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에 있는 미황사에 갔다 대웅전 옆에 돌무덤 하나 있었다 무덤의 형태는 있으나 정돈되지 않은 돌무덤이었다 한 시인은 무덤의 주인이 생전에 원한이 많아서 살아 있는 사람들이 돌멩이로 무덤을 짓이겼다고 확신 있게 말했다 나는 다비식을 하고 남은 흔적이라고 아는 체를 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난 돌무덤 앞에서 상석과도 같은 큰 돌이 있어서 암묵적으로 무덤이라고 수긍하고 있었다 허나 미황사의 한 스님이 그건 축대를 쌓기 위해 모아둔 돌멩이라고 말했다

 

— 시집 《버스기사 S시인의 운행일지》(문학의전당, 2022)

 

서수찬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 《시금치 학교》현재 인천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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