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변화의 과정에 있다. 우리 눈앞에서 그 변화의 속도를 자랑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나무들처럼 들키지 않고 일정한 시간을 지낸 후에야 그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다. 시간과 공간을 점유해야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그 공간과 시간의 점유 방식과 과정에서 각 존재자의 특성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지만, 그러한
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았다. 이 영화는 가톨릭교 중에서도 엄격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세 시간 남짓, 화면 속에는 침묵만 흐르고 있다. 묵상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수도사들은 말이 없다. 책장을 넘기고 가위질을 하고 물을 받는 소리마저 너무 크게 들린다. 움직일 때마다 나무 바닥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
며칠 전 통영을 가서 그곳의 너무나 아름다웠던 갯벌과 다도해의 해안이 이미 오래전에 매립되어 볼품없는 아파트와 고층상가로 변해 있는 것을 보았다.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아쉬움은 그것이 없어졌을 때 더욱 강렬해진다고 했던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아쉬움을 마음에 새기며 나의 상념은 현 정부에 의해 불도저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위 4대강 사업에 대한 근심과 착
어느 나라에서 임금이 학자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책으로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학자들이 모여 100권의 책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이 다시 한 권으로 줄여서 가져오라고 했다. 나중에 두툼한 책 한 권을 가져왔는데, 임금이 이것도 많으니 단 한 줄로 줄여달라고 했다. 단 한 줄의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1. 불서의 서양 번역 약사(略史) 불서가 서양에서 서양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부터이다. 이는 유럽 열강이 향료무역 때문에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진출하고 이들 땅을 식민지화한지 200~300여 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동남아시아에 제일 먼저 진출한 포르투갈은 17세기에 영국에 밀려났고, 16세기에 필리핀을 식민지화하여 사탕수수, 담
어찌 불법(佛法)에 비구 비구니가 있으며 세간과 출세간이 있겠는가 어찌하여 북(北)이 있고, 남(南)이 있으며 어찌 너와 내가 있을 수 있으리오 ― 비구니 본공(本空) 스님(1907~1965)의 1935년 게송1) 1. 들어가는 말 1970년대 한국 송광사에서 구산 스님 밑에서 비구니로 출가하여 수행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에서 각종 참선 그룹
현대 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른 불교의 세계관 오늘날 유럽, 특히 프랑스에는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에 따른 대안적 삶과 대안적 문명의 패러다임을 찾자는 열망과 깊은 관련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는 인류 문명 자체를 위협하는 가장 중차대한 문제이다. 얼마 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누가 승리라 말하는가? 견뎌냄이 전부인 것을. ―릴케 들어가며 니체의 불교에 대한 호의적 입장은 그의 《반그리스도론》(1888)에서 나타난다. 간단히 요약하면 불교가 기독교처럼 이항대립적 형이상학적 건축물을 세우려 들지 않았고, 인간 실존에 보다 객관적으로 다가서려 했다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불교가 인간 실존에 대해 현상학적 접근을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1. 문제의 제기 현대의 인류는 실업과 빈곤, 환경 파괴, 범죄 증가와 도덕과 가치관의 혼란 등 다양한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이런 병폐의 원인과 그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을 끄는 것은 현대문명에 대한 불교 사회철학의 진단과 해법이다. 불교 사상의 담론의 장으로서 유명한 계간지 《불교평론》은 현대문명에 대한 불교 사회철학의 입장이 명료하
불교와 수학은 관련이 있는가? 흔히 대중들이 알고 있듯이 수학은 방정식이나 공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세상을 바로 파악하려는 점에서 관련이 있다. 수학은 크게 분류하면 논리학, 대수학, 해석학, 기하학, 위상수학 등이 있는데 우주의 미시세계의 연구에는 대수학이 우주의 구조연구에는 기하학이 역학에는 해석학이 우주의 모양 연구에는 위상수학이
일반적으로 자연과학(自然科學, natural science)이라 하면, 자연현상 그 자체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그에 대한 원리적 이해와 응용을 위해 이른바 검증 가능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탐구체계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와 같은 종교는 처음부터 자연과학적 범주의 정의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
1. 들어가며 생물학과 불교를 논의한다는 것은 우선 생물학이 생명을 다루는 근대과학의 한 분야라는 점에서 과학과 불교라는 종교의 관계를 검토하는 것이고, 동시에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비교 검토이기도 하다. 합리적 이성에 의한 계몽주의가 확립된 이래 서양의 과학과 종교는 대립과 소통의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 교류하며 변화해 왔지만, 최근 《이기적 유
1. 서론 기원전 6세기경 희랍에서는 자연과학의 창시자인 탈레스가 별을 좋아해서 별을 보고 걷다가 도랑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는 무수한 별들은 지구를 둘러싼 천구에 붙박여 있다고 보았다. 중세기를 거치면서 과학문명은 급속히 발전하여 오늘날엔 인간이 지구 밖으로 나가는 우주탐사가 이루어지면서 우주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히 인간
1. 과학과 세계관 오늘날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 혁명에서 시작하여 산업사회와 후기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시대에 이르렀고, 생명과학은 생명의 유전형질을 변형시키고 복제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으며, 기초과학은 소립자의 극미의 세계에서 우주 저쪽의 극대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인간 지식의 지평을 넓혀 놓았다. 러셀이 철학이란 한편으로는 전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수준에서 자맥질한다. 1960년과 비교할 때 무려 20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국민총소득 역시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궤변과 이설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참으로 놀라운 발전이다. 그런데 더욱 괄목할 통계 수치가 두 가지 더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의
[권두언 ] - '이익’보다 ‘인의(仁義)’여야 한다 / 김성철[특집] 불교와 자연과학, 하나의 세계를 보는 두 개의 시선- 불교와 물리학 / 양형진- 불교와 천문학 / 이시우- 불교와 생물학 / 우희종- 불교와 의학 / 최로덴- 불교와 수학 / 강병균[논단] - 불교 사회철학의 문명 비판에 대한 자유주의적 성찰 / 민경국
가) 한국인의 열광주의 심리현상과 진정제로서의 불교한국인의 종교적 열광성은 사유의 논리성을 지운 상태에서의 감정적 맹목적 신앙에 기인=기독교의 광란적 신앙형태 . 이것은 한국인의 감정적 단순성(낭만성)과 논리적 사유의 무지와 흑백적 선명성과 순수성에 대한 열광과 유관함. 이런 감정적 단순성과 논리에 대한 무지가 가져오는 열광의식이 한국적 쏠림현상을 초래함. 한국인의 열광적 쏠림현상은 한국인의 집단적 무의식으로서의 巫敎的 신바람(神明) 현상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임.한국인의 신바람 기질=魏志東夷傳에 기록된 동이인은 가舞飮酒를 유달리 좋
[열린논단] 대승불교란 무엇인가 / 현응스님
대승불교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대승불교의 출현 배경과 그 사상적 특징 불교의 기본 가르침은 무상, 무아, 공의 가르침이다. 무상, 무아, 연기의 가르침은 사람들로 하여금 존재가 덧없고 허망한 것을 일깨워주어 존재의 실재성으로부터 해탈하게 해주는 효과를 이끌어내 주었다. 이러한 가르침은 부파불교, 아비달마 시대를 거치면서 교리적 발전과 정립을 거쳐 더욱
1. 머리 말 기독교인이나 기독교학자들과는 많은 대화를 했지만 불교학자들과는 처음이다. 필자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불교인도 아니다. 불교의 교리에 대하여도 아무것도 모른다. 오늘 발표 내용과 관련하여 허우성 교수님으로부터 매우 귀중한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불교학자들의 비판의 타당성, 자유시장과 지속가능성, 하이에크의 정신이론과 시장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