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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아들의 일상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자의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아들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내면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한참 밝고 유쾌해야 할 시기에 세상의 모든 일을 달관한 듯 초연한 모습으로 평범한 세상의 일부분이 되고 싶지 않아 거드름을 피웠다. 그래서 아들의 일상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이러한 태도가 못마땅했다. 서로의 불만족이 정점에 닿을 무렵 아들은 어머니와 다투게 되었다. 젊은 패기를 장착한 아들은 무질서한 논리로 어머니를 곤혹스럽게 했고, 아들의 저항에 놀란
사색과 성찰
권오상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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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였던가.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해 겨울방학은 유독 길었다. 친구들이 시골 할머니 집에 가곤 하던 그 겨울, 나는 꽁꽁 얼어붙은 화계사 앞마당 호수에서 혼자 스케이트를 탔다. 아무도 없는 절 마당의 꽁꽁 언 호수는 초록색 빙판이었고, 난 동화의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 초록빛 고요함이 좋았다. 빙글빙글 호수를 천천히 돌고 있으면, 지나던 스님들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때 내가 받은 질문들은 엉뚱하고 재미난 것들이었는데, 예를 들면, “꼬마야, 너 저기 구름은 어디로 가는지 알아?” “너는 어디서 왔니?
사색과 성찰
박정은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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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한국 천주교회의 사목 전망을 거시적으로 연구하는 곳입니다.(‘사목(司牧)’은 하느님을 믿는 백성을 위한 돌봄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상에서 교회가 하느님 백성을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을 사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사목 비전을 성찰하고 사목의 발전적 걸음을 디딜 수 있게 도와주는 주교회의 연구기관입니다. 본 연구소가 《한국 천주교 코로나 팬데믹 사목 백서》를 준비하고자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천주교 신자(1,063명)와 비천주교 신자(1,000명)를 대상으로 올해 1월에 시행
사색과 성찰
곽용승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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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명산이 많다. 그리고 명산엔 틀림없이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 잔잔한 즐거움이다. 나는 부처님 앞에선 언제나 같은 기도를 올린다. 호국불교 아닌가? “우리나라를 보호해 주시고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되게 도와주소서!” 요즘은 대세에 따라 ‘통일’이 아니라 ‘남북 공동의 번영과 평화’를 간절히 빈다. 하느님께도 빌지만 부처님께도 비는데, 정성이 모자라서인지 시민들의 무관심 때문인지 정치가들이 장난을 치는 건지, 아직도 남북의 번영과 평화는 요원한 느낌이다. 죽어서나 고향 땅을 굽어보고
사색과 성찰
소희숙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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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신자들을 상대로 사회생활의 자세를 성찰하는 강연을 할 때, 가끔 우리의 종교 생활을 재고(再考)하고 반성하자는 취지로 언급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종단에 소속된 사람들을 합하면, 남북의 인구를 합한 수보다 많다고 합니다. 몇 년에 한 차례씩 가가호호(家家戶戶) 방문하면서 인구조사를 하는데, 이때도 거의 두 사람 가운데 한 명꼴로 자신이 종교 생활을 한다고 답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가 구원을, 부처님이 중생의 구제를 가르친다는 것은 믿는다고 밝히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든 자비의
사색과 성찰
박동호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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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서 결혼한 지 5년 만에 절에서 100일 기도해서 얻은 무남독녀가 친구 따라 성당에 다니다 수녀원에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첫 말씀은 참 간단했다. “그래.”기도해서 낳은 아이는 하느님(부처님)의 사람이라고 하시며, 가서 잘 살라 하셨다. 사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 진학은 하지 않고 2년가량 3~6개월에 한 번씩 일자리를 바꾸는 딸내미를 보시며 또 저러다 금방 마음을 바꾸겠지 하시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래.” 하고 허락하셨다. 그러면서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일을 하겠다고 하며 나오겠지 하셨단다. 그런데 나는
사색과 성찰
윤진
2023.08.14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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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유학을 마치고 1999년 귀국하여 쉼이 없는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충전과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여 사무실과 집을 광화문 부근으로 옮겼다. 작년에 다시 광화문을 떠났는데 지나고 보니, 광화문에서 산 기간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말하는 ‘해와 바람과 비와 여름과 겨울의 자연’을 느끼며 문화, 역사, 자연이 어우러진 환경 속에서 참 행복하게 보낸 시간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앞만 보며 바쁘게 살았던 지난날에는 알지도 못했고 느끼지도 못했던 행복한 삶이었다. 아스라한 어린 시절의 시골 정취가 남아 있는
사색과 성찰
배금자
2023.03.0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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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소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사무실 밖으로 뛰쳐나가 기나긴 산책로를 몇 번을 왕복했는지.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을 만끽하며 진정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어찌나 기뻤는지 중간중간 폴짝 뛰기도 하면서. 첫 패소의 순간 역시 잊지 못한다. 슬픈 예감은 어째서 틀리는 법이 없는지. 침울한 마음으로 멍하게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다른 사건의 소장을 쓰겠다고 손은 모니터에 얹어두고서. 승소도 패소도 처음이기에 이만큼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판결 선고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크게 무뎌지지는 않았
사색과 성찰
김서진
2023.03.0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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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봄, 코로나19가 심화하자 우리 대학도 예외 없이 방역을 이유로 주 출입문을 하나만 두고 다 막아버리는 바람에 나의 동선도 바뀌었다. 평소 법학관 옥상과 연결된 다리를 가로질러 마을버스 회차장과 주차장으로 올라 다니던 길을 더 이상 오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득이하게 대운동장 쪽으로 돌아서 내려오게 되면서 시간도 더 걸리고 불편했지만 그것도 잠시, 오래지 않아 눈 아래 넓게 펼쳐진 비원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북악산의 한 줄기인 매봉 기슭에서 내려다보는 비원의 모습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우리에게 비원으로 더
사색과 성찰
배병호
2023.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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