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에 놓인 빛바랜 검은 구두

처음 만났을 때

발에 맞지 않아 뒤꿈치 까이며 신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졌을 때 우리는

비포장 길도 무섭지 않았다

꽃길이었다가 비가 스며들었다가

앞만 보고 걷다 돌부리에 걸린 날

땀내 나는 웃음으로 걸어

함께 써내려온 일기장

닳아버린 뒤축만큼 둥글게 채워져

해지고 주름져도 버릴 수 없는

낡은 구두                                       

 

 — 시집 《사람의 가슴엔 바다가 산다》(책펴냄열린시, 2022)

 

최난경
부산에서 태어나 양산에서 성장. 2015년 《문예운동》으로 등단. 경남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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