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사회의 교육문제와 불교

1. 머릿말

현대사회는 하루가 멀다고 느낄 만큼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고도의 정보기술과 과학문명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걸맞게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는 트렌드가 된 지 오래되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로 학교교육만으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변화가 요구되었다. 따라서 평생 배워야만 사회의 흐름에 부응하고 살아갈 수 있는 평생교육의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국적으로 많은 사회교육 또는 평생교육 기관의 설립이 이루어짐으로써, 학령기가 지났어도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쟁이 필요한 직장인들이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평생교육(또는 사회교육)에 순기능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생학습 붐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수많은 교육시설이 생겨나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기능적인 면의 교육만 강조되는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인간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명쾌하게 제시해온 불교의 관점에서 평생교육을 진단하고, 그 나아갈 방향[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사회교육의 기원과 현황

사회교육이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82년 12월 국회에서 ‘사회교육법’이 발의되고 통과된 뒤 법으로 성문화된 시점부터이다. 1983년 9월에는 ‘사회교육법’ 시행령이 제정되었고, 1985년 10월에는 ‘사회교육법 시행규정과 사회교육 업무처리 지침’이 제정되었다. 그러다가 1999년 8월에는 사회교육법의 내용이 전부 개정되어 ‘평생교육법’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사회교육법’과 ‘평생교육법’은 공히 헌법 제31조 5항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에 법적 연원을 두고 있다. ‘사회교육법’은 제2조에서 “학교교육을 제외한 국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고, ‘평생교육법’은 평생교육에 대해 제2조에 “학교교육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 교육, 성인기초 · 문자해득 교육, 직업능력 향상 교육, 인문교양 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가리킨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과 사회교육법, 평생교육법 등에 법적 연원을 두고 개개인의 자기 향상, 직업적 역량개발, 생활문화향유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개설, 운영되고 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펴낸 《2020 평생교육백서》의 ‘2020 평생교육 통계조사’에 나타난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전국 평생교육 학습자 수는 24,397,282명으로 전년 대비 49.2%(8,048,44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2020 평생교육백서》에 의하면, 평생학습 참여율은 2020년 만 25~79세 성인의 참여율이 40%로 나타나고 있는데, 성별로는 남성 39.7%, 여성 40.3%, 연령별로는 25세~34세 50.2%, 65세~79세 29.5%,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 51.5%, 중졸 이하 28.4%, 고용형태별로는 임금 근로자가 53.4%를 차지하며, 거주 지역별로는 서울 및 광역시 40.5%, 월 가구소득별로는 500만 원 이상 45.4%, 150만 원 이하 29.7%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다음으로 〈표 2〉 2011~2020년 ‘기관 유형별 프로그램 수 및 학습자 수’를 보면 2020년의 경우 프로그램 수는 원격 형태가 전체의 46.60%인 90,755개, 대학(원)부설은 전체의 13.61%인 26,516개, 평생학습관은 전체의 13.28%인 25,862개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는 원격 형태가 전체의 82.46%인 20,117,127명, 평생학습관이 전체의 4.59%인 1,119,502명, 대학(원)부설은 전체의 3.35%인 817,357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다음의 〈표 3〉 2011~2020년 ‘주제별 평생교육 프로그램 및 학습자 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의 프로그램으로 개설된 주제는 ‘직업능력 향상’ 영역으로 전체의 36.94%인 71,940개이고, 다음은 ‘문화예술’ 영역 프로그램으로 전체의 30.08%인 58,589개, 그다음으로는 ‘인문교양’ 영역 프로그램이 전체의 21.16%인 41,220개로 나타나고 있다. 학습자 수는 ‘직업능력 향상’ 영역이 52.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 ‘인문교양’ 영역이 20.74%, ‘학력보완’ 영역이 14.83%, ‘문화예술’ 영역이 11.77%로 각각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평생교육시설은 이상의 통계에도 나타나 있듯이 나름대로 교육을 통해 평생교육이 추구하는 목적 즉 평생교육법 제1장 총칙 제1조에 나와 있는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및 행복 추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의 평생교육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직업/평생)교육은 시설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이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 형태를 가진 시설과 기관, 그리고 평생교육시설, 심지어 사이버 학교(대학) 시스템 등에서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교육받을 기회가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 사회교육은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21세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회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앞의 〈표 2〉 2011~2020년 ‘기관 유형별 프로그램 수 및 학습자 수’ 통계에 나타나 있듯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원격 형태가 전체의 82.46%로 나타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 3〉 ‘주제별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 및 학습자 수’ 통계에서 ‘직업능력 향상’ 영역의 학습자 수가 전체의 52.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평생교육기관에서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20 평생교육 통계조사’ 현황에서 온라인 원격교육 형태 프로그램의 참가자 수 증가와 직업능력 향상 영역 프로그램의 학생 수 증가 등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은 21세기의 사회적 환경과 노동시장의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교육은 사회적 환경과 분리될 수 없으므로 사회교육기관이 21세기 현대사회의 4차 산업혁명 기술변화의 물결과 노동시장의 변화 등에 발맞춰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으며, 학습자 개개인은 이 같은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교육’의 구조에 나타나듯이 계속적으로 자기계발 및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역량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개개인의 자기계발 욕구충족과 함께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직업능력 향상에 관한 사회적 요구충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회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낮은 수준이어서 소득 분위에 따른 평생학습에의 참여 격차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즉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평생학습 참여도가 적게 나타나, 평생학습의 참여도에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사회교육의 현실에 대한 불교적 대안

1) 불교의 교육적 기능과 역할

불교는 종교이므로 교육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교는 보통 생각하기에 탈세속적인 종교에 속하지만, 교육은 세속적인 영역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미리 말해두고자 한다. 우리가 교육에 대해 말할 때 제도권인 학교교육을 일반적으로 교육이라고 칭(稱)하고 있지만, 광의(廣義)의 측면에서 볼 때 학교교육이 아닌 비제도권 교육도 교육이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 삶에서 ‘바람직한 인간 형성으로 이끄는 가르침’은 모두 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교가 비록 종교이지만 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교가 갖는 교육적 기능을 살펴볼 때, 불교는 개개인의 자각(自覺)과 함께 윤리적인 자비행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것(상구보리, 하화중생)을 목적으로 한다. ‘개개인의 자각’은 ‘바람직한 인간 형성’이라고 하는 교육 이상의 기능을 불교가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고, ‘윤리적인 자비행’은 교육사회적인 의미에서 불교가 사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을 또한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불교의 교육적 기능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우선 불교의 교육적 기능을 살펴볼 때, 제일 먼저 초전법륜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께서 성도 후 최초로 녹야원에서 교진여 등 다섯 비구에게 사성제법(四聖諦法)을 설하신 후 다섯 비구 모두 법안정(法眼淨, 법의 눈을 뜸)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최초로 법을 설하신 부처님[교사]과 부처님으로부터 법을 들은 다섯 비구[학생]와 부처님이 설하신 법[교육내용] 등 교육의 세 가지 요소[교사, 학생, 교육내용]가 갖춰져서 교육이 성립되었고, 이로써 다섯 비구는 법안정으로 인간 형성이 완성되어 교육의 기능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녹야원에서의 다섯 비구를 대상으로 한 최초 설법 이후 차츰 교화의 영역을 확대, 재가 신도 야사와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여러 재가 신도들을 설법을 통해 제도하게 된다. 이것은 부처님의 교화 영역이 점차적으로 넓혀졌다는 것은 교육이 점차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부처님은 제자가 계속해서 늘어나 56명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전도선언을 하면서, 제자들에게 법을 펴기 위해 세상을 향해 나아가라고 한다. 

나는 인간과 천상[人天]의 얽매임에서 벗어났다. 그대들도 역시 인간과 천상의 얽매임에서 벗어났다. 그대들은 인간 세상에 나아가 많은 사람들을 제도하고 많은 이익을 줘서 인간과 하늘을 안락하게 하라. 둘이서 짝지어 다니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다니도록 하라. 나 또한 지금 우루빌라촌으로 가서 머무르면서 인간 세상을 유행하리라. 

부처님의 전도선언 이후 불교는 귀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자 드디어 계율을 제정하게 되고, 교단을 형성하게 된다. 이로써 불교는 인도 사회에서 유력한 종교가 되어 인도인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가 되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은 불교가 개개인에 대한 교육을 넘어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교육의 기능을 하는 종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2) 불교의 사회교육 기능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의 억불숭유 정책에 의한 영향 때문인지 불교는 사회와 떨어져 있는 종교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아직도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불교가 사회와 아주 밀접한 종교라는 사실은 문헌을 통해 알 수 있다. 남방불교에 전해 내려오는 《청정도론》을 보면 절이 시내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절이 시내에서 너무 멀리 있으면 법을 사람들에게 펴는 것이 힘들고, 너무 가까우면 사람들이 자주 찾아와서 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데 장애가 있으므로 비교적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 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것을 볼 때 불교는 부처님 재세 시에 수행처인 정사(精舍, 절)가 시내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으면서 사회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포교 활동도 하고 교육 활동도 하였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불교가 사회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포교 및 교육 활동을 했다는 것은 《선생자경(善生子經)》이나 《육방예경(六方禮經)》 등에 들어 있는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육방예경》에 있는 내용을 살펴보자.

부처님은 남방을 향하여 절하는 시가라월에게 현대적 의미의 교육 활동에 해당하는 내용을 말씀하신다. “마땅히 할 일이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공경하고 어렵게 여기는 것이고, 둘째는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며, …… 다섯째는 받들어 칭찬해 드리는 것이다.”라고 하여 제자가 스승을 섬기는 자세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어서 부처님은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면서 다섯 가지 할 일에 대해 “첫째, [제자가] 빨리 알아 깨닫게 해 주는 것이고, 둘째, 다른 사람의 제자보다 우수하도록 하는 것이며 …… 다섯째, [제자의] 지혜가 스승보다 뛰어나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여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교육의 범위를 확대하여 사회교육에 관한 말씀했는데, 동쪽을 향해 절하는 시가라월에게 “동방을 향하여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으니, 마땅히 다섯 가지의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살림살이할 생각을 하는 것이고, 둘째는 일찍 일어나 하인들에게 지시하여 제때 식사를 하게 하는 것이며, …… 다섯째는 부모가 병환이 나시면 곧 염려하여 의사를 불러다 치료해 드리는 것 등이다.”라고 하여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 봉양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하셨다. 

이어서 부처님은 “부모가 자식을 보는 데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언제나 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좋은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업을 가르쳐 닦게 하는 것이며, …… 다섯째는 재산을 주는 것 등이다.”라고 하여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서쪽을 향해 절하는 것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다섯 가지 할 일이 있다. 첫째는 남편이 밖에서 들어오거든 일어나서 맞이하는 것이고, 둘째는 남편이 밖에 나가 돌아오지 않았거든 밥을 해 놓고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기다리는 것이며, …… 다섯째는 남편이 쉬고 있거든 방안을 정돈한 뒤에 눕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아내를 상대하는 데에도 다섯 가지의 할 일이 있으니, 첫째는 집을 나가고 들어올 때 늘 아내에게 인사하는 것이고, 둘째는 때를 맞춰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주는 것이며, …… 다섯째는 밖에다 첩을 두어 딴 살림을 차리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여 부부 사이의 윤리에 대해 설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북방을 향하여 절하는 것은 말하자면 친척과 친구 사이를 뜻하는 것이니, 다섯 가지의 지킬 일이 있다. 첫째는 죄악을 짓는 것을 보거든 남 안 보는 데서 조용히 꾸짖어 다시는 죄악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급한 일이 있으면 달려가서 도와주는 것이며, …… 다섯째는 지닌 물건을 나누어 쓰는 것이다.”라고 하여 친척 · 친구 사이의 도리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은 나머지 땅과 하늘 등 방위(方位)를 향해 절하는 것은 각각 고용주[주인]와 근로자[종업원] 사이에 지켜야 할 의무[현대의 노사관계]와 사문이나 도사를 섬기는 자세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하셨다. 

이처럼 《육방예경》을 보면 효(孝)와 예(禮) 등 윤리적인 내용과 함께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노사관계 권리 의무도 다루고 있으므로 우리는 불교가 사회와 밀접한 관계 속에서 포교뿐만 아니라 사회교육적 기능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은 부처님 당시의 사회교육에 관한 하나의 예(例)를 든 것이나, 부처님은 사성제 가르침을 설할 사람에게는 사성제를 설하였고, 《육방예경》의 말씀처럼 가정과 사회에서 윤리적 내용을 설할 사람에게는 윤리적 내용을 설하였으며, 또한 국왕인 빔비사라왕에게는 나라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 설하시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왕으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폄으로써 개개인의 인격에 변화를 줘서 깨달음으로 이끄셨고, 이로써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는 점에서 불교가 부처님 당시부터 사회교육의 기능을 하였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부처님 입멸 후 불교는 대승불교 시대에 이르면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목표로 적극적인 사회실천 사상을 전개함으로써 폭넓은 포교 및 사회교육 활동을 한다. 대승불교 경전에서는 대표적으로 보시와 보살행을 세상에서 실천할 것을 강조함으로써 보시는 실천덕목이 되고, 보살행은 실천행이 된다. 보시는 육바라밀의 제일 앞에 위치함으로써 대승불교의 중요한 실천덕목이 된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보살은 보시행을 실천하게 된다. 유마거사는 《유마힐경》에서 “중생이 병이 있기 때문에 나도 병이 있다. 일체중생이 병이 없으면 나의 병도 소멸한다. 보살은 중생을 위하므로 생사에 들어간다. 생사가 있으면 병이 있다. 만약 중생에게 병이 없으면 보살에게 또다시 병이란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불교의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중생이 있는 한 불교는 가르침을 펴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사회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기치로 하여 적극적인 중생구제 활동과 함께 사회교육을 실천한 예는 많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면, 원광법사는 세속 5계를 통하여 화랑들을 교육하였는데, 세속 5계는 불교뿐만 아니라 유교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서 사회교육의 의미를 지닌다. 원효 스님은 천촌만락을 다니면서 대중교화를 하였는데, 원효 스님의 교화행은 당시 사람들에게 불교를 널리 알려 개개인의 인격에 변화가 있게 하여 불교적 삶을 살아가도록 했다는 점에서 사회교육의 실천이라고 하겠다. 그러므로 사찰이나 교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으며, 넓은 의미에서 볼 때 사회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였다. 

3) 사회교육의 현실과 불교적 대안

‘2020 평생교육 통계조사’ 현황에 의하면, 만 25~75세 성인의 경우 평생 프로그램 학습 참여로 ‘심리적 만족 및 행복감 증대’가 79.3점, ‘교양함양 및 지식습득 등 자기계발’이 75.3점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봐도 평생교육기관의 평생학습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교육(또는 평생교육)의 취지가 무색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사회교육은 앞의 2장에서 살펴보았듯이, 직업능력 향상 영역 프로그램 참가 학생 수가 평생교육 전체 프로그램에서 52.39%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평생교육 현장에서의 교육이 직업능력의 향상에 의한 취업 또는 보다 나은 직장으로의 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의 직업교육 편중 현상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나타나는 목표지향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의 경우에는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또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보다 나은 직장으로 전직(轉職)하기 위해, 관련 학원에서 교육을 받거나 사회교육기관의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는 쪽으로 작용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취업준비생이나 또는 직장인이 시간을 할애하여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또는 보다 나은 직장에 전직하기 위해 학원의 취업 프로그램이나 또는 사회(평생)교육기관의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가타부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것은 개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으로 과도한 열풍 현상이다. 입시를 위해 사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학원의 취업 프로그램이나 또는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다수의 사람이 몰린다면 비용이 많이 발생하여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한 바 있는데, 이는 교육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거슬러 올라가면 타일러의 교육과정이론에 나타나 있는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교육이론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타일러의 목표지향적, 결과위주의 교육이론은 원래 훌륭한 교육과정이론이었으나 이후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파이너(W. F. Pinar), 맥도날드(J. B. MacDonald) 등 재개념주의 교육과정 학자들에 의해서 교육을 기능주의와 효율주의로 이끄는 문제점이 있다고 맹렬한 비난을 받게 된다. 한 예로, 클리에바드(H. M. Kliebard)는 “교육과정은 고도로 기술이 있는 기술자 아래에서는 생산(Pro-duction)의 척도가 되고, 학생은 완성되고 유용한 생산품으로 바뀌는 재료가 된다”는 비유로써 타일러의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 교육과정을 비난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는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성향을 띠게 되었고, 이러한 성향은 사교육 열풍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아이들 가운데 학교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 여러 학원을 다니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것은 타일러의 목표지향적이고 결과 위주의 교육과정이론이 교육과 주변 교육환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이 학원의 취업 프로그램이나 또는 사회(직업/평생)교육에서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다니는 현상도 마찬가지로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교육현상에서 비롯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교육 현상에서 벗어나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이에 맞춰 교육하고 교육을 받으면 된다. 교육은 지식의 습득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교육은 ‘바람직한 인간 형성’에 있고, 이것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생교육은 현시점에서 교육의 본질적인 개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교육의 개념에 대한 지적 자세’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야만 풀 수 있다. 

평생교육이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에 관한 지적 자세, 즉 이홍우 교수가 제시하는 교육에 관한 정의와 피터즈의 윤리학적 관점에서의 교육에 관한 개념, 그리고 사회학자 뒤르켐의 교육에 관한 사회화 개념 등이 함께 논의될 때 올바르게 제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교육의 개념에 관한 지적 자세와 관련한 논의를 하여 이 문제를 풀어보자. 첫째, 교육에 관한 정의에서 교육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목적도 있지만 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을 형성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와 같은 본질은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하겠다. 이와 같은 정의에서 볼 때 평생교육기관의 직업교육 프로그램 편중 현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교육은 윤리학적인 주제들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교육은 기능적으로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은 윤리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기준이 관여함으로써 사회가 필요로 하는 바람직한 인간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은 사회와 분리된 채 교육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교육은 교육작용을 통해서 사회에 영향을 끼치며, 또한 반대로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즉 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평생교육 또는 사회교육과 관련하여 교육의 개념에 대한 지적 자세가 세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고 논의될 때 평생교육 또는 사회교육은 교육의 본질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의 본질에 관한 논의만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사회교육 가운데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만 집중적으로 참여하여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이상만 바라보고 현실을 도외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 교육의 문제가 놓여 있다. 

이에 필자는 불교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불교는 교육기능과 함께 사회교육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회(직업 /평생)교육의 문제에 대한 대안 제시가 가능한 것이다. 우선 이론의 측면에서 불교의 교육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교는 개개인 스스로의 깨달음과 함께 주변도 깨달음으로 이끄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불교의 교육이론은 일반 교육의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교육이론과 비교가 된다. 

불교의 깨달음은 지혜가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불교의 교육이론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교육이며, 그런 점에서 목표지향적, 결과 위주의 교육이론과 거리가 멀다. 불교의 교육이론이 종교교육에 속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반 교육이론이 다루지 못하는 지혜 교육을 이론적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교육이론이 될 수 있으며, 이에 사회(직업/평생)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불교의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교육이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일반 교육학자들 가운데 불교는 종교이므로 교육이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실천적인 측면에서 제시하는 것은 첫째, 사찰에서 실시하는 템플스테이 교육 프로그램에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직업교육에 열심인 직장인들이 가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예불 또는 참선 등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인생을 설계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앞으로 사회(직업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기관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목표지향적인 현대사회이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것을 잠깐 멈추고 마음챙김 명상으로 행복해질 필요[경제적 여유가 주는 행복도 있지만 정신적인 행복도 중요함]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사회(직업 /평생)교육기관에서 이와 같은 사찰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연계, 실시하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인문교양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첫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인문교양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두 번째 순위이므로 인문적 소양이 강한 불교 강좌가 참여 가능하다는 것이고, 둘째, 이들 프로그램을 사회교육기관에서 도입 운영 시, 학생들이나 또는 직장인들이 각각 취업준비와 직장생활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소멸시키는 효과와 함께 인격 완성을 이루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입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불교는 사회교육이 직면한 문제에 대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잘 사는 법과 최상의 인격을 형성하도록 하는 길을 동시에 제시하는 최상의 교육 기능을 갖추고 있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     

 

이송곤 / ksgleen@hanmail.net

동국대학교 교육학과, 동 대학원 불교학과 졸업(철학박사).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입사 후 정년퇴임. 대한불교법사회 법사, 동국대학교 강사 등 역임. 주요 논문으로 〈불교사과 수행체계의 인간 형성 과정과 교육적 함의 고찰〉 〈듀이의 종교관의 측면에서 본 2015 개정교육과정과 불교 종교교육의 과제〉 등이 있고, 《불교교육론-초기불교와 남방 테라바다불교의 교육이론》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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