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를 다녀온

이후에도 나는 밥을 먹었다

깡마른 육체의 무더기를 떠올리면서도

횟집을 서성이며 생선의 살을 파먹었고

서로 갉아먹는 쇠와 쇠 사이의

녹 같은 연애를 했다

역사와 정치와 사랑과 관계 없이

이 지상엔 사람이 없다

하늘엔 해도 없다 달도 없다

모든 신앙도 장난이다.                                       

 

 — 시집 《사랑의 낱알》(스토링, 2023)

 

 최명란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시집 《쓰러지는 법을 배운다》 《자명한 연애론》 《명랑생각》 《이별의 메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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