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설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가 지하철과 철도에 풍경소리 게시판을 운영하는 우리 단체의 풀네임(full name)이다. 풍경소리는 1999년 9월 28일에 창립되었다. 당시는 1998년 조계종 분규 후 한 해도 지나지 않은 때여서 교계의 여러 부문에서 분규의 상처가 남아 있었고, 불교계는 사회의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하던 때였다. 종단분규로 인한 개인적 피해는 분규 당사자였던 스님들뿐만 아니라 동조하여 참여했던 재가자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했던 필자를 비롯한 재가자들은 불교정화라는
바람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기에 앞서 그 일이 일어날 만한 조짐이 있다는 말이다. 자연현상에서 비가 오려면 대기의 변화가 있어야, 기압골의 변화로 찬 공기가 더운 공기를 만나든가 하여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오게 된다. 대기의 변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구가 멈춰 있지 않고 쉼 없이 운동하기 때문이다. 자연만이 아니라 사람살이에도 그런 조짐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자연과 달리 사람이 모여 이룬 사회라는 곳은 그 조짐이 단순치가 않다. 자연에는 주관적 의지가 작용하지 않지만 사회는 인간의 의지가 상당한 영향을
코로나 팬데믹과 교육문제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생존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인식된 교육문제가 현실로 다가왔다. 막연히 전망했던 원격교육과 디지털 학습이 강제로 앞당겨지면서 지난 2년간의 교육계는 대면과 비대면을 오가는 블렌디드 학습의 실험장이 되었다. 잘 설계된 실험장이기보다는 혼란과 위기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일종의 생존 시험장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2년 동안 화상으로만 강의하다 보니 이제는 전면적인 대면 강의로 전환될 경우 강의 현장이 상당히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인간의 적응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1. 머릿말현대사회는 하루가 멀다고 느낄 만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고도의 정보기술과 과학문명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걸맞게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는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되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로 학교교육만으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었다. 따라서 평생 배워야만 사회의 흐름에 부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평생교육의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국적으로 많은 사회교육 또는 평생교육 기관의 설립이 이루어짐으로써, 학령기가 지났어도 기회가 없었던 사람
들어가며연년생인 언니가 한 해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자 언니를 따라 너무나 학교에 가고 싶었던 여섯 살 어린 동생은 어머니를 졸라 초등학교 부설 병설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여섯 살 아이는 그때부터 난생처음으로 부모가 아닌 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게 되었고 이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약 40년간 학교교육을 경험하고 있다. 그간의 받은 교육 덕분에 중등학교에서 교육을 이끌어가는 교육자가 되었다. 이제는 교육적인 것에 대한 이론과 해석을 내놓는 교육학자가 되어 밥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의 현실’이라는 연구 주제는
1. 여는 말 우리는 지금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초생산의 시대, 가상현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소프트웨어의 초연결 시대, 융복합화된 초통합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러한 변화와 변혁의 한가운데서 머무를 자리와 나아갈 바를 찾고자 안간힘을 쓰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새삼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이런 시점에 ‘바람직한 가정교육’ 나아가 ‘불교의 지혜’를 조합한 논제가 주어졌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1. 머리말우리에게 교육(敎育)은 우선 문젯거리로 다가온다.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과 공교육의 약화, 그로 인한 사교육 팽창 등이 우리 교육을 말하고자 할 때 먼저 떠오르는 문젯거리들이다. 그것에 더해 2000년대 들어와서 부각된 가정이나 지역 배경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하여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비대면 원격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를 시작으로 혼자서 공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자기주도성에서 가정의 지원 정도에 따라 현저한 격차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왜 교육이 문젯거리가 되어버린
만해 한용운은 일찍이 그의 《조선불교유신론》을 통해 시대에 뒤떨어진 조선불교의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해방 이후 대한불교조계종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경, 포교와 함께 3가지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였다. 현재 시점에서 3가지 사업을 평가해본다면, 역경은 팔만대장경이 한글로 번역되는 등 성과를 이루었고, 교육은 출가자의 경우는 교육 체계를 어느 정도 정비한 듯하다.물론 아직도 최선의 교육 체계를 마련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나, 재가자에 대한 교육 체계에 비하면 출가자의 교육 체계는 상당한
[권두언]- 불교 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한다 / 장성우[특집] 한국사회의 교육문제와 불교- 교육문제를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 / 박병기- 바람직한 가정교육을 위한 불교의 지혜 / 정대련- 학교교육 현실과 불교 / 신희정- 사회교육의 현실과 불교적 대안/ 이송곤- 사교육 문제의 고통과 불교적 해법 / 박범석- 대안교육의 방향과 불교적 접근 / 법인[사색과 성찰]- 민불련 창립의 뒷이야기 / 서동석- 지하철 전법의 부루나가 되다 / 이용성- 아날로그 방송에서 디지털로 / 박상필- 청년불교운동의 중심에 뛰어들다 / 임동주- 나의 ‘불교기자
주워 모은 잡석들로 터알 배수로 돌담을 쌓는다. 막 생긴 놈일수록 이 틈새 저 틈새에 맞춰본다. 이렇게 저렇게지만 뜻 없이 나뒹굴던 돌멩이가 틈새를 제집인 듯 척척 개인으로 들어가 앉는 순간이 있다. 존재하는 것치고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거지. 그렇게 한번 자리 찾아 앉은 놈은 제자리에서 요지부동 끄덕도 않는다. 사람도 누구나 어디인가 제 있을 자리에 가 박혀오, 돌담처럼 견고한 70억 이 세상을 이룬다. — 시선집 《버지니아 울프는 세상을 읽는다》(시선사, 2021) 홍신선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불교소설은 불교문학 진흥과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을 위해 ‘재단법인 보덕학회’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로암은 지리산 천왕봉 바로 아래쪽, 등산길에서 30여 분 정도 벗어난 산자락에 있었다. 전문 산악인들만 드물게 들를 뿐 일반 등산객들은 찾기 힘든 곳이었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숨겨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주차장에서 ‘경상남도 환경교육원’을 거쳐 법계사까지는 그래도 걸어 올라가기가 수월한 편이었다. 그러나 법계사 위쪽 천왕봉 가는 등산길에서 비로암으로 가려면 너덜겅 초입부터 신경
* 정승석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인도철학 전공 교수로 불교대학원장과 일반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도의 이원론과 불교》 《윤회의 자아와 무아》 《인간을 생각하는 다섯 가지 주제》 《법화경: 민중의 흙에서 핀 꽃》 《상식에서 유식으로》 《버리고 비우고 낮추기》 등이 있으며, 편저로는 《불전해설사전》 《고려대장경 해제》가 있다. 이 밖에 역서로 《리그베다》 《대승불교개설》 《딴뜨라불교 입문》 등이 있다. 소위 ‘인문학의 위기’라
1.산업화와 함께 서구 문명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던 1970년대 문학은 세 가지 방향으로 축약할 수 있다. 이는 문학의 사회적 확대로 이어지는 현실참여, 주체 이념화 경향, 민족문학의 방향 정립으로 편성된다. 문단에서는새롭게 등장한 의식으로 리얼리즘, 순수이성, 전통의식 사이에서 다양한 갈래의 문학적 패러다임이 형성되었다. 여기서 1960년대 중반부터 대두되었던 문학의 현실참여 문제는 참여와 순수라는 양분법으로 현실에 대응하지 못했고, 각 진영은 서서히 문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현실의 문제와 문학의 지향점이라는 또 다른 메커니즘
역사적 · 사상적 배경중국 근대 시기에 불교가 맡은 역할은 매우 독특하다. 아편전쟁(1840년)과 청일전쟁(1894년)으로 대변되는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과 그로 인한 동서 문화의 충돌이라는 상황 앞에서 불교는 서양철학에 대항하는 사상적 무기로서 역할과 동서 문화 교류의 계합점이라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하였다.서양 사상이 새로운 시대사조로 대두하게 되자, 근대 이전의 사회 이데올로기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속해온 주자학에 눌리고 있던 불교가 부흥하게 되었다. 주자학은 세계와 인간을 동일한 영역으로 파악하고 동일한 메커니즘인 이(理)의 실현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 박사는 일본이 배출한 ‘인도철학 불교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동시에 아시아에서는 최초라 할 수 있는 비교사상 연구 개척자로서도 명성이 높은 학자이다.나카무라 박사는 1912년 11월 28일, 일본 남부 시마네현 마쓰에시 토노마치에서 출생했다. 마쓰에 지방 관청 관리직 출신의 집안이었다. 나카무라 박사는 출생하자마자 집안 사정으로 인해 도쿄도 분쿄구 동경대학 근처로 이사해 살게 되었는데, 평생토록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더 없이 사랑한 인물로도 널리 알려졌다. 이 같은 평판으로 인해 1989년 ‘동양사상 연구의
얼마 전에 작고한 세계적인 신학자 겸 종교학자 한스 큉(Hans Küng, 1928~2021)은 이웃 종교에 대한 기초적 연구가 없으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가 없으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한국의 양대 종교인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에서 상호 간의 원만한 이해와 대화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우선 불교인으로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초가 되는 성경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이
흔히 불교는 효도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오해되곤 한다. 집을 떠나서 세속과 멀리하기 때문에 불효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부처님은 성인이며 자비를 가르치는데, 어찌 부모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하겠는가.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유교적 효와 방법을 달리할 뿐이다. 그리하여 불교 경전에는 많은 효도 관련 자료들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또한 고대 인도의 효와 연관되어 있다.이 자료들을 살펴보면 불교가 얼마나 효를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1. 불교의 효도 방법1) 자식 된 도리와 의무그레고리 쇼팽(Gregory Schopen)이란 학
1. 질병이란 무엇인가우리 시대의 화려한 문명 한편에는 패역에 가까운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대 구분을 가능하게 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문명 질서의 오작동은 노골적이다. 그러므로 현대문명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하여 근본에서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특징적인 현상들에 대하여 불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비판을 통하여 오늘의 우리를 관조할 필요가 있다. 질환(疾患) 또는 질병(疾病)이란 무엇인가. 설문해자(說文解字) 방식의 한자 풀이를 하면 이렇다. 질(疾)은 하늘(天)로 솟구치며(丿) 빠르게 날아가
강산(糠山)절강산절. 우리는 그 절을 그렇게 불렀다. 내가 우리 나이로 다섯 살 때 약 여섯 달 동안 생활했던 절이다. 어머니가 앞장서고 머슴의 지게에 얹혀 산길을 십 리나 걸어서 들어간 절이었다.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신길리 강산이라는 산속에 묻힌 절. 지금 생각나는 건 거의 없다. 조그만 대웅전과 풀이 무성한 마당 건너에 요사가 있던 작은 절. 절 뒤편의 옹달샘에서 개구리 알을 막대기로 헤집었던 기억이 있을 뿐.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태어날 때 포대기를 뒤집어쓰고 나온 탓에 절에 목숨을 팔아야 했고, 아버지가
불교평론 편집위원장이신 박병기 교수님으로부터 올해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필자가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정말 믿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뇌허불교학술상은 20년 만에 새로 부활하는 불교학계 최고의 학술상으로, 과거 불교학계에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 받았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상이다. 필자가 이 뇌허불교학술상을 받게 되었으니, 개인적으로 더없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이번 학술상에 선정된 수상 저서는 졸저 《초기불교사상》이다. 사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