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시

장마 그치고

질퍽하던 웅덩이를

푸르게 뒤덮은 잡초들//

세상에 태어나서

그 흔한 이름 하나 갖지 못해

‘잡’이라 불리는 것들//

뿌리 내린 한 뼘 땅도 빼앗겨

뽑혀 버려진 곳에 다시

푸르게 잎을 피워

더러운 세상을 감싸 안나니,//

무성하거라, 잡초여!

번성하고 번성하여 마침내

온 세상을 푸르게 점령하여라!                                       

 

— 시집 《사라진 것들의 주소》(천년의시작, 2023)

 

이복현
1994년 〈중앙일보〉 시조 장원. 1999년 대산창작기금 수혜로 본격 작품활동 시작. 시집 《한쪽 볼이 붉은 사과》 《눈물이 타오르는 기도》 등. 아산문학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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