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 모은 잡석들로 터알 배수로 돌담을 쌓는다. 막 생긴 놈일수록 이 틈새 저 틈새에 맞춰본다. 이렇게 저렇게지만 뜻 없이 나뒹굴던 돌멩이가 틈새를 제집인 듯 척척 개인으로 들어가 앉는 순간이 있다. 존재하는 것치고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거지. 그렇게 한번 자리 찾아 앉은 놈은 제자리에서 요지부동 끄덕도 않는다.

 

사람도 누구나 어디인가 제 있을 자리에 가 박혀

오, 돌담처럼 견고한 70억 이 세상을 이룬다.

 

— 시선집 《버지니아 울프는 세상을 읽는다》(시선사, 2021)

 

홍신선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서벽당집》 《겨울섬》 《다시 고향에서》 《우연을 점찍다》 《삶의 옹이》 《마음 經》 외. 녹원문학상, 한국시협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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