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구독신청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서평
     
[북리뷰] 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 / 이미령
오늘, 불교란 무엇이어야 하는가
[71호] 2017년 09월 01일 (금) 이미령 cittalmr@naver.com

   

달라이 라마의 불교강의
달라이 라마 지음 , 불광출판사
2015.12 출간, 456쪽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하면서 그곳 사람들에게 슬그머니 묻곤 한다.

“불교, 어때요?”

불자이거나 불자는 아니어도 불교적 토양에서 태어난 아시아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대체로 호감을 보인다. 불교는 좋단다. 부처님 가르침도 참 좋단다.

“그런데……”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이들에게 궁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 그 대답이 다소 충격적이다.

“스님들은 안 좋아요. 사람들에게 해주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오히려 나쁜 짓을 많이 해요.”

불교계에서 몸을 담고 살아가노라니 삼보는 내 삶의 한 부분이다. 그리고 스님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도 자연스럽다. 치열하게 구도정진하는 분도 있고, 세속의 업무에 더 열심인 분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내게는 스님들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생활인으로 더 가깝게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교계 바깥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저들은 스님들이 조금 더 보통 사람들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오기를 바란다. 범부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마음의 평화와 휴식을 안겨주고, 조금 더 가치 있는 삶을 살도록 안내해주기를 바란다. ‘해주는 것이 없다’는 말은 불교가 이 사바세계에 그리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말과도 통한다.

스님들은 좀 억울하겠다 싶다.

생사를 뛰어넘으려, 깨달음을 얻으려 출가했을 뿐인데……. 그런 일개 구도자에게 세상은 너무 커다란 바람을 품고 있고,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아우성이니 말이다. 정작 자기들은 출가수도자가 구도의 길을 가는 데 보탬이 되어주지도 못했지 않은가.

하지만, 이게 불교다. 엄밀하게 말하면 대승불교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 종교다. 대승불교권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집을 나섰다면, 자기 수행에만 충실할 생각이었다 해도 일단 그는 세상을 구하겠다고 다짐한 ‘보살’이다. 그것도 부처님 앞에서 맹세(서원)한 자다. 나는 불교란 이렇게 보살이 부처가 되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종교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법 두툼한 《달라이 라마의 불교 강의》를 펼쳤을 때 내 생각이 지나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세상을 향해 보살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진지하게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가 평소 강연이나 법문을 통해서 펼친 불교 사상을 미국인이면서 티베트불교 전통에서 출가한 툽텐 최된 스님이 정리한 것이다. 불교의 기원과 전파를 시작으로, 삼보의 뜻을 밝히고, 이어서 계정혜 삼학에 비추어 불교교리를 정리하고 있으며, 이후 조금 더 깊이 있게 불교교리와 수행체계를 설명하고 있는, 그야말로 불교학 개론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달라이 라마를 향한 지극한 존경과 흠모를 품고 있는 불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울 책이다. 그동안 시중에 나온, 에세이풍의 달라이 라마 법문집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호락호락 읽히지 않는다. 일상에서 작은 깨우침을 안겨주고 힐링하게 해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Buddhism: One Teacher, Many Traditions이다. 흔히들 불교학 개론이 소승불교, 대승불교, 상좌부불교, 동남아시아 불교, 동북아시아 불교…… 하는 식으로 불교를 분류하여 설명하는 데에 반해서, 이 책은 불교의 중요한 교리와 수행체계를 빠알리어 전승과 산스끄리뜨 전승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한 분의 위대한 스승에게서 거대한 물줄기가 두 갈래로 흘러나왔으니 그것이 바로 빠알리어 전승과 산스끄리뜨 전승이요, 조금 더 세세히 풀어가자면 선불교니, 티베트의 밀교니 하는 식으로 다양한 갈래로 나뉘었고 그것이 전통이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는 것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무슨 의도일까? 그건 바로 내가 정통이니, 내가 적자니 하며 우열을 따지고 상대를 폄하하지 말자는 제안이다. 어느 전승이나 한결같은 붓다의 메시지가 담겨 있으니 충실하게 수행의 길을 걸어가자는 말이다.

이 책은 두 가지 관점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 수행과 보살도다. 수행의 측면에서 가장 먼저 계율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으며, 이어서 참선의 과정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5부 니까야를 읽으면서 조금 더 세밀한 설명을 듣고 싶었던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주 큰 도움을 받을 것 같다. 나 역시 참선의 경지를 설명한 부분을 읽을 때면 하던 일들 다 관두고 선방에 들어가 앉아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무량심-보리심-보살의 바라밀 수행-불성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뭘 말하려는 것일까?

그건 바로 당신이 계를 지키고 교리 공부하고 참선하는 것은 보살이 되어 세상을 구제하기 위함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다. 자신의 안심입명이 수행 목적이 아니라, 세상에 뛰어들어서 고단한 사바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수행에 나서도록 권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공부로 삼는 것이 바로 붓다의 길이라는 것을 아주 열심히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불교는, 스님들은, 불자들은 ‘깨달음’이라는 피안 쪽만을 해바라기 했고, 그 결과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실을 무시하거나 그 현실에 무지해지고 말았다. 그리하여 ‘불교는 좋지만 스님들에게 실망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고, 결국 부처님 가르침마저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깨달음이 자기중심적인 방향으로만 치달았고, 그 결과 아무리 심오한 법문이라 하더라도 세상 사람들에게는 오리무중의 ‘그들만의 리그’에서 주고받는 선문답으로만 치부되고 말았다. 부처님이라면 그러셨을까?

이 책에서는 말한다.

“부처님은 항상 겸손했으며, 우리의 스승이다. 부처님은 간소하게 살고, 근면하게 수행하면서, 매우 힘들게 도를 닦았다. 우리는 부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436쪽)

여기서 ‘우리’란 붓다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출가수행자, 재가신자 모두가 해당된다. “법복으로 갈아입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아지라도 승복을 걸칠 수 있다.”(439쪽)고 말하는 저자는 계속해서 강조한다.

“우리는 진지해야 한다.(중략) 우리 불교도들은 인류에 봉사할 책임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불러온 동기는 중생들을 돕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전 생애와 교의는 모든 중생의 복지를 위해 계획된 것이었다.”(441쪽)

불교란 무엇이며, 왜 불자로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불자가 되었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위의 문장으로 다 표현되어 있다. 적어도 달라이 라마는 그렇게 보았고, 이런 내용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하셨다는 말이다. 참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대승불교의 개론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대승불교권인 우리나라에 대승불교 개론서가 몇 권이나 있던가. 학자들이나 소화할 만한 전문적인 내용들 아니면, 기도의 효험이나 공덕 쌓기의 중요성, 또는 보살의 마음을 모호하게 서술해놓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현실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불교교리가 체계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대승불교의 보살도와 성불이 수행을 아름답게 완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을 말하자면, 문장이 술술 읽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가령, “세 가지 분야(파괴적인 행동을 없애는 사람, 파괴적인 행동, 피해를 받을 예정이었던 존재)의 내재적 존재를 고집하지 않는 청정한 지혜를 발달시키는 것이 보살의 윤리규범의 수행을 초세간의 것으로 만든다”(391쪽), “즐거운 정진은 덕(德)에서 즐거움을 얻는 태도이다.”(396쪽), “그러한 수행자가 성취들을 얻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인 이 특성들을 매일 발달시켜야 한다.”(415쪽)라는 문장을 보자.

무엇을 말하는지 아주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은 뒤에야 간신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서 읽는 모임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 처지인지라 이런 문장을 접하면 사람들의 낯빛을 살피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일반 독자들이 읽는다면 교리의 난해함은 둘째 치고 서걱거리는 한글번역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지 않을까. 책의 내용에 취한 나머지 역자와 출판사가 독자를 살피지 못한 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

이미령 
불광불교대학 전임강사, 불교칼럼니스트.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여러 불교 매체에 칼럼을 쓰며 불광불교대학, 동산불교대학 등에서 경전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붓다 한 말씀》 《간경수행입문》 《행복의 발견-에세이로 읽는 반야심경》 역서로 《직지》 《대당서역기》 등 다수가 있다. 행원문화재단 문화상(역경 분야) 수상.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