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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틈새 움켜잡고한평생버티시는구려 경사진 이 세상몸꼿꼿이 세워 — 시집 《꽃이 길을 놓았을까》(스타북스, 2021) 한상호강원도 양양 출생.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아버지 발톱을 깎으며》 《단풍 물들 나이에야 알았다》 등. 아시아시인상 수상.
내 마음의 시
한상호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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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천사(香泉寺)에서 은은한 분 향내를 따라갔더니 마당 한쪽에 핀 백일홍꽃이 성숙한 여인의 얼굴처럼 화사했다 화사한 백일홍에 젊은 스님이 붙어서 심심풀이로 줄기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있었다 탈피된 백일홍의 매끈한 속껍질이 여인의 속살처럼 보여 얼굴이 화끈했다 바닥에 쌓인 껍질들은 여인이 벗어놓은 옷 같았다 미술관에서도 누드화만 만나면 눈길을 떼지 못하는 나인지라 한창 젊은 나이의 수도자가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지만 절마당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래도 내가 아는 스님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놀리듯 한마디 했다 “옷을 벗겨놓으니
내 마음의 시
이용하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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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에 있는 미황사에 갔다 대웅전 옆에 돌무덤 하나 있었다 무덤의 형태는 있으나 정돈되지 않은 돌무덤이었다 한 시인은 무덤의 주인이 생전에 원한이 많아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돌멩이로 무덤을 짓이겼다고 확신 있게 말했다 나는 다비식을 하고 남은 흔적이라고 아는 체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난 돌무덤 앞에서 상석과도 같은 큰 돌이 있어서 암묵적으로 무덤이라고 수긍하고 있었다 허나 미황사의 한 스님이 그건 축대를 쌓기 위해 모아둔 돌멩이라고 말했다 — 시집 《버스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문학의전당, 2022) 서수찬1989년 《노동해방문
내 마음의 시
서수찬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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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바꿔야 다른 답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바꿔보자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말고어제 내가 죽었다면, 으로 내가 어제 죽었다고상상해보자 만일 내가 어제 죽었다면 — 시집 《혼자의 넓이》(창비, 2021) 이문재 1983년 《삶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슬픔은 어깨로 운다》 《데스밸리에서 죽다》 등. 편운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이문재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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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편치 않은 건내가 날 괴롭힌다는 것 헛간 데 떠다녔다고 하루가 웃는 들길에서 나 말고날 쥐었다 폈다 누가 할 수 있겠니 — 시집 《매혹》(현대시학, 2022) 홍성란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집 《춤》 《애인 있어요》 《소풍》《바람의 머리카락》 등. 중앙시조대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홍성란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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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에게 우주에는 수천억 별로 이루어진 은하계 수천억 개가 있다. 지구가 소속된 은하계는 수천억 은하계 중 변방에 속한다. 지구는 은하계에서 가장 변두리에 위치해 있다. 푸른 먼지에 지나지 않는 지구에 70억 인구가 각축하며 살고 있으며 사람의 평생은 우주의 시간으로 찰나보다 짧다 하루살이 미물같이 짧은 한평생을미워하는 일로 소진하다니, 어리석구나.사람이여, 문득 사는 일 벅차고 서러울 때눈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우리는 모두 별의 자식들이다.지상의 소풍 끝내고 돌아갈 집 저기,저렇게 푸른빛으로 글썽글썽 반짝이고 있다. —
내 마음의 시
불교평론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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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꽃이 핀다.한사람만을 생각하며/ 비가 나린다.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낙엽이 진다.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눈이 온다.오직/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생각하며오늘도/ 하루가 간다 — 시집 《작은 모래내 일기》(문예원, 2022) 김익두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햇볕 쬐러 나오다가》 《서릿길》 《숲에서 사람을 보다》 《녹양방초》 《지상에 남은 술잔》 《사랑혀유, 걍》 등. 전북대 명예교수.
내 마음의 시
김익두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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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는 뒤늦게 도착한 제자에게 관을 뚫고 맨발을 보여주었다.열반에 오른 그가 다비 직전에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맨발이었다. 평생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는 그의 유언은 맨발을 보여주는 것이었다.제자들아 맨발로 가라, 맨발 그 이상 나에게 다른 가르침을 찾지 말라. 영산회상의 꽃이 아니라 관을 뚫고 나온 맨발은 망망대해의 쪽배 같아서,육신을 불태우기 직전 석가가 보여주었던 맨발의 길, 구도자는 그 맨발로 어떤 스승도 없이 화탕지옥의 불길을 헤치고 생의 마지막까지 가야 하리.— 시집 《황금 가랑잎》(서정시학, 2021) 최동호
내 마음의 시
최동호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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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꿈속에서망상의 늪 허우댔고 낮에는 환상 좇아헛발질 퍼부었네 명상에들어앉으니낙엽 지는 번뇌여 — 시집 《운수의 노래》(부산문학인아카데미, 2021) 심종선1969년 《실험》 창간동인. 199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그동안 9권의 시조집을 상재했다. 부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불교평론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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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능선에 달빛 환하고하늘 청청하고 아득하게 맑다 빈산에 까마귀 울고우지끈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저쪽 세상은 코로나 블루라는데흩어져 지내니 쓸쓸하고 허전하다는데 나는, 여기, 홀로 있어 행복하구나아득해지고, 아슴아슴해지고, 깊어지는구나 — 시집 《나비와 은하》(도훈, 2022) 조창환1973년 《현대시학》 등단.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피보다 붉은 오후》 《허공으로의 도약》 등. 박인환문학상, 편운문학상, 한국시협상 등 수상.
내 마음의 시
조창환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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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저물녘,여름내 허공을 맴돌던 한 마리 고추잠자리가바지랑대 하나를 골라 정좌하더니날개를 편 채자는 듯 생애를 마감하였다. 순간,//-반짝- 투명한 그의 모시장삼을 물들인서천서역(西天西域)의 황홀한 노을빛 하늘도 벽이었나,//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화두 하나 쥐고 입적한 그노스님. — 시집 《갈필의 서》(서정시학, 2022) 오세영196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내 마음의 시
오세영불교평론
2022.09.2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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