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는 가시를 떼내고 화살나무는 화살촉을 떼내고 매발톱풀은 발톱을 떼내고 톱풀은 톱날을 떼내고
산 식구들이
입 코 눈 귀를 떼내고
모두 숨을 멈추고 생각도 멈추고 ‘나’를 벗고 있네
나도 한 꺼풀 허물 벗으려고 산을 향해 면벽하고 앉아 보지만 생각을 멈출 수가 없어서
나를 떼낼 수가 없네
— 시집 《사람 냄새 그리운 꽃그늘에서》(글나무, 2023)
김순일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첫 시집 《서산사투리》를 비롯 《함께 웃 어야 고추가 잘 자란다》 《바보네집 호박꽃》 등 15권 상재. 충남문학상, 한성기문학상 등 수상. 현재 서산문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