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교수 불교평론 세미나 발제 ‘진화론…’ 서 주장

불교는 최근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는 뇌과학의 냉철한 분석과 비판을 비켜갈 수 있을까.

한 불교학자가 최근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바탕 하면서도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윤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논증, 눈길을 끌고 있다. 김성철(불교학) 동국대 교수는 ‘불교평론’ 창간 10주년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위해 최근 발표한 논문 ‘진화론과 뇌과학으로 조명한 불교’에서 “만일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가언명제(假言命題)로 윤회를 논증했다.

논문에 따르면 생명 세계에 대한 붓다의 통찰 대부분은 다윈의 진화론을 포함한 생물학의 연구 성과와 크게 상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의 과학 이론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죽으면 그 ‘식(識·마음의 여러 작용, 전생과 현생을 연결하는 것)’이 다시 새로운 수정란에 붙어 다음 생의 삶을 시작한다고 보는 윤회다.

생물학에서는 ‘식’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한 개체가 2세를 생산하고 그 자체가 사멸하면 끝이라고 본다. 특히 최근 급속히 발달한 뇌과학에서는 윤회를 부정함은 물론, 종교적 신비체험을 모두 뇌의 작용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신(神)을 본다든지 소리를 듣는 등의 종교적 신비체험 대부분은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간질 증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교에서 ‘식’으로 알고 있는 마음의 여러 작용도 외부의 자극에 따른 뇌의 화학적 변화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논문은 우리가 뭔가를 의식할 때 이에 해당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하지만, 깨어 있는 동안 항상 뭔가를 보고 듣고 느낀다고 해서 그에 해당하는 모든 감각 기관이 활성화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목한다.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주의력이 머무는 대상에 해당하는 뇌 부분만 활성화한다면, 뇌 속(지렁이 등 하등 동물의 경우 신체의 또 다른 기관)을 돌아다니며 그 부분만 활성화하는 ‘식’이 존재하지 않겠느냐는 것.

김 교수는 여기서 ‘식’과 신경세포, 자유의지와의 관계를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면 뇌 속의 ‘식’이 한쪽의 신경세포에서 다른 쪽의 신경세포로 비약하며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가언명제로 정리한다. 김 교수는 이를 근거로 “만일 ‘식’이 뇌 속의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비약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죽는 순간의 신경세포에서 새롭게 형성된 수정란 세포로 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또 다른 가언명제를 도출한다. 결국‘식’이 죽은 사람의 뇌 속에서 다른 수정란으로 비약이 가능하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식’이 태아의 ‘식’으로 이동해 윤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불교는 모든 생명체가 약육강식의 세계에 태어나 시달리다 병들고 늙어 죽는 윤회를 되풀이한다고 보고 있다”며 “불교의 깨달음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고(苦)에 대한 통찰을 통해 ‘식’이 수정란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조절,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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