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서의 서양 번역 약사(略史)

불서가 서양에서 서양의 언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부터이다. 이는 유럽 열강이 향료무역 때문에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진출하고 이들 땅을 식민지화한지 200~300여 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동남아시아에 제일 먼저 진출한 포르투갈은 17세기에 영국에 밀려났고, 16세기에 필리핀을 식민지화하여 사탕수수, 담배 등을 재배한 에스파냐는 19세기에 미국에 밀려났다. 17세기에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네덜란드는 19세기에 이르러 인도네시아와 동인도에서 커피, 사탕수수 등을 재배했다. 18세기 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차를 재배했다. 프랑스는 18세기에 베트남을 점령하고, 캄보디아, 라오스도 영입했다.

이렇게 물질적 이득을 위해 동남아에 진출한 유럽 열강은 식민지를 지배하기 위해 이들의 정신문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또한 여기에 학자들의 학문적 관심도 가세하여 불교 관련 서적이 유럽에 전해지고 번역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먼저 1834년 헝가리에서는 ‘티베트학과 불교문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코로시 초마(Korosi Csoma)가 티베트불교를 배우기 위한 일환으로 세계 최초의 《티베트―영어 사전》(4만 단어 수록)과 《티베트어 문법사전》을 펴내게 된다.

1844년 프랑스에서는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에 능통했던 뷔르느프가 불교 원전들을 읽고는 600쪽에 달하는 《불교역사입문서(L'Intro-duction a l'histoire du buddhisme indien)》를 저술했고, 1852년에는 《법화경》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했다.

일찍부터 불교와 인연이 많았고 불교 애호자, 지지자가 많았던 독일에서는 19세기 중엽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나의 철학을 진리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세계의 종교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 불교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선언하여 서양의 많은 지식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저서를 통해서 붓다의 가르침을 처음 접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 경전 번역가 노이만(Karl Eugen Neumann, 1865~1915)이 있다. 인도학 전공자인 노이만 박사는 독일어권에서는 최초로 불교 원전을 번역 소개했는데 1892년부터 《법구경》을 비롯한 가르침을 차례로 번역했다. 헤르만 헤세는 그의 놀라운 번역을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노이만 이전의 또는 이후의 어떤 번역도 그의 번역에는 도저히 견줄 수 없다. 온화하고 성스러운 붓다의 말씀이 노이만 박사의 번역을 통해 경이롭게도 진실 그대로 생생히 남아 있게 되었다.” 1951년 헤세는 소설 《싯다르타》를 써서 불교와 힌두교 사상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전하였다. 독일에도 1909년 영국 팔리학회와 성격이 비슷한 ‘독일 팔리회(Deutsche Pali-Gesellschaft)’가 설립되어 특히 불교 초기경전의 번역에 주력했다.

이미 1846년에 34개의 다짠(datsan, 절)이 존재했던 러시아 부리아티아의 경우, 1876년에는 불교대학이 생겼고 1887년에는 29개의 불교 출판사가 설립되어 이후 40여 년간 2000여 권의 불서가 티베트어와 몽골어로 출판되었다.

영국에서는 1881년 팔리경전학회(Pali Text Society)가 조직되어 학문 중심의 불교를 연구했는데 변호사 출신의 리즈 데이비스(Rhys Davids, 1843~1922)가 1882년부터 30여 년간 수많은 팔리 원전을 번역했다. 1879년에는 에드윈 아널드 경이 《아시아의 등불(Light of Asia)》을 저술하였다. 붓다를 도덕적, 정신적 영웅으로 소개한 이 책은 후에 텐진 팔모를 비롯한 수많은 유럽의 차세대 스님들이 불교를 접하는 관문이 되었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종교회의 덕분에 불교는 서양 지식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미국의 초절주의자(超絶主義者)인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1844년 에머슨이 출간하던 문학 잡지인 《다이얼(Dial)》에 엘리자베스 피바디와 함께 번역한 《법화경》의 일부를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19세기 중엽부터 번역이 시작된 불서는 하지만 경전과 초기불교 문헌에 국한되었을 뿐 선불교 관련 불서는 그로부터 다시 100여 년이 지나서야 번역이 시작된다. 《육조단경》의 경우 1977년 중국의 선화 선사가 처음 영역했고, 1978년엔 얌폴스키(Philip B. Yampolsky)의 번역이, 1990년에는 ‘Wong Mou-Lam & A. F. Price’의 공역본이 나왔다. 또한 1977년에는 클리어리의 《벽암록》이 번역되어 불교계의 관심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선불교 고전이 영역된 것은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을 찰스 뮬러가 최초로 영역했고 이어 2006년 법정―현각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또한 백운경한 선사의 《직지심체요절》이 2005년 영역되었다. 저서의 일부에 지눌의 선법이 영역되어 소개된 것은 1984년 길희성의 《Chinul: Founder of the Korea Son Tradition》, 1991년 로버트 버스웰의 《Tracing Back the Radiance: Chinul's Korean Way of Zen》이 있다. 2001년에는 J. C. Cleary가 태고보우 국사의 법문을 번역하여 《Buddha from Korea: The Zen Teachings of T'aego》를 출간하기도 했다.

2. 간화선 관련 문헌의 번역 서적과 그 특징

1) 간화선 관련 영역(英譯) 출간 도서

현재 간행이 계속되고 있는 선불교 관련 고전은 총 20개 서적, 저술은 8개 서적이 아래와 같이 집계되었다. 현대에 출간된 영어 저서들 중 화두참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은 포함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본격적인 화두참구서인 《Shattering the Great Doubt: The Chan Practice of Huatou》가 생엔선사의 의해 출간되었다. 물론 서양인들에게 화두 참구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친 장면을 녹취한 책이기에 이번 간행되는 《간화선》에 비해 체계적인 상세함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3) 간화선 관련 번역서의 특징

《벽암록》 《무문관》의 경우 원본대로 충실하게 번역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벽암록》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번역본을 내놓았다. 아마도 《무문관》이 선의 실천적 수행에 대한 지침서임에 반해 《벽암록》은 그윽하고 고상한 선의 경지를 나타낸 문학적으로 세련된 선서임에 그 연유가 있는 듯하다.

《무문관》의 번역자로는 표에 기록한 야마다 선사 외에도 로버트 에이켄 선사(1991, North Point Press), 가쓰키 세키다(Katsuki Sekida) 선사, 그레고리 원더휠(Gregory Wonderwheel), 젠카이 시바야마(Zenkai Shibayama)(2000, Shambhala) 등이 있다.

《벽암록》의 번역자로는 클리어리 형제(Thomas and J. C. Cleary), 가쓰키 세키다, 코운 야마다(Koun Yamada), 데이비드 로텐버그(David Rothenberg), 유완우피엔루(Yuanwu Pi Yen Lu)와 샘 해밀(Sam Hamill), 누마타불교번역연구원(Research and Numata Center for Buddhist Translation ), 폴 린치 지도법사(JDPSN Paul Lynch), 숭산 스님(Seung Sahn), 쇼(R. D. M. Shaw) 등이 있다. 또한 클리어리는 일본에서 《벽암록》 해설로 가장 유명한 임제종의 백은 선사, 조동종의 천계 선사의 해설을 곁들인 《Secrets of the Blue Cliff Record》를 출간하기도 했다.

《전등록》의 경우 《Original Teachings of Ch'an Buddhism: Selected from the Transmission of the Lamp》(1982, Grove Pr)과 《The transmission of the lamp : early masters》(1986, Longwood Pr Ltd.)의 두 개 판본이 있었지만 모두 절판되었다. 반면 조동종 계통에서 간행한 《전광록》은 클리어리의 번역으로 지금도 출간되고 있다. 아마도 《전광록》에서 처음부터 인물의 깨달음의 계기나 그 인물을 상징할 만한 대화를 수록한 간결한 정리식 서술을 채택한 것이 《전등록》에서 사용한 ‘~스님은 ~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였으며……’식의 전기식 서술보다 더 독자에게 다가가기 쉽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브로턴(Jeffrey Lyle Broughton)의 《선원제전집》 번역인 《Zongmi on Chan》의 도입 해설부에서 브로턴은 《선원제전집》이 고려시대와 지눌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4페이지에 걸쳐 설명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종경록》을 구하기 위해 고려 왕이 보낸 사절이 선물을 들고 중국에 왔다는 것, 지눌의 선에서는 종밀의 《선원제전집》과 영명연수의 《종경록》이 나란히 인용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고려대장경에 《종경록》은 포함되었으나 《선원제전집》은 포함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임제록》의 경우 두 개 판본 중 왓슨의 번역은 가르침과 행장을 간략하고 현대적으로 읽기 쉽게 수록한 데 반하여 사사키의 번역은 가르침, 임제록을 이해하기 위한 선불교 역사, 사사키의 해설, 그리고 한문 원전과 용어 해설을 곁들여 거의 500페이지에 해당하는 방대한 분량을 담고 있다.

레드파인이 달마 대사의 가르침을 번역한 《The Zen Teaching of Bodhidharma》에서는 왼쪽에 한문 원본, 오른쪽에 영어 번역을 수록하는 방식으로 〈이입사행론〉 〈혈맥론〉 〈오성론〉 〈파상론〉을 담고 있는데 한문과 영어를 대조하며 읽을 수 있어 좋고 또한 번역도 현대적이고 명쾌하며 편안한 편이다.

가독성을 늘리기 위해 서양의 독자들이 관심 있을 부분을 선별하여 발췌 번역을 한 책들도 많이 있다.

3. 간화선 관련 문헌 번역자들의 배경

1) 토머스 클리어리(Thomas Cleary)

미국의 불교 전문 출판사 샴발라는 1977년을 언어의 천재 클리어리가 불교 고전 및 동아시아 사상서의 번역서를 쏟아내는 ‘클리어리 현상(Cleary Phenomenon)’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꼽고 있다. 총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암록》의 번역을 동생 J. C.와 함께 마친 클리어리는 이후 10년간 《화엄경》 《주역》 《도덕경》, 중국과 일본 선사들의 가르침 등을 포함해 30여 권의 번역서를 펴내게 된다.

1949년생인 클리어리가 10대에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일어난 범상치 않은 경험을 불교라는 거울을 통하니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정토종 수행을 하다가 다른 수행법에도 관심을 가졌고, 이후 팔리어를 읽을 수 있게 되자 다른 종교 및 사상을 공부하는 것 역시 불교 수행의 일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알고 싶은 호기심, 이해하고자 하는 지적 탐구심으로 인해 18세에 번역을 시작한 그는 28세에 《벽암록》을 내놓으면서 전문번역가 대열에 올라섰다.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 언어 및 문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클리어리(형제가 모두 동일 대학 동일 전공으로 박사학위 취득)의 가장 대중적인 번역서는 《손자병법(The Art of War)》이다. 2000년에는 그간 번역한 도교 고전 4권을 묶어 《The Taoist Classics》를 냈고, 또한 불교와 선불교 고전을 묶어 《Classics of Buddhism and Zen》을 냈다. 최근 번역한 《코란》은 아랍어와 영어를 공히 아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클리어리는 총 8개 국어의 원전을 80여 권 영역했는데 거의 다 불교, 도교와 관련이 있다.

클리어리의 선불교 주요 번역서 목록

쪾Zen Lessons (Shambhala Pocket Classics)
쪾The Flower Ornament Scripture: A Translation of the Avatamsaka Sutra
쪾Zen Essence: The Science of Freedom (Shambhala Pocket Classics)
쪾Classics of Buddhism and Zen, Volume 1: The Collected Translations of…
쪾The Blue Cliff Record
쪾Secrets of the Blue Cliff Record: Zen Comments by Hakuin and Tenkei
쪾The Book of Serenity: One Hundred Zen Dialogues
쪾The Sutra of Hui-Neng: Grand Master of Zen (Shambhala Dragon Editions)

2) 존 블로펠드 (John Eaton Calthorpe Blofeld, 1913-1987)

영국인 블로펠드는 도교 및 중국 선불교를 전문 번역하는 작가이다. 1913년 런던에서 태어난 블로펠드는 청소년 시절 작은 석가모니불 불상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입수해서는 매일 그 앞에 꽃을 올리고 밤마다 절을 올렸다. 이런 체험으로 인해 그는 환생을 믿었고 전생에 자신이 중국 불자였다고 생각했다.

 케임브리지대학 2학년 재학 중 중국으로 떠난 그는 홍콩에서 3년간 영어를 가르치며 광동어를 배운 후 중국 본토로 들어가 허베이아카데미에서 교편을 잡았다. 1937~1949년에는 중국 전역을 돌며 절과 성산을 방문하고 몽골 라마, 선사, 도교 현자들과 교류를 했다. 문화혁명이 일어나기 전 전통이 보존된 중국에서 이런 선사 및 도인들을 직접 만나며 살아 있는 정신문화를 체험한 것은 귀중한 경험이다. 그는 수윤(Hsu Yun) 선사에게 참선을 배우고 또한 금강승불교도 배웠다.

1939년 영국에 돌아온 그는 런던대학 동양학―아프리카학부에 등록하여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말레이시아어를 배웠다. 1946년 중국 여성과 결혼한 후 허베이의 스판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당대불교 연구 자금을 중국 정부에서 받았다. 처음에는 중국 문화의 샤머니즘적 요소에 회의도 느꼈지만 아시아 사상의 복합적 상징주의로 깊이 들어갈수록 그의 시야는 넓어졌고 지극히 정신적인 사람이 되었다. 그를 멘토로 하여 배운 번역자 중 이어서 설명할 레드파인(Red Pine)이 있다. 레드파인에 의하면 블로펠드는 매일 밤 몇 시간씩 수행을 한 매우 신실한 불자였다고 한다.

블로펠드의 번역서

쪾 The Huang Po Doctrine of Universal Mind -1947, under pseudonym Chu Ch'an
쪾 The Path to Sudden Attainment, a treatise of the Ch'an (Zen) school of Chinese Buddhism by Hui Hai[ar] of the T'ang Dynasty - 1948
쪾 The Zen Teaching of Huang Po: On the Transmission of Mind - 1959
쪾 The Zen Teaching of Hui Hai -1962
쪾 Bodhisattva of Compassion : The Mystical Tradition of Kuan Yin -1977

3) 레드파인 (Red Pine, 1943~ )

레드파인은 미국인 빌 포터(Bill Porter)의 필명이다. 그는 특히 선시, 경전 들을 한문과 산스크리트 원전에서 번역한다. 베트남전 복무를 끝낸 후 그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했고 이어 컬럼비아대학 대학원에서 중국어 및 인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1972년 학교를 중퇴하고 대만의 불광산사로 간다. 이후 그는 대만, 홍콩에서 살았고 1989년 중국을 널리 여행했다. 1993년, 동아시아에서의 22년 거주를 마치고 그는 미국으로 귀환한 그는 1999년부터 2년간 캘리포니아 만불사에서 불교와 도교를 가르쳤다.

미국 영화감독 에드워드 버거(Edward A. Burger)는 레드파인의 저서 《Road to Heaven》을 읽고 난 후 영감을 받아 중국의 종남산으로 가서 불교 도인들에게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체험을 근간으로 하여 2005년 불교영화 〈흰 구름 속에서(Amongst White Clouds)〉를 제작했다.

1983년 레드파인은 석옥(石屋) 선사가 형산 복원사에서 은거하며 저술한 300편의 시를 번역한 《The Mountain Poems of Stonehouse》를 출간하여 불교문학계를 뒤흔든다. 어렵고 섬세한 선불교 문헌과 선시를 박진감 있는 언어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사람, 이 언어와 저 언어를 가로질러 연결해주는 사람의 역할을 수행하며 레드파인은 비주류 선불서들을 명료한 언어로 그려냈던 것이다. 자비출판으로 시작하여 인세 수입으로 살아가는 그는 정부에서 주는 푸드스탬프(극빈자 식품권)로 입에 풀칠하며 매일 책상에 앉아 원하는 번역을 하는 검소한 생활을 ‘굿라이프(good life)’라 부르며 만족스러워 한다.

1943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기숙학교를 다녔다. 대학 재학 중 앨런 와츠의 《The Way of Zen》과 에드워드 콘즈의 《Introduction to Buddhism》을 읽고 난 후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컬럼비아대학원 재학 중 ‘모든 것이 환이며 모든 범주가 허구’라는 생각만 들어 학업을 포기하고는 성륜 선사가 지도하던 불광산사로 간다. 아버지가 사준 200달러짜리 편도 비행기표를 들고 단지 무료로 불교를 가르쳐준다는 말에 대만으로 간 그는 이후 2년 동안 중국어와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며 경전을 배웠다.

중국인 아내와 결혼한 후 ‘레드파인(赤松)’이란 중국 이름을 짓고 1남1녀를 두었다. 그는 저명한 번역가·저술가인 블로펠드에게 번역 멘토링을 받았다. 그가 시를 번역하여 편지로 보내면 블로펠드는 거기에 자신의 의견과 논평을 달아 돌려보냈다. 그렇게 2년간 교환한 편지가 200여 통 된다. 석옥 선사는 한산보다 훌륭한 시인이지만 명성은 별로 얻지 못했고 중국인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레드파인이 훌륭하게 번역을 해낸 것이다.

그의 번역은 이제 달인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이전에 번역이 배우가 대사를 읽듯 했다면 지금 나의 번역은 일종의 공연이다. 나는 춤꾼처럼 책을 공연한다.”

레드파인의 번역서와 저서:

쪾 Cold Mountain Poems. Copper Canyon Press, 1983.
쪾 Mountain Poems of Stonehouse. Empty Bowl, 1985.
쪾 The Zen Teaching of Bodhidharma. Empty Bowl, 1987; North Point Press, 1989.
쪾 Road to Heaven: Encounters with Chinese Hermits. Mercury House, 1993.
쪾 The Clouds Should Know Me By Now, co―translated with Michael Conner, Wisdom Press, 1998;
쪾 The Zen Works of Stonehouse: Poems and Talks of a Fourteenth―Century Chinese Hermit. Mercury House, 1997. (
쪾 Diamond Sutra. Counterpoint, 2001. (translator and extensive commentary)
쪾 The Heart Sutra: the Womb of Buddhas. Washington: Shoemaker & Hoard, 2004. (translator w. extensive commentary)

4) 버튼 왓슨 (Burton Watson; 1925~ )

아시아어 번역자 중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 속하는 왓슨은 자연스럽고 잔잔한 아름다움이 감도는 언어가 왕유, 백거이, 육유 등의 시 번역에 특히 알맞다고 한다. 왓슨은 1979년 컬럼비아대학 번역연구소 금메달 수상, 1981년 PEN 번역상 수상, 1995년 소동파 시 번역으로 PEN 번역상 수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뉴욕 뉴로셀에서 태어난 왓슨은 1943년 고교를 중퇴하고 해군에 입대하여 남태평양의 군함수선선에서 복무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중국학, 일본학을 전공하며 사마천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루스 사사키의 불서번역위원회에서 번역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973년 일본으로 이주한 후 번역에 전념하고 있다.

버튼 왓슨의 번역서

쪾 Analects of Confucius , 2007
쪾 The Selected Poems of Du Fu, 2002
쪾 Selected Poems of Su Tung-Po, (Copper Canyon Press, 1994)
쪾 The Lotus Sutra, 1993
쪾 Ry굅kan: Zen Monk-Poet of Japan, 1977
쪾 Cold Mountain: 100 Poems by the T’ang Poet Han-Shan, 1970
쪾 The Complete Works of Chuang Tzu, 1968
쪾 The Zen Teachings of Master Lin-Chi, 1993

5) 루스 사사키(Ruth Fuller Sasaki; 1892~1967)

처녀 시절 루스 풀러로 불리던 이 미국 여성은 시카고의 부유한 상류가문에 태어나 스위스에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가정교사에게 독일어와 불어를 배우기도 했다. 35세에는 3년간 시카고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와 인도철학을 공부한 후 일본으로 여행을 갔다가 다이세츠 스즈키를 만나 불교를 배우게 되었다. 1930년 일본에 간 그녀는 스즈키의 소개로 남전사에서 난신켄 노사에게 참선을 배웠다. 처음에는 선방에 입실할 수가 없어 노사의 방에서 참선을 했다. 하지만 공안을 받아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수행하는 그녀를 보고 스님들은 한 달 후 그녀를 선방에 입실시켰다.

사사키는 1938년 뉴욕 미국불교회(Buddhist Society of America; 후에 First Zen Institute of America로 이름이 바뀜)를 설립했고, 1944년에는 일본 선사인 소케이안과 결혼하였다. 하지만 남편이 1년 만에 사망하자 미국불교회에는 일본에서 다른 선사를 모셔왔고 자신도 거기서 참선을 배웠다.

이후 여생을 거의 교토에서 보낸 그녀는 1958년 임제종 최초의 외국 승려인 동시에 대덕사에서 봉직한 유일한 서양 비구니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의식과 재 집전보다는 선불교를 서양에 포교하는 일에 더 집중했다. 1960년대 그녀의 번역은 시대에 앞선 것이었고 정확하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일본에 ‘First Zen Institute of America in Japan’을 설립하고 선불교 문헌 번역팀을 만들었다. 최초 프로젝트는 《임제록》 번역이었다. 이때 번역팀에 합류한 미국인으로는 버튼 왓슨, 필립 얌폴스키(Philip Yampolsky), 게리 스나이더, 월터 노윅이 있었다. 하지만 1961년 사사키가 얌폴스키를 해고하면서 왓슨과 스나이더도 팀에서 빠져나왔다. 번역팀에서 추진하던 《임제록》은 1975년 사사키의 사후에 출간되었다.

루스 사사키의 번역서

쪾 Zen dust; the history of the koan and koan study in Rinzai (Lin―chi) Zen, published in 1966 by her own First Zen Institute.[8] I
소책자들:
쪾 Zen: A Religion,
쪾 Zen: A Method for Religious Awakening,
쪾 Rinzai Zen Study for Foreigners in Japan,
쪾 The First Zen Institute of America in Japan,
쪾 Ryosen-an Zendo Practice,
쪾 The Wooden Fish: Basic Sutras and Gathas of Rinzai Zen.[25]

6) 코운 야마다(Yamada Koun Zenshin; 1907~1989)

야마다는 일본 선불교 종단인 삼보교단의 지도자이다. 삼보교단은 승가와 재가의 분리를 최소화하는 혁신 종단이다. 야마다는 또한 그리스도교도들을 선수행으로 끌어들인 개척자이다. 말년에 그의 수련회와 안거 참가자들은 4분의1이 그리스도교도였다고 한다.

일본 니혼마츠에서 태어나 도쿄의 다이이치 고교에 나카가와 소엔 선사와 함께 다닌 야마다는 만주에서 현장감독을 하던 그는 병사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그곳을 방문한 친구 소엔선사의 영향으로 38세에 선 수행을 시작했다. 이후 쉼 없이 정진한 그는 1953년 견성을 인가받고, 1970년 야스타니 선사의 뒤를 이어 삼보교단의 지도자가 되며, 1971년에는 하와이로 가서 다이아몬드 상가의 리더가 된다.

야마다는 하와이에 다이아몬드 상가를 세운 로버트 에이켄 노사에게 법을 전수했고, 제주이트 신부인 루벤 하비토에게도 법을 전수했다. 번역서로 《The Gateless Gate》가 있다.

4. 《간화선》 번역의 대상 독자층과 개요

2000년으로 접어들면서 조계종에서는 한국불교에 면면히 내려온 주 수행법인 간화선의 수행 방법을 정리하여 현대의 대중이 보다 명료하게 선을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이론적 체계를 세우고 세부적 지침을 정립하는 지침서 간행을 추진해 왔다. 전국선원수좌회의 수좌 스님들이 집필하고 조계종 불학연구소가 주관하여 2005년 5월 《간화선(看話禪)》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이런 우수한 수행법을 대중적 수행 문화를 만들어 가는 21세기 세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내용을 영역(英譯)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 준비 작업으로 우선 《간화선》의 내용을 개정하였다. 독자의 접근이 더 용이하고 인용문에 한국 선사(禪史) 부분을 증보한 개정판이 2008년에 출간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2개년 계획으로 영역 작업이 시작되었다.

1) 대상 독자층

《간화선》의 번역은 첫째 한국불교에 출가한 외국 스님들이 참선수행을 배우는 데 돕기 위함이고, 둘째 전 세계에서 간화선을 알고 배우고자 하는 영어권 독자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 두 개의 독자층은 배 경 지식의 수준이나 성격에서 서로 상이한 점이 많다. 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좀 더 심도 있게 자세히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후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좀 더 흥미있고 쉽게 서술해야 하고, 또한 배경 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보충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두 개 독자층을 위한 두 개 번역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한국불교에 출가한 외국스님 교육 용도를 먼저 중시하고, 일반독자층으로는 현재 수행법으로서의 간화선에 관심이 있을 만한 불교학자들이나 관련자들, 명상수행에 경험이 있을만한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하였다.

《간화선》은 수좌 스님들이 처음으로 내놓은 수행 중심서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러 명의 공동저자들이 원고를 썼기에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히 있고, 또한 선불교 수행의 경험이 없는 한국의 일반독자들이 보기에 난해한 부분이 많다. 따라서 이를 영어로 옮겨 놓았을 때 영어권의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상 독자층을 그렇게 잡은 것이다.

2) 번역의 개요

《간화선》 번역을 처음 시작할 때는 되도록 원문에 충실하게, 아무것도 삭제하거나 바꾸지 말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하지만 번역을 해나가면서 대두된 것은, 《간화선》의 저자가 다수이다 보니 중복되는 부분도 자주 있어 일부분을 쳐내야 할 필요성과,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또는 영어식 표현으로 표기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 표현을 바꾸어야 할 필요성이었다. 그래서 조계종 불학연구소와 번역자들의 회의 결과 표현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번역자의 재량으로 바꾸고, 쳐내야 할 부분은 감수자가 하기로 했다.

본문에 한자어와 고어, 신비한 선의 일화 등이 풍부하게 나오는데 이는 내용의 핵심을 풀어 전달했고, 한자어 자체를 텍스트에 사용하는 것은 되도록 배제하였다. 중국과 한국의 인명 및 지명 등은 본래 발음을 살려 국어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2000년 7월 7일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사용했고, 중국어의 경우 1958년 중국에서 제정되고 1982년 국제표준국이 채택한 병음(pinyin)표기법을 사용하였다.

2008년 7월에 시작하여 2009년 11월 30일에 마감할 본 번역은 두 사람의 공역자가 한글을 영문으로 옮겼으며, 1인의 원어민이 문법과 맞춤법 등의 교정을 하였다. 이어 간화선을 잘 알고 수행 경험이 있는 동시에 한국어와 영어를 다 이해하는 한국인 및 외국인의 두 명의 감수자가 감수를 하였다. 또한 본문에 자주 등장하는 한문을 정확히 해석하고 옮기기 위해 한문 자문 1명이 참여하였다.

영역본의 출판은 미국의 불교 전문 출판사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5.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과제

교계의 숙원 사업으로 발행된 한글판 및 영문판 《간화선》은 한국불교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포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불교의 종주국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영어권에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상황인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려면 어떤 과제가 실행되어야 할까를 필자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측면으로 고찰해 보았다.

첫째로는 한국불교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영역하여 널리 보급해야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한국불교에 관한 영어 자료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서양의 일반 대중뿐 아니라 학자들도 늘 하는 말이다. 둘째로는 현지에서 한국불교를 가르칠 때 세계 시민의 눈높이와 문화에 알맞게 가르쳐야 한다.

1) 영어로 된 한국불교 자료 보급

첫째, 고전 및 현대 불교자료의 영역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번역팀은 한국어 및 영어 전문번역가, 불교 및 한문 전문가로 구성하여 수 년간 협동번역을 해야 한다. 불교의 전파는 언제나 번역을 통해 이루어졌고 세계화를 추진하는 지금도 그것은 예외가 아니다. 번역을 더욱 장려하고, 번역가를 우대하고 상설번역기구를 설립해야 외국어를 모르는 한국 대중이 세계적 불교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양인들도 한국불교에 대한 접근권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21세기 지식사회에서 지식은 모든 이가 공평하게 접근하고 누려야 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둘째, 불교 영어사전이 간행되어야 한다.
최소한 1만 단어 이상이 되어야 기본적 번역이 가능하고 이상적으로는 수만 단어를 수록한 사전이 나와야 한다. 사전 발간에는 다방면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참여해야 하고 또한 발간 후에도 상시 새로운 어휘를 증보해야 하기 때문에 교계적 차원의 사업이 되어야 이상적이다. 지금까지 발간된 사전은 모두 개인적 차원에서 발간된 것으로 어휘가 미흡하거나 부족하다.

셋째, 강원에 영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영어 강의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우리나라 스님들이 아무리 훌륭한 불교 지식과 수행력을 갖추었다 해도 이를 세계인들과 교류하고 나눌 수 없다면 세계인들에겐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부처님께서는 배우고 닦은 후에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을 가르치고 고통을 완화할 수 있게 도우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려면 세계화 시대에 스님들의 영어 말하기는 필수가 되어야 한다. 필자는 많은 국제회의에 우리나라 스님들의 통역으로 참여했었다. 필자가 동시통역 부스에 앉아 있다 해도 동시에 세션이 여러 개 열리는 경우에 참가자들은 필자가 통역하는 것 외엔 들을 수가 없다. 또한 발표자에게 질문을 할 때도 동남아 스님들은 필자도 알아듣기 어려운 발음으로 서슴없이 반박하고 질문을 해대는 데 반해, 우리나라 스님들은 대체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오후에 소규모의 패널 토론이나 워크숍이 다채롭게 열릴 때에도 우리나라 스님들은 대체로 방에 머물거나 다른 볼일을 본다. 이제 우리나라의 우수한 스님들이 국제무대에서 그렇게 벙어리, 귀머거리 노릇만을 하도록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지금 인도에서 망명 중인 티베트 스님들은 교과과정에서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이들이 졸업 후 나아가서 활동해야 할 무대는 인도가 아니라 전 세계, 그중에서도 서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운 영어로 전 세계로 나가 얼마나 열심히 활동하는지는 미국 땅에 1960~70년대에는 선불교센터가 더 많았지만 지금은 티베트불교센터가 더 많은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 홍콩의 영향으로 영어가 비교적 자유로운 대만인들 역시 전 세계에 공격적으로 불교를 포교 중이다. 불광산종이 바로 한 예다. 카이스트처럼 모든 교과를 100% 영어수업은 할 수 없다 해도 강원에 영어 강의를 늘려야 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꼭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25개 교구본사에 수행자 교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강원에 외국 학생 장학제도를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향심(向心)이 있는 외국인들을 데려다 가르칠 수 있다. 불광산사에 장학생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한문을 배워 불교 전문 영역자가 된 미국인 레드파인이나 한국불교를 배우고 싶었으나 자금이 없어 고민하던 중 영어 선생님 모집광고를 보고 입국한 후 출가하여 청암승가대학까지 졸업한 캐나다 비구니 자은 스님이 좋은 예다. 바로 이런 인재들이 불교 세계화에 가장 직접적으로 기여할 사람들이다. 또한 이런 제도를 통해 우리 스님들은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접하고 그들의 문화를 익힐 수 있고, 외국인 스님들은 한국어와 한국불교를 배움으로써 한국불교 번역에 참여할 수 있고 본국에 가서 한국불교를 알릴 수 있으며, 한국불교를 가르치는 외국인 스승을 키울 수도 있다.

다섯째, 종단에 영어권 유학 장학금을 설치해야 한다.
외국인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만큼이나 한국 스님을 외국에 보내 언어와 문화를 익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섯째, 불교 영자신문을 창설해야 한다.
한국 불교계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과 이슈, 행사 등을 해외에 알려 해외 불교계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주간으로 발행하는 불교 영자신문이 필요하다.

일곱째, 외국에서 2년 이상 포교 실적이 있는 스님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실시하자.
젊은 스님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인과 삶을 함께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국제적 감각과 시각을 갖추고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며 네트워킹하는 스님을 양성하려면 외국에 나가 그리하도록 장려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2) 간화선을 서양에서 가르치기 위해 제고할 사항

첫째, 수행 중심의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미국의 절과 선방은 거의 모두 가정집 거실에서 시작되었다.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러 온 사람들이 그 효과와 유익성을 몸으로 느끼고 더 알고 싶어 할 때 중요한 이론을 간략하게 서서히 가르치는 것이 좋다.

둘째, 재가 수행자를 대할 때 승가와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하며 가르쳐야 한다. 미국인들은 상하적 위계질서에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영어에서는 스승을 ‘정신적인 친구(spiritual friend)’라고 부른다. 진정한 친구라는 마음이 들 때 그들은 마음을 열고 스승의 말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교적 상하개념을 모두 버려야 한다.

셋째, 함께 살며 가르쳐야 한다.
삶을 함께하는 것보다 더 불교를 잘 알려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의문이나 문제가 있을 때 스승이 곁에 있어 즉시 해결할 수 있으면 좋다. 서양의 많은 선원과 불교센터는 함께 수행하던 사람들이 선원 건물을 함께 짓거나 보수하여 이루어졌다. 또한 장기적으로 선원에서 살며 직장에 다니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행하는 사람, 가족이 모두 선원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도 있다.

넷째, 질문과 토론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
끝으로, 사람들의 고통을 완화해 줄 수 있는 실질적 기술을 갖추어서 해외에 나가게 한다. 예를 들면 노화와 죽음의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인복지 및 호스피스,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쉼터 운영에 필요한 기술, 정서적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상담 기술, 또는 일하는 부부를 돕기 위한 유아원 운영 등의 노하우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

진우기 / 한국불교영어번역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Texas A&M University에서 평생교육학으로 석사학위 취득. 불교 전문 번역·통역가로 달라이 라마, 틱낫한, 텐진 팔모, 파옥 사야도 등의 법문을 통역. 《힘》 《고요함의 지혜》 등 20여 권의 번역서가 있고  우리나라 최초로 서양불교의 다양한 가르침과 수행 현장을 소개한 저서 《달마, 서양으로 가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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