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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3년여에 걸쳐 내 생의 마지막 소설 2권을 완성했다. 제목은 아직 미정이다. 40여 년 전에 발표한 《솔바람 물결소리》와 속편 《연꽃을 피운 돌》 그리고 30여 년 전에 발표한 《우담바라》에 이은 장편이다. 《솔바람 물결소리》와 《연꽃을 피운 돌》이 불교의 문턱에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불교를 바라보는 소설이라면, 《우담바라》는 불교 안으로 들어와 불교와 호흡하며 마음껏 불교를 향유했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 《우담바라》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70대 중반에
사색과 성찰
남지심
2021.12.0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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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남편과 아내는 병고(病苦)를 겪으며 서로 간병인이 되기도 한다.나는 약골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잔병이 많았다. 그러다가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는 큰 병을 앓아 한 달 넘게 입원한 적이 있다.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때 아내가 극진히 나를 간호하여 병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병은 의사가 고치지만 건강 회복은 아내의 정성스러운 병간호 덕분이었다. 아내는 입원 중에도 병원식과 별도로 이런저런 건강 음식을 구하여 먹도록 하고 퇴원 후 학교에 출근할 때는 건강에 도움 되는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싸주었다. 더구나 아내는 같은
사색과 성찰
정천구
2021.12.0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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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대형 서점의 문구 코너가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특히 새해 수첩을 파는 코너에 젊은 여성들이 많다. 문방구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정이라 나도 그 속에 슬그머니 끼어들어 훑어본다. 요새 우리나라에도 해외의 명품 플래너, 공책, 수첩들이 들어와 있다. 고급품은 20만 원이 넘는 프랭클린 플래너도 있고 헤밍웨이, 고흐, 피카소가 즐겨 썼다는 몰스킨 공책, 가죽 커버에 고무줄로 허리를 묶어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시아크도 있다. 내가 좋아했던 물품들이다.진지하게 수첩을 고르는 젊은이들의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새해에 대한 꿈은 어
사색과 성찰
이창숙
2021.12.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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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인식’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한국갤럽은 지난 5월 ‘종교 현황과 종교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의 명칭이 다른 이유는 올해 조사가 계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가장 최근에 진행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인식’ 조사는 2014년 5차 조사였고 다음 6차 조사는 2024년도에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에는 해당 조사가 계획되어 있지 않지만, 2019년에 발생하여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종교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조금 간소화된 형식과 내용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사색과 성찰
이명호
2021.10.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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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학위 논문 심사가 있었다. 대학원 강의실 한 곳의 문을 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았다가 책상 위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여기저기 물수건으로 훔치고서 다시 자리하게 되었다. 종강을 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주인이 떠난 강의실에는 벌써 티가 나고 있었다. 캠퍼스의 주인은 바로 학생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이 훨씬 넘게 주인을 잃어버린 학교 교정의 모습은 가끔은 쓸쓸하기도 하고 한편 황량하기도 하다. 지난 학기부터는 실험 · 실습이 있어야 하는 학과들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면 수업을
사색과 성찰
구동현
2021.10.1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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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2,500년 불교 역사를 통하여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논란거리가 아닌가 싶다.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수많은 수행자가 깨달음을 추구해왔고, 깨달음에 대한 해석과 이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 원불교를 개창한 소태산 박중빈, 증산도의 증산 강일순 같은 분들도 우주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통해 새로운 종교적 실천을 제시했다. 이는 깨달음에 대한 이해나 그것을 추구하는 방법과 과정이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나도 깨달음에 대해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관심
사색과 성찰
조구호
2021.10.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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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읽은 책의 구절이 종종 떠오른다. “인간의 소화관은 입,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으로 연결되며 몸 안을 관통하고 있지만 공간적으로는 외부와 연결되어 있다. 이는 가운데가 뚫려 있는 어묵의 구멍 같은 것, 즉 몸의 중심을 뚫고 지나는 중공관(中空管)이다(《동적 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2019: 56).” 내 몸이라고 여겼던 소화관은 사실 외부를 향해 있다. 아니, 이미 외부이다. 내 몸 안에 있는 내 몸의 외부로서의 관, 가운데가 뚫려 있는 어묵의 구멍 같은 관을 생각할 때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끊임없이 흔들리며
사색과 성찰
김은미
2021.10.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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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남녀의 흔한 말다툼 한 대목.“네가 그럴 수 있니?”“나 원래 그런 사람이야.”“그래, 네가 그런 인간인지 모른 내가 바보다.”3년 정도 사귀면 이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안다.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서는 어떤 행동을 할지 충분히 짐작된다. 그런데 그 짐작에 들어맞지 않는 행동을 보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듯싶다. 그래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저런 인간인 줄 미처 몰랐네, 하며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이 시원찮음을 탓한다.“네가 그럴 수 있니?”라는
사색과 성찰
편상범
2021.10.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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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일은 인생에서, 아니 영혼에서 단 한 번 일어나는 축복이 아닐까. 그 축복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가 없는가는 자신의 선택일지도 모르고 불교식으로 말하는 인연인지도 모르겠다.티베트불교에서는 그러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헌신을 스승에게 바치는 것을 ‘구루 요가’라고 한다. 티베트불교의 구루 요가를 배우면서, 외적인 어떤 존재를 구루로 모시는 것에 한계를 느꼈었다. 그 구루가 진정 내가 모든 걸 바칠 만한 스승인지를 묻는 오만함과 분별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실은
사색과 성찰
양영순
2021.10.1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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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 젊었을 때는 몰랐었는데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본디 성인들의 가르침은 이해하기 쉬운 것인데 뒷사람들이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자와 노자, 인도의 석가모니, 이스라엘의 예수,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등이 남긴 말들은 대부분 쉬운 언어로 되어 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언어는 전혀 일상을 떠나지 않았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눈 있는 자 보고 귀 있는 자 들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했다. 부처님은 말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했다. 예수의 최고 가
사색과 성찰
장춘석
2021.10.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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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우리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자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이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라고 하면서 ‘미국산 앵무새’라고 했다. 북한이 이렇게 거친 말로 우리를 비난하는 일은 수없이 있어 왔지만, 들을수록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다.부처님께서는 나를 비난하더라도 그것을 무시해버리면 그만이라고 하셨지만 말에는 감정을 조정하고 행위를 유도하는 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격적 살인을 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교의 오계에도
사색과 성찰
김종상
2021.06.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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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나직나직한 산들이 키재기하고 논과 밭들이 다정하게 얼굴 부비는 농촌에서 나는 태어났다. 우리 마을에서 4㎞ 정도 떨어진 곳에 제법 높은 연화산이 있는데, 그 산 8푼 능선쯤 일제강점기에 조그마한 절을 지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께서 젊을 때 총무를 맡아 앞장서서 지으셨다는데, 우리 절이 아니고 절 주인은 따로 있었다.내가 어렸을 때, 연로한 조부모님은 그 절에 다니시는 것을 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께서는 바쁜 농사일 가운데도 초하루 보름은 꼭 다녀오셨다.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보시할 공양미도 챙겨서 구불구불 산길을
사색과 성찰
박정우
2021.06.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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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인간의 상상에서 이루어진 세계요, 초자연, 초논리의 세계다.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오는 옛이야기가 지니고 있었던 것이며, 고대소설이 지니고 있던 문학의 표현 형식이었다. 세계의 문학이 모두 그러했다.우리나라 고대소설은 연대가 확실한 《홍길동전》 등을 비롯해서, 500여 편에 이른다. 이 중에서 춘향전 등 몇 편을 제외하면 거의 판타지 형식이다.이러한 판타지 기법은 리얼리즘(寫實主義)이 등장하면서부터 소설에서 물러앉아 동화문학 전체를 이루게 되었다. 어린이들의 동심이 바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그러다가 동시문학이 판타지를 수용
사색과 성찰
신현득
2021.06.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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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책을 쓰는 일을 하며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러 소재의 글을 썼는데 그중에 불교와 연관된 책이 두 권 있다. 불교 공부를 따로 깊게 한 적도 없고 다만 불교는 생명 존중 사상을 크게 강조한다고 생각되어 친근감을 갖고 있다. 또 절밥 먹기를 좋아하여 템플스테이를 가끔 가는 정도이니 불교 관련 소재가 들어간 책이라도 불교를 깊이 공부한 분이 보기에는 너무 함량 미달일 수 있는 책들이다.하나는 동화책으로 《땅끝마을 구름이버스》라는 제목으로 해남 미황사와 그 인근의 분교 이야기를 실제로 보고 쓴 이야기이다. 폐교될 뻔한 분
사색과 성찰
임정진
2021.06.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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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오는 동녘의 햇살을 받으며 매일 아침에 절을 드린다. 그리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소리 내어 읽는다.나의 전생은 어떠했는지 모르나, 이생에서는 여태껏 고통 없이 건강하게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합장한다. 그리고 이제 남은 생애는 세심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더욱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삶의 시간은 이리도 빨리 흘러가고 있으므로, 깊은 인연의 부모님 은덕을 새기지 않을 수 없다.“무명도 무명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늙고 죽음도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으며, 지혜도 얻음
사색과 성찰
고광자
2021.06.2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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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설핏 든 잠 속에 그분이 출현했다. 소식이야 인터넷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보지만 꿈에 오신 건 처음이었다. ‘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잔잔히 미소 띤 모습과 ‘윙윙’ 울림이 큰 음성도 그대로……. 꿈에서도 어찌나 반갑던지 연신 합장 반 배를 올렸다. 내가 처음 인도에 간 건 10년 전이었다. 처음엔 부탄 여행을 계획했다. 경제적으로는 그토록 가난한 나라가 국민 행복지수는 세계 1위라는 부탄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여행상품 중에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고 부탄으로 가는 일정이 용케 눈에 띄었다. 매
사색과 성찰
백승자
2021.06.27 2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