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한근의 《인간 불교 문학》(인간과 문학사, 2017)은 30년 세월이 넘는 탐구와 모색의 결실이다. 그런데 이 책을 소개하기 위해선 하나의 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그는 이미 《현대불교 문학의 이해》(종로서적, 1989)를 통하여 불교와 문학의 연관은 물론, 불교문학의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 평론가가 제기한 문제의식은 불교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그곳 사람들에게 슬그머니 묻곤 한다. “불교, 어때요?” 불자이거나 불자는 아니어도 불교적 토양에서 태어난 아시아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대체로 호감을 보인다. 불교는 좋단다. 부처님 가르침도 참 좋단다. “그런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이들에게 궁금한 표정을
이단의 역사로 보는 불교사 일본의 불교학자 마스다니 후미오(增谷文雄)는 일찍이 불교와 기독교의 역사를 비교하며 각기 ‘이단의 역사’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기독교의 역사가 꾸준히 정통에서 벗어난 생각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면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데 반해, 불교의 역사는 전승된 가르침에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더하
불교 수행, 애초의 목적을 혼동하지 않기 ‘행복에 이르는 길’ ‘인간으로서 바르게 사는 길’ …… 명상을 비롯해 불교 수행을 하는 이들의 목표를 물으면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적어도 불교의 개조(開祖)인 고타마 붓다에게는 그런 게 아니었다. 붓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수행 목적은
청규와 선원생활의 복원 여행 중에 길을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할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는 길을 잃어버리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도 초심을 잃고 혼란에 빠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불교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성철 스님 역시 ‘부처님법대로!’를 외치며 봉암사 결사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은 고려 말 태고보우(太古普愚, 1301~1382) 국사가 원나라에 들어가 임제종 선사인 석옥청공(石屋清珙)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온 뒤 ‘태고보우-환암혼수-구곡각운-벽계정심-벽송지엄-부용영관-청허휴정(서산 대사)……’로 임제선이 계승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태고법맥설은 조선
1.금년은 원효(元曉, 617~686) 탄신 1,400주년이다. 지난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을 겪었고, 새해 아침에도 또 겪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괴로움에 빛과 지혜를 원효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새해를 시작한다. 원효 사상이 국내의 정치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국제적인 정치 문제에 외견상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는 없을지라도, 내면적
대한민국의 암흑기, 일제하에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의 민족대표 중 2명의 승려가 있었다. 바로 백용성(白龍城)과 한용운(韓龍雲)이다. 이 두 고승은 성(聖)과 속(俗)의 구분이 없이 마치 세상을 도량처럼 누비며 살았고, 근대 한국불교사를 넘어 근대 한국사에까지 큰 획을 그었다. 특히 두 사람은 불교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한 저술
해당 분야의 ‘통사(通史)’ 혹은 전공 분야의 ‘개론(槪論)’을 쓰는 것이 학자들이 꿈꾸는 마지막 로망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상을 입론하는 ‘철학자’로 나아가거나 텍스트를 연찬하는 ‘연구학자’로 남는 것이다.(이 책, p.486)동국대학교 불교학과의 고영섭 교수는 1
책의 특징과 가치김호성 교수(이하 ‘저자’로 호칭)는 이번에 또 비중 있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결사, 근현대 한국불교의 몸부림》(씨아이알, 2016)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25년간 결사에 관해 연구한 업적을 정리한 중간 결산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자는 앞으로도 계속 ‘결사’라는 화두를 내려놓
2009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제11차 샤카디타 세계 여성 불교인대회(이하 ‘샤카디타’)와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제12차 샤카디타에 참석했던 필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 불교인들의 열정과 그들이 제시하는 이슈의 다양함에 놀랐었다. 당시 한국 참가자들을 개별적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주최 측의 일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혼선도 있었
미산 스님,무더위가 절정입니다. 습기와 열기가 무겁게 사람을 가라앉힙니다. 이렇게 숨 쉬는 것마저 힘겨울 때 우리는 탈출해야 합니다. 제게 있어 탈출구는 책입니다. 미산 스님께서 쓰신 책이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서 새롭게 세상에 나왔네요. 《미산 스님 초기경전 강의》라는 제목은 여전히 반갑지만 ‘부처님 말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초기경전 공부의
1. 서평(書評)의 사전적 의미는 ‘책의 내용에 대한 평’이다. 하지만 이 서평은 구체적이고 세세한 책의 내용보다는 《불교사회사상의 이해 : 한국의 상황을 중심으로》라는 ‘책’ 자체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 ‘이병욱’이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전공은 ‘고전 불교사상&rsqu
《바가바드기타》는 힌두교의 대표 경전이요, 성전이라는 말은 매우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하지만 인도인의 전통 종교라고 분류되곤 하는 힌두교의 정의와 범위는 간단치 않다. 더구나 힌두교의 경전이 무엇이냐고 따지자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복잡성 덕분에 흔히 간단히 또는 가볍게 말해서, 《바가바드기타》가 힌두교를 대표한다고 아주 쉽게 말하곤
우리 시론의 문제를 고민해오던 정효구 교수가 이번에 불교시론이라 할 《붓다와 함께 쓰는 시론》(푸른사상, 2015. 11)을 출간하였다. 부제 ‘근대시론을 넘어서기 위하여’에 그의 저작 의도가 담겨 있듯이, 이 책은 서구 이론에 바탕을 둔 근대시론에 대한 반성을 구체적 형태로 풀어낸 의미 있는 저서이다. 서구의 시론을 배우면서도 우리
우리 현실 속에서 지성인의 위상과 역할은 크게 부각되고 있지 못하다.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동참하면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나, 그런대로 괜찮은 연봉을 받으면서도 사회적 불의에 대해서는 눈감는 경우가 대부분인 중산층 지식인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능적 지식인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나 그에 따른 책임
1.한국불교의 전통에는 선(禪)의 가풍이 깊이 배어 있다. 선은 일상을 떠나 따로 불도를 구하지 않고 그 속에서 활발발하게 생동하고자 하는 점에서 교학 불교와 다른 역동성을 추구한다. 이는 대통신수와 더불어 6조의 자리를 두고 게송을 읊었던 혜능의 심게(心偈)와 그의 행적에서 잘 드러난다. 혜능 이후의 선종 5가는 각자의 가풍을 지닌 채 분화했지만, 그 속
한국의 불교와 유교송석구(宋錫球) 교수의 최근 저서 《불교와 유교강의》는 불교 전반과 유교 전반을 논한 것은 아니다. 부연하면 불교와 유교에 대한 일반적인 교리나 학술적 이론을 강의 형식을 빌려 다룬 것이 아니란 뜻이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달리 전적으로 한국불교와 한국 유교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한국에서, 그것도 조선조 이
최근에 《바가바드기타》에 대한 연구 서적이 두 권 출간되었다. 하나는 문을식의 《바가바드기타: 비움과 채움의 미학》(2012)이고 또 하나가 김호성의 《바가바드기타의 철학적 이해》(2015)이다. 기존의 국내 《바가바드기타》 관련 출판물들이 대개 번역이거나 실천수행적인 관점에서 기술되었던 것에 비해 이 두 책은 전문적인 학술서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또
1990년대 중반부터 불교계 안팎에서 여성불교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이래, 지난 20여 년 동안 여성불교에 관한 제법 많은 수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박사 논문을 발표한 시기도 그즈음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의 양성평등 수준은 사회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성불교에 대한 무성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지 20년이 지난 논문이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