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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대각사상연구원 편 《백용성 대종사 총서》/ 문현공
총서로 정리한 용성 스님의 진면목
[69호] 2017년 03월 02일 (목) 문현공 darkmhg@hanmail.net

   
《백용성 대종사 총서》(전 20권) 동국대학교출판부, 2016년 10월 완간
대한민국의 암흑기, 일제하에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명의 민족대표 중 2명의 승려가 있었다. 바로 백용성(白龍城)과 한용운(韓龍雲)이다. 이 두 고승은 성(聖)과 속(俗)의 구분이 없이 마치 세상을 도량처럼 누비며 살았고, 근대 한국불교사를 넘어 근대 한국사에까지 큰 획을 그었다. 특히 두 사람은 불교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한 저술활동을 활발히 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집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한용운의 경우는 1973년에 《한용운전집》이 간행되었고 2011년에는 《한용운문학전집》이 발간되었다. 전집의 발간은 한용운의 불교사상과 문학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마도 근대고승 가운데 한용운 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분도 드물 것인데 이는 상당 부분 전집의 간행 성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한용운과 비교해 불서의 간행과 포교 그리고 독립운동 등 원력과 실천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백용성은 대중적 인지도에서 한용운보다 높은 편이 아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저서의 정리와 보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각회에서 발간한 《백용성 대종사 총서》는 그동안 감춰져 있던 백용성 선사의 업적과 사상을 세상에 보여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서 간행으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백용성은 불교대중화에 앞장선 선구자이자 독립운동에도 앞장섰던 민족지도자였다. 그는 1910년 일제에 국권을 빼앗기자 산중 수행을 정리하고 1911년(48세)에 상경하여 포교와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항일불교 운동의 한 방편으로 임제종 운동을 전개하였고, 대각사를 지어 불교의 중흥에도 힘썼다. 1919년 3월 1일에는 한용운과 함께 불교 대표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하였는데, 이로 인해 서대문 감옥에 2년간 수감되었다. 이후 용성 스님은 수감 당시 타 종교인들이 각자 신앙하는 종교서를 공부하면서 기도하는 것을 보고 크게 발심하여 출옥 후 ‘삼장역회(三藏譯會)’를 설립하였다. 스님은 삼장역회를 통해 《금강경》 《화엄경》 등 10여 종의 경전을 번역했고, 《귀원정종》 《각해일륜》 등 20여 종의 저술을 남겼다. 스님은 자신의 종교운동을 보다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대각교’를 창설하여 그의 사상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는 데 노력했다. 정부는 그의 이러한 공로를 기려 건국공로훈장(1962)과 은관문화훈장(1990)을 추서한 바 있다.

그의 사상과 종교 운동은 문도들이 유업 계승을 위해 1969년에 설립한 ‘재단법인 대각회’를 통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대각회의 주도로 《백용성 대종사 총서》 간행 사업이 추진되었다. 또한 이 사업에는 대각사상연구원과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4년여에 걸친 자료수집과 번역 및 검토 작업이 이루어졌다.

총서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권의 제목은 《선사상》으로 《용성선사어록》 《귀원정종》 《청공원일》 《수심론》이 수록되어 있다. 《용성선사어록》은 현토(懸吐)가 있는 한문본으로서 본문 곳곳에 선시(禪詩)가 있어 번역하기가 쉽지 않은 저술이며 분량도 많지만, 금천 스님이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 선사로서 용성 스님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표적 저술 중 하나인 《용성선사어록》에는 대중들에게 설했던 법어를 비롯해 교육과 포교, 사회문제에 대한 관점 등이 실려 있어 스님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신규탁이 번역한 《귀원정종》 또한 현토가 근대어로 되어 있어 번역이 용이하지 않은 한문 저술이지만, 현대어로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귀원정종》은 불교의 입장에서 유교와 천주교를 논리적으로 비교하고 비판한 저술로서 용성 선사의 종교관을 엿볼 수 있다. 역자에 따르면, 중국에서도 불교의 관점에서 정주(程朱)의 이학(理學)을 정면으로 비판한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은데, 용성 스님은 저서를 통해 불교의 눈으로 정주의 이학을 논증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서양에서 들어온 천주교에 대해서도 이론적인 논박을 거침없이 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불교와 유학 및 천주교가 함께 논의되었다는 점은 근대기의 비교종교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청공원일》 역시 한문으로 된 저술인데 이는 용성 스님이 창시한 대각교의 교리를 대중에게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용성 스님은 《대승기신론》의 사상에 근거해서 인간 마음의 본질을 규명하였고, 《능엄경》의 사상을 바탕으로 세계의 생성과 본질을 설명해내고 있다. 또한 수행에 대해서는 화두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통해서는 당시의 수행체계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다음으로 2권의 제목은 《대각사상》으로 《선한문역 선문촬요》 《심조만유론》 《각해일륜》 《임종결》 《대각교의식》 《불문입교문답》 《오도는 각》 등이 실려 있다. 이 중 법상 스님이 번역한 《선한문역 선문촬요》는 중국과 한국의 선어록을 묶은 저술로서 간화선 수행에 핵심이 되는 내용을 선정하여 구성했다. 이 저서의 특징은 기존의 《선문촬요》에는 없는 과목(科目)을 붙여서 열람할 시의 편리성을 배려했다는 점이다. 또한 한문본인 위의 저서들과는 달리 《선한문역 선문촬요》는 원문과 한글 번역이 함께 제시되어 있으며 각주를 달아 원문의 의미를 자세히 풀어낸 것이 돋보인다. 한성자가 번역한 《심조만유론》은 국한문 혼용으로 서술되었고, 유식의 입장에서 불교의 특징을 제시하고 당시의 타 종교와 불교의 차이점을 밝히고자 한 저술이다. 이 책에서는 세계와 인간 등 천지만유가 오직 마음에 의해서 나타난 것임을 밝힌 책으로서 세계의 발생에 대한 용성 스님 특유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재수가 번역한 《각해일륜》은 대각교의 교학적 체계를 드러내는 용성 스님의 대표적인 저술이다. 한글로 되어 있지만, 근대어로 기술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원전을 현대어로 풀이하여 옮겼다. 《각해일륜》은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권과 2권에서는 대각교의 교의를, 3권에서는 대각교의 수행을 보여주고 4권에서는 《육조단경》을 요약, 정리하였다. 이 같은 구성에서 볼 때 이 책은 대각교의 교리와 수행을 제시하는 일종의 교과서적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중들의 의문점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용성 스님이 직접 답하는 형식으로 서술되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음으로 이성운이 번역한 《대각교의식》은 예경 · 헌공 · 시식 · 상례 · 찬불가 등의 불교의례가 수록된 책으로서 용성 스님이 편찬한 종합적인 불교의식집이다. 특히, 이 책에는 〈왕생가〉와 〈권세가〉의 악보가 실려 있는데 이는 한국 최초의 찬불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3권의 제목은 《대승사상(1)》으로서 《불설범망경연의》 《신역대장경 금강경강의》 《상역과해 금강경》 등이 수록되어있다. 이들 중 《불설범망경연의》와 《각설범망경》은 모두 적연 스님이 번역했다. 《범망경》은 동아시아 불교에서 소의율전(所依律典)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경전이으로 한국불교에서는 《범망경》의 대승 계율정신에 입각해 수계와 포살 의식을 실행해 오고 있는 만큼, 매우 중요한 경전이다. 국한문 혼용체로 기술된 《불설범망경연의》 원문은 총서의 12권에 수록되어 있는데 활자체인 다른 저서들과는 다르게 필사본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3권에 수록된 3종의 《금강경》 중에 《신역대장경 금강경강의》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2014년에 등록문화재 제646호로 지정되었으며 용성스님이 《금강경》을 순수 한글로 알기 쉽게 번역한 책으로서 불교교리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초판본으로 당시의 한글 자료로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국내 《금강경》 번역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더불어 용성 스님이 《금강경》을 ‘신역대장경’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과목을 나누어 번역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4권의 제목은 《대승사상(2)》으로, 《조선어 능엄경》 《금비라동자위덕경》 《팔상록》 《대방광원각경》 《대승기신론》 등이 실려 있다. 먼저, 《수능엄경》을 저본으로 번역한 3종의 책은 모두 정원 스님이 번역하였는데 이들 중 《조선어 능엄경》은 《신역대장경 금강경강의》와 같이 2014년에 등록문화재 제632호로 지정되었다. 이 책은 순 한글로 번역되었으며 《수능엄경》의 10권 중 중복되는 부분들을 축약하였고 세 번째 권까지는 권수가 표시되었으며 유통분은 생략되었다. 이 역서 역시 용성 스님의 다른 역서들처럼, 교학적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국문학 연구에도 중요한 책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팔상록》도 특이한 점이 있는데, 스님의 팔상록은 단순히 부처님의 생애를 기술한 것이 아니라, 대각교의 입장에서 재조명하였기 때문이다. 책의 초반부에는 대각교의 입장을 정의한 뒤 인간과 세계의 성립을 밝힌 후 부처님의 생애를 기술하고 있는데 본문 중, 아난이 마등가녀(摩登伽女)의 유혹을 받지만 이를 떨치고 깨달음을 얻는 부분에서는 《능엄경》을, 영산회상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듣는 부분에서는 《법화경》의 장면을 반영한 점이 주목된다. 또한 불교적 효행을 강조한 《부모은중경》과 《우란분경》의 내용이 첨가된 것도 흥미롭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상황에 따라 붓다의 호칭을 ‘대각(大覺)’으로 썼다는 점과 책의 초반부에 대각교의 사상을 배치했다는 것에서 볼 때, 석가모니불을 대각교의 원조로 세움으로써 대각교의 정통성을 확립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총서의 5권과 6권은 모두 용성 스님의 《화엄경》 한글 번역본으로, 서명은 《조선글 화엄경》이며 영석 스님이 번역하였다. 이는 스님의 다른 한글 역경서처럼 불교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근대 한글 자료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녔다는 점에서 등록문화재 제629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이 책은 이후의 국내 《화엄경》 번역과 연구의 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전 12권으로 되어 있는 《조선글 화엄경》의 저본은 실차난타(實叉難陀) 역 《80권 화엄경》이며 용성 스님은 이를 직역하여 가능한 한 한자 표기를 하지 않고 순 한글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일부 단어와 문장에 뜻을 첨가하여 늘리거나 번잡한 것은 축약하여 간단하게 표기하기도 하였다.

용성 스님은 경전의 한글화를 통해 불경의 보급에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당시의 한글은 근대어로서 현재의 한글과 많은 부분이 다르다. 《조선글 화엄경》을 비롯한 다른 역서들 역시 근대어로 되어 있어 총서의 번역 사업에 참여한 학자들이 현대어로 번역하는 데 많은 노고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총서의 15권부터 20권까지는 용성 스님이 친필로 원고지에 쓴 《조선글 화엄경》의 영인본인데 이를 보면 경전의 번역을 위한 스님의 열정과 정진의 땀을 느낄 수 있다.

7권의 제목은 《신발굴자료》로서 김광식이 편찬하였다. 이에는 용성 스님이 직접 저술하거나 스님이 언급된 기고문, 신문, 잡지, 서간문, 비문, 문건, 단행본을 비롯하여 스님과 관계된 유물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원문에 대한 텍스트와 함께 본문에 원본 자료의 이미지를 첨부했기 때문에 편리하게 스님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어, 앞으로 용성 스님을 연구할 학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8권은 용성 스님의 행적을 정리한 연보와 총서의 총목차, 색인, 참고문헌으로 구성되었고, 9권부터 20권까지는 번역본들에 대한 원문의 영인본이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총서의 발간은 2016년에 완료되었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현대의 연구자들을 위하여, 데이터베이스(Data Base) 구축을 통해 총서를 포함해 미진한 부분들까지 개선하여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서 간행 작업이 우리 시대의 고승 용성 스님의 면모를 보다 새롭게 조명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

문현공 
동국대학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동 대학원 졸업(석사 · 박사).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한국학센터 객원연구원 역임. 주요 논문으로 〈초기불교 죽음관의 현대 죽음학적 연구〉 〈초기불교 사념(死念, maranasati) 수행법을 적용한 죽음교육 프로그램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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