저런 구상에 잠겼던 작년 가을 어느 날, 문득 집으로 찾아온 제자들과 함께 1차 자료 위주로 만해의 삶과 문학을 대담 형식으로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이 책에서는 초기불교에서부터 동아시아불교에서 찬술된 문헌에 이르기까지, 고대인도에서부터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불교의례 설행의 교의적 근간을 이루는 지옥 사상과 아귀 사상, 그리고 아귀 상태로부터의 구제를 위해 실천되는 불교의식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이 책의 3분의 1 분량을 차지하는 ‘지옥’ 관련 서술은 2017년 한 해 동안 〈법보신문〉에 매주 ‘지옥을 사유하다’라는 주제로 47회에 걸쳐 연재했던 칼럼의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불교문헌 속의 아귀도 관련 교설은 2019년에 연구재단에서 받은 시간강사
불교와의 첫 인연은 우연히 찾아왔다. 예비고사를 끝내고 독서 토론을 지도하던 선생님과 산사를 찾았다. 당일로 다녀오려던 일정이었지만 눈이 많이 내려 차량 운행이 일찍 끊겼다. 본의 아니게 산사에서 하루를 머물게 되었다. 다음 날 새벽 여명에 창호지가 비취색으로 물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이 찾아왔다. 그 순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불교를 공부해 보겠다고 생각하였다. 그해 마지막 달력이 떨어지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생각조차 못 했던 죽음이 눈앞에서 일어나자 무엇인가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산사에서 느꼈
1980년에 작가로 데뷔한 이래 42년 동안 수십 권의 책을 내었다. 낸 책들은 문학으로는 소설, 시, 수필, 아동문학을 아우르고, 비문학으로는 철학, 종교, 명상, 리더십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다. 한편으로 보면 전문 분야가 분명하지 않은, 다른 편으로 보면 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전천후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여기까지는 직업인으로서의 내가 걸어온 길이지만, 나는 나 자신을 글쟁이로서와 함께 ‘사람’으로 바라본다. 그것을 나는 “저는 글쓰기가 아니라 인생을 전공하는 사람이다”라는 말로 표현해 왔다. 젊은 시절 문학 잡지사에서 일
1.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고타마 싯다르타가 출가를 결심했을 때의 이야기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며 만류하는 숫도다나왕에게 태자는 네 가지를 들어주면 출가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 네 가지란 영원한 젊음을 누리며 늙지 않는 것, 영원히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이별하지 않는 것이었다. 만약 2,600여 년 뒤에 태어났다면 숫도다나왕은 아들의 출가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종교적 구원의 길을 떠났던 고타마 싯다르타와 달리 2,600여 년 뒤의 인간은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허1. 포스트휴먼 시대 -‘동물로의 전환(animal turn)’이 왔다그동안 분야별로 혹은 국지적으로 발전되어 오던 과학기술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서로의 기술을 융복합하는 가운데 폭발적인 시너지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획기적인 발전이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응용 가능성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큼 실로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이른 감이 없지 않으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연 지능을 완전히 초월하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의 도래
1. 서론포스트휴먼이라 하면 대개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 자율주행차, 군사화된 드론 들을 떠올린다. 디지털 기술로 만든 이들이 주체가 되고 인간은 배제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산업의 이익을 갈구하는 기술 찬양론자이든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기술 공포론자들이든 우리에게 억지로 구겨 넣은 상상력에 불과하다. 오히려 인간 대다수를 배제하려는 거짓이다. 이 글은 가부장제 문명 속에서 오랜 세월 존재하지 않았던 여자가, 여성적 원리나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포스트휴먼 주체가 되어 인신세(人新世)인 이 시대를 구제하는가에 관한 정치철학이자 윤리학에 관
1. 들어가는 말 1967년 12월 3일 세계 최초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흉부외과 의사 크리스천 네이틀링 버나드(Christiaan Neethling Barnard)는 인간의 심장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 수술에는 무려 30명의 의료진이 참가했으며 수술 시간만 9시간이 걸렸다. 인공심폐기의 발명에 힘입어 1950년대에 신장이식, 1960년대에는 간이식에 성공한 이후, 개심(開心) 수술의 시대를 연 것이다. 뇌사 이전의 심장 정지를 죽음으로 확정했던 시기, 심장이식 수술은 자신의 심장을 떼어 내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 상징적인
1. 코로나 팬데믹, 생명의 이중성을 폭로하다 “먼저 공간의 엄격한 분할, 곧 그 도시와 그 지대의 봉쇄는 물론이고 그곳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으며 그것을 위반하면 사형에 처했고 헤매는 동물들은 사살되었다. 나아가 그 도시를 명확하게 다른 지구로 세분하여 그곳에서는 1인의 행정관이 권력을 확립했다. 각 길거리는 1인의 담당자의 지배하에 놓였고, 그는 거리를 감시한다. 만일 담당자가 그곳을 떠나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지정된 날에 각자는 집 안에 머물라는 명령을 받았고, 외출이 금지되었으며 위반하면 사형을 당했다. (…) 그
보1. 시작하며인간의 몸은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그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며 그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귀착된다. 그 질문은 다시 인간과 기계는 향후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가, 혹은 맺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으로 다시 확장될 수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혹은 4차 혁명, 4차 인간, AI 시대 등등 과학기술의 비약적 혁신을 시대에 담아내기 위한 표현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 명칭의 적실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전과는 확연히
1. 머리말20세기 후반 생명공학, 유전공학, 인지과학, 정보통신 기술, 컴퓨터공학, 나노기술 등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비인간 주체가 사회적 영역으로 급속히 부상하였다. 인공지능, 로봇, 복제된 생명 등의 존재는 ‘포스트휴먼(post-human)’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냈다. 기계인간에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받는 내용을 담은 〈터미네이터〉나 〈배틀스타 갤럭티카〉 같은 SF영화는 막연하게 떠오르는 포스트휴먼의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수단을 제공하였고, 자율주행 자동차나 이세돌 기사를 압도한 알파고의 등장이 회자되면서 포스트휴먼은 현실이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특징을 가진 호모사피엔스의 인류(human beings)는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생물학적인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인간의 모습은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자연의 능력을 넘어선 새로운 인간종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자연 상태의 인간(human)은 변화 과정에 있는 트랜스휴먼(trans human)으로, 그리고 이를 넘어선 포스트휴먼(post human)으로 달려가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전쟁이나 각종 사건 사고로 신체적
[권두언]-불교 앞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 김응철[특집] 불교평론 창간 23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 포스트휴먼 시대의 도래와 불교- 포스트휴먼의 기본 이해와 주요 쟁점 / 박수호- 몸속으로 들어온 기계, 몸을 확장하는 기계 / 보일- 코로나 시대의 생명권력과 생명정치/ 이진우- 포스트휴먼 시대의 생멸(生滅) 문제 / 이범수- 포스트휴먼과 불교 그리고 섹슈얼리티 / 김봉률- 포스트휴먼 시대, 인간과 동물의 상생과 공존 / 허남결- 포스트휴먼 시대와 불교의 역할 / 명법 [사색과 성찰]- 우리는 부처가 될 수 있을까 / 김정빈- 40
* 이 글은 지난 4월 26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불교평론/가톨릭평론 합동세미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종교’에서 발표한 원고이다. 들어가며심층종교에 대한 글을 쓰라는 부탁을 받았다. 귀한 기회를 준 《불교평론》에 감사한다. 현재 종교계에 불어닥치는 탈종교화는 종교계를 위해 일종의 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기회가 내포되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런 탈종교화 시대에, 특히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종교가 심층종교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것은 어느 의미에서 전화위복이 아닌가 하
고등학교를 불교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 가게 된 것은 내가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1976년, 종로 5가에 있었던 동대부고의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건물도 매우 낡았고 중학교와 운동장을 같이 사용하는 등 시설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소위 노는 아이들이 많다고 소문이 난 학교였다. 사춘기의 예민한 감수성이 한창이던 고등학생 시절은 삶의 진로를 찾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던 때였다. 마치 사문유관을 통해 생로병사를 고민하던 고타마 싯다르타처럼 뭔가를 찾고
1. 들어가며대만불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순수 불교의 모습과 도교 내지 토착 종교 등과 융합된 복합종교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불교 신자 중에서도 다른 토착신앙을 함께 믿는 경우가 많고, 전통 신앙이나 무속을 믿는 이들도 불교 사찰에 와서 재를 올리거나 기도회에 참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1683년에서 1895년까지 청의 치하에 있는 동안 대만불교는 민간의 토착신앙과 혼합되어 민속불교 신앙의 형태로 나타났다. 현재는 불교계의 신앙 대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하여 약 30여 제불보살이 섞여 있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불교소설은 불교문학 진흥과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을 위해 ‘재단법인 보덕학회’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둔황에서 서쪽으로 1,500km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니마……!” 그녀의 얼굴은 조심스러움과 놀라움, 반가움으로 뒤섞여 있었다. 나는 오른손에 쥐고 있던 맥주잔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유리컵이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수젠…… 나는 속으로만 그녀의 이름을 소리 내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리라고는 모래알보다 더 작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이 서로 알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듯, 일리가 눈을 커다랗
근대 불교잡지와 만남근대 불교잡지를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1996년 민족사에서 《한국근현대불교자료전집(韓國近現代佛敎資料全集)》(전 69권)이 영인 출판되면서였다. 자료집은 대부분이 불교잡지로 이루어졌다. 물론 해방 이후의 잡지도 일부 포함되었지만, 대다수는 해방 이전의 근대 불교잡지였다. 이는 1995년 《한국불교 근현대사 사료집 Ⅰ, 신문으로 본 한국불교 근대사(상, 하)》(선우도량 한국불교 근현대사연구회)와 더불어 근대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과 내용을 1차 사료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