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正傳) 불법을 강조한 도겐 선의 정수

 

1. 출간

동국대학교 선학과 교수 및 동국대 제18대 총장을 역임한 보광 스님이 2022년 6월 6일 자로 《역주정법안장강의》를 출간하였다. 《역주정법안장강의》는 13세기 일본 조동종의 개조인 도겐(道元)의 《정법안장》을 한국어로 완역한 책이다. 《정법안장》은 도겐의 설법을 그의 제자 고운회장(孤雲懷奘)이 기록한 것으로 총 9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광 스님✽은 1980년 일본 유학 시절부터 《정법안장》의 번역을 마음에 담아두었지만, 본격적인 착수는 1993년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 수업 때부터였다. 그 사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중단되었다가, 저자가 교수의 정년 및 총장직을 마친 이후 2019년 2학기부터 다시 시작하여 2021년 7월 22일에 초역을 마쳤다. 원고를 보완하여 10월 8일 탈고한 뒤, ‘역주정법안장강의 편찬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듬해 6월 6일 자로 여래장출판사에서 완간하였다. 이로써 전후 30년, 나아가서 40년에 걸쳐 저자가 세운 번역의 불사가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2. 구성과 체재

도겐의 《정법안장》은 12권본, 75권본, 95권본이 있다. 이 가운데 《역주정법안장강의》는 95권본에 대한 한글 번역으로 총 1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부터 제9권까지는 도겐 《정법안장》 본문에 대한 역주이고, 제10권은 총목차 · 해제 · 총색인이며, 제11권과 제12권은 주석사전(註釋事典)이다. 그 체재는 도겐의 《정법안장》 95권의 각 권마다 먼저 ① 해제를 붙이고, 본문의 단락을 나누어 단락마다 ② 역주 및 ③ 강의를 붙였으며, 마지막으로 ④ 원문을 수록하는 4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해제에서는 각 권의 요약적인 설명을 가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본문의 접근을 용이하게 안내해주고 있다.

《정법안장》 95권은 권마다 분량의 차이는 있는데, 그것은 주제에 따른 설법일 뿐이지 중요도에 대한 기준은 아니다. 그리고 특별한 순서로 기획된 것도 아니다. 도겐은 본래 100권을 염두에 두었지만 95권으로 그치고 말았다. 처음의 제1 〈변도화(辨道話)〉는 좌선수도하는 마음의 자세와 그 의의에 대한 것으로, 불법의 기본적인 입장과 18가지 주제에 따른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의 제95 〈팔대인각(八大人覺)〉은 석존의 최후 설법에 대한 내용을 설한 것으로, 여덟 가지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역주정법안장강의》 제1권은 《정법안장》의 제1 〈변도화〉부터 제10 〈제악막작(諸惡莫作)〉까지이다. 제2권은 〈유시(有時)〉부터 제17 〈법화전법화(法華轉法華)〉까지이고, 제3권은 제18 〈심불가득(心不可得)〉부터 제24 〈불교(佛敎)〉까지다. 제4권은 제25 〈신통(神通)〉부터 제30 〈행지(行持)〉까지, 제5권은 제31 〈해인삼매(海印三昧)〉부터 제45 〈보리살타사섭법(菩提薩埵四攝法)〉까지다. 제6권은 제46 〈갈등(葛藤)〉부터 제56 〈세면(洗面)〉까지, 제7권은 제57 〈면수(面授)〉부터 제71 〈여래전신(如來全身)〉까지이며 제8권은 제72 〈삼매왕삼매(三昧王三昧)〉부터 제84 〈삼시업(三時業)〉까지다. 그리고 제9권은 제85 〈사마(四馬)〉부터 제95 〈팔대인각(八大人覺)〉까지이다. 그리고 부록으로 12권본 《정법안장》의 〈일백팔법명문(一百八法明門)〉이 수록되어 있다. 기타 《역주정법안장강의》를 이해하기 위한 시론으로 저자가 붙인 〈도겐의 생애와 사상〉과 제자 김호귀가 쓴 〈발문〉이 붙어 있다.

 

3. 내용의 이해

《정법안장》은 그의 어록인 《영평광록(永平廣錄)》과 더불어 도겐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저술이다. 중국 선종에서 조동종의 특징을 행지면밀(行持綿密)과 용의주도(用意周到)로 언급할 수 있다면, 도겐은 거기에 더하여 선 사상의 입장으로 본증묘수(本証妙修) · 수증불이(修証不二) · 지관타좌(只管打坐) 등을 강조하였다. 본증묘수는 깨달음이 일체중생에게 본래 갖추어져 있다는 본래성불(本來成佛)에 근거하여 그로부터 깨달음의 분상에서 수행해가는 것이다. 수증불이는 본증묘수인 까닭에 수행과 깨달음이 상호 다르지 않다는 개념으로, 수행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이 아니라 깨달음이 실천되는 행위의 의미이다. 지관타좌는 좌선을 강조한 개념으로 좌선하는 당체가 깨달음의 현성이고 깨달음의 실천이라는 것으로 깨달음[佛法]은 좌선하는 모습 그대로[威儀]임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도겐은 본증묘수의 본래성불이라고 해도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좌선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이불성(理佛性)이 행불성(行佛性)으로 승화되는 경우를 가리켜 묘수(妙修)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증묘수는 본증이 바로 묘수이지 않으면 안 되는 수증불이의 입장으로서 그 바탕에는 지관타좌가 근거하고 있다. 도겐이 강조한 이 개념들은 도겐선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으로 95권 《정법안장》 전반에 걸쳐 있다. 제1 〈변도화〉에서는 좌선변도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의 정법임을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좌선하는 행위가 바로 제불의 자수용삼매(自受用三昧)에 안좌해 있는 안락법문(安樂法門)이기 때문이다. 가령 도겐은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에 대하여, 일체는 중생이고 중생은 실유불성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일체와 중생과 실유불성 사이에 간극이 없는 구조가 성취되는 입장이다.

《역주정법안장강의》는 바로 이와 같은 도겐의 독특한 사고방식에 착안하여, 〈역주〉 대목에서는 도겐의 말을 그대로 직역한 연후에, 〈강의〉 대목에서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의미를 풀어내주고 있다. 그에 대한 경증에 대해서는 주석을 통하여 출처와 용어의 의미를 보완해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현성공안(現成公案)〉 장에서는 바로 그 자리에 깨달음이 고스란히 현재 성취되어 있다는 개념을 통하여 좌선으로 수행하는 곳에 그대로 깨달음이 드러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공안(公案)은 화두의 의미가 아니라 깨달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저자는 《역주정법안장강의》를 통해서 미묘한 이들 개념에 대해서도 도움말을 곁들이고 있다. 가령 〈현성공안〉 장의 해제에서 “이론과 실천으로 나눈다고 할 경우, 앞의 〈변도화〉는 단좌참선(端坐參禪)을 강조한 것으로 도겐불교의 실천적인 면을 중심 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하여 〈현성공안〉은 도겐불교의 이론적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 《정법안장》의 각 권에서는 단좌참선을 특별히 취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어떠한 권에서도 단좌참선이 당연히 대전제로 되어 있음을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역주정법안장강의》를 읽어가는 방법으로 각 권의 해제를 먼저 읽어둔 연후에 본문의 내용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길잡이가 된다.

 

4. 의의

《역주정법안장강의》에는 송대의 선종 및 일본의 선종에서 소개되는 내용으로 오늘날과 생소한 문화 내지 관념에 대해서는 〈강의〉의 대목을 통해서 현대의 안목에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가령 제42의 〈도기(都機)〉의 경우는 한자로 ‘도기’라고 쓰지만, 한자 자체의 의미는 없고 가명(假名)이기 때문에 일본식 발음으로 ‘쯔끼’로 읽어서 달[月]의 의미로 이해해야 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이 달은 허공에 떠 있는 달이 아니라 마음속의 달을 가리키고 있음을 일러주고 있다. 

《역주정법안장강의》는 각각 독립적인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전체가 선종의 일대 총서와 같은 면모를 이루고 있는 까닭에, 95권 가운데 어느 권을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 이로써 《역주정법안장강의》는 송대 및 일본 총림의 선원문화를 속속들이 엿볼 수 있는 문화 코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중국과 일본의 중세불교, 나아가서 송대와 일본 가마쿠라시대 선종의 특수한 문화와 사상, 그리고 청규(淸規)를 통한 선원의 의례에 대한 면모까지도 들여다볼 수가 있다. 도겐의 《정법안장》은 정전(正傳)의 불법이다. 그 가운데서 출가인으로서 반드시 본분사를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한보광의 《역주정법안장강의》는 바로 도겐의 이와 같은 순수불법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

 

김호귀 kimhogui@daum.net

동국대 선학과, 동 대학원 졸업. 《묵조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주요 연구 분야는 선사상과 선종사.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역임.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한문불전번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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