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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당숙의 별명은 목탁교장이었다. 여름이나 겨울 방학이 되어 다니러 오시면 동네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는데, 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은근히 그걸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중학교 교장이기도 했지만, 건봉사 봉명학교 출신으로 일본도 다녀오고 동국대를 나온 당숙을, 당시 동국대가 불교대학으로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
사색과 성찰
이상국
2015.05.3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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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헤치고 차마……” 헤아려 보니 40년 전의 기억이다. 송욱 교수는 이 시를 색과 공의 변증으로 풀어나갔다. 가령 ‘황금의 꽃’은 색(色)을 상징하고, ‘날카로운 첫 키스의
사색과 성찰
한형조
2015.05.31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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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집안에서 자란 나는 불교문화를 내 삶의 근간이자 뿌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며 기복적으로 불교를 믿었다. 이후 불교사상을 접하게 되면서 불교를 삶에 대한 통찰을 안겨주는 진리탐구의 수단이자 철학적 가치로 느끼게 되었다.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서 유동적이며 비어 있는 감각의 흐름을 지
사색과 성찰
방소정
2015.03.0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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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까마득한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다섯 살이었던가, 여섯 살이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때 아기를 안고 있었다. 아마도 연년생인 나 다음 동생보다, 또 그다음 동생보다 더 어린 젖먹이 동생인 듯하다. 아기는 울거나 보채지 않고 어머니의 품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 오른쪽엔 내가 앉아 있었고, 왼쪽에는 막내이모
사색과 성찰
변영희
2015.03.0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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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마음은 다른 것이다. 생각이 물결이라면 마음은 바다와 같다.불교에서 깨달음은 열반 또는 해탈로 표현된다. 열반은 그 원어가 니르바나(nirvāna)로서 삼독(탐, 진, 치)의 불길이 꺼진 적멸한 상태이며, 해탈은 목사(moksa)로서 삼독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유의 경지이다. 그런데 삼독의 불길이 꺼진 적멸과 삼독으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자
사색과 성찰
윤종갑
2015.03.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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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돼지저금통을 털었다. 얼마 만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꽤 오랜만이다. 점점 현금을 쓰는 대신 카드 이용을 많이 하다 보니 동전 생길 일이 많지 않다. 동전이 자주 생기지 않으니 돼지 저금통에 손이 가는 횟수가 뜸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분명 1년은 넘은 듯한데 그렇게 많이 차지는 않았다.내가 쓰다 남은 동전을 돼지저금통에 넣는 것은 꽤 오래된 습관이다
사색과 성찰
류지호
2015.03.0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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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먹은 음식으로 뭘 하는가를 가르쳐 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말해 줄 수 있어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가-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소설 속의 ‘나’에게 한 말이다. 흔히들 ‘그 사람
사색과 성찰
윤제학
2015.03.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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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기 전에 하늘에는 바람꽃이 피었다. 바람꽃은 봄의 어지럼증처럼 부옇게 하늘을 덮었다. 이러한 현상은 수증기나 먼지가 대기에 섞이면서 생겨난 것이다. 계절이, 세월이 아득하게 지나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것이 바람꽃이다. 차가운 바람이 헐거운 옷을 뚫고 싸늘하게 물들여오는 봄의 길목에서 땅에서는 물이 오르는지 거뭇거뭇한 줄기에 싹눈이 돋는다. 20대의 젊
사색과 성찰
염창권
2015.03.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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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종합상황실에서 긴급신고를 받는 경찰관은 하루 평균 약 200여 통의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고자들의 비명과 분노의 소리를 들으며 근무를 한다. 그러면서 신고자의 급한 호흡, 긴 호흡 등 여러 가지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나는 매 순간 긴급 신고에 대비해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 호흡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간혹 신고자들은
사색과 성찰
김윤식
2015.03.04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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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정월 초하루 날이면 눈부신 동자 하나 만나러 이른 새벽 눈 덮인 동네 뒷산을 오르셨다. 겹겹이 쌓인 산을 타고 오르는 어린 동자 앞에 온몸을 다 해 한없이 빌었다. 어머니에겐 ‘일출을 보기 위해 동해나 큰 산으로 간다’는 화려한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직 정월 초하루 날에는 산에서 새로운 해가 뜬다고만 믿었다. 그
사색과 성찰
박무웅
2015.03.0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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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의 우둔함에 관한 기록이다. 나는 십여 년 전 뜨거운 한여름에 혼자 경주로 여행을 떠났다. 경주 남산도 혼자 올랐고 여행지에서의 고적한 밤과 새벽도 온통 내 차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여행이었다. 왜냐하면, 경주 남산 여행은 원래 학술 모임에서 프로젝트로 잡은 일종의 답사길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숙소 예약을 맡았던 나
사색과 성찰
서안나
2015.03.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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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모님은 독실한 불교 신자다. 평소에도 법복을 입으시고 연로한 나이에도 시시때때로 108배를 올린다. 염주 목걸이를 늘 목에 걸고 다니며 《반야심경》을 입에 달고 산다. 내가 《반야심경》 독경 소리를 처음 들을 것은 어머니 사십구재에서였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어머니는 아버지 삼우제에 황망히 길을 떠났다. 나는 두 분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으로 주체
사색과 성찰
김연종
2015.03.0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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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와서 살아야 했던 1966년. 단장(斷腸)의 애끓는 느낌은 절대로 느껴지지 않던 미아리고개 너머의 서라벌예술대학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10년이면 확실하게 강산이 바뀔 때였으니, 전쟁이 휴전으로 멈춘 지 13년이 지나 뒤라 당연히 유행가의 미아리고개는 자취가 바뀌었을 터. 소설이나 시 등을 쓰려는 희망을 품은 청춘들의 집단이던 문예창작과엔 학생들이
사색과 성찰
이경자
2015.03.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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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가을학기부터 작년 여름까지 처음으로 연구년을 받았다. 그간 연구년을 얻는다면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갈지를 정해두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내가 공부했던 독일 함부르크로 갔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그곳 인도학연구소에서 인도 유식학 관련 문헌들을 다시금 읽고 사색할 기회를 갖고 싶었던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그곳에서 나
사색과 성찰
안성두
2015.03.0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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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은 일찍 일어났다. 겨울의 해는 늦게 뜬다. 7시 30분쯤 되어야 해가 산머리에 보인다. 창밖의 마당을 내다본다. 껍질이 까맣게 된 백일홍이 눈에 들어온다. 몇 년 전에 아내가 능금나무를 한 그루 심자고 해 심어 놓은 능금나무. 그 나무는 올봄엔 다른 데로 옮겨 심어야겠다. 담 저쪽에 향나무가 있는데, 능금나무는 향나무 밑에서는 자라지 않는다고 한
사색과 성찰
송석구
2015.03.0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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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사리 조정경기장 위례 강변길에 끝없이 펼쳐진 억새 숲을 거닐며 가까이는 태풍 봉풍을, 좀 멀리는 2010년에 수도권을 강타하며 100년 가까이 뿌리 내린 소나무와 참나무를 송두리째 뽑아버린 태풍 곤파스를 생각하였다. 그 위력이면 이 억새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야 할 텐데…… 조금도 피해 없이 방긋 웃으며 오가는 사람
사색과 성찰
구태회
2014.12.0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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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가족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아직 더 건강하게 사실 수 있는 나이였다. 아버지는 자존심이 무척 강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여렸다. 자존심이 강하고 마음이 여려 세상 사는 걸 힘들어했다. 아버지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 젊은 날의 꿈을 모른다. 아버지는 서라벌 예대에서 문학을 전공
사색과 성찰
강봉래
2014.12.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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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이후,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힘든 일은 무엇일까? 학업이나 직장, 경제력 등등 이력서에 기재할 수 있는 사항 말고, 인간이면 누구나 겪게 마련인 그 ‘힘든 일’ 그게 과연 무엇일까? 병원에 접수하여 수술받거나 주삿바늘로 해결할 만한 것도 아니고, 어느 자리에서 떠벌릴 일도 아닌, 너무나 사소하지만 너무나도 불편한 일.
사색과 성찰
정숙자
2014.12.0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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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들녘을 본다. 행여 질세라 맹렬히 세력 다툼을 하던 넝쿨들이 기세를 잃고, 그 푸르렀던 싱싱함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있다. 온통 누런 빛깔투성이다. 바야흐로 주어진 삶을 마무리하는 짧은 순간이다. 수를 다하고 떠나는 마당에, 나 이렇게 살았습니다, 흔적을 남기려는 몸부림이다.비단 들녘에 널린 여러 식물뿐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 역시 마찬가지
사색과 성찰
백시종
2014.12.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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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초발심이 다시(?) 일어 절을 열심히 찾을 때, 나는 참 행복했다. 당시는 대구 KBS 총국장 시절로 대구는 객지였지만 좋은 절과 스님이 많아 주말이면 절에서 많이 보냈다. 그래서 어느 지역신문에 〈산이 좋다, 절이 좋다, 스님이 좋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절에서 지내는 하룻밤. 묘한 밤 소리와 절 분위기, 새벽이면 머리를 두들기
사색과 성찰
박준영
2014.12.06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