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마누라가 우리 집에 인사 와서

재래식 화장실에서 오줌을 눈 적 있다

참다가, 참다가 누는 오줌 소리 시원했다

 

그 순간 내 가슴이 참 벅차게 요동쳤다

우리 둘 오줌이 섞여 들판으로 간다는 게

거룩한 우주 교감의 성자처럼 느껴졌다

 

살다가, 살다가 보면, 성질 날 일도 많아

마누라가 막무가내 막 미워져 올 때마다

그날의 오줌 소리가 귀에 쏟아지곤 했다

 

— 시집 《내 마음 좀 알아도고》(시인동네, 2023)

 

이종문
1993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시집 《저녁밥 짓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 《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값은 내가 낼게》 《그때 생각나서 웃네》 등. 한국시조작품상,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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