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 / 시인(《유심》 주간)

게 눈 속의 연꽃
 
     -  황지우 -
 
1
처음 본 모르는 풀꽃이여, 이름을 받고 싶겠구나내 마음 어디에 자리하고 싶은가이름 부르며 마음과 교미하는 기간,나는 또 하품을 한다모르는 풀꽃이여, 내 마음은 너무 빨리식은 돌이 된다, 그대 이름에 내가 걸려 자빠지고흔들리는 풀꽃은 냉동된 돌 속에서도 흔들린다나는 정신병에 걸릴 수도 있는 짐승이다흔들리는 풀꽃이여, 유명해졌구나그대가 사람을 만났구나돌 속에 추억에 의해 부는 바람,흔들리는 풀꽃이 마음을 흔든다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대가 있다불을 기억하고 있는 까마득한 석기 시대,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빼내가라 
  
 2
게 눈속에 연꽃은 없었다普光의 거품인 양눈꼽낀 눈으로게가 뻐끔뻐끔 담배 연기를 피워올렸다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게는,그러나,볼 수 있었다 
  
 3
투구를 쓴 게가바다로 가네포크레인 같은 발로걸어온 뻘밭들고 나고 들고 나고죽고 낳고 죽고 낳고바다 한 가운데에는바다가 없네사다리는 타는 게,게座에 앉네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는 이면이 있다. 그것을 보고자 하는 것은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시인은 게눈 속에 연꽃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게눈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연꽃을 꺼내 보여준다. 연꽃은 무엇일까. 모든 미망의 이면일까. 바다 한 가운데 바다도 없는데 게座 에 앉은 게, 누구인가?

이상국/ 시인(《유심》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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