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시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 잔의 차(茶)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茶器)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려는 이슬처럼

한 모금,

마른 입술을 적시는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에 앉아

한 잔의 차를 들자.

 

— 시집 《77편, 그 사랑의 시》(황금알, 2023)

 

 오세영
 196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사랑의 저쪽》 《바람의 그림자》 《마른 하늘에서 박수치는 소리》 등 27권. 만해대상(문학 부문),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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