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돌아가는 세탁기 속에
쿡 처박히고 싶다.
알몸 마구 구겨 넣어
센 물살에 돌아가고 싶다.
씻어내도 씻어내도 묻어나는 오물처럼
때절은 마음의 죄 한 번 짓고 나서도
구역질 한 번으로 시원해진다면.
하얀 거품 속이라도 빨려들고 싶다.
그리움도 흔들어 짜낼 수 있다면
사랑도 세탁기로 짜낼 수 있다면.
— 시집 《하늘 눈물》(시선사, 2022)
문봉선
199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독약을 먹고 살 수 있다면》 《진심으로 진심을 노래하다》 《꽃핀다》 등. 한국현대시인 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