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설 법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모임 풍경소리’가 지하철과 철도에 풍경소리 게시판을 운영하는 우리 단체의 풀네임(full name)이다. 풍경소리는 1999년 9월 28일에 창립되었다. 당시는 1998년 조계종 분규 후 한 해도 지나지 않은 때여서 교계의 여러 부문에서 분규의 상처가 남아 있었고, 불교계는 사회의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하던 때였다. 

종단분규로 인한 개인적 피해는 분규 당사자였던 스님들뿐만 아니라 동조하여 참여했던 재가자들도 그에 못지않았다.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했던 필자를 비롯한 재가자들은 불교정화라는 대의에서 시작한 일이었음에도 앞으로의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교계의 주류로부터 배척받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정화개혁회의에 참여했던 재가자 몇몇이 모여 향후 활동에 대하여 논의하던 중 지하철 포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기독교에서는 지하철 승강장에 ‘사랑의 편지’라는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독교의 사랑의 편지를 벤치마킹하고 서울지하철법우회의 협조를 얻기로 했다. 교계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추진하려 했던 사람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 사람이 바로 전 민중불교운동연합 의장을 지내고 불교의 자주화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치열하게 투쟁했던 서동석 씨였다. 불교운동을 함께했던 동지이자 선배인 서동석 씨는 의미 있는 일이니 힘들더라도 중도에서 그만두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당시 서울지하철공사법우회 회장은 공사상황실장인 민병훈 씨가 맡고 있었다. 민병훈 회장을 만나 조심스레 지하철 포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기획서를 건네자, 반색하며 공사 내의 상황을 보아 승인을 받아내자고 동의해 주었다. 법우회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을 얻어 뜻을 같이할 분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글을 써주실 분, 그림을 그려주실 분, 운영을 도와주실 분 등등. 

섭외한 분들마다 다들 흔쾌히 동참해 주기로 해서 별 어려움 없이 운영위원회를 꾸릴 수 있었다.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원혜 스님을 운영위원장으로 추대하고 허락을 받았다. 운영위원회가 꾸려지고 회의를 거쳐 단체이름을 ‘풍경소리’로 지었다. 그리고 불교계를 대표하여 대중 공간 포교를 하기 위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 산하 단체로 등록하기로 결정하였다. 종단협에서도 환영해 주었다. 불교총지종 통리원장(당시 총지화 원장)께서 자신들이 액자 설치 비용 전액을 협찬하겠다는 의견을 전해왔다. 당시 총지종 복지재단에서 일하고 있던 서동석 선배가 노력한 덕분이었다. 

종단협 이사회에서 사업 경과와 향후 계획을 보고하자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종단협 회장이신 고산 스님께서 손뼉을 치시며 ‘스님들이 할 일을 재가자들이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종단협 회원종단들도 각 종단 원장님들의 지시를 받은 듯, 어떻게 도울 수 있겠냐며 연락해왔다. 풍경소리의 활동은 순풍에 돛단 듯 술술 풀려나갔다.

그러나 호사다마였을까? 운영위원장인 원혜 스님으로부터 운영위원장직을 사임하겠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알고 본즉 ‘정화개혁회의에 동조했던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누군가의 압력’ 때문이었다. 스님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급히 운영위원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삼천사 주지인 성운 스님을 운영위원장으로 추대하기로 했다.

성운 스님의 흔쾌한 허락으로 다시 체계를 잡고 임의단체이지만 운영은 법인과 동일하게 하기로 하고 운영위원회를 이사회로 변경하였다. 그리하여 초대 대표이사에 성운 스님을 모시고 2대 혜자 스님을 거쳐 3대 목종 스님을 대표이사로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풍경소리는 현재 전국의 지하철에 약 2,500개의 풍경소리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로 시작하여 서울도시철도공사, 수도권광역철도, 대구지하철, 부산지하철, 일반철도 역사, 대전지하철, 인천지하철의 순서로 게시판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고 각급 학교, 교도소, 군법당 등에 게시판과 포스터를 정기적으로 보급하여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풍경소리는 문화포교를 자임하는 단체이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열차 조성 운행, 소아암 어린이 돕기 불교문화체험전 개최, 풍경소리 게시판 지하철전시회, 명상문화 보급을 위한 풍경소리학교 운영, 나누는 것이 참된 행복 캠페인, 소아암 어린이 돕기 모금, 풍경소리 게시판 전시회 등등 대중 공간에서 불교문화를 매개로 한 활동을 주로 하여 왔다. 

이러한 활동에 힘이 된 사람들이 자원활동가인 포교위원들이다. 현재 전국에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하철 풍경소리 게시판 관리뿐만 아니라 포교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풍경소리에는 편집위원회가 있어 풍경소리의 내용을 검토한다, 현재 일곱 분의 편집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포스터에 게재되는 삽화는 고암 정병례 선생과 박준수 화백이 맡고 있다.  

풍경소리의 전국적 활동에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게 있다.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것이다. 풍경소리의 재정은 사찰의 협찬과 개인의 후원으로 이루어진다. 요즈음은 사찰의 협찬은 줄어들고 개인의 후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국임에도 풍경소리의 활동에 공감하고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에 힘을 받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울린다. ‘풍경소리에 후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라는 조심스러운 음성이 들린다.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로 스쳐 간다.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이제 풍경소리는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중포교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역사를 관통해 인류가 살아갈 바른길’을 밝혀 놓으신 붓다의 혜명을 전할 새로운 선구자들이 이 길을 갈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린다.

이용성 / 풍경소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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