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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던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해 겨울방학은 유독 길었다. 친구들이 시골 할머니 집에 가곤 하던 그 겨울, 나는 꽁꽁 얼어붙은 화계사 앞마당 호수에서 혼자 스케이트를 탔다.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의 꽁꽁 언 호수는 초록색 빙판이었고, 난 동화의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 초록빛 고요함이 좋았다. 빙글빙글 호수를 천천히 돌고 있으면, 지나던 스님들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때 내가 받은 질문들은 엉뚱하고 재미난 것들이었는데, 예를 들면, “꼬마야, 너 저기 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알아?” “너는 어디서 왔니?
사색과 성찰
박정은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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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소설은 불교문학 진흥과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을 위해 ‘재단법인 보덕학회’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 월즈라는 선배가 있다. 구라는 심하지 않은데 뻥이 있다.구라와 뻥의 차이도 그가 말한 거였다. 서사가 있으면 구라, 없으면 뻥.그는 자기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있다고 했다. 그게 열리면 바람과 물의 저항을 적게 받아 뭍에서든 바다에서든 누구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술 먹고 자신이 행여 쓰러지는 응급상황이 생기더라도, 불편하게 둘러업거나 그러지 말고 구멍에 장대를 넣어 두 사람이 어깨에 메고 을지병원으로 달려가
소설
구효서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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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지난 4월 21일 개최된 동방문화대학원대학 불교문예연구소 주최의 ‘탈종교 시대와 불교의 대중화’ 주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필자가 정리한 것이다. 1. 문제 제기: ‘출가’와 ‘재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나“초기불교에서 석존은 출가자와 재가자 누구든 윤회로부터 해탈할 수 있는 아라한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아비달마불교에서 이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대승불교에 와서는 모든 중생은 성불할 수 있다는 점으로 완전 정리가 되었다. 《유마경》의 유마거사나 《승만경》의 승만부인은 재가불교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들이다.
세미나중계
이병두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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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호스타이 국립공원 인상 고개 들고 나대지 않는다 햇볕 좋으면 하늘 쳐다보고비 오면 목 축일 뿐 잘난 척할 일, 부끄러울 일 없다 비바람 멎었으니말들에게 뜯어 먹힐 시간 내일은 거름으로 돌아오리 — 시집 《샹그릴라를 찾아서》(책만드는집. 2022) 홍사성 / 2007년 《시와 시학》 등단. 시집 《내년에 사는 법》 《고마운 아침》 《터널을 지나며》 등. 홍사성2007년 《시와 시학》 등단. 시집 《내년에 사는 법》 《고마운 아침》 《터널을 지나며》 등.
내 마음의 시
홍사성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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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에 놓인 빛바랜 검은 구두처음 만났을 때발에 맞지 않아 뒤꿈치 까이며 신었지만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졌을 때 우리는비포장 길도 무섭지 않았다꽃길이었다가 비가 스며들었다가앞만 보고 걷다 돌부리에 걸린 날땀내 나는 웃음으로 걸어함께 써내려온 일기장닳아버린 뒤축만큼 둥글게 채워져해지고 주름져도 버릴 수 없는낡은 구두 — 시집 《사람의 가슴엔 바다가 산다》(책펴냄열린시, 2022) 최난경부산에서 태어나 양산에서 성장. 2015년 《문예운동》으로 등단. 경남작가회의 회원.
내 마음의 시
최난경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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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눈물/ 은하수에 이른다면 은하수로 흘러흘러/ 너에게 간다면 너에게 이르러/ 별이 된다면 나 또 산산이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파르르 먼지 하나/ 너에게 간다면 가서 쌓인 먼지/ 보석이 된다면 네 가슴에 숨어/ 천년을 산다면 너의 품에 안겨/ 하루를 잔다면 — 시집 《울다 남은 눈물》(황금알, 2023) 김원옥《정신과 표현》으로 등단. 시집 《바다의 비망록》 《시간과의 동행》 에세이집 《먼 데서 오는 여인》이 있다.
내 마음의 시
김원옥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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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생각의 흔적마저 지워가는시간의 눈빛이거나 고뇌라고 하자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아름다움처럼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리토피아, 2022) 최영규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등. 한국시문학상 등 수상. 엘부르즈(유럽 최고봉) 아통가구아(남미 최고봉) 코시어스코(오세아니아 최고봉) 초오유(히말라야 6위봉) 등정 원정대장.
내 마음의 시
최영규
2023.06.11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