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칼럼 > 사색과 성찰
     
마지막 선물 / 성민선
사색과 성찰
[83호] 2020년 09월 01일 (화) 성민선 수필가

구정 때까지만 해도 2020년 경자년은 다른 해와 다를 것 없는 희망의 해였다.

하지만 경자년은 중국 우한발 코로나 사태의 발발과 우리나라 첫 감염자 발생으로 곧 어수선한 한 해의 시작을 알렸다. 코로나19는 급속히 세계 유행으로 확산되어 수천만 명의 감염자와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다행히 우리 한국은 의료진들의 헌신과 의료제도의 이점이 커서 코로나19를 잘 견뎌내고 있는 나라로 부러움을 샀다.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선진 시민의식이 그 중심에 있었다. 

하필 이런 시기에 어머니가 운명하셨다. 가정 내 보호가 어려운 상황이 되어 지난 3월 말 어머니를 남동생 집 동네에 있는 A 시의 요양원으로 보내드린 지 꼭 백일 만이었다. 사인은 노환으로 인한 전신 기력쇠약으로 곡기를 끊으신 후 2~3일 계속된 혼 침에서 깨어나지 못하셨다. 우리 형제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날 저녁, 의식이 없는 어머니를 뵙고 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햇빛처럼 비처럼 골고루 베풀어주고 나눠주고 가셨던 넘치는 사랑에 푹 젖어 상심할 짬도 없이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모셨다. 어머니는 후손들 편하게 오전 이른 시간에 돌아가셔서 삼일장 장례에 시간이 넉넉하게 해주셨다. 서울 근교의 추모공원 새로운 유택에서 먼저 가신 아버지와 합장하는 큰일이 가능하게 해주셨다.

어머니는 코로나19의 불안 속에서 위축되어 집안에만 있던 어머니의 큰사위인 나의 남편을 집 밖으로 끌어내 주셨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있던 큰사위가 많은 사람이 오가는 병원 장례식장에 나와 잘 견디게 해주었고,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이야기를 나눠도 아무 일 없게 잘 보호해 주신 듯했다. 사람들 많은 곳에 있는 것을 불안해하던 남편은 아들, 딸도 오랜만에 밖에서 만나 점차 긴장을 풀고 영양 섭취 등 코치를 들으며 기분 전환을 하게 되었다. 특히 차제에 우리 부부의 갈 집도 어머니 아버지 유택과 이웃으로 정하고 보니 남편이나 나나 마음이 더할 수 없이 편해졌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나는 어머니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도와줄 일을 모두 도와주고 마지막 축복을 남기면서 떠나신 성녀라고 느꼈다. 어머니, 할머니의 사랑으로부터 누구 하나 소외되었던 아이들 없게 고인의 품은 넉넉하였고 따뜻했으리라. 우리 모두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어머니의 수의 섶에 끼워 넣어 드리면서 가시는 여정을 환송하였다. 형제들 중 맏이이고 장녀인 나도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였다.      

 

엄마 이제야 자유롭게 우리 곁을 떠나신 엄마. 엄마의 혼은 지금 우리를 보고 계시지요? 먼 곳으로 가시는 엄마와 우리가 몸은 작별했지만, 엄마는 우리 마음속에 그대로, 아니 더 가까이 계십니다. 더 확실히 영원히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 속에 엄마의 몸은 떠나 보내드리지만 결코 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통곡도 아니 하고 슬퍼서 몸부림도 하지 않고 어머니와 잠시 헤어집니다. 부디 극락에 왕생하시어 아미타부처님 친견하시고 잘 살다 왔다 칭송받으소서. 오매불망 그리던 아버지와 만나 지상에서 풀지 못했던 여한을 푸소서. 남기고 간 우리 형제와 그 가족 권속들을 보살펴주소서. 너그럽게 품어주시고 아낌없이 베풀어주셨던 인자하신 어머니는 우리만의 어머니가 아니라 세상의 어머니셨습니다. 이젠 우리 형제들만의 어머니를 떠나 세상의 존경을 받으시고 편안한 세상에서 복락을 누리시기 두 손 모읍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사랑해요, 울 엄마. 진짜 영원히. 그러니 잘 가세요. 안녕히!

 

우리 형제들은 묘비를 세우고 비문을 짓는 데 열 명의 손자녀들이 참여하여 비문을 정하고 그 비용도 나누어 부담하게 했다. 최종으로 결정된 글은 “늘 우리 곁에 계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이다. 각자의 비문을 지어보면서 한 번 더 할머니의 사랑을 되새겼을 아이들에게 우리 형제들은 3만 원 상당의 커피 모바일 쿠폰을 상으로 전달했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이 또 있다. 주택연금을 받으며 사시던 집이 주택 실가격의 반 정도를 받아쓰고 반 정도를 남긴 상태에서 집 시세가 최고일 때 쉽게 팔렸다. 어머니는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자식들이 숨 좀 쉬고 살라고 이 선물을 마지막으로 내놓고 가셨다. 어머니의 배려는 항상 옳지 않은가. 자식들이 맘 편히 살라고 그것까지 배려하셨을 것이고 아버지 또한 어머니의 뜻을 알고 어머니를 때에 맞춰 데려가시지 않았나 싶다. 아직 비밀이지만 우리 형제들은 진정을 다하여 할머니의 마지막을 끝까지 모신 손자녀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로 각각 금일봉을 전하기로 했다.

mssung@catholic.ac.kr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