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원 지혜경영연구소 소장

1. 농경시대에는 삶의 터전이 논과 밭이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조직이 일반화된 현대에는 기업이 가장 중요한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그러나 단기적 이익, 주가 등 재무적 가치와 사적 이익 추구에 지나치게 치우친 현대의 경영방식은 그 한계를 맞고 있다. 분식회계, 횡령사고, 노사불화, 경영환경 악화, 기업 수명의 단축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경영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수의 대기업 경영자들이 도덕적인 문제로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경영철학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2. 이제 경영위기 극복과 경영철학의 정립을 위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판단된다. 그 대안은 불교와 동양사상 등 전통적인 가치관을 현대적으로 접목하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차적 목적이 이익획득에 있는 기업경영에 불교사상이나 철학을 접목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3. 그럼에도 발표자의 발표문을 보면 경영과 불교에 대한 폭과 깊이와 혜안이 느껴지고, 양자를 잘 조화시키는 접점과 실마리를 성공적으로 찾고 있다고 여겨진다.

‘경영전략의 고리’ 이론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과 가치(사업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에 기초한 정신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부분, 경영수준의 3단계에서 발표자가 새롭게 창안한 Z이론(Spiritual 차원의 비전경영), 일을 통한 깨달음(비즈니스나 워크가 아닌 >의 차원), 충격적 경험, 명상, 관계 인식(관심 갖기, 몸 바꾸기, 한 몸 되기)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 문화적 전제조건(해방경영, 공동체 경영) 등 전반적으로 깊이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특히 건전한 이윤추구행위, 즉 경영 그 자체가 수행이라는 취지로 무소유와 이윤추구라는 상충된 개념의 조화를 꾀한 점이 탁월하다. 건전하게 자기 몫을 추구하고 그것을 건전하게 활용하는 것을 무소유로 인식함으로써 경영과 불교의 접근성을 높여 주고 있다.

불교경영을 ‘모든 사람들이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으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가치관의 개발을 통해서 사람을 순수하게 하고 자신을 찾아 나가도록 하는 것’으로 본 시각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4. 논평자의 의견을 추가하자면,

4-1) 불교의 진리체계가 경영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핵심적인 세 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이 경영에 직접적으로 접목될 수 있다.

(1) 無常法(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 → 변화경영(기술도 고객의 마음도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지 않는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2) 緣起法(모든 것은 서로 의존하는 관계를 맺고 있다) → 관계경영, 한마음경영(기업, 경영자, 종업원, 고객, 주주, 일반대중 등 모든 존재가 협력자인 동시에 고객이 될 수 있으며, 따라서 ‘모든 존재의 행복에 공헌하는 것’은 기업의 사명인 동시에 영속성의 비결이라는 관점), 기업의 생존을 뛰어 넘은 핵심가치(안철수연구소 등의 사례)

(3) 中道(양극단으로 치우치지 말라) → 중도경영(이익과 사회공헌, 양적 가치와 질적 가치,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 조직의 여러 기능 등의 균형과 조화가 조직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지름길)

4-2) 불교와 경영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경영현장에 적용하고 실천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발표자도 그런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몇몇 기업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이론에 치우친 면이 엿보인다.

불교를 경영에 접목하여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사례를 발굴한다면 더욱 설득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삼성인력개발원에서 21세기에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해 삼성리더과정을 실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오대산 월정사에서 위파사나 명상을 배우는 것으로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작년 10월 현대자동차남양연구소는 연수테마를 ‘인성과 자아성찰’로 정하고 2박 3일씩 6회에 걸쳐 400여명의 직원을 공주 마곡사에 보내 ‘수행 템플 스테이’를 실시했다.

80년대 중반에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몽고메리 화학의 회장은 설립 후 40년이 넘어 타성이 젖은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발상을 전환하기 위해 초월명상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임원과 부서장을 대상으로 시작하여 점차 전 직원으로 확대했는데, 아침과 오후 시간에 명상의 시간을 갖도록 한 결과 2년 만에 매출은 120%, 이익은 520% 증가했다고 한다.(생산성 증가, 결근율 대폭 감소,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게 됨)

4-3) 앞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스님들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는 발표자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불교가 기업문화나 경영철학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데는 재무, 인사, 전략, 기술과 같은 다양한 경영 능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불교 조직이 아닌 영리기업을 경영하는 데는 역시 경영전문가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영자가 훌륭한 조직을 건설하기 위해 불교공부를 하고 불교적 수행(명상 등)을 해서 경영철학을 확립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것이 매우 필요한 일이라는 점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4-4) 불교와 경영이라는 주제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은 크게 ‘기업경영에 불교사상을 접목’하는 문제와 ‘불교 조직에 경영의 개념을 도입’하는 문제, ‘불교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산업이 불교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발표자는 그 중 가장 이슈가 되는 분야인 ‘기업경영에 불교사상을 접목’하는 문제에 국한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불교 조직에 경영의 개념을 도입(내부통제제도, 신도관리, 재무관리 등 경영시스템 구축)’하는 부분과 ‘불교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불교건축, 종교단체의 정보화, 사찰음식산업 등)’, ‘산업이 불교에 미치는 영향(정보기술의 발달로 불교의 교리가 보다 정확하게 전달되는 점, 인터넷이 포교방법에 미치는 영향 등)’의 문제도 불교와 경영이라는 주제 안에서 얼마든지 다루어질 수 있고 또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엽적일 수도 있지만 경영을 자기경영, 가정경영, 기업경영 등으로 나눌 때, 일반인이 ‘자기경영 또는 가정경영의 차원에서 불교적 수행법(예컨대 명상의 생활화)을 도입’하는 문제도 불교와 경영의 문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4-5) 참선을 할 때 화두가 중요한 것처럼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컨셉이나 슬로건을 무엇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지혜경영’(Wisdom Management)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하루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대 사회를 지식사회라 하고 현대의 대표적인 경영 패러다임을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이라고 한다. 지식사회와 지식경영이 지혜사회(Wisdom Society)와 지혜경영(Wisdom Management)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적시할 수 있다.

지식인의 경쟁력이 날로 땅에 떨어지고 있다. 지식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근로자는 지식근로자가 되었고 소비자는 지식소비자가 되었으니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이제 지식 이상의 파워가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지식(Knowledge)의 상위개념으로서 지식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지혜(Wisdom)다.

자연과학자들은 5~10년 내에 디지털혁명을 넘어 아날로그혁명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무렵이면 뇌 과학 또는 인지과학의 분야의 연구자들이 인간의 사고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정보화에 뒤진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정보혁명의 시대가 한 세대 지난 지금, 정신이 나약하거나 바르지 못한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나 사회적으로 도태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근거할 때, 제3의 물결인 정보혁명은 ‘정신혁명’(Spirit Revolution)이라는 제4의 물결로 전환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제4의 물결은 마음관련, 정신관련 산업인 ‘4차 산업’을 낳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는 침체된 국내산업의 재도약 방안으로 ‘0.5차 더하기’라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안심(安心)을 파는 복합기업인 일본 세콤을 ‘3.5차 산업’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토론자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는 일례이다.

토론자는 근래 불교사상과 동양사상을 배경으로 ‘지혜경영의 9계단’(개인의 영역에서 자신/관계/행복에 대한 깨달음 3계단, 조직의 영역에서 회사/관계/가치에 대한 현실인식 3계단, 업의 영역에서 능력/의지/자원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3계단), ‘지혜경영 10계’(초심경영/변화경영/관계경영/중도경영/겸양경영/수신경영/문화경영/도덕경영/나눔경영/한마음경영), ‘지혜경영지수’(WMQ) 측정법 등을 창안하여 발표한 바 있다.

지식경영이 지혜경영의 패러다임으로 바뀌면 조직문화의 혁신은 물론 기업경영의 위기를 초래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결과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해 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지혜경영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경영혁명과 지식인이 지혜인으로 거듭나는 교육혁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토의사항]

1. 불교의 진리를 현대 기업 안에서 실천,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안

2.

(1) 발표자가 창안한 비전경영, 공동체경영, 해방경영 등과 근래 중시되는 감성경영, 윤리경영(도덕경영), 문화경영, 변화경영, 나눔경영을 비롯하여, 토론자가 추가로 소개한 초심경영, 관계경영, 중도경영, 겸양경영, 수신경영, 한마음경영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컨셉으로서 ‘지혜경영’(Wisdom Management)이라는 용어의 유효성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

(2) 제3의 물결(지식사회/지식경영/정보혁명)을 넘어서 제4의 물결(지혜사회/지혜경영/정신혁명)이 이미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꽃필 것이라는 토론자의 견해에 대한 발표자의 의견

3. 불교와 경영이라는 주제로 다룰 수 있는 또 다른 영역(불교 조직에 경영의 개념 도입/불교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산업이 불교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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