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단 일동

《불교평론》에서 선정하고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논문상’이 벌써 3회째를 맞이하였다.

처음 상을 제정할 때의 취지에 맞추어 이번에도 논문의 ‘필자’가 아니라 ‘내용’만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국내의 불교 관련 학술지에 발표되었던 논문 가운데 총 아홉 편의 논문이 심사 대상으로 올라왔는데, 모두 불교학 각 분야의 정상을 점하는 연구자들의 열정과 정성이 담긴 우수한 논문들이었기에 그 가운데 한 편만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았다.

불교평론 편집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는 각 논문들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인도철학》 제27집에 실린 안성두 교수의 〈원측(圓測) 《해심밀경소》 티벳역의 성격과 의의 ―〈일체법상품〉을 중심으로―〉를 수상 논문으로 선정하였다.

원측의 《해심밀경소》는 9세기 초 법성(法成, Chos grub)에 의해 티벳어로 번역된 후, 한문 문헌 가운데 드물게 티벳장경에 편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티벳의 승원에서 유식학(唯識學) 공부를 위한 지침서로 사용되고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안 교수는 ‘법성의 티벳역 《해심밀경소》’에 기술된 경전명이나 용어, 또는 인용문 가운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티벳장경의 《해심밀경》’ 및 ‘돈황본 《해심밀경》’에서 사용된 번역어와 비교하면서 그 번역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곤 ‘법성 역 《해심밀경소》’에는 두 층위가 있는데 인도 찬술 문헌을 인용한 곳을 번역할 때에는 티벳장경의 용어법을 사용하며, 원측의 해석을 번역할 때에는 한문의 축자번역을 많이 시도한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다. 시범적이긴 하지만 아울러 안 교수는 《해심밀경소》의 티벳역본에 의거하여 한국불교전서에 실린 한문본 《해심밀경소》의 오자를 적지 않게 수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상 논문을 토대로 《해심밀경소》의 티벳역본과 대조함으로써 앞으로 언젠가 보다 완벽한 《해심밀경소》 한문본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 우리 불교학계에서 인도·티벳불교 분야는 연구자의 수나 연구물의 질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였다. 《해심밀경소》의 경우도 원래 신라승 원측의 저술임에도 티벳 번역본에 대한 연구 대부분이 일본의 불교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동안 아쉬움이 많았다.

수상 논문의 특장(特長)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티벳불교 분야에서 《해심밀경소》 티벳본을 소재로 삼아 작성한 모범적인 논문이라는 점이다.

수상자는 다양한 불교 고전어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선행연구를 모두 취합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 어찌 보면 이는 인도·티벳불교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라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과 연구 태도여야 하겠지만, 과거 우리 학계에서 이런 기본을 갖춘 연구자도 많지 않았고, 이런 기본 능력을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작성한 논문 역시 그리 많지 않았다.

본 수상논문이 귀감이 되어 앞으로 우리 불교학계에서 인도·티벳불교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2009년 11월
심사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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