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과 성찰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민족사, 2022, 488쪽)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민족사, 2022, 488쪽)

이 책은 필자의 2021년 동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에 관한 통시적 연구〉를 보완해 출판된 책이다. 붓다의 마지막 공양 · 수명 · 입멸과 사후존속 · 교단 유훈에 관한 초기불교 · 부파불교 · 대승불교의 견해를 고찰한 것이다. 이러한 통시적인 관점에서 불타관 · 열반관 · 불멸 후 교단 유지에 관한 견해가 어떻게 전승 또는 변화하는지를 조망한 연구서이다. 

붓다의 입멸은 정각과 함께 불교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이다. 정각을 이룬 붓다는 불사(不死)의 열반을 성취했다. 열반은 인간이 꿈꾸는 죽음이 없고 고통이 없으며 항상 즐거우며 깨끗한, 불교도에게는 궁극이며 영원의 세계이다. 그러나 붓다는 80세에 입멸했다. 영원한 존재로 인식되었던 붓다의 죽음은 부처님의 본질과 사후존속 여부에 대한 질문을 불가피하게 하고, 불제자들은 어떻게 교단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붓다의 입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불멸 후 교단 유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열반경》을 연구하고 싶었다. 

《대반열반경》은 초기 불전과 대승 불전 가운데 유일하게 경명(經名)이 같은 경전이다. 붓다의 입멸에 관하여 가장 상세하게 서술하는 초기 불전이 《마하빠리닙바나 숫따(Mahāparinibbāṇa Sutta, 대반열반경)》이다. 이에 상응하는 경전이 《유행경》이며, 《대반열반경》을 비롯한 다수의 아함부 《열반경》들이 있다. 

그런데 대승불교에도 《대반열반경》이 있다. 초기불교 《열반경》과 구별하여 《대승열반경》이라고 한다. 나는 대승불교에서 초기불교와 똑같은 이름의 경전을 찬술한 의도가 궁금했다. 그리고 붓다의 입멸에 대한 초기불교 · 부파불교 · 대승불교의 견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싶었다. 

 

그런데 2015년 여름, 나는 뜬금없이 암 선고를 받았다. 그해 겨울 나는 낯선 제주도로 떠났다. 투병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겠다는 각오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실명했음에도 국어를 저술한 좌구명(左丘明), 다리가 절단된 상황에서 병법을 편찬한 손빈(孫臏) 등, 사마천의 《사기》 〈열전〉의 이야기는 당시 나에게 큰 반향과 울림이었다. 나는 그들을 본(本)으로 삼자 했다. 

그러나 내 몸에 있는 병집을 쉽게 보내기 어렵다는 것을 직감했다. 정신이 몸을 이긴다고 믿었지만, 몸과 마음은 본래부터 둘이 아니었고, 몸은 이성으로 무시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암의 끈질긴 습성을 인정하고, 과감히 논문을 포기했다. 그리고 사경(寫經)을 시작했다. 사경을 통해 나는 당당하게 병마와 마주할 수 있었고, 병세도 호전되어 갔다.

2019년 7월, 잊고 있던 논문에 대한 열정이 마구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탐욕인지, 내가 해야 할 공부인지, 진지하게 판단해야 했다. 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는 내가 해야 할 불사(佛事)였고,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마하빠리닙바나 숫따》의 권위자이신 안양규 지도교수님의 격려도 큰 용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해 완성된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에 관한 통시적 연구〉로 나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민족사 윤창화 대표님의 제안으로 출판을 계획하게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하고, 일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편집하면서 최대한 학술적인 어휘를 지우고 각주의 용어 설명을 더하였다. 그 결과물이 바로 《붓다의 입멸 에피소드 연구》이다. 

 

이 책은 전체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붓다의 입멸에 관한 초기불교 · 부파불교 · 대승불교의 문헌 고찰이다. 제2장은 붓다의 마지막 공양, 제3장은 붓다의 수명, 제4장은 붓다의 입멸과 사후존속, 제5장은 붓다의 교단 유훈에 관한 논의로 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은 붓다의 입멸에 관해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까지의 통시적인 고찰에 있다. 

우선, 불타관과 열반관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붓다의 입멸을 지켜본 초기불교도는 역사적인 관점, 부파불교에서 초역사적 불타관이 대두되고, 대승불교는 초역사적인 불타관을 확립했다. 

둘째, 불멸 후 교단 존속에 관한 견해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불교 교단이 존속되고 있는 것은 붓다의 교단 유훈이 실행되고 있기에 가능하다. 다만, 시공을 달리하기 때문에 대승불교의 견해는 초기불교와 다를 수밖에 없다. 

셋째, 《대승열반경》의 성립 의도를 파악하고 있다. 《열반경》의 목적은 붓다의 입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붓다의 본질과 입멸의 의미를 전하는 데 있다. 그러나 《마하빠리닙바나 숫따》는 오히려 불타관과 열반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에 만족하지 못했던 대승불교는 똑같은 경명의 경전으로써 그 한계를 초월하고자 한 것이다. 

넷째, 붓다의 입멸에 관한 후속 연구자들에게 문헌학적 가치가 있다. 붓다의 입멸에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대승불교에서 성립한 불타관과 열반관 등의 근거는 초기불교에 있고, 부파불교가 가교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붓다의 생신(生身)에 주목한 《마하빠리닙바나 숫따》는 오히려 붓다의 입멸을 둘러싼 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부파불교는 초기 불전에서 제기된 논쟁거리를 교학적으로 해명하려 하였고, 법신 사상이 대두되었다. 대승불교는 법신상주의 초역사적 불타관과 상락아정의 열반관, 불입열반(佛入涅槃)으로써, 앞에서 제기된 논쟁의 소지 자체를 없애 버린다. 특히, 일체중생 실유불성 사상으로써 붓다의 본질과 사후 존속의 소재를 설명하였다.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고, 붓다의 소재는 바로 중생 각자의 안에 있다는 것이다.

명오 / 스님,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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