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인식’에 대해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한국갤럽은 지난 5월 ‘종교 현황과 종교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조사의 명칭이 다른 이유는 올해 조사가 계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인식’ 조사는 2014년 5차 조사였고 다음 6차 조사는 2024년도에 진행될 예정이다. 올해에는 해당 조사가 계획되어 있지 않지만, 2019년에 발생하여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종교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조금 간소화된 형식과 내용으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기간은 2021년 3월 18일부터 4월 7일까지였고 만 19세 이상 1,500명을 조사하였다. 

이번 조사결과는 교계 언론에도 소개되었지만, 조사결과를 단순하게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한 영향’이라는 조사의 목적을 고려하여 보다 심층적으로 조사결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분석 내용을 간략하게 미리 소개하면, ‘전반적인 종교 인구의 감소와 더욱 두드러진 불교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노년층의 종교성 변화’ ‘공격적 선교 가능성 증가’이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불교를 비롯한 종교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불교와 천주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참여하였고, 이는 방역이라는 공공선 참여를 거부한 일부 개신교와 차별되었다. 하지만 불교와 천주교도 방역 참여라는 시민적 의무를 뛰어넘는 종교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결과는 종교에 대한 호감도,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 사회적 기여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다시금 종교 인구의 감소로 드러났다. 비종교인의 비율이 60%로 갤럽 조사 이래로 가장 높다. 이러한 감소 추세에서도 불교 인구의 감소세는 두드러진다. 불교 인구는 2014년(22%)에 비해 6%p 감소한 16%로, 감소폭이 개신교와 천주교에 비해 크다. 불교보다 호감도가 낮은 개신교(17%)는 4%p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종교 인구의 감소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강화된 탈종교화의 영향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교 인구의 감소에는 다른 요인이 더욱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참여는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지만, 그것이 종교의 역할로 이해되지 않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개별 종교에 주는 영향은 그리 없다는 사실과도 연관되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다음의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호감 가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 불교라고 응답한 비율은 28%로 가장 높다. 하지만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비율은 이보다 18%p 높은 38%이다. 또한 종교인을 제외하고 비종교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면 그 비율은 61%에 이른다. 2014년 조사에서는 이 수치는 46%였다.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질문에서는 더욱 극적인 변화가 확인된다. 2014년 조사에서 종교가 우리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비율은 63%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38%보다 약 2배 정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정반대로 도움을 준다는 비율은 38%,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62%로 조사되었다. 비종교인만을 대상으로 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사회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은 18%,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82%에 이른다. 그 어떠한 개별 종교도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종교의 고유한 역할을 하지 않은 현실에서, 시민들은 개별 종교의 차이를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경향에서 코로나19 이전에 존재하였던 불교 인구의 감소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둘째, 노년층의 종교성 변화이다. 전통적으로 불교 인구의 연령별 구성은 2030 세대의 비율은 낮고 50대 이상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전통적인 믿음 중 하나는 나이가 들면 무종교였던 사람들이 종교를 선택할 경우 대부분 불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 믿음은 2014년 조사결과를 분석하면 일정 부분 확인된다. 전반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평균 연령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개별 종교로 살펴보면, 성인이 되기 전부터 현재의 종교를 믿는 사람은 불교의 경우 31%, 개신교 46%로 조사되었다.

즉 불교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신앙생활을 시작한다. 또한 불교의 경우, 신앙 계기는 ‘스스로 필요해서’(44%)와 ‘타인의 포교’(38%)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스스로 필요해서’라는 비율이 가장 높아서 앞서 언급한 믿음을 어느 정도 통계적으로 입증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믿음에 반하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조사에서 60대 이상이 인구에서 불교의 비율은 35%로 가장 높았고 개신교에 비해 10%p 높았다.

하지만 올해 조사에서 불교 비율은 28%로 무려 7%p가 감소하였다. 반면에 개신교는 25%(2014년)에서 23%(2021년)로, 천주교는 8%로 큰 변화가 없다. 이러한 결과는 노년층이라 하더라도 불교와의 친화성만으로 불교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기존 불교인들 중에서 불교 대신에 다른 선택을 하는 분들이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셋째, 공격적 선교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비종교인이 60%에 이르고 이들 중에서 61%는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사실이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과 사회적 기여도 모두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현실에서 종교는 일반사회에서 보편적 사회영역이 아닌 특수한 사회영역으로 고립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 내부의 결집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집단의 범위가 좁아지고 외부의 시선이 부정적일수록 집단 내부는 외부와의 교류보다는 내부 결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과정에서는 소위 ‘근본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종교지형은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오랜 시간 분할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할은 고착되어 종교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종교의 확장 가능성이 줄어들면, 지금의 평화는 더욱 불안정하게 될 것이다. 이웃종교에 대한 경쟁자로서의 인식이 더욱 강화되고, 종교지형 내의 관계는 제로섬 관계로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이번 조사에서 호감 가는 종교에 대한 질문에서 자신의 종교를 선택한 비율이 불교, 개신교, 천주교 모두 90%를 넘는다. 이전 조사에서는 비종교인만을 대상으로 하여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종교 인구가 감소한 사실을 고려하면,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혹은 호감)이 비교적 약한 사람들은 이미 다른 선택을 한 이후이다. 

결국 지금의 90%가 넘는 개별 종교인들의 호감도는 이전보다는 강화된 수치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조계사에서 발생한 일부 개신교도들의 만행이 이 때문에 일회적인 사건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상에서 한국갤럽의 ‘종교 현황과 종교에 대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종교지형 내에서 갈등과 경쟁이 강화되고 불교의 경쟁력은 악화하고 있다는 경향성을 읽었다. 이는 불교와 개신교 · 천주교에 내재된 종교 활동의 차이에 원인을 두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사회와 포교 종책의 차이에 기인한다. 장기적이고 면밀한 연구과 계획이 필요하지만 마치 ‘기후위기’처럼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당장 행동해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듯이, 불교인 모두의 관심과 그에 부합하는 종단의 종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이명호 / 중앙승가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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