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대만불교의 어제, 오늘, 내일

1. 들어가며

김성순
김성순
​​​​​​​전남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대만불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순수 불교의 모습과 도교 내지 토착 종교 등과 융합된 복합종교의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불교 신자 중에서도 다른 토착신앙을 함께 믿는 경우가 많고, 전통 신앙이나 무속을 믿는 이들도 불교 사찰에 와서 재를 올리거나 기도회에 참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1683년에서 1895년까지 청의 치하에 있는 동안 대만불교는 민간의 토착신앙과 혼합되어 민속불교 신앙의 형태로 나타났다. 현재는 불교계의 신앙 대상이 석가모니를 비롯하여 약 30여 제불보살이 섞여 있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에 비해 법고산사, 자제종, 불광산사, 중대선사로 대표되는 대만의 사대종문 같은 경우는 포교나 수행, 사회복지, 국제봉사 등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대만 토착 종교와 습합되지 않고 전통불교의 정체성을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46년 일본강점기에서 벗어난 후 대만에서는 고산파(敲山派), 일본파(日本派) 그리고 용화파(龍華派) 등 세 가지의 불교 전통이 계승되고 있었다. 이 중 고산파(敲山派)는 대만불교에서 구파(舊派)로 분류되고 있으며, 대륙에서 건너온 대승불교의 전통을 의미한다. 고산파라는 명칭은 중국 복건성의 복주(福州)에 소재한 고산(鼓山) 용천사(湧泉寺)에서 전래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이 고산파의 승려들은 엄격한 지계(持戒) 생활을 하면서 민간의 토착신앙을 두루 수용하고, 관법과 염불을 주요 수행법으로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글에서는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온 세계에 고통과 혼란을 준 코로나 상황의 종식을 위해 대만불교 또는 종교계가 사원끼리 연합하거나,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제역법회(除疫法會)를 개최했던 모습을 중심으로 대만불교의 의례, 의례를 집행하는 의식승, 의례의 절차와 구성 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대만불교계에서 이러한 제역법회를 주로 거행했던 의식승들이 바로 고산파의 승려들이며, 불교 의례에 특화된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먼저 이들 의식승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각 제역법회의 세부적인 절차를 살펴보면서 한국불교와의 차이 혹은 유사한 구조를 읽어내거나, 동아시아불교 내에서 대만불교의 차별성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2. 대만불교의 의식승(儀式僧)

대만의 종교계에서는 최근 2~3년 내의 코로나 상황에서 정부 방역규정을 지키는 것 외에도, 인심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각자 자신들의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종교의식을 거행하면서 전염병이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만불교에서는 여러 차례 전염병 종식을 위한 목적의 호국법회를 거행했는데, 이러한 제역(除疫)법회를 설행할 때는 많은 의식승을 필요로 하게 된다.

대만불교에서는 제역법회와 같은 불교의식을 전문적으로 집행하는 의식승(儀式僧)을 ‘유가교승(瑜伽教僧)’이라고도 부른다. 이 ‘유가교승’이라는 개념은 중국불교에서부터 기원한 것으로 명대에 불교 승려들을 ‘선(禪) · 강(講) · 교(敎)’의 세 가지 전문 범주로 분류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는 선승(禪僧)이며, 이들은 선을 위주로 수행하고 선사에 거주하면서 민간과 접촉하지 않았다. 두 번째 강승(講僧)은 각 종의 경론과 강설을 위주로 학습했으며, 강사(講寺)에 거주하면서 선승과 마찬가지로 민간과 접촉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유가교승’이며, 국가진호의식 혹은 민간의 불교 신자들의 상장례나, 7월 15일 우란분법회 등에서 ‘유가염구(瑜伽焰口)’의 천도 · 연수 · 소재 · 명복을 기원하는 의식을 행했다. 그들이 주로 행했던 의식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불사가 유가염구 시식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유가교승’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대만불교 의식승의 가장 이른 연원은 명대 유가교승으로 소급할 수 있으며, 명청 양대에는 관방 당안(檔案) 및 지방 지서(誌書)에서 ‘응부승(應赴(付)僧)’으로 불리기도 했다. 

명청 시기 이래로 이러한 유가교승을 응부승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바로 의식승이라는 의미이다. 응부승을 경참승(經懺僧)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응부승의 의식에서의 역할에 따른 명명으로서, 그들이 어떤 경문을 독송하거나, 참법을 거행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 의식승이 의식을 행하는 ‘유가도량(瑜伽道場)’ 내지 ‘경참도량(經懺道場)’은 주로 망혼들의 정토왕생 내지 신도들의 수명장구와 구복을 기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밖에 명청 양대에는 관방과 지방에서 응부승이라고 불렀던 의식승 중에 향화승이라고 불리는 직역승도 있었다. 향화승(香花僧)이라는 명칭은 그들이 의식 중에 가장 중요한 ‘향화청(香花請)’ ‘향화영(香花迎)’ 등 의식 중에서 향화(香花)공양과 관계된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일 것이다. 향화승은 대부분 중국의 동남부에 분포해 있으며, 대만의 의식승 관계자들은 광동성과 복건성 일대에서 온 이들이다. 

청대에 대만에서 활약했던 불교 승려 중에 ‘향화화상’ 혹은 ‘향화승’이라고 불렸던 이들은 대만지역 민간의 상례와 향화묘(香火廟)의 중원절 천도행사, 재초(齋醮) 활동을 주로 집행했다. 이들 향화승은 명청 시기에 대만으로 이주한 승려들로서, 치문승(緇門僧) 및 장모승(長毛僧)이라고도 하며, 대만불교에서 가장 초기의 응부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식민지 시기 대만에서 편찬한 마루이 게이지로(丸井圭治郎, 1870~1934)의 《대만종교조사보고서(제1권)》에 따르면, 대만 본지에서 머리를 기르고, 식육 대처하며, 사원 밖에서 무리 지어 살면서 민간의 상장례와 천도의식을 업으로 삼는 반승반속의 승려를 ‘장모승(長毛僧)’ 혹은 ‘치문승’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은 원래 재교(齋教) 내의 세 가지 파의 재우(齋友)였는데, 일제 시기와 전후(戰後)에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향화승’과 ‘경참승’으로 바뀌게 된 것이라 한다. 

대만불교의 의식승에 대해 의례 형태별로 구분하는 개념이 향화승과 경참승이라면, 지역적으로 분류하는 ‘본지(本地)’와 ‘외강(外江)’ 혹은 민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민남(閩南)’과 ‘객가(客家)’의 개념도 존재한다. 여기서 ‘본지(本地)’라는 개념은 일제 치하 시기에 명청시대 이래로 대남(臺南) 해회사(海會寺, 開元寺), 법화사(法華寺) 등의 ‘본지’ 총림불사 승려 및 용산사(龍山寺)와 마조묘 등의 향화묘에 주석하는 본지 승려를 말한다. 

주목할 점은 ‘외강’의 개념이 일제에서 독립한 시기를 기준으로 범주에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원래 일제 치하 시기의 ‘외강(外江)’은 중국 화남지구에서 바다를 건너 대만에 온 이들로서 ‘외강승(外江僧)’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전후 국민당 정원이 대만에 온 후, 원래 일제 치하 시기의 외강승이 대만 본토의 승려로서 위치를 굳히게 되면서 대만에 자신들의 도량을 세웠기 때문에 전후에 본지승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후에 국민당 정권과 함께 대만에 온 절강성과 강소성 출신 승려들이 새롭게 ‘외강승’으로 불리게 되면서 대만불교 의식승의 체계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갈래들을 정리해보면, 대만불교의 ‘의식승’은 명청 이래 유가교승 혹은 응부승에서 기원한 향화승과 경참승 등 불교의식 전문 승려들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의식승이 주로 전승한 불교의식으로는 ‘유가염구시식의(瑜伽燄口施食儀)’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이 의식 절차에서 행해지는 수인(手印), 주문, 관상(觀想), 창송 등이 전체 불교의식에서 가장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가염구시식의’가 의식승의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의식이 된 것이다. 

이 유가염구법이 최초로 중국불교에 전래된 것은 《구면연아귀다라니신주경(救面然餓鬼陀羅尼神咒經)》 1권과 《감로다라니주(甘露陀羅尼咒)》 1권이다. 문헌의 제목에 있는 ‘면연(面然)’은 염구(燄口), 즉 아귀의 번역어이다. 그 후 불공삼장이 번역한 《구발염구아귀다라니경(救拔燄口餓鬼陀羅尼經)》은 실차난타에 의해 번역된 것과 동본이다. 불공은 또한 《유가집요구아난다라니염구의궤경(瑜伽集要救阿難陀羅尼燄口儀軌經)》 《유가집요염구시식특교아난다연유(瑜伽集要燄口施食貣教阿難陀緣由)》(이전 《儀軌經》의 전반부를 원용하여 별행), 《시제아귀음식급수법(施諸餓鬼飲食及水法)》을 번역했다. 원대에는 장족(藏族), 즉 티베트의 라마교(喇嘛敎)가 중국에 들어오게 되면서 밀교가 부흥하게 됨에 따라 《유가집요염구시식의(瑜伽集要燄口施食儀)》 1권과 같은 밀교의식집도 장경목록에 포함된다. 

명청 이래로 중국에서 전승된 ‘유가염구시식의’는 몇 가지 다른 전승 판본이 있는데, 명대 천기 선사의 《수습유가집요시식단의(修習瑜伽集要施食壇儀)》는 세칭 《천기염구(天機燄口)》라 한다. 주굉의 《수설유가집요시식단의(修設瑜伽集要施食壇儀)》, 청 강희 32년(1693)에 간행된 보화산(寶華山) 석덕기(釋德基)의 《유가염구시식집요(瑜伽燄口施食集要)》는 세칭 《화산염구(華山燄口)》라고도 한다.

대만불교의 경우, 경참승 계열에서는 주로 고산(鼓山, 복건성 복주시 고산) 용천사(湧泉寺)의 《수습유가집요시식단의》를 의례에서 사용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천주(泉州) 개원사(開元寺) 등 복건불교 계통의 ‘향화승’ 및 ‘본지’ ‘경참승’이 주류가 되어 용천사본을 근거로 하여 의식을 행했다. 2차대전 이후에는 강절(江浙, 강소성과 절강성) 계통의 외강 경참승이 전입했는데, 그들은 주로 《화산염구》를 의례집으로 사용했던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대만 유가염구시식과의의 전승은 결코 단일 전승이 아니며, 다원적인 흐름의 절차 전승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대만 민간 사원에서는 명망이 있는 향화승이 주지를 맡아서 상장례나 향화묘의 재초제사를 주로 집행하는데, 바로 이들이 코로나가 치성하던 시기에 제역법회를 거행했던 의식승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수례참제역 영취산원만전구3장수참법회(共修禮懺除疫 靈鷲山圓滿全球3場水懺法會) (사진 https://www.093.org.tw/news)
공수례참제역 영취산원만전구3장수참법회(共修禮懺除疫 靈鷲山圓滿全球3場水懺法會) (사진 https://www.093.org.tw/news)

3. 코로나 상황과 대만 종교 교단의 노력

이번 코로나의 대유행은 국경을 불문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동요와 불안을 가져오게 되었다. 이는 대만 역시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방역 문제로 인해 국가적인 긴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 의료기술에 의한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만에서는 2020년부터 불교 계통 위주의 법회를 거행하면서 종교를 통해 기원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의식승이 각자의 종교 교단 내지 사원에서 제역기안법회(除疫祈安法會)를 거행하게 된 것이다. 

의식승 중의 향화승은 주로 수륙기안제초법회(水陸祈安齋醮法會)에서 제역(除疫), 즉 병을 물리치는 의식을 진행한다. 경참승의 경우에는 수륙법회를 거행하는 것 외에도 약사법회(藥師法會) 및 《불설각온황신주경(佛說卻溫黃神咒經)》법회를 거행한 것을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식들 외에도 밀교의식인 공작명왕법회(孔雀明王法會)를 거행해서 전염병에 대처한 사례도 볼 수 있다. 수륙법회는 불교의 향화승이 수륙과의(科儀)를 진행하는 주체가 되며, 도교의 도사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대만의 불교사원이나, 도교사원에서 거행하는 수륙법회 혹은 수륙재초에서 불교의 향화승과 경참승, 그리고 도교의 도사들이 함께 협력해서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현상임을 말해준다.

이제 이들 의식승 내지 도사들이 대만 전역에서 코로나를 물리치고, 민심을 안정시키며, 역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의식들을 거행했던 몇 가지 사례들을 통해 종교가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요구에 부응했던 현상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 대만의 제역법회들은 주로 2020년부터 지방의 대형 불교사원과 도교사원에서 시작되었던 것을 볼 수 있다. 각 사례들을 보면 개별 사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역 내의 사원들 간에 협력해서 공동 개최하거나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도교사원을 대표하는 교단은 마조여신(혹은 마조관음)을 모시는 마조(媽祖)사원과 관제(關帝, 관우)를 모시는 사원, 그리고 보생(保生)대제사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한 제역법회의 일례로서, 창화현(彰化縣) 정부와 창화현의 13개 마조사원이 2020년 3월 1일 왕공복해궁(王功福海宮)에서 거행한 연합 기안소재법회(祈安消災法會)를 오후 6시에 종료했다. 법회의 목적은 전염병을 소멸하고, 사람들의 평안을 기원하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왕공복해궁(王功福海宮), 녹항대만호성궁(鹿港台灣護聖宮), 신항복안궁(伸港福安宮), 창화남요궁(彰化南瑤宮), 분원보장사(芬園寶藏寺), 원림복녕궁(員林福寧宮), 사두방교두천문궁(社頭枋橋頭天門宮), 전중건덕궁(田中乾德宮), 북두전안궁(北斗奠安宮), 비두합흥궁(埤頭合興宮), 이림인화궁(二林仁和宮), 방원보천궁(芳苑普天宮), 계호복안궁(溪湖福安宮) 등의 13개 마조궁묘가 공동으로 완성한 이번 기안소재법회에서는 마조에게 형체가 없는 온신(瘟神, 역신)을 쫓아보내 줄 것을 기원했다. 또한 이러한 소재(消災)법회를 통해 전염병을 없애는 신의 조력이 당연히 이루어지리라는 믿음하에, 인간이 해야 할 몫인 ‘이불삼요(二不三要)’의 원칙에 대해서도 제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가지의 금지 사항과 세 가지 필요사항을 의미하는 이 원칙은 ‘본토의 관리를 위해 대만으로 반환할 것’ ‘위생에 주의하여 손을 씻을 것’ ‘주변 환경을 소독하는 것을 준수’ ‘집에서 격리하며 나가지 말 것’ ‘건강하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것’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대만과 긴장 관계에 있는 중국 대륙이기 때문에 대만에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반환하라는 첫 번째 구호가 흥미롭다.

운림(雲林) 북항진(北港鎭) 진안궁(鎮安宮)에서는 2020년 4월 21일에 ‘예두식복삼헌기안법회(禮斗植福三獻祈安法會)’를 거행했다. 진안궁의 장송유(莊松裕)는 이 법회는 사원이 건립된 지 135년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제역기복법회(除疫祈福法會)’이며, ‘칠왕야(七王爺)’가 작년 중순에 선몽하여 거행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관련 종교인들은 마음속으로 납득이 되지 않아 고민했으나, 금년이 되자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면서 비로소 깨닫는 바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 법회는 진안궁 사원 앞에서 거행되었으며, 조천궁의 이사장인 채영득(蔡咏鍀), 북항의 진장(鎮長)인 소영의(蕭永義) 등이 법회에 참여했다. 전 인원이 방역에 협조하여 마스크를 착용했으며, 사원 안에는 의례를 거행하는 인원들만 입장했다. 

이러한 제역법회의 형식과 절차에서는 도교와 불교를 막론하고 사원들 측에서도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들이 나타난다. 진안궁 역시 근래에 거행하는 법회가 아닌 15년 전에 마지막으로 행했던 과거의 법회 형식을 빌려서 전염병의 종식을 기원한 것을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사원의 책임자가 꿈에 계시를 받아 척교점(擲筊占)을 쳐서 법회의 개최와 형식을 정하는 방식으로 ‘예두식복삼헌기안법회’를 거행하게 된 것으로 공표했다. 제역법회는 전염병 상황으로 인해 임시로 개설되는 법회이기 때문에 다른 정규 법회와는 다른 내용을 취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각 사원마다 그 절차를 구성하기 위해 비슷한 고심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종교의례는 곧 절차를 통해 진행되는 기도(祈禱)/발원의 구성이라서 의례의 목적이 달라지면 절차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원의 자체적인 법회나, 교단 내에서의 연합법회 형식이 아닌 지자체 차원에서 해당 지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기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사원에서 열리는 법회에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이 참석하여 공식적인 메시지를 내는 모습이 그것이다. 코로나 전염병이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각급 학교의 개학이 닥치자, 대남(台南) 시장 황위철(黃偉哲)은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20일에 능소보전(凌霄寶殿) 무룡궁(武龍宮)에서 23일까지 거행되는 ‘대대남소재기안호국대법회(大台南消災祈安護國大法會)’에 참석하여 교단에 감사를 표하고 전염병이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했다. 또한 시의원 임연축(林燕祝), 채숙혜(蔡淑惠)도 직접 법회 장소에 나와서 지지와 관심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기사도 확인할 수 있다.2) 이러한 모습들은 신앙 행위라기보다는 지자체 주민들의 민심을 어루만지기 위한 대민홍보용으로서의 행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계(大溪) 지역의 사례를 보면, 2021년에는 ‘영부송궁묘(迎富送窮廟)’의 연례 최대의 법회로서, 대계 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교활동의 하나인 대계송궁제(大溪送窮祭)가 그 다음 해로 순연되었지만, 같은 해 8월 14일에 대보참법회(大寶懺法會)를 거행하여 전염병이 사라지고 편안해지기를 기원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다. 7월 말에 3급 경계령이 내려지고, 방역정책과 맞물려서 신도대중의 안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심사숙고 끝에 중지를 결정했지만, 전염병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 참배객들의 멸죄, 소재, 천도, 기복 등의 신앙적 요구를 고려하여 음력 7월 말에 보도대법회(普渡大法會)를 개최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지역의 도교사원인 대계영부송궁묘(大溪迎富送窮廟)는 대계송궁제의 규모를 매년 확대했으며, 종교와 문화를 새롭게 결합한 ‘문화제’ 형식으로 거행해왔다. 하지만 2021년에는 이러한 대계송궁제를 양력 8월 27일부터 연속적으로 ‘수륙대법회’ 및 ‘영부송궁대법회’의 형식으로 거행했다. 코로나 상황 및 방역 정책으로 인해서 대계송궁제 대신에 수륙법회 형식으로 거행하게 된 것이다.

관제(關帝, 관우)를 모시는 도교사원인 대중(台中) 남천궁(南天宮)의 사례를 보면, 2020년 2월 22일에 ‘쇄정제역호우태만기복법회(灑淨除疫護祐台灣祈福法會)’라는 이름으로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는 법회를 거행했다. 남천궁에서는 사원 앞 광장에서 ‘기복쇄정제역법회’를 열고, 관제야(關帝爺) 상을 신교(神轎)에 태워서 시내를 돌아다니며, 복을 빌고, 살(煞)을 제거하는 의식을 거행하다가 아침 10시에 남천궁으로 돌아와 상을 안좌했다. 또한 2021년에는 1월 21일 저녁 11시부터 1월 28일까지 3일간 주야로 기안식복수륙법회(祈安植福水陸法會)를 거행했다. 이는 법사단을 청해서 경을 외고, 복을 빌며 사람들이 평생 동안 편하도록 기도하면서 민심을 위로하는 형식의 의식이다.

‘기복쇄정제역법회’는 신의 위신력을 집중해서 사회를 위해 재난을 없애고 복을 비는 것 외에도 공력이 높은 의식승을 초청해서 신도대중 한 명 한 명을 위해 가지(加持)하고, 정화의식을 하며, 관성제군의 가지를 거친 청정부(清淨符)를 선물하여 각자 편한 방식대로 몸에 지녀서 몸을 청정하게 하도록 한다. 남천궁 측에서는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들이 두렵고 당황하고 있는 시기에 종교와 사회가 상호협력하는 것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마음가짐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를 거행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4. 불교 제역법회의 절차

이번에는 대만의 불교계가 코로나 종식을 기원하며 거행했던 의식의 절차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역의 각 사원에서 다양한 의식들이 행해졌기 때문에 절차나 의식의 명칭, 의식 집행자들의 구성도 모두 다르지만 여기서는 향화승이 주재하는 신북시(新北市) 수림흥인화원야시수륙법회(樹林興仁花園夜市水陸法會), 경참승이 주재하는 대북시(台北市) 송산자우궁공작명왕법회(松山慈祐宮孔雀明王法會)의 두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수륙재 형식의 불교의식에서는 의식의 현장을 정화한 후에, 불보살과 신, 성현 등을 청하여 단에 좌정하게 하고, 의식의 공덕을 증명하는 절차가 선행된다. 대만의 수륙과의(水陸科儀)에서도 수륙재초도량을 세우기 위해서 먼저 공양의 예를 갖추고 불보살과 존신들을 소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계성(啟聖)과의절차에서는 불보살 성인을 계청하여 육신으로 모신다. 각각 나누어 청하여 차와 향으로 두루 공양하고 여섯 성인의 자리에 모신다. 6신은 내단 삼보단 및 기타 오처의 외단으로 나뉜다. 삼보단에는 시방 상주 불법승 삼보 및 호법용천 등의 성중을 모신다. 외단에 해당하는 삼계단에는 천 · 지 · 수 삼관대제 및 4부 존신을 모신다. 보타산(普陀山)이라는 제목의 단에는 망혼을 관리하는 존재인 초면(焦面)대사 및 성중을 모신다.

다음 의식을 장을 장엄하는 수번(竪旛)으로서 위태번(韋駘幡)과 오채신번(五彩神幡)을 세운다. 한림원(翰林院)이라는 제목의 단에 역대 공명(功名)지사의 고혼을 소청하여 봉안한다. 동귀소(同歸所)라는 제목의 단은 그동안 봉안한 경내의 고혼과 혼백을 소청하여 모아둔 곳이다.

이렇게 기본적인 의식의 장을 구성한 다음에 각 사원마다 특정 도량의 형식을 취하여 의식을 진행하게 된다. 이 글에서는 양황보참(梁皇寶懺), 유가염구시식(瑜伽焰口施食), 공작명왕법회(孔雀明王法會)의 세 가지 도량의 사례를 들어 간단한 절차를 소개한다.

① 양황보참(梁皇寶懺)

양황보참과의는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참의, 즉 참회의식을 위주로 절차가 거행된다. 특정 명칭이 붙은 불교의식을 거행하는 것은 특정 의례집을 기반으로 하여, 그 의례집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황보참을 거행한다는 것은 ‘양황참’이라는 의례집의 순서대로 의례를 진행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양황보참의 경우는 향화승이 진행하게 되는데, 의식을 구성하는 범패의 곡조를 ‘북경(北經)’과 ‘남곡(南曲)’으로 나눈다. ‘북경’은 청대 이래 불교사원에서 행해지는 범패의 창법을 전승한 것이다. 남곡은 ‘남찬(南讚)’이라고도 하며, 약간 ‘고갑희(高甲戲)’의 곡풍을 띤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양황참을 이틀에 걸쳐 나누어서 하는데, 앞의 5권은 남곡의 창송 방식으로 교참(交懺)을 하고, 둘째 날은 뒤의 5권을 북경의 창송 방식으로 교참하게 된다.

양황보참과의 배송을 매 권 마친 후에는 반드시 십지보살에게 표문을 올려서 청하여 배참의 공덕을 증명하게 한다. 이어서 참첩을 고혼에게 나누어주고 배참의 공덕을 회향한다. 

② 유가염구시식(瑜伽焰口施食)

수륙법회 의제 규정상 본래는 하구(河口)나 해안가에서 수륙연등을 베풀고 수중고혼을 천도해야 한다. 그러나 전염병의 정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견전수과의(牽轉水科儀)의 방식으로 수륙연등의 방식을 대신하여 수중 유혼을 제도하는 과의를 진행한다. 견전수과의는 지장보살, 목련(目蓮)보살 및 천지의 제대신(諸大神)을 청하여 수중유혼을 인도하는 형식이다. 먼저 목욕정(沐浴亭)에서 남녀 망혼을 각각 다른 공간에서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동귀소(同歸所)에 안좌케 한다. 다음날 유가염구법식을 받아서 법문을 듣고 수계를 하며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게 한다.

유가염구시식의 판본 사용을 보면, 향화승의 경우에는 주로 고산 용천사본 《수설유가집요시식단의》 판본을 위주로 하고, 각자 단문(壇門)에서 전승하는 〈심법구결(心法口訣)〉을 배합하여 유가염구시식의 의본을 삼고 있다. 향화승 단문의 〈심법구결〉은 각 절차의 밀주(密呪), 관상요결(觀想要訣), 수인지법(手印指法), 세부적인 절차, 사법(寫法) 등을 보충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인 유가염구시식과의의 의식구조를 보면 순단참례(巡壇參禮), 등좌연법(登座演法), 회단예성(回壇禮聖)의 3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여기서 등좌연법은 다시 ①개계법사(開啓法事) ②건단경공(建壇敬供) ③이생비시(利生悲施) ④공원해산(功圓解散)의 주요 4개 부분 절차로 나뉜다. 회단예성 절차는 삼보단에 예배하고, 전승조(傳承祖)와 본사(本師)의 가피에 감사하여, 법회가 원만하고 순조롭게 될 수 있게 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영취산 불교교단의 공작명왕경법회(영취산불교교단 홈페이지 사진)
영취산 불교교단의 공작명왕경법회(영취산불교교단 홈페이지 사진)

 

③ 대북 송산(松山) 자우궁(慈祐宮) 공작명왕법회

공작명왕법회(孔雀明王法會)는 말법 시기에 중생이 《불모대공작명왕경》을 주송하면 심신과 환경의 독을 없애고, 역병의 독을 제거한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의식이다. 현재 대만불교에서 공작명왕경법은 의란(宜蘭) 공작산 개성선사(開成禪寺) 개산화상인 견여(見如) 장로가 새로이 편집한 《불모대금요공작명왕경(佛母大金曜孔雀明王經)》을 보편적인 의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수년 전에 사스(SARS)가 유행할 때도 공작명왕경법이 거행된 적이 있어서 수인법이나 관상법, 결계법, 관정(灌頂), 가지(加持) 등의 법요에 대해 정비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먼저 공작명왕법회의 법회단성(法會壇成)에 대해 살펴보면, 내단 배치는 《불설대공작명왕화상단장의궤(佛說大孔雀明王畫像壇場儀軌)》에 따른다. 내외 양대 단장으로 나누고, 내단은 도량의 전각 안에 설단되어 공작명왕, 과거칠불과 자씨보살을 받든다. 또한 내단은 이틀째 오후에 신도대중을 위해 관정 가지를 할 때만 외부에 개방된다.

외단에는 한 폭의 공작명왕 탕카를 걸고, 1존의 대금요공작명왕 및 천룡팔부의 성위를 모신다. 초천단(超薦壇)에는 〈소청전구인무한폐염신관병독이난중등(召請全球因武漢肺炎新冠病毒罹難眾等)〉이라고 쓴 초천위패를 세운다. 외단은 공수구(共修區), 즉 개방된 수행구역에 설단하여 사원 내의 송경생, 참배객, 외지 법사, 신앙 대중들이 함께 《불모대금요공작명왕경》을 독송한다. 3일에 걸친 법회에서 앞의 이틀간은 《불모대공작명왕경》을 독송한다. 매일 정오 단성(壇城)의 성중에게 공양을 올리고, 공덕당에 가서 이번 코로나로 사망한 이들의 천도 회향을 진행한다

내외단에는 모두 공작털이 공양되는데, 이틀째 하오 수법 절차가 끝난 후에 참여한 신도대중들에게 나누어준다. 이는 공작명왕의 보호를 법회에 참여한 신도대중들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5. 정리하며

본문에서는 대만불교의 의례, 그중에서도 특별히 이번 코로나 상황의 종식을 기원하며 거행되었던 각종 의식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먼저 유가염구시식 등의 의례를 전문적으로 행하는 향화승과 경참승 등의 의식승들이 대만불교 저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시의적인 의식을 거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대만의 각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의 사원과 도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대만의 사원들이 코로나 상황에 맞추어 의식의 제목과 절차, 그리고 장소와 거행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방역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식의 절차 역시 줄이거나 변경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상황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만의 종교계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되, 사회의 질서나 위기상황에 따른 조치에 부응하고 있는 점은 2020, 2021년에 한국에서 벌어졌던 종교집회 논란을 돌아보게 한다. ■

 

 김성순 shui1@naver.com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에서 〈중국종교의 도 · 불교섭에 나타난 수행론: 당·송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석사학위, 〈동아시아 염불결사의 연구: 천태교단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광대 HK연구교수, 금강대 HK연구교수, 동국대 HK연구교수,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전남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이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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