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계에 새 안목 열어줬다

계간 <불교평론>이 최근 통권 40호를 발간했다. 지난 1999년 겨울 ‘용수나 세친, 원효나 의상이 해석한 불교에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세계가 불교를 향해 끊임없이 던져오는 새로운 질문에 응답’하겠다며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은 지 10년. <불교평론>이 불교계 안팎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논쟁 소지 많은 주제도 과감히 끄집어내
지식사회-불교 잇는 중요한 통로 역할도


<불교평론>은 전문적인 학술지도 아니고, 대중적인 잡지는 더더구나 아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접점에서 외줄을 타며, 틀에 박힌 연구보다 기성의 불교학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들을 다뤘다. 매호 기획과 특집 코너 주제선택의 기준은 항상 불교에 대한 비판적 검토나, 역사와 사회적 삶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그 안에서 <불교평론>은 불교와 불교학계가 현대 사회 속에서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제를 찾아내, 제시해줬다.

그간 다뤄진 기획.특집 주제만도 80개. 지금까지 논쟁이 이어져 오고 있는 대승비불설에 대한 내용이나 기복 불교의 문제 등은 불교계 안팎에 관심을 일으키며 환기시킨 대표적인 주제들이다. 근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초기불교에 대한 논의는 초기부터 진행해왔으며, 간화선에 대한 비판적 자세도 견지해 왔다.

생명공학이나 환경, 생태에 대한 글도 다수가 수록됐고,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와 같이 소수자 인권문제 등 불교에서 잘 다루지 않던 문제나 ‘불교와 성’과 같이 민감한 주제들도 과감히 끄집어냈다. 올해는 불교와 유교.도교.기독교 간 관계를 조명하고, 교리를 이론적으로 검토해보는 작업을 진행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학계에서 발표된 논문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하는 코너인 ‘해외논단’ 또한 세계의 불교가 흘러가는 방향을 보여줬다. 많은 학술지들이 창간과 폐간을 반복하는 가운데, 타 종교에서도 이 정도 역할을 해내는 잡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홍사성 편집인은 “세계가 불교에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문제를 주제로 선정함으로써 불교지식인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열어줬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논쟁적 주제에 대해 항상 완벽한 답을 제시해준 것은 아니지만,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려고 노력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지식사회와 불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통로역할을 담당했다. <불교평론>의 주 독자층은 불교지식인들이다. 불교학을 공부하고나 불교에 관심 있고 심정적으로 불교를 믿는 지식인, 불교에 관심 있는 일반 지식인 등 세 부류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일반지식인 특히 다른 종교를 믿는 신학자들은 열혈독자층으로, <불교평론>을 통해 소통한다. 이와 함께 불교를 배우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홈페이지(www.budreview.com)에는 창간호부터 과월호까지 수록된 모든 글이 올라와 있는데, 한 논문 당 조회 수가 700건을 상회한다. 인용되는 횟수도 많아 다른 논문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필자를 발굴해낸 것은 물론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연구 성과를 도출해낸 학자들을 적극 기용, 필진으로 활용하고 있다.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철 동국대 교수는 “매호 발간되는 2500여 부의 책들이 불교계 오피니언리더들에게 전해지면서 불교의 사회화로 확대됐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불교계 사회참여에도 책에서 제공한 실천 불교적 전망들이 일정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2일 오후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리는 창간 1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은 이 같은 맥락에서 마련됐다. ‘문명사적 대전환, 불교가 대안인가- 불교와 서양의 대화를 모색한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환경위기, 소외의 심화, 갈등의 보편화, 인간성의 상실, 공동체 파괴 등의 문제에 대해 불교는 어떤 대안을 준비하고 있고, 서양의 인문학과 대화가 가능한지를 모색하는 자리다.

‘문명사적 전환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에 대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의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박병기 교원대 교수가 ‘연기적 독존주의와 열린 공동체’에 대해, 이창재 프로이드정신분석연구소장이 ‘사성제에 대한 정신분석적 해석’에 대해 발표한다.

또 조은수 서울대 교수가 ‘자아중심적 세계에서 연기적 공의 불교적 세계로’에 대해,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불교와 마르크시즘의 동몽이상’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박치환 외국어대 교수가 ‘탈현대철학의 도일성과 차이의 늪에서 벗어나기’에 대해, 김성철 교수가 ‘진화론과 뇌과학으로 조명한 불교’에 대해 각각 고찰한다. 어현경 기자


[불교신문 2556호/ 9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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