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 한복판에 우뚝 솟은 측백나무 한 그루 우람하니 잘 컸네요, 했더니
스님이 되묻는다
저 나무가 왜 잘 자랐는지 아는가 제멋대로 둬서야
생긴 대로 흐르게 두어서
진돗개 한 마리
낯선 발소리 아랑곳하지 않고 네 다리 뻗은 채 자고 있다
— 시집 《물의 시간이 오고 있다》(현대시학, 2023)
김금용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각을 끌어안다》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넘치는 그늘》 《광화문 자콥》 등. 한중 번역시집 《문화혁명이 낳은 중국 현 대시》 등. 현재 《현대시학》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