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마누라가 우리 집에 인사 와서재래식 화장실에서 오줌을 눈 적 있다참다가, 참다가 누는 오줌 소리 시원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참 벅차게 요동쳤다우리 둘 오줌이 섞여 들판으로 간다는 게거룩한 우주 교감의 성자처럼 느껴졌다 살다가, 살다가 보면, 성질 날 일도 많아마누라가 막무가내 막 미워져 올 때마다그날의 오줌 소리가 귀에 쏟아지곤 했다 —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시인동네, 2023) 이종문1993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시집 《저녁밥 짓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값은 내가 낼게》
사방에 두루하신 산천지신이여! 제 마음속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랑과 미움의 기단이 마주한 장마전선을 거두어 옥빛 하늘을 볼 수 있게 하소서 — 시집 《비비추의 사랑편지》(문예바다, 2023) 주경림1992년 《자유문학》 등단. 시집 《씨줄과 날줄》 《눈잣나무》 《뻐꾸기창》 《법구경에서 꽃을 따다》 등. 한국시문학상, 중앙뉴스문학상 등 수상.
산으로 가신다면 강으로 가겠습니다 앞으로 가신다면 뒤돌아 가겠습니다 지평선 끝과 끝에서 둥글게 만날 때까지 — 단시조집 《먼 사랑》(목언예원, 2023) 김일연1980년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조집 《빈들의 집》 《서역가는 길》 《명창》 《엎드려 별을 보다》 《꽃벼랑》 《너와 보낸 봄날》 《깨끗한 절정》 등. 한국시조작품상, 유심작품상, 고산문학대상 등 수상.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생각의 흔적마저 지워가는시간의 눈빛이거나 고뇌라고 하자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아름다움처럼 지금을 영원이라고 하자 — 산악시집 《설산 아래에 서서》(리토피아, 2022) 최영규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침시집》 《나를 오른다》 《크레바스》 등. 한국시문학상 등 수상. 엘부르즈(유럽 최고봉) 아통가구아(남미 최고봉) 코시어스코(오세아니아 최고봉) 초오유(히말라야 6위봉) 등정 원정대장.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동서양 위인들의 전기를 읽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고타마 싯다르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룸비니 왕국의 왕자인 싯다르타가 생로병사의 고통을 꿰뚫어 보고 출가를 결심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죽음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이 의문은 ‘위인전 속의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졌고, 아무리 달리 고민해 봐도 ‘그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는 결론을 바꿀
천상천하 유아독존. 명상. 무명. 피안. 삼독심. 화쟁론, 수처작주 입처개진, 개유불성. 상구보리 하화중생. 이 뭣고. 만다라. 병 속의 새. 화두. 삼천 배. 무소유. 팔정도. 영혼. 윤회. 번뇌. 해탈. 열반. 참선. 깨달음. 불교적 삶. 보시. 반야심경. 보살. 플럼 빌리지. 허무주의. 불상에 왜 절하는가. 불교를 생각하며 이 글을 쓰기 전 적어 본 것들이다. 흔히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깨달음’의 사전적 의미는 ‘진리나 이치 따위를 생각하고 궁리하여 알게 됨’이다. ‘깨달음’은 불교에만 있는가. 학자들이 부단한
재작년 늦가을 금산사 심원암(深源庵)에 다녀왔다. 김제 금산사에서 30여 분 거리의 모악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암자다. 지금은 암자 바로 밑까지 차로도 갈 수 있게 길이 다져져 있었다. 나는 일부러 금산사 주차장에서 내려 낙엽과 단풍이 어우러진 숲길을 걸었다. 50여 년 전 바로 그 길의 풍광을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올리기 위해. 때로는 한밤중 소나기에 흠뻑 젖으면서, 때로는 꼭두새벽 눈 속을 헤치면서 기어가다시피 절에 당도했던 그때의 추억들이 흐르는 물의 낙화 송이처럼 뇌리를 스쳐 갔다. 암자는 그대로였으나 내가 거처했던 암자 뒤
1. 들어가며중화권에서는 ‘성운대사(星雲大師)’나 ‘불광산(佛光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비록 대만에 근거지를 두고 있지만 성운 스님은 중국 본토(대륙)와 해외의 중국계 사회에서도 인지도가 매우 높은 불교 지도자이다.불광산을 창건한 성운 스님은 1927년에 중국 강소성(江蘇省)에 태어났다. 1938년 중일전쟁 당시, 어머니를 따라 남경(南京)으로 아버지를 찾으러 나갔다가 서하산(棲霞山)에서 지개(志開)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여 오철(悟徹)이라는 법명과 금각(今覺)이라는 호를 받았다. 그 후 초산불학원(焦山佛學院)에서 체계적인
동양의 근대는 아편전쟁(1840년)과 청일전쟁(1894년)으로 대변되듯, 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동양으로 침범해 들어오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로, 동서양 문화와 사상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갈등 · 융합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이었던 양계초(梁啓超, 1873~1929)는 동서양을 포함하여 세계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칸트를 들었다. 근대 이후로는 마르틴 루터, 베이컨, 데카르트를 근세의 성인(聖人)으로 꼽았는데, 이들 사상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한 엄복의 견해를 따른 것이다.이 중
1. 머리말스리랑카는 인도의 남동쪽에 위치한 섬나라다. 열여덟 차례의 식민통치를 받는 등 여러 서양 국가의 식민지 시대를 거쳤다. 식민지 역사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영향을 받았고 그로 인한 득실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시의 비참한 사회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450년 동안의 식민지 시대를 벗어난 지 70년이 지난 오늘날도 그러한 무형의 의식 지배로 인한 갈등 끝에 결국 ‘국가부도’를 불러온 상태이다.이런 국가 위기를 진단하고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현 사회 인식을 새롭고 올바른 방향을
1. 씨줄과 날줄 위에서 선 술락의 90년참여불교(engaged buddhism)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틱낫한 스님이지만 국제 참여불교운동을 실질적으로 조직화하고 이끌어온 지도자는 태국의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 1933~ ) 박사이다. 1989년 술락 시바락사의 주도로 아잔 붓다다사, 틱낫한 스님, 달라이 라마 등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여러 나라의 불교운동 지도자와 활동가, 학자들이 결합한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가 창설되었다.현재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날줄인 경도와 씨줄인 위도가 교차하는 지점을
1. 암베드까르(1891~1956)의 생애와 시대적 배경영국은 동인도회사를 폐지하고 1858년부터 인도를 직접 지배했다. 이를 위해 1858년 인도통치법과 1861년 인도입법위원회법(Indian Councils Act, 1861)을 제정하고 이후 영국의 정책에 따라 수차례 개정했다. 한편으로 1835년의 매콜리(Thomas Babington Macaulay)에 의한 교육안, 1854년 우드교육특송문(Wood’s Educ-ation Despatch) 등에 의거하여 인도의 교육제도를 수립하였고 커즌 총독은 1902년에 인도대학위원회를
오늘날 한국 불교계에서 불교 명상에 대해 얘기하고자 할 때 대개 한국의 간화선과 남방불교 특히 미얀마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수행이 대표적인 수행법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실 위빠사나 수행법이 한국에 알려진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주로 미얀마의 수행 선사들이나 미얀마에서 위빠사나 수행법을 체험한 한국의 수행자들에 의해 알려졌다. 그런데 30년이라는 비교적 길지 않은 세월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의 불교 명상에서 위빠사나 수행은 빼놓을 수 없는 수행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위빠사나 수행법이 지닌 몇 가지의
1. 머리말20세기 전반기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세상이 온통 황폐해진 시대였다면, 후반기는 그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고 사람들이 입은 육체적 ․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며 인류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게 하고자 여러 분야에서 출현했던 선각자들은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바쳤다. 이 가운데 불교계에도 세계적인 스승들이 나타나 불교적 가치와 사상을 바탕으로 피폐해진 인류의 정신세계를 회복시키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앞장섰다.그들 가운데 한국불교의 전통과 사상을 세계
티베트의 운명14대 달라이 라마(1935~ )는 정치적 불교도다. 그의 전 생애에 걸쳐 정치와 불교는 분리될 수 없었다. 스스로도 종교적 은둔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가 대승불교 전통에 있다는 점, 최근 300여 년의 티베트 전통에서 달라이 라마의 직위가 종교적, 현세적 지도자였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티베트의 슬픈 운명이었을 것이다.티베트 현대사는 참 슬프다. 중국의 티베트 점령과 폭압은 일본의 조선 탄압보다 10배, 100배 더 무자비해 보인다. 1950년 10월 중국이 한국
틱낫한(1926~2022)은 1995년, 2003년, 2013년 세 차례 한국을 찾았다. 첫 번째 방문 때는 한국에서 그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두 번째 방문 때는 그의 저서 《화》가 베스트셀러여서 국내에서 세계적 가수나 영화배우 이상의 관심을 받았다. 그가 가는 곳마다 수많은 대중이 운집했고, 카메라 불빛이 쏟아졌다. 그 소란 가운데도 시종일관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는 듯 온화한 표정과 몸짓,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그의 모습은 ‘빨리빨리’라는 성급함이 지배하는 한국인들 스스로를 돌아보게
불교는 세상과 불화하기 위해 태어난 종교다. 불교의 가르침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필요하지만, 세상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불교는 도리어 더 적극적으로 불교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불교에 짐 지워진 역사적 사명이다.불교가 세상과 타협할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기 좋을 대로만 살려고 한다. 욕심내고 화내고 집착하는 이른바 삼독에 물든 무명의 삶을 원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편하고, 그렇게 해야 자기 좋을 대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살아 있는 한 적당한 욕망과 분노와 집착은 삶의 활력
[권두언]- 불교의 역할을 다해야 불교다 / 홍사성[특집] 세계를 가르친 현대불교의 스승 10인- 틱낫한_깨어 있는 마음을 세계에 가르친 명상가 / 조현- 달라이 라마_자비와 관용으로 인류평화를 심다 / 허우성- 숭산_불교정신으로 세계일화 추구한 선사 / 최용운- 스즈키 다이세츠_서양에 선의 열풍을 일으키다 / 지혜경- 마하시 사야도_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의 중흥조 / 정기선- 암베드까르_인도의 병폐, 계급주의를 타파하다 / 박금표- 술락 시바락사_참여불교운동을 이끄는 사회운동가 / 민정희- 아리야라트나_공동체운동으로 세상을 바꾸다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새해를 앞두고 찾아온 절기 소한(小寒)에는 비가 내렸다. 옛말에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한은 추운 절기의 대명사다. 그런데 이번 소한에는 비가 내려서 추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봄이 일찍 오려는 것일까.그런데 정작 지난 연말에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 매섭게 이어져 주위가 온통 얼어붙을 정도였다. 원경 스님이 대표로 계신 서울 종로의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탑골공원을 찾는 노인들께 방한(防寒)용품을 나눠드린 지난해(2022) 12월 14일에는 영하 14
나는 ‘생활 일기’와 ‘생각 일기’를 따로 쓰고 있다. 생활 일기에는 그날의 일정과 행사와 만난 인물 등에 관하여 쓰고, 생각 일기에는 언젠가는 타인에게 일부라도 보여줄 의도로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을 쓴다. 그리고 수시로 수정한다. 지나가는 생각을 잡아둔다는 의미도 있다. 처음 쓸 때는 소신 있게 쓴다. 내가 발행했던 잡지 《작은법률》에 거의 그대로 공개하였는데, ‘이 정도 말도 못 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신념이 있다고 밝히면서 지면에 실었다. 이번 글에는 생각 일기에 썼던 불교에 관한 평소의 생각을 골라 조심스럽게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