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함께 돌아봐야 할 소수자 인권

1. 들어가는 글

한국 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에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난민, 특별기여자, 원어민 강사, 사업자 등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모두 포함된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2022년 12월 기준)로 대한민국 전체 인구는 5,143만 9,038명, 체류 외국인은 224만 5,912명으로 외국인 주민의 비율이 4%를 넘는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은 더 이상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다문화, 다인종, 다종교가 공존하는 사회임을 의미한다.

체류 외국인을 나라별로 살펴보면,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하여 중국이 37.8%(84만 9,804명), 베트남 10.5%(23만 5,007명), 태국 9.0%(20만 1,681명), 미국 7.0%(15만 6,562명), 우즈베키스탄 3.5%(7만 9,136명) 순이며, 결혼이민자는 16만 9,633명, 유학생은 19만 7,234명이다.

매년 1만여 명의 외국인 주민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혼인귀화자는 7천여 명에 달한다.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도 41만 1,270명이 우리 이웃으로 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는 만큼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한국인이 일하기 싫어하는 현장에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이주민들이 채워지는 것인데 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인가? 그들이 없으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임에도 잘사는 나라에서 온 이주민과는 다르게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홀대하는 한 우리나라는 인권 수준이 높은 국가라 할 수 없다.

국세청 통계표(2018년 기준)에는 외국인 근로자 57만 3,325명이 근로소득세를 연간 1조 725억 원을 세금으로 내고, 다른 외국인들도 해마다 주민세, 부가가치세 등 거주민으로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 주민의 문화행사나 종교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반대하는 불편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23년 4월 19일 대구시 북구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며 “우리를 혐오나 차별 세력으로 몰아 인권을 침해하지 마라. 외국인의 차별은 보호받아야 하고, 먼저 와 살고 있는 주민들 인권은 무시해도 되느냐?”며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2020년 발생한 세계적인 유행병 COVID-19로 한국을 떠난 외국인들이 늘어나 지난 3년간 외국인 주민의 숫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한국으로 이주하려는 흐름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한, 우리 사회는 문화적 다양성 수용과 차별과 역차별 문제를 겪게 된다. 그에 따른 불교적 대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이 깊다.

필자는 2000년부터 경상북도 구미시를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을 돕는 단체 ‘구미보현의집’으로 시작해, 2008년 ‘사단법인 꿈을이루는사람들(이하 꿈이사)’을 설립하여 ‘경상북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의 권익증진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함을 목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상담센터, 노동자 쉼터, 가정폭력 피해 외국인 여성 쉼터, 다문화 한부모가족 자립시설 달팽이모자원 등 4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은 꿈이사 활동을 중심으로 이주민의 피해 사례와 해결 과정을 소개하여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존 공생의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2. ‘꿈이사’의 주요 활동

1) 외국인 유학생 지원사업

외국인 유학생 수가 처음으로 20만 명을 돌파했다(2023.1 기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는 “어학연수 목적 등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은 모두 20만 5,167명으로 작년 말 19만 7,234명보다 7,933명 늘었다.”라고 발표했다. 유학생의 출신국은 베트남 7만 2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6만 3,859명, 우즈베키스탄 1만 1,974명, 몽골 1만 2,603명 순이며 일본, 미국, 프랑스, 파키스탄에서 온 학생은 1,000명에서 5,000명 수준이다.

지난 2월 비자 기한이 만료됐는데 출국하지 않은 월별 신규 미등록 체류자 7,199명 가운데 연수와 유학 비자로 들어온 유학생은 666명으로, 전체의 9%가량을 차지했다. 이것은 저임금의 일손이 필요한 한국의 실정과, 돈을 벌겠다는 유학생의 상호 이익이 결합한 결과이다.

유학생은 대개 20~30대 나이로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그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론 주도층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는 것은 우리나라 외교 측면에서도 실익이 없으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 북구에 위치한 경북대학교 주변은 임대료가 저렴하여, 학교에서 가까운 대현동을 중심으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나이지리아, 타지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서 온 무슬림 유학생 150여 명이 거주한다. 이들은 2014년부터 주택을 매입해 자신들의 예배 공간으로 이용해 왔다.

2020년 9월에는 대구 북구청으로부터 2층 규모(연면적 245.14㎡)로 건축허가를 받아 이슬람사원 건축을 시작하였으나,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대책위가 꾸려져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집단 민원을 제기해 북구청은 2020년 2월 공사 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무슬림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공사 중지 처분집행 가처분신청’을 냈고 2022년 9월 대법원은 “건축허가는 정당하며 건축 공사를 막지 말라”며 무슬림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차량과 집기 등으로 공사장 진입로를 막아 공사는 8개월째 중단된 상태이다. “낯선 외국인 여럿이 몰려다니면 불안하죠. 우리는 위협을 느껴요.” “불법체류자가 있을지, 테러범이 있을지 구분할 수 있느냐?”며 반대하는 주민과 “종교적 자유를 존중해 달라.” “혐오와 차별을 제발 멈춰 달라.”는 무슬림 학생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는 16개 이슬람사원과 80여 개의 작은 기도소가 있다. 앞서 소개한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지난해 12월에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개최하고, 올해 2월에는 돼지고기 수육 · 국밥 잔치를 벌이며 시위를 이어갔다. 2021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슬람 집단 탓에 주민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해 8만 2,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대구시와 북구청에서는 ‘돼지머리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이번 사건은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방관하고 있다.

2019년 파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무아즈 라자 크(경북대 컴퓨터공학 박사과정)는 “돼지고기를 먹는 한국의 식문화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의도적으로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하는 것은 일종의 이슬람 혐오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큰 상처를 받았고, 한국의 관련 당국이 개입해서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오지 말아야 할 곳이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해외에서 인재들을 초청하고 싶다면 한국 국민에게 다양성과 다른 문화의 수용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2023년 1월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해당 시위가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별과 같은 정체성을 규정하는 요소를 근거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경멸하거나 차별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말, 글, 행동 등으로 공격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이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다. 한국은 1965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지난 1978년 가입한 상태이다.

이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사회의 종교와 문화 차이, 인권 수준 등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사례로 공존의 시대, 공존의 법칙이 위협받는 문제이다. 앞으로도 그동안 한국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다문화, 다종교, 다인종 갈등은 계속 나타날 것이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선주민에 대한 역차별 문제 또한 해답이 쉽지 않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과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해당 나라에서 온 학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가족과 고향 마을에 대한 걱정과 유학 비용과 생활비 마련의 어려움으로 학업을 포기하거나, 심지어 본국으로 갈 수도 없고 한국에 남아 있을 형편도 안 되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서울대 어학당으로 공부하러 온 율리아(32)는 당장 친구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갈 곳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운다는 소식이 전해져 꿈을이루는사람들과 연결되었다. ‘꿈이사’는 지역 출입국사무소와 해결 방법을 상담하고, 지역 대학교 어학당에서 계속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거주 공간 제공과 학비 지원을 약속하는 보증을 섰다. 구미에 온 지 2년이 되는 율리아는 현재 파트타임으로 용돈을 벌면서 사회복지과 진학을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고향 나라의 전쟁이 멈춰지면 국가 재건에 힘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사례 외에도 2021년 꿈이사는 구미 지역 대학교를 방문하여 미얀마 유학생 10명을 선발해 1인당 50만 원씩 전했다.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2022년 7월 대구 · 경북 지역으로 유학생 돕기 행사를 확대하였다.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주최로 동화사, 불국사, 은해사의 후원을 받아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유학생 돕기 ‘임동창 초청 자선음악회’를 개최하여 미얀마 유학생 1인 50만 원씩 20명, 우크라이나 유학생 3명에게 200만 원씩의 장학금을 주었다.

지역의 조계종 교구본사와 연대했더니 개별 단체가 3, 4명 유학생을 도왔던 것에 비해 5배 이상의 효과가 있었고, 지역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도 끌 수 있었다. 그 후 마하붓다사에서 매월 넷째 일요일마다 미얀마 유학생과 노동자들이 정기법회를 개최하는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2) 이주노동자 지원사업

한국으로 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아시아 내 16개국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중국,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네팔, 미얀마, 동티모르, 라오스 등에서 송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EPS)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이전에는 산업연수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다. 고용허가제는 합법적으로 한국인 사업자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로 고용주가 정부에 필요한 숫자를 신청하면, 정부에서 외국인을 선별하여 취업비자를 발급, 한국으로 입국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송출 국가의 노동자는 한국어능력시험 즉 노동을 위한 의사소통이 목적인 EPS-TOPIK를 통과해야 하는데, 일반 한국어능력시험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낮다. 외국인 노동자는 내국인과 똑같은 법적 권한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보장받으며 산재보험, 최저임금, 노동삼권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노동자는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한국인 고용주의 허가 없이 사업장을 떠날 수 없고, 동의 없이 떠나면 불법체류자로 신분이 바뀌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추어 하소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중앙정부 조직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이주민 정책을 통합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장점을 연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의 전담 부서가 자치단체장의 관심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핑퐁 대접을 받았던 길고도 어려운 시간을 지나왔다.

꿈이사는 2000년 가을 한가위 연휴와 일요일에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이 문 닫는 까닭에 갈 곳이 없어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공장 식당을 운영하지 않기에 식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오신날 봉축 위안잔치를 열면서 외국인 노동자 돕기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없어 그저 웃어주거나 손짓으로 밥 먹었느냐, 아픈 데 있느냐 등 일상사에 관심을 표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상담센터를 찾는 이주노동자는 월급을 제대로 못 받거나 힘든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을 때, 퇴직금을 못 받아 근심이 쌓일 때 찾아온다. 일하다 다치면 치료받지 못하고, 월급이 깎이거나 밀린 월급도 못 받고 공장에서 쫓겨난다. 배가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꾀병이라고 치부하거나 소화제 약만 주고, 용접하는 노동자에게 시력 보호 도구를 주지 않아 안구를 심하게 다치기도 하는데, 이런 노동자를 만나면 한국인으로서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지만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부르기 힘들다고 ‘야 인마’ ‘새끼야’라며 폭언을 일삼거나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때리기도 한다. 노동자에게는 휴일 수당을 주고 밀리지 않고 월급을 지급해야 하며, 퇴직금을 주는 것이 당연한 의무인데, 이주노동자는 여권을 빼앗은 한국인 사장에게 항의도 못 하고, 눈치를 본다.

꿈이사는 꿈을 갖고 한국에 온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아플 때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 2022년 9월 태국 노동자 타싸이(32) 씨는 신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비를 도움받고자 센터를 찾아왔다. 지역 사암연합회와 연대해 구미에서 불자 자선파크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태국은 6 · 25 전쟁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육 · 해 · 공군을 파견했을 뿐 아니라 쌀도 지원해 주었기 때문에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지역 불자들이 5백만 원을 모아 도움을 주었다. 무사히 수술을 마친 타싸이 씨는 고맙다고 인사를 왔다. 우리는 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공장에서 폭행과 임금체불 등 부당한 사례가 발생하면 사업주에게 노동자 입장을 대변해 준다. ‘니들이 뭔데?’라며 꿈이사의 인권 보호 활동을 거부하는 사업주나 한국인 관리자들은 고용노동부 관할 지청에 신고해 처벌받도록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약점을 이용해 월급을 미루어 결국 회사를 떠나게 하고, 또 다른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기 때문이다.

꿈이사를 찾는 이주노동자는 주로 스리랑카,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 태국, 네팔 등 아시아 불교권 국가 출신들이지만 우리는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고 그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고자 힘쓴다. 이슬람권인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이나 가톨릭 신앙을 가진 필리핀 노동자들도 상담센터와 쉼터를 이용한다.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장례 절차를 밟고 본국의 가족에게 시신 또는 화장된 유골을 보내주는데, 이들의 비극적 상황을 대할 때마다 무척 가슴이 아프다. 스리랑카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와 지진 피해로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가족이 피해를 당한 경우에는 노동자의 고향으로 옷가지와 의료용품을 보내고 있다. 꿈이사는 해외 구호활동 일환으로 베트남 농촌학교 위생환경 개선을 위한 108개 화장실 신축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2023년 현재 80개 학교에 해우소를 지원했다.

이주노동자 돕기 사업은 노동자 출신 국가의 현지 스님들을 초청하여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스리랑카, 캄보디아, 베트남 세 나라에서 온 스님들이 직접 상담하고, 어려움 해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현지에서 온 스님들의 노력으로 나라별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노동자들의 신행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각국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 축제가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출신 산뜨시리 스님은 2005년 구미로 와서 지금까지 노동자를 돕고 있는데, 2011년 구미대학교 사회복지과를 졸업하여,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도 취득하여 구미경찰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2009년 구미로 온 캄보디아 출신 쏘페악 스님은 산뜨시리 스님처럼 노동자 상담을 맡고 있다. 그는 2020년 국적을 얻은 뒤 올해 2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캄보디아 노동부로부터 상도 받았다.

베트남 틱뜨엉탄 스님은 2014년 한국으로 와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불자회를 설립하고, 2018년 천안 지역의 한국 사찰을 매입해 재한 베트남 사찰 원오사를 세웠다. 2022년에는 경남 양산에 또 다른 한국 사찰을 사들여 운영할 정도로 규모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인도네시아 공동체는 라마단 기간이 되면 이슬람 종교 지도자를 초청해 규모가 큰 행사를 열고 싶지만, 장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때마다 꿈이사가 중간 역할을 맡아 장소를 구해주고 있다. 외국인 단체는 휴일과 연휴에 큰 체육관이나 공공장소를 얻기 어렵지만, 지역사회에서 이주민을 돕는 단체로 알려진 꿈이사가 ‘왜  안 되는지 설명해달라’고 하며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장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행사가 시작되는 날, 필자는 가사와 장삼을 입고 불교 지도자로서 참여하여 상호 존중의 이미지를 심는다.

꿈이사가 운영하는 노동자 쉼터는 전국 최초로 남자와 여자용 공간을 분리하여 두 군데의 주택으로 나누어져 있다. 365일 24시간 내내 무료로 운영하며, 자기 나라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고, 한글과 말 배움터, 한방 양방 무료 진료소, 나라별 서적을 제공하는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특히 미등록 노동자에게 가장 든든한 안전지대가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걸맞게 노동자들의 연결망이 잘 형성되어 있어 서울, 경기, 부산, 울산 등 전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쉼터를 찾아온다. 각국의 큰 명절이나 문화축제를 홍보하면 수백 명의 이주민들이 찾아와 친구를 만나고, 일자리 정보를 주고받는 역할도 한다, 

2020년 COVID-19 코로나 유행병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 한국인은 마스크를 사려고 약국으로 가 줄을 섰지만, 이주노동자는 숨어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한국 사회가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수가 없었고, 백신 접종도 나중에야 이루어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동남아 노동자들은 게으르다” “일을 하다가 힘들면 도망간다” “업무 역량이 한국인의 절반도 안 된다” 등의 선입견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힘들고 위험한 업종에서 하루 12시간씩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이민정책연구원의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 · 소비활동에 참여해 유발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를 합산한 경제적 효과는 2016년 74.1조 원, 2018년 86.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취업자 수 증가폭과 임금 증가율을 토대로 추정된 경제적 효과는 점차 증가해 2026년에는 162.2조 원에 달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는 유입국 입장에서 볼 때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에 따른 거시 경제적 효과는 양(+)으로 나타난다. 이민자가 숙련자일수록 국가재정에 미치는 효과는 높으며, 이민자 본국의 GDP가 높을수록, 즉 고소득 국가 출신일수록 국가재정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되면 이주노동자 가운데는 연인으로 지내다가 동거하는 노동자들이 생기고, 아이를 출산하는 사례가 있다. 출산 뒤의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지만 용기를 내어 아이를 낳고 아동 양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꿈이사는 이들의 인권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합동결혼식’을 격년제로 7회 동안 치러 왔다. 합동결혼식은 스리랑카,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5개 나라 동거 부부 1쌍씩을 선발하여 한국인 주례 선생님을 모시고 진행한다. 결혼식 후에는 개인택시불자회 도움으로 가까운 직지사로 신혼여행을 갈 수 있도록 주선하고 있다.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31) 씨가 사망했다.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는데, 저체온증이 원인이었다. 2021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캄보디아 노동자 19명이 사망했다. 끔찍한 비극이 반복되어도 근본적인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 비해 성희롱, 성폭행 등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만일 임신하고 남자가 떠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아기가 딸려 있으면 편하게 일하지 못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자니 모은 돈이 없는 데다 무료 접종 같은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니 양육비용이 만만치 않아 가슴 절절한 사연이 많다.

2년 전 인도네시아 여성이 출산 후 쉴 곳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 엄마는 쉼터로 이동하는 자가용 안에서도 아이를 꼭 껴안고 숨죽이는 애처로운 모성애를 보았다. 스리랑카 노동자 부부가 임신 7개월에 쌍둥이를 조기 출산한 사례도 있었다. 인큐베이터에서 사경을 헤매는 아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엄마와 친구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쌍둥이는 1개월 뒤 병원에서 저세상으로 떠났다. 사찰의 소나무 아래에 이들을 묻어 주고 밤새 호롱불을 밝혀,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영혼을 위로해주었다.

조계종은 전국 25교구 본사에 3,000여 사찰과 암자가 있고, 한국 사회가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교계에도 외국인 스님의 숫자가 늘고 있다. 이들 외국인 스님은 대부분 사찰에 거주하며 한국인 스님을 돕는 역할을 한다. 동국대로 진학해 불교학을 공부하는 경우 외에는 개인 수행과 초청 사찰에서 기도를 담당한다. 하지만 당해 사찰 주지 스님과 갈등이 생기면 다른 곳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자국 출신 이주민을 돕기 위해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들이 아프면 의료보험을 들지 않아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 황당한 경우도 발생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는 전국 18개 외국인 주민 및 다문화가족을 돕는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를 창구로 이주민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주민 사업에 공간과 전담 인력 배치가 가능한 큰 절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찰에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 불교 신자들이 초파일이나 연등제 같은 불교 명절에 이주민 위안잔치, 다문화가족 청소년 장학금 사업 등의 행사를 펼쳐 외국인들과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보여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포교가 활성화될 것이다.

 

3)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농촌 고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청년층 유출이 심각하고, 결혼이 어려워 인구가 부족해지는 현실을 국제결혼으로 해결하고자 결혼이주여성을 대안으로 제시한 지방자치 단체들이 있었다. 남녀 사이의 연애 과정은 생략된 채 혼인이 맺어지고, 남성 한국인이 여러 여성을 두고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매매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랑이 없는 결합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상처를 낳는다.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은 사회문제가 되고, 여성이 아이를 낳고 살다가 갑자기 떠나가면 그 역시 한국인 피해 가족이 발생한다. 국제결혼으로 야기되는 문제는 가족으로만 그치지 않고 두 나라의 국민감정이 부딪치기까지 하는 측면도 있다.

다문화가족을 돕는 일은 2013년 두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결혼이주여성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딩티응앗(27) 씨는 한국인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뒤 유산 문제로 시어머니와 갈등이 생겼다. 그녀는 돈은 필요 없으니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게 해 달라고 시어머니에게 간청했지만, 5세와 4세 된 형제를 데리고 고향으로 가라는 시어머니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게 된 상황이었다. 사망한 남편 이름으로 든 생명보험의 보험금을 시어머니는 “아들이 죽어서 생긴 돈이며, 며느리가 만든 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한국 국적은 없어도 주민등록상 배우자로 기록되었으니 보험금은 배우자가 1순위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보험회사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시어머니는 돈 때문에 어린 두 손자를 베트남으로 보내려고 한 것이었다. 꿈이사에서는 먼저 엄마의 한국 국적 취득용 서류를 갖춰 출입국사무소에 신청했다. 그녀는 결혼 6년이 지났지만 베트남 국적이었고, 한국 국적의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한부모가족 보호시설에 입소하여 법률지원을 받았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니며 차츰 안정을 찾았다. 이듬해 부처님오신날 그 모자 가족은 마하붓다사에서 육법공양을 올렸다. 베트남 전통 옷 ‘아오자이’를 입은 엄마는 부처님께 향공양을, 큰아이는 꽃을 올렸다. 그 인연으로 마하붓다사에서는 매월 둘째 일요일마다 베트남 불자회 법회가 열린다.

한국인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멸시, 차별, 학대, 방임, 가정폭력, 아동방임 등의 이유로 집을 떠난 이주여성들은 전국 230곳의 가족센터와 이주여성 긴급전화 1577-1366, 여성 긴급전화 1366, 지역 경찰서 등을 통해 보호시설로 연계되어 1차 상담과 의료, 법률지원을 받는다. 보호기간 2년 내에라도 입소 사유가 소멸하면 퇴소해야 한다. 사례에 따라 보호기간을 연장하지만, 근본적인 자립 지원책은 아니다. 가장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남편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이주여성은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준 상담원과 후원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지역사회를 알아 가고, 사회 안정망을 익혀서 자존감을 회복하면 자립 성공률이 높다.

피해 이주여성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어렵더라도 한국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고향의 부모님과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보여주고자 애쓴다. 이들은 아동과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동 양육의 부담이 높아지고 주위의 관심이 흐려질 때면 2세 자녀를 고향 나라 가족에게 두고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돈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 신세가 된다. 엄마는 아이와 떨어져 사는 생이별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게 되면서 한국 사람들이 싫어지는 극한 감정이 생기고, 아동 또한 대한민국 국적임에도 엄마 나라에서 자라는 둥지 잃은 새가 된다. 일종의 아동 유기나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중국, 몽골 출신 여성들 대부분은 학력이 낮고 기술이 없다 보니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비정규 일용직으로 남게 된다. 필리핀에서 시집온 그레이스(40세) 씨는 2007년 10월 8세 여아와 7세 남아를 동반하고 여성긴급전화 경북 1366을 통해 꿈이사의 쉼터에 들어왔다. 가정 복귀를 원하였지만, 남편의 알코올 중독과 심각한 아동 폭력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쉼터에 들어온 후에는, 초등학생 자녀들이 학교를 마치고 방과 후 이용할 수 있는 지역 종합복지관과 지역 아동센터의 도움을 받아 그녀는 주말과 늦은 시간까지 일할 수 있었다. 그녀는 통번역과 영어 강사로 돈을 모아 국적을 취득하고, 2008년 6월 전세방을 구하여 자발적으로 퇴소하였다. 지금은 딸은 대학에 진학하고 아들은 군에 입대하여 복무하고 있어 다른 이주여성들이 부러워하는 성공 사례이다.

중국 한족 출신 장ooo(46세) 씨는 2006년 5월부터 한국에서 결혼 생활을 하던 중 2008년 2월 남편의 폭력과 학대를 피해 3세 여아와 함께 꿈이사로 입소하였다. 남편과 시댁의 가정 복귀 조건들이 합의되지 않아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으로 재판을 청구해 위자료와 아동양육권을 받았다. 협의이혼을 하면 이주여성과 아동은 다른 폭력 피해 가족을 위해 퇴소해야 한다. 그녀는 2010년 4월 서울 지역의 다문화 보호시설로 옮겼다. 낯선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일자리 문제와 아동 또한 새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불안함을 호소하였다.

꿈이사는 심리적 갈등을 겪는 결혼이주여성과 2세 자녀들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비슷한 처지의 이주여성 모자원 시설에서 의, 식, 주를 해결하고, 현실에서 부딪치는 각종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상담하며, 아동은 자녀의 품앗이 공동보육으로 서로 돌보는 역할을 하게 한다. 이주여성과 아이들은 우리나라 미래의 성장동력이며, 아시아 나라에서 시집온 이들은 불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한국 불교계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 지역 불교사암연합회나 신도연합에서 봉사자를 꾸리고, 위기 이주여성 모자 세대에게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

불교계에서는 가정폭력피해 외국인을 위한 보호시설 ‘oo쉼터’(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이름은 밝히지 못한다)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oo쉼터’는 불교계 최초의 폭력 피해 이주여성과 아이를 보호하는 시설로 매년 200여 명이 보호를 받는다. 입소 대상자의 심리안정과 법률지원을 통해 가정 복귀, 타 기관 연계, 이혼에 따른 삶의 변화, 본국으로의 출국 등 여러 상황을 자세히 이주여성에게 설명하고, 한국인 남편과 시댁에는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도록 상담한다.

보호를 요청한 이주여성 가운데 60%는 가정 복귀가 이루어진다. 남편과의 소통이나 서로의 요구사항이 크게 어긋나게 되면 이혼 재판을 청구하고, 아동양육권을 찾은 경우 다문화 한부모가족 자립시설 ‘달팽이모자원’으로 연계 지원한다.

남편의 사망 또는 이혼으로 자립해야 하는 이주여성은 한국인 여성에 비해 사회관계망이 부족해 더 큰 시련에 직면한다. 홀로서기를 결정한 다문화 한부모가족은 아이들이 어린이집 또는 초등학교에 다니거나 중학교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에게는 맞춤형 선생님을 찾아 일대일 학습을 돕고, 엄마에게는 여성 일하기 센터와 연계해 취업을 준비하도록 한다.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한국인 가족 봉사단이 다문화 한부모가족을 초청해 생일잔치를 해주는 등 지원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도움을 주는 한국인 가족의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의미도 있다. 불교계에서 교구본사별로 사회국장 제도를 활용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사찰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주민을 돕는 사업을 추구하면, 불교는 지역사회에 공익을 제공하는 종교라는 긍정 이미지가 남을 것이다.

2010년 당시만 해도 ‘국제결혼 최저가격’이라는 국제결혼업체의 홍보성 현수막이 전봇대에 부착된 것을 볼 수 있었다. 결혼이주여성을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 취급하는 저급한 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일부의 한국인 남편 가운데는 “너를 데리고 오기 위해 얼마 주고 데리고 왔는지 아느냐“며 상대 여성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결혼한 부부일지라도 언어소통이 안 되고, 감정표현이 서툴고, 음식문화가 다른 이주여성과의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 혹시 사망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국가 간의 민감한 외교 문제로 비화한다. 시부모와 동거하면서 평균 20세 이상 차이 나는 한국인 남편과 잘 정착하는 사례를 보면 역시 한국인이 잘 대해줄 때 가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문화 한부모가족을 위한 지원정책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위기에 처한 이주여성과 2세 자녀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고 자존감이 향상된다.
2. 엄마 세대와 아동의 발달 주기에 따른 맞춤형 상담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다.
3. 취업과 아동 양육 정보를 공유하고, 성장 과정을 이해하며, 미래의 사회 인재로 육성할 기회가 된다.
4. 다문화 한부모가족의 희망과 적성에 따른 직업 개발, 각종 정보제공 및 교육 훈련을 통해 다문화가족이 건강한 한국인으로 정착하게 된다.
5. 도움을 받은 다문화 한부모가족은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게 된다.
6. 각 출신 국가의 NGO와 연대사업이 가능하고, 인권 보호의 국가 이미지가 향상되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

 

 

 4. 맺는말

 아시아 국가 간의 외교적 활동에 불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의 권익에 국가 간의 문제가 생기면 “인간은 누구나 소중하고 평등하다”는 불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은 유학생과 지역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첨예한 일방적 주장과 시위로는 해결될 수 없는 갈등 상황의 해소에 불교계가 나서면 어떨까? 불교는 문화적 포용성이 크기 때문에 이슬람과 선입견 없는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공공기관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에서 종교의 역할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불교는 대사회적인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기 2567년 5월 27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현우경(賢愚經)》 〈빈녀난타품〉 빈자일등(貧者一燈) 이야기는 초파일의 의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문으로, 가진 것이 부족한 사람이 행하는 공양이 더욱 값지다는 비유를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외국인 주민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일은 빈자일등의 정신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남방불교의 축제인 웨삭데이는 부처님 탄생과 성도, 열반을 함께 축하하는 기념일로 양력 5월 15일인데, 1999년 UN에서 인정한 ‘붓다의 날’이다. 당시 기념일 제정을 제안한 1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도 참여한 기록이 있다. 부처님오신날과 웨삭데이를 동남아시아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는 문화축제로 활성화할 수 있다면 이주민들의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외국인 주민은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외국인 주민은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 나라의 성장과 발전 동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미 와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해외로 나가서 활동하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며 효과 또한 클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서 잘살면 출신 국가와의 우호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건축 불사에 쓰이는 돈과 시간과 열정을 인재 불사로 옮겨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불교는 국민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종교가 될 것이다.꿈이사는 ‘인권, 문화, 교육, 복지’ 4가지 부문에서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족을 도와 왔다. 우리의 활동 경험을 전체 불교계로 확대하면 된다. 힘든 사람들에게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희망을 전하고, 차별을 개선하려는 스님과 불자들의 과감한 혁신과 실천이 필요하다. 

필자는 몸은 힘들지만 개인의 건강을 유지하고, 외국인 주민들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를 호소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마라톤을 선택했다. 이름하여 탁발 마라톤이다. 환갑을 맞은 본인이 아직도 마라톤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주민에게 희망의 날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이다. 

“내가 본래 세운 서원은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나와 다름없이 평등하다[如我等無異]’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라는 《법화경》 〈방편품〉의 가르침에 따라 오늘도 꿈이사의 활동에 열정을 쏟는다. 개인의 행복은 물론 모두가 함께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하여 나는 달린다. ■

 

진오 jin5snim@naver.com

마라토너 스님으로 알려진 진오 스님은 1981년 사미계를 받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동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사회복지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 공군 군법사 재직 시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하여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받고 있으며, 1996년부터 경북 구미에 거주하며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족을 돕는 (사)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마하붓다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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