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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NGO의 현실과 과제 / 이영철
특집-현대 한국불교의 비판적 성찰
[17호] 2003년 12월 10일 (수) 이영철 ngo21@korea.com

1. 머리말

우리가 NGO라는 말을 쓸 때, 그것은 “비영리·비정부·비정당을 원칙으로 하고, 도덕적 양심에 기초하여 공동선을 추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결사체”라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시민사회단체’라고 한다. NGO는 국가권력과 시장을 견제하는 제3부문을 이룬다.

NGO는 일반적으로 국가(권력)와 시장(자본)에 대한 감시·견제, 불합리한 사회제도 개선, 제3부문의 기반강화, 시민이익의 옹호, 공동체 형성 등과 관련된 제반 활동에 정부·시장과 함께 국가 운영의 동반자로서 적극 개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세계화(혹은 역세계화) 운동과 같은 지구적 차원의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일반적인 NGO의 위치와 역할이 이와 같다고 한다면, 불교 NGO의 위치와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종교제도(좁게는 지배적 제도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종교 NGO의 위치와 역할을 살피고 나아가 불교 NGO의 위치와 역할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우선 종교제도와 종교 NGO에 대해 짚어보고, 불교 NGO의 존립근거, 불교 NGO의 현실과 과제 등의 순서로 전개될 것이다.

2. 종교제도(제도종교)와 종교 NGO

혹자들은 교단(교회와 사찰) 또한 NGO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렇게 볼 수 있을까 하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종교와 종교제도(교회와 사찰)도 일종의 지배구조이다. 종교의 테두리에서 구성원들을 지배하며 동시에 사회의 지배세력과 연대하여 지배질서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1)1) 권진관,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본 한국 종교의 사회적 역할〉, 격월간 《참여불교》 창간호, 2001년.

제도종교는 역사적으로 국가권력의 파트너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지금도 그런 관계 속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종교적(영적) 영역의 제도적 지배권’을 할당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제도종교는 선진국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많은 세제혜택을 누리고 있다.

종교조직이나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면세혜택의 근거로 대개 “비영리성(순소득의 부재 혹은 과소 : 종교가 원래부터 비영리조직이므로 과세할 만한 순소득이 아예 없거나 무시할 만큼 적을 것이라는 것―원저자 주), 종교 활동의 공익성(종교가 수행하는 활동이 기부자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공동체 전반을 이롭게 한다는 것―원저자 주), 성직자의 청빈성(성직자들이 청빈덕목을 인정하여 소득세 등의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필자 주)”2)을 들고 있는데 이 모든 면에서 한국의 제도종교는 그 근거가 이미 붕괴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2) 강인철, 〈종교와 자본주의 - 이데올로기적 동조와 종교의 산업화〉, 개혁을 위한 종교NGO네트워크 발족 기념 심포지움 자료집, 2001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이 여전히 제도종교에 대한 상당한 혜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가권력과 제도종교와의 연대 관계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제도종교를 NGO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신행단체’와 ‘종교 NGO’를 구분하여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신행단체의 일차적 관심은 대사회적 이슈의 진단과 처방보다는 신자 개개인의 영성 계발과 심신의 수행, 그리고 포교에 있다. 이와 달리 종교 NGO는 환경이나 평화·인권·여성과 같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일차적 과제로 삼고 있는 종교인들의 단체”3)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이진구, 〈국가권력과 종교 -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종교〉, 격월간 《참여불교》 통권4호, 2001.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종교 NGO는 교단개혁을 중대한 자기과제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종교 NGO 자신이 속해 있는 종단이나 교단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거창한 사회정의와 사회개혁을 외치는 것은 일종의 넌센스”4)이다. 종교 NGO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의 정당성은 개인·교단·사회의 건강한 변화에 대한 통일적인 인식과 일관성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 앞의 글.

3. NGO, 그리고 종교 NGO

우리는 이상과 같은 국가권력과 제도종교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종교 NGO의 위치와 역할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종교 NGO의 존립근거가 되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종교 NGO가 일반적인 NGO와 어떻게 구별되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하게 생각할 때, NGO의 구성원이 특정한 종교인들이라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한 종교인’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일반 NGO의 출발이 ‘도덕적 양심’에 기초하듯이 종교 NGO는 ‘종교적 감수성과 종교적 심성(영성)’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종교적 심성(영성)을 계발하는 전통과 통찰 방법의 차이로 인해 종교 NGO는 각각의 종교 NGO로서의 특색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불교 NGO 또한 자신의 특색을 가지고 전체 NGO의 활동과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데 한 몫을 담당하게 되며, 그 영역과 역할을 시민사회에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반대로 종교적 심성(영성)이 NGO의 출발인 ‘도덕적 양심’과 기본적으로 닿아 있으므로 이들 간의 연대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 된다.

달라이 라마는 각각의 종교와 비종교를 떠나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심성(영성)을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영성)’이라고 하고, 이를 ‘사랑과 연민, 용서, 이해, 친절’ 같은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종교 NGO의 매우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시민사회에 이와 같은 기본적인 심성(영성)을 계발·증진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강조할 것은, 특히 종교 NGO는 일반 NGO에 대해 이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영성)을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NGO 운동가들을 돌보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NGO들의 운동은 각각의 NGO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묶여 종종 극단적인 갈등을 낳기도 하고, 그 방식에 있어서도 ‘인간의 기본적인 심성’이 요구하는 틀을 벗어나 자포자기적인 폭력과 자살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는 NGO 운동의 부정적인 측면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종교 NGO는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평화를 돌보라!’는 명제에 대단히 깊은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4. 불교 NGO의 사명(존재이유)과 현실

이제까지 우리는 종교 NGO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분석해 보았다. 요약하자면, 종교 NGO는 “① 종교적 심성(영성의 계발)에서 출발하여(개인), ② 자신이 속한 종교공동체가 본래의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토대로(교단), ③ 사회적 공동선을 실현하는 일에 동참하는 가운데(사회), ④ ‘사회적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돌보는 역할(NGO)을 수행하는 모임”으로 잠정적인 정의를 내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 NGO는 위와 같은 역할을 ‘불교적’으로 실천하는 조직체라고 간단히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 NGO 운동은 ‘참여불교운동’이라고 명명한다면 대체로 무리가 없을 듯하다. 참여불교운동은 한 가지 분명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자비로운 마음을 키우고 실천하여 이 세상에서 고통을 줄이고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불교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지혜와 통찰의 힘이다. 지혜와 통찰의 힘을 기르는 것이 수행이며, 수행을 통하여 지혜와 통찰의 힘을 기름으로써 다양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살아 있는 효과적인 방법과 수단으로 자비를 실천할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은 참여불교운동에서 두 개의 차원으로 확장된다. 그 하나는 자기자신의 정신과 물질생활을 바르게 하기 위한 성찰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상호 연관되어 있는 무수한 존재에 대한 자비의 실천이다.

그렇다면 불교 NGO는 이러한 자기사명의 실현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해왔고 그 성과와 과제는 무엇인가?

1) 개인의 불교적 심성 계발(일상 수행)
‘참여불교운동’의 시각에서 볼 때 개인의 불교적인 심성을 계발하는 문제는 개인의 일상 생활세계에 불교적인 심성이 살아 있는 삶의 문화를 일구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수행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니라 생활세계에서 수행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곧바로 실천되며, 일상생활에 대한 성찰을 통해 거듭하여 상향되어가는 인과관계를 지향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일상은 가정생활, 직장생활, 여가생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정은 자녀양육(교육)문제, 부부문제, 노인문제 등을 포괄하고 있다. 직장생활은 생계활동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측면에서 직업은 그 자체로서 ‘사회를 위한 봉사의 수단’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여가생활은 재충전뿐만 아니라 능력의 지속적인 개발, 이웃을 위한 봉사 등의 활동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참여불교운동’의 차원에서 이와 같은 일상 생활세계의 변화를 위한 목적의식적인 노력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서 매우 기초적인 프로그램으로는 ‘참여불교’의 제창자이기도 한 틱낫한 스님이 제시한 ‘참여불교 생활수행 12개 지침’을 보급하는 캠페인이 있다.

이 지침의 주요 내용은 ① 불교사상을 포함하여 어떠한 교리·이론·사상을 숭배하거나 집착하지 말며,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지 말 것, ② 현재의 지식이 변치 않을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하지 말며,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관점에 집착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고 수행할 것, ③ 고통에 눈감지 말고 자신과 다른 이들이 공통의 현실을 자각하게 할 것, ④ 간소하게 살며 시간과 에너지, 물질을 필요한 사람과 나눌 것, ⑤ 분노와 증오를 갖지 말며, 분노와 증오의 본성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 호흡에 집중할 것, ⑥ 산란함이나 주변 환경에 정신을 뺏기지 말며, 당신 안에 기쁨과 평화, 이해의 씨앗을 뿌릴 것, ⑦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표현을 하지 말며,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여 화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진실하지 않은 말을 하지 말 것, ⑧ 정확하지 않은 소식을 퍼뜨리거나 확신이 서지 않은 것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말 것, ⑨ 불교단체를 정당으로 변화시키지 말며, 억압과 불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며, 파벌적 갈등에 끼어들지 말고, 상황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것, ⑩ 인간과 자연에 해로움을 주는 직업을 갖지 말며, 다른 사람들이 살아갈 여건을 빼앗는 회사에 투자하지 말 것, ⑪ 다른 이의 재산을 존중하지만, 그들이 이간과 다른 종류의 고통을 통해 이익을 얻게 하지 말 것, ⑫ 몸을 도구로 보지 말고, 진리를 깨닫기 위해 생명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하며,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것 등이다.

‘참여불교운동’이 일상 생활세계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존재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고통과 갈등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현명한 대처방법, 그런 상황 자체를 긍정적인 종교적 심성을 기르는 수행의 계기로 만들어가는 수행방법 등에 대해 더욱 활발한 이론적·실천적 작업들이 요구된다.

‘참여불교운동’ 영역에서 이와 같은 생활세계의 변화를 위한 구체적 활동들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사실은 ‘참여불교운동’이 대중화되고, 생활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의 반영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참여불교운동’은 다음 세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가정에서의 교육적인 실천, 부부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실천방법,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인문제를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 등을 개발하고 실천적인 지침들을 제공하기 위한 더욱 면밀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불교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기복적인 신행을 극복하고 불교가 살아 있는 삶의 지침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성 불교의 모습을 혁신해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된다.

2) 불교공동체(교단)
‘참여불교운동’에서 불교공동체의 올바른 모습을 추구하는 활동 또한 매우 취약하다. 1994년 조계종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종단개혁’은 교단의 전반적인 혁신을 위한 새로운 단초를 마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단개혁’ 10년을 맞이하는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그간의 여러 가지 성취와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심장한 변화를 이루어 내지는 못하였다.

특히, 최근 들어 ‘참여불교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불교공동체를 살피자고 하는 자각의 목소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기존 불교운동 세력이 94년 종단개혁 이후 제도적 개혁에 집중됨과 동시에 제도조직과 틀을 중심으로 그에 의존하는 모습이 강화된 탓도 있다고 생각된다.

교단을 개혁하기 위한 ‘참여불교운동’은 최근 그 활동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가고 있다. 먼저, 1994년도의 ‘종단개혁’ 이래 지속되어 온 전통적 영역으로 교단의 제도적 개혁을 촉진하는 등의 활동을 들 수 있다. 이 활동은 최근 불교 NGO 활성화를 위한 교단적인 지원에 관한 제도, 교단의 안정과 청정한 운영의 기초인 승려의 기본생활(노후 등) 안정을 위한 제도적 대책의 강구 등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교단적 입법청원 작업 등이 진행된 바 있다.

다른 하나는 교단의 건강한 운영과 사회적 역할의 정립과 확장을 위해서는 교단을 운영하는 지도자들이나 종무활동에 임하는 직업적인 종사자들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진행되고 있는 교육 및 직무능력개발사업이다. 이는 (사)불교아카데미가 전문적인 영역을 개척한 이래 교계 제도조직들과 단체들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세 번째 영역으로는 국가권력과 교단과의 관계에서 불투명하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도 중요한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국고보조금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로비와 금품 수수 및 횡령사건 등의 잡음들이 계속되고 일반 NGO들의 투명화 요구가 증대되고 있어 향후 이 영역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교단의 개혁을 위한 종교 간의 연대 영역이다. 이는 지난 2001년 11월 가톨릭,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 NGO가 주축이 되어 ‘개혁을 위한 종교 NGO 네트워크’가 발족한 이래 조금씩 확장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개혁을 위한 종교 NGO 네트워크’는 점차 각 종교의 재가자(평신도) 중심조직의 연대라고 하는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조직체로서, 성직자 중심의 종교 NGO 운동과 궤를 달리하는 성격의 연대활동으로 향후 그 역할과 효과가 매우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교단의 개혁을 위한 활동 영역이 확장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교단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운동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활동 방법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활동의 내용이 지나치게 제도교단의 상층 중심으로, 제도 중심적 관심에 집중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등의 문제일 수도 있어 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사회적 공동선의 실현(사회참여)
‘참여불교운동’의 매우 활성화된 영역은 사회참여적인 활동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환경과 평화, 사회복지·구호사업 등은 전체 NGO 운동에서 매우 의미 있는 위치와 역할을 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괄목할 만하며 일반 NGO에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부여해주고 있는 영역은 환경(생명)운동 영역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평가받은 바 있는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천성산 살리기 단식’ 등은 환경운동의 내용과 방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평화운동 영역에서도 현실 이슈로서는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개발 문제를 계기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졌고, 국제적인 연대도 가속화되었다. 인권 영역에서는 불자들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계기로 대중적인 관심이 촉발되었고, 사형제 폐지 등의 활동을 통해 자기 영역을 공고히 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사회복지 사업이나 국제적인 구호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기존의 사회복지사업의 테두리를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들과 노숙자들을 위한 활동으로 성숙되어가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동아시아 불교국가에 대한 구호활동이 급성장하였다.

‘참여불교운동’의 왕성한 사회참여 활동은 그 자체로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 또한 노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사회적 이슈에 참여하는 활동은 종종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도 하고, 그 갈등의 한 가운데로 휩쓸리기도 한다. 문제는 불교 NGO가 사회적 갈등에 대응하는 나름의 원칙과 절차적 방법론을 분명히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어찌 보면 불교 NGO의 사회참여 활동의 근간(기본줄기)은 사회적 갈등의 불교적 해결방식을 찾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방법을 슬기롭게 찾아가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북한산 관통도로 반대운동의 경우 지역 주민과의 의사소통, 정부와 기업 등 이해당사자와의 의사소통, 기성 제도종단과의 관계 등에서 적절한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참여운동이 지나치게 이슈나 사안 중심이라는 것이다. 현상화된 이슈나 사안의 배경, 근본 원인과 처방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의 부족은 또 다른 이슈 중심의 활동으로 악순환되어 그 한계 극복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4) 시민사회의 확장과 돌봄
과거 민주화 운동 시기 종교(불교)는 민주화 운동의 산파이자 후원자 역할을 수행한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의 진전 이후 새로운 사회 운동은 풀뿌리 운동으로 발전해 갔으며, 그 과정에서 단위 지역사회에서의 구체적인 결합과 역할이 중요하게 되었다. 더불어 시민사회 운동가들의 양적 성장에 따라 이들의 마음과 삶을 돌보는 역할이 과거의 민주화 운동 전통으로부터 지속될 것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사찰이 과거 민주화 운동의 산파이자 후견인이었던 인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거나 그 영향력 하에 있지만 그 역할은 오히려 축소되었다. 또한 불교 NGO의 경우에도 많은 단체의 중요 지도자들이 위와 같은 위치의 승려들로 채워져 있지만 자기 조직체의 전문집행인력의 마음과 삶을 정상적으로 돌보는 따뜻함을 만나기 드문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 어찌되었든 앞으로 사찰은 선한 인간 심성 계발(영정 성장)의 전진기지로서 자기역할을 확대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에 직접적으로 대응해 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그런 일선의 운동가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돌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사찰(제도교단)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불교 NGO의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찰(제도교단)의 인식변화와 재가불자들의 시민사회의식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교육사업이 대폭 증가되어야 할 필요성이 간절하다. 불교 NGO의 중요한 역할 또한 직접적 사회 이슈에 참여하는 동시에 그런 사회적 문제들에 동참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교육, 성장시키는 일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5. 맺는 말―불교 NGO의 자기 역할을 위한 제언

이제까지 기본적인 4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참여불교운동의 현실과 과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였다. 이 글이 좀더 활발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불교 NGO의 활동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보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각각의 사례들은 인터넷 등 여러 매체에 의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였다.

이제 글을 맺으면서 필자가 느끼는 불교 NGO 발전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 사안을 지적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먼저, 불교 NGO의 중심 구성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가급적이면 불교 NGO의 의사결정구조의 중심에 기성 제도교단에서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에 걸려 있는 승려들이 지배적 위치를 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부분에서도 기술한 바와 같이 제도종교는 그 자체가 국가권력과 연대관계 하에 있다고 본다면, 그러한 제도종교 조직체의 중요한 인사들이 사회적으로 예민한 갈등구조에 있는 사안을 다루는 불교 NGO의 결정적 위치를 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러한 승려(혹은 재가자)들의 경우 오히려 순수한 동기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조언자적이거나 후원자적 위치를 감당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불교 NGO 활동가들의 전문가적 의식과 능력의 배양문제이다. 불교 NGO 활동가들은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다. 이는 과거 종무원들이 문서수발 등 사무를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에서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사업을 설계해가는 전문직 종무원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에도 견줄 수 있을 것이다.

불교 NGO 활동가들은 NGO의 양대 바퀴가 유지지도력과 전문지도력이라고 한다면 ‘전문지도력’의 핵심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며,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능력을 배양하기 위하여 자기개발에 배전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훌륭한 인재에 조직체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것이 어느 조직체이든 일반적인 평가이다. 불교 NGO는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불교 NGO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상 생활세계에 침투하는(참여하는) 프로그램과 지침을 개발하여 생활세계에 적극 결합하여야 한다. NGO의 출발은 자발성에 있다. 자발성은 자각에 의해 생겨난다. 불교에 있어서 자각은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한 고통을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존재 모두가 겪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고통의 뿌리를 우리가 찾아낼 수 있고 그것은 제거될 수 있으며, 우리는 궁극적인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인해 성장한다. 불교 NGO 활동이 일상 생활세계에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자각의 계기를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사회적인 거대 이슈들을 다루는 일은 어찌 보면 전문적인 일반 NGO의 몫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부정적 현상과 부정적 요소들의 밑바탕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이해의 근본이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은 강한 통찰력을 가진 불교 NGO의 중요한 몫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일상 생활세계는 불교 NGO에 의해 더욱 더 세밀하게 가장 작은 단위까지 조각조각 분석되어야 할 세계이며, 그에 대해 다양한 처방이 제출되어야 할 세계인 것이다.

네 번째는 불교 NGO 자신이 자신으로부터 자기 성찰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불교 NGO의 궁극적인 힘은 자기성찰에서 나온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에 대고 ‘이웃을 돌보자!’하고 주장한다면, 아주 중요하게는 ‘이 일을 하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잘 돌봐야지’하는 마음을 내야 한다. 밖을 향해 청정하라고 한 소리 했으면, 우리 스스로 청정한 조직체가 되기 위해, 우리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속한 곳이 청정하게 되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밖을 향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하자’했으면, 한 번쯤은 우리 조직체가 화합하고 있는지, 갈등은 참으로 불교적인 방식으로 이해와 관용과 용서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런 자기성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불교 NGO는 각고의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

이영철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전문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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